오는 10월 경남서 열리는 람사르 총회의 전국적인 홍보를 위해 달림이가 나섰다. 도내 각지의 마라톤 동호인들이 참여한 달림이는 강원도 태백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이르는 낙동강 물길따라 '도도히' 달릴 예정이다.
출발지인 태백 황지 연못 마당에서 도착지인 부산 을숙도 강어귀 둑에 이르는 도상거리 436㎞다. 전 구간은 1구간에 약 44㎞씩 10구간으로 나누었다. 9달 동안 10차례 달리게 될 대장정의 6구간 행사가 지난 20일 진행되었다. 레저 팀은 대장정 팀과 전 구간을 함께 달리며 달림이들의 숨소리를 전할 예정이다.
이번 대장정은 경남도가 주최하고 마산 3·15 마라톤클럽이 주관한다. 후원은 경남은행, (주)다솜 FOOD SYSTEM, 마산MBC, 마산시민치과의원, 신흥여객고속관광, 한국수자원공사 경남지역본부,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 무학, 한국토지공사, 경남도민일보가 함께한다.
장마 덕 좀 보자
태풍 갈매기의 영향으로 비바람을 예보한 기상뉴스. 요즘 워낙 기상 오보가 많은지라 믿음 반 불신 반으로 구미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가는 도중에도 기상은 예측불허다. 맑았다가 흐렸다가 비가 오는 듯하더니 다시 해가 방긋 얼굴을 내민다. 대장정팀의 표정도 날씨의 변화에 따라 맑았다 흐렸다를 반복한다.
대장정팀에게는 비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9개월간의 대장정 중 가장 힘든 구간이 예상되는 7, 8월의 6, 7구간은 뙤약볕 아래서 아스팔트 열기까지 한몸에 다 받기 때문이다. 온몸을 태워가며 달려야 하는 상황은 대장정팀 누구도 바라지 않는 상황이다.
구미 동락공원을 출발할 때 내리쬐던 땡볕은 이내 흐린 날씨가 되더니 결국 비로 바뀌었다. 아스팔트 식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비는 가랑비가 되었다가 폭우로 변하기도 하며 시도 때도 없이 울었지만 땅과 몸을 시원하게 적시는 바람에 대장정팀에게 웃음을 주기도 하였다. 너무 시원한 바람에 올여름 가장 시원한 휴가를 아스팔트 위에서 보내는 기분마저 들 정도였다.
'뉴 페이스'가 메운 빈자리
이번 구간에는 대장정팀의 인원이 눈에 띄게 줄었다. 현지 참가 동호인들의 참여로 이전 구간과 총 인원은 비슷했지만 눈에 익은 이들이 빠지는 바람에 빈자리가 커 보인다.
타지역 마라톤 대회 참여자도 있었지만 더운 여름 날씨가 무서워 몸을 사린 이도 있었으리라 추측해본다.
그래도 새로운 얼굴이 눈에 띈다. 창녕마라톤클럽의 회원 4명이 참가했고 밀양마라톤클럽에서도 7명이 합류했다. 지금까지 참가를 미루었던 경남대 최낙현(48) 교수도 아들과 참여해 대장정팀의 간식을 챙겨주며 자원봉사를 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달림이
6구간에는 지금까지 지역 참가 동호인 중 가장 많은 50여 명의 마라토너가 참가했다. 구미마라톤클럽과 구미 가톨릭 마라톤 동호회에서 오신 분들이다. 역시 구미동호회는 지난 구간과 마찬가지로 막걸리를 준비해오기도 했다. 깁스를 하고 응원 나온 회원도 있었다.
게다가 한의원을 경영하는 구미지역 동호인 한 분이 대장정 팀을 위해 한약을 달여 만든 약차도 준비해줘 대장정팀의 사기가 어느 때보다 높다.
그중에는 김영갑(36·구미 마라톤클럽)씨도 보인다. 김씨는 마라톤계에선 꽤 유명한 인물이다. 팔꿈치 아래 양팔이 없는 장애인 마라토너이기 때문이다.
1999년 불의의 감전사고로 양팔을 잃고 마라톤을 통해 장애를 극복한 마라톤 동호인이다. 김씨의 기록은 더욱 놀랄만하다. 그의 2시간 43분대의 기록은 마라톤 동호인 사이에서도 꿈의 기록이다.
각종 대회에서 1등으로 골인하는 그의 투혼에 사람들은 역설적이게도 하이파이브를 청한다. 그와 함께 달리는 것이 즐거웠는지 대장정팀도 몸 풀기에 열중이다.
'아이언 맨' 박종신, 박창원
1구간부터 쉬지 않고 6구간에 참가한 이가 있다. 올해 연세가 64세. 노익장이란 말이 어울릴 법한 이는 3·15마라톤클럽의 고문인 박종신 씨다.
워낙 조용하고 외진 곳에서 쉬는 바람에 함께 달리는 줄도 모르고 있을 정도였다. 또래 친구들이 할아버지 소리를 들으면서 손자의 응석을 받아주는 재미로 주말을 보내고 있을 때 박씨는 땡볕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열혈남자다.
지난 7월 13일 서울 남산 혹서기 풀 코스를 마치면서 풀 코스 70회를 달린 박씨는 올해 말까지 80회가 목표다. 내년 상반기까지 100회를 마치면 잔치라도 벌여야 할 정도다. 철강회사 이사로 근무하는 그가 진정 '아이언 맨'이다.
3·15마라톤 클럽에는 또 다른 아이언 맨이 탄생했다. 박창원(52)씨가 부산 태종대에서 임진각까지 달리는 537㎞ 울트라 마라톤에 참가해 완주했다. 지난 12일 시작해 5박 6일을 달려 이룩한 기록이다. 그 고생은 그의 몸을 얼굴부터 다리까지 까맣게 만들었다.
다만, 스포츠 테이프를 붙인 무릎부분만 테이프 자국이 남아있다. 지금까지 땅 끝 해남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달리는 622㎞ 울트라 마라톤 완주와 한반도를 횡단하는 311㎞를 완주한 기록을 합치면 1횡단 2종단의 그랜드 슬램을 이룬 것이다.
3·15마라톤 클럽에서 유일하게 그랜드 슬램 명예를 보유한 정왕기 주로팀장에 이어 또 다른 그랜드슬래머가 탄생했다.
전쟁의 상처
구미를 벗어나 칠곡군 왜관읍에 들어섰다. 왜관읍에선 전적기념관이 눈에 띈다. 칠곡군은 이름부터 생소해 다른 시군에 비해 군세가 약하다.
칠곡이란 이름도 칠곡읍에서 만들어졌는데 칠곡읍이 1981년 대구로 편입되면서 '칠곡(읍)'없는 칠곡군이 되었다. 군세가 약한 탓이다.
위쪽에는 구미가 있어 도시 팽창으로 말미암은 면적확보로 인동면을 가져가 버렸고 아래는 대구가 있어 야금야금 땅을 차지하고 있다. 열악한 군세로 땅 전쟁을 벌이는 셈이다. 이런 전쟁은 아이러니하게도 6·25전쟁부터 시작된다. '워커라인'이라 부르는 왜관에서 마산, 진해로 이어지는 낙동강 서부 방어선은 그야말로 최후의 방어선이어서 6·25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 왜관을 비롯한 칠곡군이었다. 그야말로 죽은 자도 쉴 곳이 없을 정도로 건물 하나 남지 않고 모두 파괴되었던 곳이 칠곡이다.
그중 유일하게 남은 것이 현재의 왜관 인도교다. 이곳 사람들이 구 철교라고 부르는 다리는 당시 인민군의 도하를 막고자 중간 즈음이 끊어졌지만 지금은 연결하여 역사의 현장으로 보존하고 있다.
이제 다리 밑으로는 낙동강만이 다리의 역사를 증명하듯 천천히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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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대장정 환경마라톤에 참가한 달림이들의 모습. /이수배 조경숙 송술영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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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기에도 힘겨웠던' 단박 대결
대장정팀 50여 미터 앞에서 팀을 이끌던 진해 마라톤클럽 김정선(43)씨와 3·15마라톤클럽의 박수광(40)씨가 경쟁이 붙었는지 스프린트(단거리를 전력으로 달리는 것)대결을 벌인다.
대장정팀의 느린 속도에 몸이 근질거렸는지 두 사람의 대결은 구간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여름철 어지간한 원기가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대결은 처음에 박씨의 판정승인 듯 보였지만 오후 3시가 넘어서자 김씨에게 판정승을 주어야 할 정도로 박빙의 승부였다. 보는 사람도 힘들어 보일 정도로 대결은 길고도 짧았다.
경찰차 교체식?
이번 구간은 모두 5개 경찰서 담당 구역을 통과하는 바람에 경찰차의 교체도 자주 있었다. 출발지점인 구미경찰서에서부터 성주, 칠곡, 대구 달성, 고령경찰서까지 수고를 해주었다. 처음 이런 행사를 담당한 경찰도 있어 교통통제를 하는데 대장정 주로팀과 엇박자를 맞추기도 했지만 이내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게 통제가 잘 되었다. |
첫댓글 회장님, 대장정을 무사히 성공리에 마치시길 기원드립니다.
람사르 총회 성공적 개최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