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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03 - 신은 운명을 예정하지만 인간은 운명을 바꾼다
씬1. 강력5팀 안 (전회 연결, 아침) / 경찰서 복도 (아침)
<화면분할>
오수 :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자수를 했으면 진술을 해야죠. 왜 입 꽉 닫고 아무 말을 안 합니까?
경찰서 복도를 또박또박 걸어 들어오는 승하의 발.
오수 : 당신이 권현태 변호사를 살해했죠?
강력5팀 앞에 멈춰서는 승하의 다리, 냉담한 표정의 싸늘한 눈빛.
오수 : (답답해서 책상 퍽 치며, 버럭) 지금 뭐하자는 거야!
<화면 강력5팀 안으로 합쳐지며>
문이 열리는 소리가들린다. 형사들의 시선이 문 쪽으로 쏠린다.
오수, 답답한 듯 나 참, 하며 무심히 문으로 시선을 돌리면 승하가 예의 그 변함없는 표정으로 서 있다.
오수 : (뜨악해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승하 : 제가 조동섭씨 대리인입니다.
오수 : 예에?
승하 :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타이틀 뜬다. 마왕 3회.
씬2. 강력5팀 안 (아침)
오수 : 분명히 조동섭을 모른다고 말씀 하셨던 것 같은데요.
승하 : 그땐 몰랐으니까요.
오수 : (의구심) 그럼 언제 알게 된 겁니까?
승하 : 취조를 받아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 강형사님.
오수 : 도무지 이해가 안 돼서 여쭙는 겁니다.
반 : (말리듯) 강형사.
승하 : (여유 있게) 어제 밤 조동섭씨가 날 찾아왔고 사건에 대해 전부 털어놨습니다. 그래서 자수를 권했구요.
오수 : 제 발로 변호사님을 찾아왔단 말입니까?
동섭 : (얼른) 변호사님은 아무것도 모르셨습니다. 제가 오갈 데 없는 불쌍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도와주신 것뿐입니다.
변호사님은 제 은인이시구 변호사님 덕분에 자수하기로 맘먹은 겁니다.
오수 : (뭔가 풀리지 않는 의문에 쌓여서 승하를 본다)
승하 : (흔들림 없이 보는)...
씬3. 진술 녹화실 앞 복도 (낮)
취재 기자들과 카메라 기자들이 잔뜩 몰려들어 서 있다. 그 틈을 우악스럽게 뚫고 걸어가는 반팀장.
기자들, 반팀장을 발견하고 재빠르게 달라붙는다.
기자1 : 범인이 자수를 했다면서요?
반팀장 : (묵묵히 뚫고 간다)
기자2 : 원한에 의한 보복성 범죄가 맞습니까?
반팀장 : (우뚝 멈춰서) 누가 그래요?
기자1 : 무료 변론을 자청한 변호사가 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반팀장 : (대답 않고 다시 걷기 시작)
기자1 : 정식 브리핑은 언제쯤 하실 겁니까?
반팀장 : 아직 조서도 꾸미기 전인데 무슨 브리핑이야? 좀 기다려요. 확실한 거 나오면 발표할 거니까.
반, 말 끝나기가 무섭게 빠른 걸음으로 진술녹화실 쪽으로 간다.
기자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이 모습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한 남자, 성준표다.
40대 초반의 준표는 까칠한 얼굴에 신경질적인 지식인 같은 인상을 풍긴다.
입가에 뒤틀린 미소를 짓는 준표, 눈빛엔 독기를 품고 있다.
씬4. 진술 녹화실 안 유리문 있는 곳 (낮)
밖에서는 안이 보이고 안에서는 밖이 보이지 않는 유리문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 녹음장비가 설치되어 있고. 진술실 안엔 평범한 라운드형 테이블에 네 개의 의자가 놓여있다.
유리문을 통해 오수 맞은편에 앉은 승하와 조동섭, 오수를 바라보고 있는 반팀장과 형사과장.
오수 : (E) 그러니까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고 그냥 우발적 사고였다?
씬5. 진술 녹화실 안 (낮)
동섭 : (고개 푹 숙이고) 그렇습니다.
오수 : 어차피 자수도 했는데 좀 솔직해 집시다. 당신이 피해자를 일 년 넘게 스토킹 했고 수차례 협박도 했잖아?
동섭 : 협박이 아니라 만나달라는 전화는 했습니다. 헌데 일 년이 넘도록 만나주질 않다가 그날 만나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오수 : (뜨악) 연락이요?
동섭 : 네. 그래서 약속시간에 사무실로 갔던 건데.. 그 사람이 딴 소리를 하는 겁니다.
<플래시 컷 - 1회 45씬>
권 : 누구 맘대로 여기 들어왔어? 어떻게 들어온 거야?
동섭 : 당신이 만나자고 했잖아.
동섭 :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사람을 기껏 불러놓고 경찰을 부른다면서 칼로 위협까지 하니까 저도 순간 이성을 잃었습니다.
오수, 뭔가 새로운 사실이 있음을 직감하고 자신도 모르게 승하를 본다.
승하의 차분한 시선과 마주치는 위로.
권 : (E) 내일 얘기해. 할 말이 있으면 내일 하자구!
씬6. 권현태 사무실 안 (밤, 회상 / 1회 45씬 나머지 상황)
동섭 : (갑자기 탁자 위며 책상 위에 있던 전화 수화기, 재떨이.. 닥치는 대로 집어던지며 울부짖듯) 내일 내일하면서 당신은
1년이 넘도록 한번도 날 안 만나줬잖아!! 미안하단 말이 그렇게 힘들어? 그게 그렇게 힘든 거냐구!
동섭의 난폭한 행동에 극도의 위협을 느낀 권현태, 순간 책상 쪽으로 몸을 휙 돌려서 잭나이프를 집어 든다.
권 : (잭나이프를 꺼내들어 보이며) 당장 나가! (버럭) 나가 당장!
동섭 : (광기에 사로잡혀서) 찔러 봐. 겁날 거 하나도 없어. (들이대며) 할 수 있으면 해 봐!
권 : (칼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동섭 : 왜 못하겠어? 겁나? (느닷없이 권의 손을 낚아채듯 감싸 잡으며 버럭) 죽여 봐! 죽여보란 말이야!
권과 동섭, 칼을 함께 쥔 채로 몸싸움이 벌어진다.
권, 있는 힘껏 대항하지만 동섭의 힘에 눌리며 동섭에게 향했던 칼날이 서서히 권현태쪽으로 꺾인다.
권, 사력을 다해 동섭을 밀쳐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순간 동섭과 권이 함께 바닥으로 나동그라지듯 넘어진다.
동섭의 위로 엎어진 권현태.
동섭, 숨을 헐떡이며 그대로 잠시 있다가 권현태를 밀쳐내고 보면 권현태 왼쪽 가슴부위로 찔려 들어간 칼이 보인다.
동섭, 기겁해서 옆으로 기듯이 후닥닥 비켜난다.
가슴부위에 꽂힌 칼을 보는 권현태,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에 빠져서 동섭을 본다. 권의 가슴에선 소량의 피가 흘러나온다.
동섭, 혼이 나간 표정으로 보다가 정신없이 도망치듯 밖으로 뛰쳐나간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권현태, 가슴에 꽂힌 칼을 보고 구석에 떨어져있는 자신의 핸드폰을 본다.
권, 본능적으로 가슴에 꽂힌 칼을 뽑아 내던지자 피가 흘러나온다.
권, 한 손으로 피가 흐르는 가슴을 막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는다.
하지만 구석에 놓인 핸드폰에 손이 막 닿으려는 순간 권의 손이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동섭 : (E)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땐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너무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전 단지 사과를 받고 싶었을 뿐이지 맹세코 죽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씬7. 진술 녹화실 안 (낮, 현재)
오수 : (반신반의) 죽일 의도가 없었다면 뭐 때문에 공범자를 시켜서 타로카드하고 칼을 피해자한테 보낸 겁니까?
카드키까지 훔쳐서 미리 갖다 놓고.
동섭 : (어리둥절해서) 무슨 말씀이신지.... 전 그런 적 없습니다, 절대루.
오수 : (벌컥 화내며) 피해자 사무실에 들어갈 때 카드키를 사용했잖습니까?
동섭 : (끄덕끄덕) ...예.
<플래시 컷
- 1회 씬59. 사무실 앞에 당도한 동섭, 문을 밀어보고 닫혔음을 확인하고 잠시 난감한데...
문 쪽 바닥에 떨어져 있는 카드키를발견하고 집어 들어 문을 연다. 그 위로.>
동섭 : (E) 제가 갔을 때 카드키가 바닥에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열고 들어오란 소리로 알고...
오수 : (말 자르며 버럭 E) 그게 말이 됩니까!
오수 : 당신도 모르는 사람이 그것도 조동섭씨가 오는 시간에 딱 맞춰서 카드키를 미리 갖다놓고 택배를 보냈다는 게
말이 되냐구요?
동섭 : (당황해서) 택배라뇨?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오수 : (O.L. 무섭게) 공범이 누굽니까?
동섭 : 공범 같은 건 없습니다. 전 권변호사님이 만나자고 연락을 해서
오수 : (벌떡 일어서며 말 자르는) 이것 봐요!
승하 : 강형사님.
오수 : (본다)
승하 : 제 의뢰인은 자신이 아는 사실 그대로 진술하고 있습니다. 진지하게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오수 : 변호사님 의뢰인 진술은 사실이 아닙니다.
승하 : 확신하시기 전에 조사부터 해 보시는 게 순서 같은데요.
오수 : (본다)
승하 : 최소한 피해자 사무실에서 조동섭씨 앞으로 보낸 메시지 유무는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요.
오수 : (말문이 막혀서 보는) ...
씬8. 조동섭의 쪽방 안 (낮)
조동섭이 최근까지 살았던 쪽방을 뒤지고있는 재민과 다른 형사.
살림이랄 것도 없는 허름한 방. 이동식 가스버너와 라면 봉지, 소주병, 배낭...
재민, 배낭의 지퍼를 열어 안의 것을 꺼내본다.
옷가지들과 권의 혈흔이 묻어 있는 사건 당일 날 입었던 겉옷, 그리고 소형 녹음기가 발견된다.
재민, 녹음기 들어서 요리조리 본다.
씬9. 강력5팀 복도 (낮)
상기된 표정의 민재, 한 손에 서류 뭉치 들고 빠르게 복도를 걸어간다.
오수 : (E) 의도적이 아니었다면 장갑은 왜 끼고 있었어요?
씬10. 진술 녹화실 안 (낮)
몇 시간째 이어지는 조서 작업으로 동섭은 지쳐 보이고 오수와 승하는 처음과 다르지 않은 자세다.
오수 : 처음부터 지문을 남기지 않으려고 장갑을 낀 거 아닙니까?
동섭, 대답대신 조용히 오른손을 꺼내 놓고 장갑을 벗는다. 오른 손등에 보기 싫은 화상자국.
오수 : (움찔해서 본다) ....!
동섭 : 청송감호소에 있을 때 생긴 흉텁니다. 사연을 얘기하자면 길고.. 남들한테 보이기 싫어서 장갑을 끼고 다녔습니다.
오수 : (할 말이 없는데)
동섭 : 솔직히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또 다시 감옥에 들어가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오수 : (답답한 듯 후 숨을 내 뱉는 위로)
동섭 : (E) 근데 오변호사님을 만나고 다시 한 번 사람답게 살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날 일이 녹음된 녹음테이프가 저한테 있습니다.
오수 : (눈 확 커지며) 테이프요?
<플래시 컷
- 1회 씬45. 권현태 사건 현장에 장면 중, 동섭, 녹음기가 들어있어 불룩한 잠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장면. 그 위로>
동섭 : (E) 제가 억울하게 10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고 권변호사가 인정을 하면
승하 :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잡히는위로)
동섭 : (E) 그걸 증거로 재심을 청구할 생각으로 녹음기를 갖고 갔었습니다.
오수 : (당황스러운 표정위로)
동섭 : (E) 그걸 들어보시면 제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이 될 겁니다.
오수 : 의도적이든 우발적 범행이든 그건 어차피 밝혀질거구 공범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게 누군지만 털어놔요.
동섭 : (답답하다) 공범 같은 건 정말 없습니다.
오수 : 조동섭씨!
승하 : (O.L.) 오늘은 여기까지만 조서를 꾸미시죠. 벌써 네 시간쨉니다.
오수 : (O.L. 단호하다) 상해치사든 살인이든 죄 없는 사람이 죽었습니다.
승하 : (본다)
오수 : 그 사람은 한 여자의 든든한 남편이었고 결혼을 앞둔 아들의 아버지였습니다!
승하 : (보일 듯 말 듯 입가가 비틀린다)
오수 : 퇴직 후엔 손자와 낚시하는 것을 소망하던 한 사람의 인생을 여기 있는 변호사님 의뢰인이 한 순간에 끝내 버린 겁니다!
승하 : (싸늘한 눈빛으로) 세상이 완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오수 : (본다)
승하 : 물론 형사님의 말씀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지위가 높건 낮건 가난하건 부자건 간에
사람은 누군가에겐 분명 소중한 존잽니다.
오수 : (보는) ...
승하 : 특히 가족에겐 목숨을 바쳐서라고 지키고 싶을 만큼 소중한 존재죠.
오수 : 그럼 변호사님은 좀 빠져주십쇼.
승하 : 전 경찰을 위해서가 아니라 제 의뢰인을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겁니다.
오수 : 저 역시 변호사님이 아니라 피해자를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겁니다.
승하 : (미소를 지으며) 조동섭씨는 검거된 게 아니라 자수를 한 겁니다. 그 점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오수 : (욱해서 보는데)
민재 : (문을 열고 보며) 강형사님.
오수 : (본다)
민재 : 잠깐만요.
씬11. 진술 녹화실 유리문 (낮)
오수 : (놀라서) 정말입니까?
반 : 어. 조동섭 말대로 피해자 사무실에서 그날 메시지를 보냈어.
오수 : 내용은요?
민재 : (통화 조회한 종이를 들어보며) 조동섭님 3월 21일 오후 10시 권현태 변호사님과의 상담이 예약되었습니다.
발신 번호는 피해자 사무실 번호고.
오수 : (믿을 수가 없어서) 피해자가 직접 보낸 거야?
민재 : 아니. 긴급통신 조회로 역추적해 보니까 PC방 컴퓨터에서 인터넷 폰으로 보낸 거예요.
오수 : 그럼 발신번호는 맘대로 바꿀 수 있었겠네.
민재 : 응. 그리고 인터넷 폰 가입자가 이봉규라는 남잔데.
오수 : (생소하다) 이봉규?
민재 : 6개월 전에 실종신고가 돼 있어요. 전과 기록은 없구, 재민이가 피해자하고의 관계여부를 확인하고 있어요.
반 : 어찌됐든 조동섭 진술은 사실 같애.
오수 : 아직 모릅니다.
반 : 재민이가 조동섭 방에서 녹음기를 발견했어.
오수, 순간 굳었다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유리문 안 진술실을 바라본다.
조동섭은 시선 떨구고 앉아 있고, 승하는 마치 오수를 바라보듯 유리문을 응시하고 있다.
둘의 긴장된 시선.
씬12. 도서관 자료실서가 (오후)
북트럭을 밀고 오는 해인, 앞에서 북트럭을 밀고 가는 보람이 있다.
해인 : 차 치워 주세요.
보람 : 통행료 받아야 되는데.
해인 : 에이, 좀 봐줘요.
보람 : (빙긋 웃곤 북트럭을 옆으로 비켜준다)
해인 : (밝게) 고맙삼.
해인, 북트럭을 밀고 옆 서가로 움직인다.
그러다 문득 승하가 늘 서 있던 자리에 누군가 서 있는 듯해서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주면 다른 남학생이다.
해인, 머쓱한 표정으로 다시 옆 서가로 옮겨가는데.
승하 : (E) 찾는 책이 없네요.
해인, 돌아보면 승하가 자신을 보지 않은 채 책장만 바라보고 서 있다.
해인 : (순간 움찔했다가 이내 덤덤하게) 책 제목이 뭔데요?
승하 : (그제야 돌아보며 미소) 인격과 전이.
해인 : (다가오며 혼잣말처럼) 거기 있을 텐데...
승하 : 내 눈엔 안 띄는데요.
해인 : (빙긋 웃으며) 책도 주인을 알아봐요. (책을 찾기 시작한다)
승하 : (한 걸음 물러서주며) 그럼 날 거부하는 건가?
해인 : (농담) 그런지도 모르죠. (몸을 구부려 낮은 책장까지 열심히 찾아보며) 대출됐나..
승하, 책을 찾고 있는 해인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본다. 해인의 머리카락, 해인의 손, 옆얼굴선...
승하의 얼굴에 평소와 다른 따뜻한 미소가 감돈다.
해인, 몸을 일으키려다가 무릎이 휘청한다. 승하가 본능적으로 해인의 어깨를 잡아준다. 그 순간.
<플래시 컷
- 거대한 어둠이 몰려오듯 순식간에 훅 검어지는 화면에서 곧이어 헤드라이트 불빛처럼 밝아지는가 싶더니
중년여자의 넋이 나간 듯 멍한 얼굴이 찰나처럼 보였다가 사라진다.>
해인 : (굳어 서 있다)
승하 : (스르륵 손을 때며) 괜찮아요?
해인 : (얼른 정신 차리며) 저기 잠시만 기다리세요. 확인해 드릴게요. (간다)
승하 : (바라보는)...
씬13. 도서관 자료실 데스크 (낮)
해인, 컴퓨터로 확인을 해 본다. 승하, 앞에 와 선다.
해인 : 지금 대출중이네요.
승하 : (대답대신 불쑥) 수선화네요.
해인 : 네?
승하 : (해인 책상위에 놓인 화분 보며) 이 꽃 수선화 아니에요?
해인 : (신기해서) 맞아요.
승하 : (수선화만 바라보며) 햇빛 잘 들고 바람 잘 부는 곳에 두면 더 잘 자라는데..
해인 : 꽃에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승하 : 우리 어머니가 좋아하던 꽃이었거든요.
해인 : (잔상에서 보인 얼굴이 엄마인가 싶다) 아아...저도 좋아하는데.
승하 : 그래요?
해인과 승하, 짧은 순간 할 말을 못 찾고 보다가 해인이 어색해서 얼른 시선 거두면서 괜히 허둥지둥.
해인 : 저기.. 찾으시는 책이 모레 반납 날짜긴 하거든요.
승하 : 그럼 그때 오죠.
해인 : 그러세요.
승하 : (미소를 보이고는 간다)
해인, 승하를 보다가다시 수선화 화분을 물끄러미 본다.
씬14. 도서관 복도 (낮)
승하, 뚜벅뚜벅 복도를 걸어간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승하의 얼굴에 닿았다 끊겼다 반복하면서 승하의 표정에 어두움과 밝음이 교차한다.
씬15. 도서관 창가 (낮)
창가에 수선화 화분을 놓아두는 해인, 수선화를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씬16. 호텔 복도 (오후)
강동현과 희수, 한 걸음 뒤로 석진이 따라 걸어간다.
동현 : 무료변론을 맡은 변호사가 있다는 게 사실이야?
희수 : 네. 나비서말로는 권변호사님 밑에서 시보생활을 했던 사람이래요.
동현 : 허 배은망덕한 작자로구만.
희수 : 게다가 김순기 항소심을 맡은 변호사랍니다.
동현 : (본다)
씬17. 희수 사무실 안 (낮)
석진 : 오승하라고 인권변호사로 명망이 높습니다.
동현 : (자리에 앉으며) 이래서 인권이란 수식이 붙은 인간들을 내가 신용하지 않는 거야.
쓸데없는 공명심에 사로잡혀 있는 한심한 작자들이 많으니까.
희수 : 수석합격한 인재라던데요. (석진 보며) 맞지?
석진 : 네. 연수원도 최상위 성적으로 졸업했답니다.
동현 : 그런 인간이 최악이야. 인간 도리도 모르면서 쓸데없이 머리만 좋은 놈. 오검사한테 전화 좀 넣어.
석진 : 네.
동현 : 아니야. 오수한테 먼저 전화해 봐.
씬18. 강력5팀 앞 복도 (오후)
오수 : (전화를 받고 있다) 아직 수사해얄 것도 많고 조서도 못 끝냈어.
<화면 분할>
희수 : 바쁜 거 아는데 잠깐만이라도 들러. 아버지가 궁금하신 (하는데)
동현 : (희수에게 수화기 낚아채서) 밥은 먹을 거 아냐? 저녁때라도 잠깐 들러!
오수 :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조서라도 끝내면
동현 : (말 자르며) 형사 짓이 무슨 큰 벼슬이야?
오수 : (확 굳어진다)
동현 : 여러 소리 말고 집으로 와.
오수 : 바쁩니다.
동현 : (O.L.) 집에서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는 일이라면 당장 때려 쳐!
오수 : ...
동현 : 대접도 못 받은 일에 아까운 시간 그 만큼 낭비했으면 됐어! 당장 형 밑에서 호텔 일이나 배워.
오수 : 대접을 받듯 못 받든 제가 선택한 일이고 그만 둘 생각도 전혀 없습니다.
씬19. 희수 사무실 안 (오후)
동현 : (뱉듯) 한심한 놈.
오수 : (F) 끊겠습니다. (끊는다)
동현, 괘씸해서 수화기 거칠게 내려놓는다. 하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다.
희수는 착잡한 듯 시선 내리고 있고 석진은 불편한 듯 조용히 서 있다.
씬20. 강력5팀 복도 (오후)
오수, 감정 추스르지 못하고 핸드폰을 빤히 들여다봤다가 깊은 숨을 내 쉬며 폭발직전의 심정으로 이리저리 서성인다.
그때 민재가 문 열고 보며.
민재 : 뭐 해요?
오수 : 어. (급하게 강력5팀 안으로)
씬21. 강력5팀 안 (오후)
반팀장, 민재, 오수, 재민.. 조동섭의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권변호사 살인사건 현장의 상황을 듣고 있다.
오수는 아버지와의 통화로 인해 잔뜩 신경이 날카로운 듯 예민해져 있다.
권 : (E) 당장 나가. (버럭) 나가 당장!
동섭 : (E) 찔러 봐. 겁날 거 하나도 없어. 할 수 있으면 해 봐. 왜 못하겠어? 겁나? 죽여 봐! 죽여 보란 말이야!
그 뒤 몸싸움이 벌어지는 현장음향이 잠시 나오다가 소리가 뚝 끊어진다.
민재 : 조동섭 진술이 정말 맞는 것 같은데? 어쨌든 메시지를 받은 것도 사실이구.
반 : (재민에게) 피해자하고 이봉규는 어떤 관계야?
재민 : 피해자 비서말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랍니다.
민재 : 주민번호를 도용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반 : (끄덕끄덕)
오수 : (혼잣말처럼) 공범은 분명히 있어. (재민에게) 편지는 하나도 발견 못했어?
재민 : 네.
오수 : (윽박) 샅샅이 찾아봤어?
재민 : (움찔해서) ..그럼요.
반 : 일단 이번에 택배를보낸 편의점 CCTV부터 확인하고
오수 : (생각에 골몰해서 반팀장 얘기 안 듣고 혼자 안절부절 서성이며 중얼중얼) 분명 뭔가 있어. 뭔가가 있어. 그게 뭐지?
반 : 헷갈려. 좀 조용히 해!
오수, 반팀장의 말이끝나기도 전에 무슨 생각에선지 갑자기 거칠게 뛰쳐나간다.
민재 : (따라가며) 어디가요?
반과 재민도 황당해서 보고.
씬22. 경찰서 유치장 (오후)
지키고 있던 정복경찰이 문을 열어주자마자 다짜고짜 유치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오수.
피곤한 얼굴로 앉아있던 동섭, 놀라 고개 들어 본다.
오수 : (대뜸) 난 우연 같은 건 안 믿어. 공범이 누구야?
동섭 : 없는 공범을 어떻게 말합니까. 믿어주세요.
오수 : (곤두선 채) 그럼 당신한테 편지를 보낸 사람은 누구야? 그건 알지?
동섭 : 모릅니다.
오수 : (버럭) 5년씩이나 편지를 받아놓고 모른다는 게 말이 돼?
동섭 : (겁먹은 채) 올 때마다 주소하고 이름이 틀렸습니다.
오수 : 뭐?
동섭 : 그래도 한 사람이 보낸 편지라는 건 알았습니다.
오수 : 어떻게?
동섭 : 매번 보내는 글을 달랐지만 마지막엔 항상 같은 문구가 있었거든요.
오수 : 같은 문구 뭐?
동섭 : ...신은 운명을 예정하지만 인간은 운명을 바꾼다.
오수 : (굳어서 보다가) ...그 편지들 지금 어딨어?
동섭 : (본다)
오수 : 어디다 감췄어?
동섭 : 다 태워버렸습니다.
오수 : (어이가 없다) 뭐요?
동섭 : 다 태워버렸어요.
씬23. 쪽방 근처 공터 (밤, 회상)
초췌한 행색의 동섭, 술 취한 흐릿한 눈으로 빈 페인트 통 안에서 타오르는 불 길 위로 편지를 태우고 있다.
동섭 옆엔 편지다발이 쌓여있고 먹다 남은 소주병이 있다.
타들어가는 편지의 글귀가 어렴풋이 보인다. ‘평등은 힘을 가진 사람에겐 항상 불만족스러운 것입니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니 싸우십시오.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당신 자신을 지키십시오. 신은 운명을 예정하지만 인간은 운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2007년 2월 당신의 친구로부터‘라고 쓰여 있다. 그 모습 위로.
동섭 : (E) 제가 감옥에서 10년을 썩은 건 분명 불공평한 일이었다고 날 위로하고 격려해줬습니다.
편지를 볼 때마다 힘이 나고 용기가 났어요. 그래서 권변호사를 만나 사과를 받자고 결심도 했던 겁니다.
씬24. 유치장 안 (오후, 현재)
오수 : (폭발할 듯 무섭게 쏘아보는 위로)
동섭 : (E) 하지만 현실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반팀장과 민재가 급하게 들어서는 위로.
동섭 : (E) 권변호사는 날만나주지도 않았고 같이 살던 여자도 도망가고...
동섭 : 그래서 홧김에 다 태워버렸습니다.
오수 : (대뜸 멱살을 움켜잡으며) 헛소리 집어치우고 사실대로 불어!
동섭 : (겁에 질려서) 사실입니다.
오수 : (O.L.) 개수작 하지 마!
민재 : (놀라 뛰어와서 오수 말리며) 강선배!
오수 : (멱살 잡은 채로 O.L.) 편지 보낸 놈이 공범이지! 그렇지!
반 : (버럭) 그만두지 못해!
씬25. 강력5팀 안 (오후)
반팀장 화가 나서 있는 대로 곤두서 있고 오수는 반팀장의 시선 비킨 채 고집스럽게 서 있다.
살벌한 분위기에 눈치 살피는 민재와 재민.
반 : (무섭게 화를 낸다. 버럭) 폭력경찰로 아예 옷 벗고 싶어! 저번에도 경고했지? 한 번만 더 니 멋대로 날 뛰면
가만 안둔다고 경고 했지, 내가!
오수 : .....
반 : 가뜩이나 기자들 냄새 맡고 달려드는데 경찰 얼굴에 똥칠하고 싶어!
오수 : ....
반 : 너 2차조서 꾸밀 때 빠져!
오수 : 형님?
반 : (O.L.) 나 팀장이야, 니 형님 아니야!
오수 : 팀장님.
반 : (O.L.) 빠져! 지 감정에 빠져서 멋대로 하는 놈은 형사 자격 없어! (냉정하게 말 끝내고 나가버린다)
오수 :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착잡함으로 우두커니)...
민재와 재민, 걱정스럽게 오수 보며 시선 교환하다가.
재민 : (위로하려고) 괜히 말만 저러시는 거예요.
오수 : ....
재민 : 맘 푸세요. 어차피 범인은 잡았잖아요.
오수 : (성가시다)
재민 : 공범이 있다면 뭐 이제부터 잡으면 되는 거구요.
오수 : (낮지만 무섭게) 좀 조용히 해.
재민 : (눈치 없이 저 혼자 열을 낸다) 제가요. 편의점 가서 CCTV 복사해서 철저하게 분석 할게요.
오수 : (성가셔서 죽겠다. 미간을 찌푸리며) 조용히 좀 해.
재민 : 절 믿으시라니까요. 그리고 제 생각엔 타로카드니 뭐니 그건 장난치는 것 같거든요?
왜 있잖아요, 사이코 같은 놈이 괜히 (하는데)
오수 : (말 자르며, 벌컥 화낸다) 입 좀 다물어!!
재민 : (움찔해서 보면)
오수 : 넌 이게 애들 장난 같애! 정확한 시간에 계획적으로 행동했어! 근데도 이게 장난 같냐구, 임마! (거칠게 휙 나가버린다)
재민 : (기가 죽어 서 있다)
민재 : (어깨 쳐주며) 니가 이해해라. 응? (급하게 오수를 따라 나간다)
재민 : ....
씬26. 경찰서 로비 (오후)
오수, 굳은 표정으로 빠르게 걸어가고 민재 재빠르게 따라 걸으며.
민재 : 뭘 그렇게 화를 내요? 재민인 다 선배 생각해서 그러는 건데.
오수 : (묵묵부답)
민재 : 그리고 재민이 말대로 어쨌든간 범인은 잡았잖아. 그럼 일단은 해피엔딩이고 택배 보낸 놈은 찾으면 되는 거구.
오수 : .....
민재 : 솔직히 이번에 카드 온 뒤론 사건도 없었잖아요. 어쩌면 재민이 말대로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어.
오수 : (더 빠르게 걸어가 버린다)
민재 : 아.. 꼴통 진짜. 강선배님! (따라가고)
씬27. 쪽방 안 (오후)
오수, 조동섭의 쪽방을 냄비 속까지 샅샅이 뒤지고 있다.
민재 : 냄비 속 들여다봐야 아무 것도 안 나와요.
오수 : (상관없이 찾는)
민재 : (손 놓고) 더 이상 찾을 것도 없구만.
오수 : 그 많은 편지를 전부 다 태웠다는 게 말이 돼?
민재 : 태웠다는데 어쩔 거야?
여자 : (E) 저기요.
오수와 민재 돌아보면 주인여자가 문을 들여다보고 서 있다.
민재 : 왜요, 아주머니.
여자 : 조씨한테 편지가 온 게 있는데.
오수 : (정신이 번쩍 O.L.) 편지요?
여자 : 예에. (편지 내밀며) 여기.
편지를 빠르게 휙 낚아채서 봉투를 보는 오수. 편지 봉투엔 주소가 적혀있고 발신인은 표준성이다.
오수 : 이 편지 언제 왔어요?
여자 : 조금 전에요.
오수와 민재, 긴장된 시선 교환하더니 다급하게 편지를 펼치는 오수.
편지는 컴퓨터로 작성해 프린트 한 상태.
씬28. 편의점 안 (오후)
혼자 탐문수사중인 재민.
재민 : (번쩍해서) 택배를 보낸 사람을 알아요?
직원 : 안다기보단 가끔 와서 컵라면 같은 거 사가거든요.
재민 : (마음이 급하다) 그 사람 어디 살아요?
직원 : 그건 모르죠.
재민 : 인상착의는요?
<플래시 컷
- 편의점 직원이 돌아보면 한 남자가 택배 상자를 놓는다.
남자는 권현태 사무실 CCTV에 찍혔던 카드키를 놓던남자가 썼던 모자와 잠바를 입고 있다. 얼굴은 정확히 보이지 않는다.
남자가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여러 장을 꺼냈다가 그 중 만원 한 장을 택배 상자 옆에 놓는다.>
씬29. 편의점 앞 (오후)
밖으로 나온 재민, 확신에 차서 급하게 간다. 그 위로 편지를 읽는 민재의 목소리.
민재 : (E) 친애하는 조동섭씨. 그 동안 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씬30. 달리는 차 안 (오후)
긴장된 표정으로 앞만 보고 운전하고 있는 오수. 보조석에 앉아 편지를 읽고 있는 민재.
민재 : 소식을 자주 전하지 못한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조동섭씨를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오수보며) 여기까진 그냥 안부편진데?
오수 : 계속 읽어.
민재 : 자신의 구원은 스스로의 행동 속에 있다고 한 말 기억하십니까?
오수 : (잔뜩 긴장한 표정)
민재 : 그리고 신은 운명을 예정하지만 인간은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도요. (긴장한다) 당신은 스스로 운명을 바꿨습니다.
2007년 3월 멀리서 친구가. (오수를 보며) 운명을 바꿨다는 게 무슨 뜻이지?
오수 : 조동섭이 권변호사를 죽였다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이지. 그건 권변호사가 죽길 바랬다는 뜻이구.
씬31. 연립주택 앞 (오후)
오수와 민재가 걸어온다.
민재 : 조동섭을 이용해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얘기에요?
오수 : 내 직감은 그래.
민재 : 그게 도대체 가능한 일이기나 해?
오수 : 시간을 들여서 치밀하게 준비한 일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지.
씬32. 승하 사무실 비서실 안 (오후)
여직원 혼자 기자들의 성가신 전화를 받고 있다.
여직원 : 변호사님 지금 안 계세요. 언제 오실지 모르는데요. 정말 몰라서 그러죠.
준표가 안으로 들어온다.
여직원 : 네에. (끊고는) 어디서 오셨습니까?
준표 : 변호사님 안에 계시죠?
여직원 : 안 계십니다.
준표 : ..그래요? (사무실을 둘러본다)
여직원 : 무슨 일로 오셨어요?
승하 : (들어온다)
준표 : (승하를 본다) 오승하변호사님이시죠?
승하 : (본다)
준표 : (명함을 꺼내서 내밀며) 이슈&이슈에 성준푭니다.
승하 : (담담한 표정으로 명함을 보고 준표를 본다)
준표 : 권현태변호사 살인사건에 대해 몇 가지 여쭤볼 게 있어서요.
승하 : 경찰에서 조사 중인 사건이라 아직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자기 사무실로 움직인다)
준표 : (따라가며)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피의자 조동섭씨한테 참 딱한 사정이 있더군요.
승하 : (대답 않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다)
씬33. 승하 사무실 안 (오후)
승하 : (자리에 앉는 위로 준표 얘기 계속 된다)
준표 : 아무리 상습절도라지만 보호감호 7년까지 포함해서 10년을 청송감호소에서 보낸 건 너무 가혹한 판결이었습니다.
그것도 20만원도 안 되는 물건을 훔친 죄로 말이죠.
승하 : (조용히 바라본다)
준표 : 변호사님도 피의자의 그런 사정 때문에 무료변론을 자청하신 거 아닙니까?
승하 : 아뇨. 전 조동섭씨를 동정해서 변론을 맡은 게 아닙니다.
준표 : (의아해서 본다) 그럼 뭐 때문에 변론을 자청하신 겁니까? 더군다나 피해자가 법조계 인사라서 입장도 곤란하실 테구,
검찰에선 우발적 범행으로 인정하지 않을 텐데요.
승하 : (미소를 지으며) 법조계에 대해 불신이 많으신 모양이네요?
준표 : (순간 굳어서 본다)
씬34. 승하 사무실 비서실 안 (오후)
광두, 안으로 들어오면 여직원은 자리에 없다.
승하 사무실 문 앞으로 가서 노크를 하려다 안에서 나는 소리에 손을 멈추는 광두.
승하 : (E) 조동섭씨 과거가 어떻든 그게 범죄사실을 덮어줄 순 없습니다.
다만 전 이번 건이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건이었다고 확신하고 있고
광두 : ...
씬35. 승하 사무실 안 (오후)
승하 : 그걸 증명하는 것이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뭣보다도 조동섭씨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자수를 한 입장이니까요.
준표 : 저 역시 범죄를 옹호하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사건의 동기가 궁금하고 그 진실을 알리는 것도
기자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승하 : 하지만 자칫 피해자한테 누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준표 : (피식 웃으며) 사실대로 기사를 쓰면 되는 거겠죠. 사실은 분명 하나일 테니까.
승하 : 물론 그렇죠. 하지만 사실에 대한 해석은 관련된 사람의 수만큼 존재합니다.
준표 : 글쎄요... 전 지금까지 있는 그대로 기사를 썼고 이번 기사 역시 그럴 겁니다.
승하 : (의미 있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러시군요.
씬36. 어느 연립주택 앞 (오후)
오수와 민재, 평범한 연립주택 안에서 나온다. 편지봉투에 적힌 주소와 연립주택을 번갈아보며 올려다보는 오수.
민재 : 엉터리 주소야. 표준성이란 인간도 안 살잖아요.
오수 : 근데 왜 하필 여기 주소를 적은 거지?
민재 : 조동섭도 그랬잖아요. 편지 올 때마다 주소하고 이름이 달랐다구.
오수, 그래도 미련이남아서 연립주택을 올려다본다.
연립주택 중 한 집 베란다 창문에 아이가 있는지 만화캐릭터 스티커들이 붙어있다.
민재 : 시간 낭비야. 그만 가요.
오수 :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데)
민재 : 가자니까아. (핸드폰이 울린다. 받으며) 어.... (눈 커지며) 정말이야?
오수 : (휙 돌아본다)
씬37. 경찰서 한 곳 (오후)
재민, 급하게 나오면서 민재와 통화중이다.
재민 : 이번에 택배를 보낸 놈이 권현태 사무실 CCTV에 찍힌 놈하고 인상착의가 똑 같아요.
(좀 신경질) 편의점 CCTV 확인했다니까요! 모자하고 잠바랑 아무튼 동일인이 분명해요.
씬38. 연립주택 앞 (오후)
오수와 민재 차로 가면서 민재는 계속 통화중이다. 오수는 통화 내용에 촉각이 곤두 서 있다.
민재 : 이번 건 자기가 직접 보냈다는 거야, 그럼?
<화면분할>
재민 : (급하게 걸으면서) 그렇다니까요. 게다가 그 편의점에 가끔 와서 컵라면 같은 걸 사간데요.
민재 : (오수와 차에 오르며) 정말이야?
재민 : 아 진짜 다들 왜 내 말을 그렇게 안 믿어요.
민재 : 왜 신경질이야?
재민 : 암튼요. 편의점 앞으로 잠복 들어가니까 그리로 오세요.
<화면 오수와 민재 앞으로 오며>
민재 : (끊으며) 아 그 자식 되게 까칠하게 구네.
오수 : (O.L.) 동일인이라는 게 무슨 소리야?
씬39. 멈춰진 차 안 (오후)
연립주택 앞. 오수, 운전석에 타고 민재 보조석에 앉아있다.
오수 : (차 키만 켜놓고 혼자 생각에 골몰하다)
민재 : 안가요?
오수 : (중얼거리듯) 이상하네..
민재 : 뭐가?
오수 : 그렇게 용의주도한 인간이 이번엔 왜 이렇게 허술하지?
민재 : 범인을 잡아도 걱정. 용의자가 나타나도 걱정. 선배도 늙었나부다.
오수 : (아이처럼 확 째려보고 시동 켠다)
씬40. 서점 안 (오후)
석진, 책을 고르고 있다가 문득 한쪽을 보면, 영철이 서점 직원 앞에서 우물쭈물 얘기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확인하려는 듯 책을 놓고 영철을 다시 살피는데
서점 직원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석진 쪽으로 걸어오던 영철의 시선과 마주친다.
당황한 영철, 순간 시선을 돌리고는 석진을 지나쳐 가려는데.
석진 : ..혹시.
영철 : (화들짝 놀라서 본다)
석진 : (웃으며) 맞네, 김영철. 나 석진이야.
영철 : ...어.
석진 : 졸업하고 처음보네.
영철 : ...어.
석진 : 책 사러 왔어?
영철 : (갑자기 심하게 더듬는다) 아..아니. 갈게.
석진 : (팔 잡으며) 영철아.
영철 : (순간 움찔해서 본다)
석진 : (친절한 웃음으로) 차라도 한 잔 할까? 나 요 앞에 호텔에 근무하거든. 우리 호텔 커피숍에서 (하는데)
영철 : (다급하게 말 자르며) 아..아냐. 가봐야 돼. (도망치듯 빠르게 간다)
석진 : (영철의 태도에 마음이 편치 않은 듯 착잡한 시선으로 영철을 바라본다)
씬41. 거리 (오후)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영철, 좀 전과는 다르게 사납게 일그러져 있다.
씬42. 타로카페 안 (밤)
해인과 주희가 오수 맞은편에 앉아있다.
오수 : 그럼 조동섭이 자백한 상황이 해인씨가 읽은 부분과 일치한다는 겁니까?
해인 : ...네.
<플래시 컷
- 2회 씬73에서 해인이 증거품에서 읽어낸 영상
- 권현태가 순간 책상 쪽으로 몸을 휙 돌려서 잭나이프를 집어 든다.>
해인 : 칼을 먼저 집어든 건 분명 피해자였어요.
오수 : ..그래요.
주희 : 저기요. 도대체 왜 우리 타로카드를 훔쳐갖고 흉악한 범죄현장에 놓고 간 거래요?
오수 : 그건 아직 모릅니다. 저기 이거. (정의카드를 내 놓는다)
해인 : (보더니 확 굳어진다)
주희 : 정의 카드네.
오수 : 범인이 자수한 그 날 누군가 나한테 택배로 보낸 겁니다. 편지도 있었는데 그건 못 갖고 왔어요.
해인 : 편지엔 뭐라고 쓰여 있었는데요?
오수 : 모든 요소가 하나의 전체를 이루고 있다. 하나하나가 밀접하게 살아서 움직인다.
해인 : (중얼거리듯) 파우스트.
오수 : 네?
해인 : 파우스트란 책에 있는 문구예요.
오수 : 그게 어떤 내용입니까?
주희 : 강형사님은 파우스트도 안 읽어봤어요?
오수 : 그럼 주희씬 읽었어요?
주희 : 당근이죠.
오수 : 내용이 뭔데요?
주희 : 글쎄...그게 너무 오래 돼서...뭐였더라. (하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손님 왔나부다. (얼른 빠져 나간다)
오수 : (풀썩 웃곤 해인을 보며) 어떤 내용입니까?
해인 :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데..
오수 : 그냥 무조건 간단하고 쉽게.
해인 : (훗 웃곤) 신의 섭리를 알고자 했던 파우스트란 노학자가요. 늘 새로운 깨달음에 목말라 하다가
씬43. 성당 안 (밤)
아무도 없는 성당 안에 혼자 앉아 앞을 응시하고 있는 승하. 승하의 눈빛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슬프다.
해인 : (E)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자신의 영혼을 맡기고 현세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추구해요.
그래서 순결한 소녀를 얻게 되고 결국 소녀를 파멸시켜요. 자신도 파멸로 치닫구요.
씬44. 타로 까페 안 (밤)
오수 : 그래서 전부 싸그리 다 망하고 마는 그런 얘깁니까?
해인 : 그건 아니구요.
오수 : 그럼요?
해인 : 직접 읽어보세요. 파우스트가 파멸하고 마는지 아니면 구원을 받게 되는지.
오수 : 소설책 읽을 시간이 어딨습니까? 나쁜 놈 잡을 시간도 모자라는데.
해인 : (웃곤) 근데 왜 그런 글을 강형사님한테 보냈을까요?
오수 : 잡아보면 알겠죠. (정의 타로카드를 쓱 해인 앞으로 밀어준다)
해인 : (카드를 본다)
씬45. 성당 안 (밤)
승하, 성당 밖으로 나가려는데 미사를 드리기 위해 들어서는 해인모.
해인모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는 승하.
승하 : 저녁 미사 드리러 오셨어요?
해인모 : (웃는 낯으로, 고개 끄덕이곤 수화) 가시는 길인가 봐요.
승하 : 네.
해인모 : (수화) 성당 일에 도움을 많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승하 : 아닙니다. 제가 아주머니께 받은 게 훨씬 많은 걸요.
해인모 : (수화) 제가 변호사님께 해 드린 게 뭐가 있다구요.
승하 : (그저 미소를 짓는다)
해인모 : (수화) 근데 수화는 언제 그렇게 배우셨어요?
승하 : (직접 수화를 하며) 오래전부터 아주 조금씩이요.
해인모 : (미소 지으며) 변호사님은 참 좋은 분이신 것 같아요.
승하 : (조금 쓸쓸한 미소로 고개를 가로 저으며) 그렇지 않아요.
씬46. 준표의 원룸 안 (밤)
협소하고 초라한 오피스텔.
어두운 실내에서 컴퓨터 모니터 불빛만이 빛을 발하고 있고 그 앞에 앉아있는 남자의 뒷모습. 성준표다.
준표, 자판을 두드린다. 모니터에 보이는 글 귀.
‘자수한 변호사 살해범 조 모씨, 그는 누구인가? (큰 글씨) ‘광기 어린 스토커인가? 억울한 희생양인가? (작은 글씨)
거기까지 쳐 놓고 가만히 모니터를 응시하는 준표, 뭔가 다부진 결의가 담겨있다.
씬47. 타로카페 안 (밤)
<정의>타로카드에 손을 대고 집중하고 있는 해인.
오수와 어느 틈에 와 있는 주희가 해인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해인, 카드를 집은 손이 유난히 떨려오고 해인이 고통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린다.
그 위로 꼬마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플래시 컷
- 놀이터에 설치된 뱅뱅 돌아가는 놀이기구.
- 인형을 내미는 남자의 손.
- 씬36의 연립주택의모습. 한 집 베란다 창문에 붙어있는 만화 캐릭터 스티커. 그 앞에 서 있는 양복 입은 남자의 구두 신은 발.
- 남자를 올려다보는 소라의 해맑은 얼굴에서>
해인, 눈을 번쩍 뜨곤 가쁜 숨을 몰아쉰다.
주희 : 괜찮아?
오수 : (동시에) 해인씨?
해인 : (아직 잔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듯 멍해서 보는)...
씬48. 카페 앞 (밤)
해인과 오수가 함께 나와 차로 걸어가며.
오수 : 연립주택이 확실합니까?
해인 : ..그런 것 같아요.
오수 : (뭔가 심증이 간다) 그럼 직접 가서 보면 확인할 수 있겠어요? 제가 좀 짚이는 데가 있거든요.
해인 : 그래요?
오수 : 네. 오늘은 좀 늦었구 내일 같이 가줬으면 좋겠는데.
해인 : (흔쾌히) 점심시간엔 괜찮아요.
오수 : 고맙습니다. (차 문 열어주며) 타세요.
해인 : 혼자가도 괜찮아요.
오수 : 팀장님한테 혼납니다. 타세요, 어서.
하며 오수, 무심코 해인의 등에 손을 대는 순간 해인이 굳은 채로 오수를 휙 돌아보는 위로.
소년오수 : (E) 상관하지 않으면 될 거 아니에요!!
<플래시 컷
- 강동현의 거실 안. 소년 오수(17세)의 뺨을 후려치는 동현. 오수, 독기어린 눈빛으로 자신 앞에 서 있는 동현을 노려본다.
동현, 노기가 “쓰레기 같은 놈! 한심한 놈!”
오수, 입 꽉 다물고 부친을 노려보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른다.>
해인 : (굳어 서 있다)
오수 : (심상치가 않아서) ...왜 그래요?
해인 : ....아무것도..아니에요. (차에 오른다)
오수, 의아한 표정으로 보다가 순간 드는 직감으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씬49. 달리는 차 안 (밤)
어색한 침묵 속에 앉아있는 오수와 해인.
오수 : (어렵게) ...저기.
해인 : (본다)
오수 : 혹시 집중하지 않고두 뭔가 읽어낼 수 있는 겁니까?
해인 : (좀 미안하다) 아주...가끔이요. 아주 가끔.
오수 : 아.. 그렇구나.
두 사람, 잠시 어색한 침묵.
오수 : (분위기 바꾸려고) 아 참, 그 정의타로카드요. 의미가 뭐예요?
해인 : 기본적으로는 균형적인 사고와 공평한 결정이 필요한 때가 왔다는 걸 암시해요.
정의의 여신이 왼손에 들고 있는 저울이 그걸 상징하거든요.
오수 : ....
해인 :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오른손에 있는 칼이에요.
오수 :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지며) 칼이요?
해인 : 양날의 칼이죠.
씬50. 승하의 거실 (밤)
승하, 안으로 들어와서 가방을 놓고 겉옷을 벗어서 놓는다.
그리고 오디오를 켜고 냉장고 문을 열고 캔맥주를 꺼내드는 일상적인 모습위로.
해인 : (E) 칼의 양날은 창조와 파괴, 생명과 죽음을 뜻해요.
그래서 어느 쪽으로 읽느냐에 따라서 카드가 예시하는 앞날이 달라져요.
씬51. 해인의 집 앞 (밤)
멈춰진 오수의 차 안에서 내리는 오수와 해인.
해인 : (앞에 말 이어서) 문젠 카드를 보낸 사람이 칼의 양날 중 어느 쪽을 생각하고 보냈느냐는 거예요.
오수 : (골똘하게 생각하는)...
해인 : 여기에요.
오수 : (멈추고 해인의 집을 본다)
해인 : 바래다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수 : 내가 더 고맙죠.
해인 : 조심해서 가세요. (하고 돌아서는데)
오수 : 저기요.
해인 : (보면)
오수 : 어떤... 기분이에요?
해인 : 뭐가요?
오수 : (조심스럽다) 그러니까.. 저기 아까요. 집중하지 않고도 나한테서 뭔가 읽었잖아요. 그럴 때 기분이 어떤가 해서..
해인 : (미소로) 마음에 걸리세요?
오수 : 아뇨. 그런 뜻이 아니구요. 그냥 자기가 보고 싶지 않은 걸 본다는 게 좀 별루겠다 싶어서요.
해인 : 별루예요.
오수 : (본다)
해인 : 아주 별루였어요. 근데 우리 엄마가 그러셨어요.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선물이니까 소중하게 생각하라구.
오수 : (빙긋 웃는)
해인 : 그리고 집중하지 않으면 그런 일 별로 없으니까 너무 겁먹지 마세요. 또 항상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오수 : (진지하게) 혹시... 로또 당첨 번호 같은 건 미리 알 수 없어요?
해인 : (순간적으로 골목 끝을 가리키며) 어, 저기!
오수 : (휙 돌아보며) 왜요? (골목엔 아무것도 없다. 다시 해인 보며) 뭡니까?
해인 : 정신 차리세요, 강형사님!
오수 : (겸연쩍어서 푹 웃고)
해인 : 가세요. (하며 집 안으로 들어가고)
오수 : 내일 전화 할게요!
이미 문이 닫혔다. 오수, 아쉬운 듯 잠시 그대로 문을 바라보다가 이내 발길을 돌려 급하게 차로 간다.
그때 골목 끝에 숨어 오수를 지켜 보고 있는 구두 신은 발.
씬52. 편의점 안 멈춰진 차 안 (늦은 밤)
민재, 편의점 앞을 응시하며 졸려서 하품을 늘어지게 하는데 오수가 차에 탄다.
편의점 앞엔 재민이 캔 커피를 마시며 신경 곤두서서 잠복을 하고 있다.
민재 : (다짜고짜) 서해인씨가 뭐래요?
오수 : 뭘?
민재 : 지금 만나고 온 거 아니에요?
오수 : (딴소리) 재민이 저 자식, 저녁은 먹었냐?
민재 : 신경은 쓰이나부네. (캔 커피 마시면서) 이러다 밤새 허탕 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오수 : (긴장된 시선으로 편의점 앞 응시하며) 언젠간 나타나겠지. 오늘 아니면 내일, 내일 아니면 모레.
(민재의 캔 커피 뺏어서 마신다)
민재 : 내가 먹던 건데..
오수 : 아 치사하게.
민재 : 그게 아니라, 나도 여잔데.
오수 : 니가 여자냐? 강오수 파트너 이민재 형사지.
민재 : (좀 섭섭해지는)...
<시간 경과>
밀려오는 졸음에 눈꺼풀이 내려오는 오수, 화들짝 눈을 뜨고 밖을 보면 재민은 뚝심 있게 버티고 서 있다.
오수, 시계를 본다. 새벽 1시.
오수 : 아 갑갑해서 미치겠네.
밖으로 나가려고 오수가 문손잡이를 잡는 순간,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남자.
권현태 사무실 CCTV에 카드키를 놓고 갔던 남자와 같은 모자, 같은 잠바차림의 체격까지 비슷해
영락없이 동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고개 푹 숙인 채 편의점으로 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재민도 이미 남자를 발견한 듯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오수, 시선은 남자에게 고정된 채 자고 있던 민재를 흔든다.
오수 : 민재야.
민재 : (번쩍) 네!
오수, 시선으로 창밖을 가리키고는 날렵하고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밖으로 나간다. 긴장해서 따라 나가는 민재.
오수와 편의점 쪽에 있는 재민과 시선을 교환하면서 걸어가는데 남자가 상황을 눈치 채고 우뚝 멈춰 선다.
오수도 우뚝 멈추고 긴장하는 순간, 재민이 뛰어가 와락 남자를 덮친다.
하지만 무작정 휘두른 남자의 팔꿈치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고 휘청하는 재민.
그 순간 남자가 미친 듯이 달아나고 오수도 정신없이 남자를 전력질주해서 따라간다.
민재 : (따라 뛰면서 재민에게) 괜찮아?
재민 : (인상구기며 대답도 않고 정신없이 따라 뛰고)
남자와 오수, 민재, 재민 순서대로쫓고 쫓기는 상황.
씬53. 서민 주택가 골목 (늦은 밤)
비슷비슷한 서민주택이 모여 있는 좁은 골목 사이로 재빠르게 달려가는 남자.
오수, 죽을힘을 다해 끈질기게 쫓아간다. 그 뒤로 민재와 오수가 달려온다.
갈림길을 만난 오수, 잠시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이다가 뒤에 오는 민재와 재민을 향해 한쪽 가리키며 “이쪽!”하고는
자신은 다른 방향으로 간다. 민재와 재민도 한 골목으로 꺾어 들어간다.
남자, 미친 듯이 허름한 집을 지나쳐서 달려가고 그 뒤에서 달려오던 오수, 쓰레기봉투를 들고 대문을 나서던 여자와 부딪친다.
깜짝 놀라 기겁하는 여자.
오수, 미안하단 말을 할 정신도 없이 남자를 향해 뛴다.
씬54. 막다른 골목 (늦은 밤)
뛰어와서 막다른 골목 앞에서 주춤하는 남자, 어리보기 우왕좌왕하는데 오수가 와서 멈춰 선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남자를 바라보는 오수. 그 뒤로 민재와 재민도 뛰어와 멈춰 선다.
더 이상 갈 데도 없는 걸 알고 포기하듯 형사들의 눈치를 살핀다.
체포해 하듯 재민에게 고개 짓 하는 오수. 재민과 민재, 빠르게 가서 남자의 팔을 붙든다.
씬55. 강력5팀 안 (늦은 밤)
오수 앞에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봉규(30대 후반), 수염도 깎지 않은 추레한 몰골에 세수도 며칠은 하지 않은 인상이다.
그 옆에 반팀장과 기세등등한 재민, 다른 형사. 민재는 자리에 없다.
봉규 : 전 죄 진 거 아무것도 없는데요.
재민 : 죄도 없는데 왜 도망갔어요?
봉규 : 아니 그게 갑자기 막 덤비고 떼거지로 따라오니까 무서워서 그냥.
오수 : (모자를 휙 벗긴다) 맞네, 이 모자. (봉규의 잠바 보며) 옷도 맞고.
재민 : (의기양양) 맞다고 했잖아요, 제가.
오수 : 조동섭 알지?
봉규 : (고개를 마구 흔들며) 몰라요.
오수 : 이봉규씨가 인터넷 폰으로 메시지 보냈잖아?
봉규 : (어리보기) 인터넷 폰이 뭔데요? 저 그런 거 모르는데.
오수 : 여기로 택배 보냈잖아, 당신이?!
봉규 : 택배 보내면 안 되나요?
오수 : (허 웃는)
봉규 : 저는요, 그냥 어떤 신사가 택배를 좀 보내달라고 하길래
오수 : (순간 이상해서 봉규의 손을 본다. 맨 손이다. 그 위로)
봉규 : (주절주절 E) 택배를 보낸 거구. 그 사람이
<플래시 컷
- 2회 씬37. 권현태 사무실 앞 CCTV 화면 속에 카드키를 놓고 가는 남자. 그는 검은색 가죽장갑을 끼고 있다.>
오수 : 장갑 어쨌어?
봉규 : 무슨 장갑이요?
오수 : 검은색 가죽장갑!
반과 재민도 상황이 다른 쪽으로 흐르는 것 같아 긴장하는 표정 위로.
봉규 : (E 주절주절) 봄에 가죽장갑은 무슨, 그리고 가죽장갑 살 형편도
오수 : (말 자르며) 그 옷하고 모자 어디서 산거야?
봉규 : 아 이거요. 그 신사분이 공짜로 입으라고
오수 : (남자를 살피는 위로 봉규 주절주절 떠든다)
봉규 : (E) 돈도 주시고 택배만 부쳐주면 되니까
오수 : (말 자르며, 재민에게 무섭게 본다) 편의점 CCTV에서 장갑 낀 거 확인했어?
재민 : (쭈뼛) 안 꼈던 것 같습니다.
오수 : 같은 거야? 그런 거야?
재민 : 안 끼고 있었습니다.
오수 : (답답하고 열 불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씬56. 진술 녹화실 유리문 안 (늦은 밤)
오수와 반팀장이 봉규를 데리고 서 있다. 그들의 시선에서 보여지는 진술실 안으로 민재가 조동섭을 데리고 들어온다.
오수, 날카로운 눈빛으로 봉규의 태도를 살핀다.
봉규, 호기심 가득해서 유리문 안의 조동섭을 빤히 쳐다본다. 누군지 전혀 모르는 눈치다.
오수, 잘못 짚었다 싶어 낭패한 표정으로 반팀장과 허탈한 시선 교환한다.
씬57. 경찰서 한 곳 (늦은 밤)
기가 죽어서 고개 푹 숙이고 자책에 빠져있는 재민. 그 앞으로 자판기 커피 한 잔이 쓱 내밀어진다.
재민, 올려다보면 오수다. 재민, 바짝 군기가 들어 벌떡 일어선다.
오수 : 받어.
재민 : (컵 받고) ...죄송합니다. 괜히 저 때문에..
오수 : 괜찮아, 임마. 그럼 뭐 한 방에 끝날 줄 알았어?
재민 : 제가 CCTV만 제대로 확인했어도 생고생은 안 했을 텐데..
오수 : 우린 뭐 인간 아니냐? 실수도 할 수 있지. 그리고 솔직히 나쁜 놈들은 대체적으루 DHA가 많은 생선회를 잘 먹어.
우린 짜장면이구. 그러니 잔머리에서 우리가 밀려.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한 방에 잡어. 안 그래?
재민 : (살그머니 미소가 감돈다)
오수 : 게다가 나쁜 놈들은 주말엔 쉬잖아. 우린 걔들이 주중에 친 사건 땜에 주말도 없구, 그러니까 체력에서도 밀리는데
어떻게 한 방에 잡냐구.
재민 : 그럼 어떡해요?
오수 : 뭘 어떡해, 임마. 나쁜 놈은 무조건 잡아야지.
재민 : 예?
오수 : (어깨 툭 치며, 겸연쩍은 미소로) 낮엔 미안했다.
재민 : ..아..닙니다.
오수 : 그리고 너 머리 좀 감아라. 쉰내 난다. (간다)
재민 : (배시시 웃고는 쫓아간다)
씬58. 강력5팀 안 (늦은 밤)
벽시계는 이미 5시를 넘고 있다.
오수는 자기자리에 앉아서 이봉규의 진술을 듣고 있고 민재가 이봉규를 취조하고 재민도 옆에 있다.
반팀장은 자리에 없다.
민재 : 택배 부탁한 남자, 어떻게 생겼어요?
봉규 : (하품을 하면서) 아주 점잖게 생겼어요.
재민 : 점잖게 어떻게요?
봉규 : (생각하면서) 머리가 하얗고.
씬59. 편의점 앞 (낮, 회상)
양복은 입은 남자의 뒷모습, 흰머리가 많은 머리카락(가발), 봉규 앞으로 택배 상자를 내민다.
남자는 검은색 가죽장갑을 끼고 있다. 그 위로.
봉규 : (E) 콧수염을 아주 멋있게 기르고요. 아 맞다 선글라스를 썼어요. 아주 비싼 것 같드라구요.
씬60. 강력5팀 안 (늦은 밤)
민재 : 말은 했어요?
봉규 : 그럼요.
민재 : (기운이 빠진다) 그럼 다리도 안 절었겠네.
봉규 : 멀쩡 하든데요.
오수, 후우 답답한 듯 크게 숨을 쉬며 의자를 돌려서 벽을 바라본다.
씬61. 승하 집 거실 (아침)
오디오를 켜는 손. 음악이 흐른다.
샤워를 막 마치고 나온 듯한 승하, 목을 이리저리 천천히 돌리면서 음악을 감상하듯 눈을 감는다.
씬62. 승하 침실 (아침)
승하, 와이셔츠 걸치고 정돈된 손길로 천천히 단추를 채워나간다.
재민 : (E) 현직 변호사가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피살당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지난 21일 발생하자
씬63. 강력5팀 안 (아침)
반팀장은 소파에서 자고 있고 민재, 인터넷에 실린 ‘이슈&이슈’의 기사를 보고 있다. 재민은 그 옆에서 소리 내서 기사를 읽는다.
오수, 이를 닦고 칫솔 들고 들어오는 위로.
재민 : 법조계는 법치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충격적인 일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그러나 네티즌을 중심으로 한 여론과
시민단체들은 다소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론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는 점이 바로
살해범 조모씨의 억울한 10년 옥살이다.
민재 : 찬반양론이 팽팽하네.
오수 : 사람이 죽었는데 찬반이 어딨어?
민재 : 죄 값은 받아야 하지만 조동섭 인생도 불쌍하다 뭐 그거지.
오수 : (못마땅하다)
씬64. 승하 사무실 안 (아침)
막 출근하는 승하를 뒤 따라 들어오는 광두.
광두 : 기사 때문에 네티즌들이 아주 시끄럽네요. 조동섭에 대한 동정론도 만만치 않구요.
승하 : (담담하게) 그래요?
광두 : 법조계 쪽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승하 : 그렇겠죠.
광두 : 괜찮으시겠습니까?
승하 : (미소로 뜬금없이) 전 사무장님이 참 좋습니다.
광두 : (본다) ...?
승하 : 조용하게 절 걱정해주시는 유일한 분이거든요.
광두 : (쑥스럽다) 별 말씀을요. 아 참, 오늘이 김순기 출소하는 날입니다.
승하 : (무심히) 그런 가요?
씬65. 경찰서 한 곳 (낮)
오수와 민재 걸어온다.
민재 : 이봉규 말대로 서울역 근처에서 노숙하고 있다는 거 확인했어. 인터넷 폰도 누군가 이봉규 이름을 도용한 거구.
오수 : 풀어줘.
민재 : 그래도 아직은
오수 : (O.L.) 원아웃 1루 더블플레이야.
민재 : 무슨 소리야?
오수 : 우리가 완전히 엿먹었다구.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 (가고)
민재 : 어디가? 기자 브리핑 있는데.
오수 : (가면서) 니가 들어가.
민재 : 강선배!
오수 : (간다)
씬66. 연립주택 앞 (낮)
오수와 해인이 걸어와 멈춰 선다.
오수 : 여깁니다.
해인, 연립주택을 올려다본다. 해인의 시선이 문득 어느 집 베란다 창에 멈춘다. 만화 캐릭터가 붙어있는 창문이다.
<플래시 컷
- 해인이 읽어낸 잔상(씬47)속 연립주택의 모습. 한 집 베란다 창문에 붙어있는 만화 캐릭터 스티커.>
해인 : 맞아요. 여기에요.
씬67. 연립주택의 한 집 (낮)
문을 열고 서서 오수와 해인을 바라보고 있는 30대 초반의 가정주부로 보이는 여자.
오수 : 표준성이란 사람 혹시 이 집에 삽니까?
여자 : 아뇨.
오수 : 이름도 못 들어보셨나요?
여자 : 네. 처음 들어요.
그때, 딸로 보이는 여자아이(7세)가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오수와 해인을 본다.
오수, 저 아인가 싶은 눈빛으로 해인을 보면 해인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씬68. 도서관 한곳 (낮)
오수와 해인이 걸어오면서...
오수 : 만약 무작위로 주소를 써서 보낸 거라면 해인씨가 그곳 영상을 봤을 리가 없잖아요.
해인 : 어떤 식으로든 그 연립주택이 택배를 보낸 사람과 관계가 있다고 봐야죠.
오수 : (끄덕인다)
해인 : (조심스럽게) 제 생각엔 택배를 보낸 사람이 강형사님을 잘 알고 있는 사람 같아요.
오수 : (본다)
해인 : 강형사님한테 문제를 내듯이 단서를 하나씩 주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그 얘긴 강형사님이 해답을 알고 있다는 얘기가 되구요.
오수 : 나도 그렇게 생각은 되는데 도무지 잡히는 게 없어요. 게다가 이번 사건의 범인은 이미 자수를 했습니다.
해인 : ....
오수 : 범인은 잡았는데 공범은 없고... 타로카드하고 칼은 현장에 있었고... 우연이라고 하기엔 모든 게 너무 정확해요.
해인 : 정의 타롯이 온 뒤론 별 일 없었나요?
오수 : 아직까진요.
해인 : 저기요. 조동섭이란 사람한테 편지가 언제부터 왔던거죠?
오수 : 그 사람 말대로라면 5년 전쯤 되는 것 같은데.
해인 : 연립주택은 언제 지어진 건데요?
오수 : (그 말에 뭔가 번쩍 생각나듯 해인을 본다)
씬69. 강력5팀 안 (낮)
문을 박차듯 열고 급하게 들어오는 오수.
오수 : (민재에게) 그 연립주택 언제 지어진 건지 좀 알아봐.
민재 : 그건 왜요?
오수 : 연립주택이 들어서기 전에 다른 집이 있었는지 만약 그렇다면 소유자는 누구고 지금은 어디 사는지.
민재 : 알았어.
씬70. 허름한 단독 주택 앞 (낮)
정연, 한 손에 간단히 시장 봐 온 것 들고 걸어오다가 순식간에 창백해져서 걸음을 멈춘다.
영철이 사 준 인형을 꼭 끌어안고 있는 소라 앞에 대식과 덩치남자가 서 있다.
대식 : 야 너 진짜 이쁘게 생겼다. 몇 살이냐?
소라 : (천진난만하게 손가락 여섯 개를 펴 보이는 순간)
정연 : 소라야!
정연, 뛰어와서 소라를 자신의 뒤로 돌려세우고 대식을 본다.
대식 : 아유, 오랜만이네.
정연 : (소라에게) 방에 들어가 있어. (집 안으로 밀어 넣듯 하며) 어서.
대식 : (들어가는 소라에게) 소라야, 담에 아저씨가 맛있는 거 사줄게.
정연 : 어서 들어가. (밀어놓고 문 탁 닫고 대식을 본다)
대식 : 아줌마 딸 진짜 이쁘다. 내가 확 데려다 키우고 싶네, 그냥.
정연 : (몸이 덜덜 떨리면서도) 왜 이래요?!
대식 : 아줌마한텐 예쁜 딸이라도 있지. 나한텐 돈이 자식이야.
정연 : ....
대식 : 근데 아줌마가 내 자식 데려가서 안 주잖아. 그거 유괴야. 나는 받은 데로 갚아주는 사람이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정연 : (끄덕이며) 갚을 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대식 : 너무 오래 기다렸잖아. 원금을 못 갚으면 성의라도 보여주든가.
정연 : 그럴게요. 그럴게요.
대식 : 사일. 만약 (하다가 갑자기 기침을 한다. 겨우 멈추고) 이것 봐. 아줌마 땜에 몸살이 다 났잖아.
정연 : ....
대식 : (무섭게 얼굴 들이대며) 사일이야. 만약 또 토끼면 소라는 다신 못 볼 줄 알어!
정연 : (새파랗게 질린다)
씬71. 호텔 로비 (오후)
희수, 핸드폰으로 나희와 통화중이다. 그 뒤로 석진이 조용히 따라간다.
희수 : 필요한 거 있으면 나비서한테 연락하고.. 어. 내일 저녁 비행기로 올 거야.
씬72. 석진 오피스텔 앞 (오후)
시장을 한 아름 봐 들고 걸어오며 통화하는 나희.
나희 : 잘 다녀와요. 식사 잘 챙겨먹구요.
전화 끊고 현관 키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나희의 표정이 밝다.
씬73. 진술 녹화실 안 (오후)
2차 조서를 받고 있는 조동섭과 승하, 조서를 꾸미고 있는 오수와 그 옆에 민재.
오수 : 표준성이란 사람 정말 모릅니까?
동섭 : (지쳐서) 모른다고 몇 번을 말씀드렸잖습니까?
오수 : (후우 답답한 숨을 내 쉬는데)
승하 : 이제 더는 드릴 말씀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내용을 있는 그대로 조서로 꾸며주시죠.
오수 :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고 본다)
승하 : (시선 피하지 않고 보는)...
씬74. 강력5팀 안 (오후)
반팀장 : (오수에게) 피의자 진술대로 조서 꾸며서 검찰로 송치해.
오수 : 하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가.
반 : (말 자르며) 공범이 있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잖아. 조동섭 진술을 뒷받침 해 줄 증거는 수두룩하고.
오수 : 만약 누군가 조동섭을 뒤에서 조종한 거라면
반 : (말 자르며) 좋아 그렇다 쳐. 그래서 택배를 보낸 사람을 잡았어.
근데 그 놈이 이 사건과 상관없고 장난 친 거라고 주장하면 그만이야.
재민 : 피해자 사무실 카드키를 놓고 갔잖아요.
오수 : 우연히 주운 걸 놓고 간 거라고 주장하겠지.
반 : 그러니까 이 사건은 여기서 종결져. 상해치사든 살인이든 그건 검찰에서 판단할 거니까.
오수 : ....
씬75. 경찰서 한 곳 (오후)
동요 없는 표정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오는 승하.
오수 : (E) 저번에 그러셨죠?
승하, 돌아보면 오수가 다가온다. 승하의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가 잡힌다.
오수 : (대뜸) 권변호사님이 스승 같은 분이었다구.
승하 : 그런데요?
오수 : 스승을 살해한 사람을, 그것도 자청해서 변론을 맡으신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승하 : 강형사님은 범인을 선택해서 검거합니까?
오수 : 그것과는 다른 문젭니다.
승하 : 다르지 않습니다. 범인을 검거하는 건 형사님 일이고 날 찾아온 사람을 변론하는 건 내 일입니다.
오수 : 나하곤 참 인생관이 다르시네요.
승하 :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유감입니다. 난 동질감을 많이 느꼈는데. 그럼 또 뵙죠. (간다)
오수 : (헛웃음을 웃는다)
승하 : 아 그리고 참.
오수 : (본다)
승하 : 전 이번 사건을 조동섭씨의 정당방위까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수 : (확 구겨져서 노려본다)
승하 : (미소를 지어 보인다)
씬76. 석진 오피스텔 안 (밤)
앞치마 차림의 나희가 식탁에 저녁상을 차려놓고 있다. 마치 이 집의 안주인 같은 느낌이다.
초인종이 울리자 나희, 반갑게 현관으로 가서 도어폰으로 석진임을 확인하고 얼른 문을 열어준다.
나희 : 왔어요?
석진 : (기분이 좋다) 찌개 냄새 좋다.
하며 문을 닫으려는데 누군가의 손이 불쑥 그 문을 잡는다.
석진, 놀라서 휙 돌아보면 막 출소한 순기가 서 있다. 철렁하는 느낌으로 기겁해서 보는 석진.
순기는 무심히 나희를 보고 있다. 당황한 나희, 황급히 안으로 모습을 감춘다.
순기 : (시선으로 나희를 쫓으며) 너 장가갔냐?
석진 : (당황) 아.. 아니. 근데 어떻게 된 거야?
순기 :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면서) 그럼 애인이야?
석진 : 일단 나가자. (순기를 끌고 밖으로 나간다)
한 곳에 몸을 감추고 있는 나희, 심장이 요란하게 고동치는 듯 심장에 손을 대고 있다.
씬77. 석진 오피스텔 현관 앞 (밤)
석진 : 전화도 없이 이렇게 불쑥 찾아오면 어떡해?
순기 : 핸드폰이나 받고 그따위 소리 해. 내 전화 일부러 안 받았지?
석진 : (순기의 팔 끌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면서) 오해하지 마.
순기 : 친구가 출소를 했는데 어떻게 친구란 놈들이 하나도 마중을 안 나오냐?
석진 : (계속 끌고 가면서 신경은 오피스텔 안 나희에게 가 있는 채로) 너 나오는 거 아무도 몰랐어. 난 깜빡했구.
순기 : 깜빡 같은 소리하고 있다. 야, 근데 어딜 자꾸 끌고 가는 거야?
석진 : 친구 환영식 해야지.
순기 : 니 애인도 나오라 그래, 그럼.
석진 :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며) 애인 아니라니까. 사촌동생이야.
순기 : 구라치고 있네.
석진 : 진짜야, 임마. (불길하고 불안한)
씬78. 고급 바 (밤)
안으로 들어와서 두리번거리는 오수의 시선에 석진, 대식, 순기가 한쪽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탁자엔 고급 양주와 안주가 즐비하다.
오수, 인상 찌푸리며 그들 쪽으로 간다.
오수 : (밝게) 야 김순기!
순기 : 어, 왔어.
대식 : (자리 비켜주며) 여기 앉으시죠. 강형사님. (기침을 한다)
오수 : (앉으면서) 너 아직도 감기 안 났어?
대식 : 그러게 말이다.
오수 : 병원에 좀 가봐. (순기에게) 축하한다.
순기 : 축하는 뭐.
대식 : 이게 다 오수 덕분 아니냐. 희수형이 니 합의금 물어주지 않았으면
순기 : (O.L.) 당연한 거 아냐.
대식 : 이 자식은 근데. 그게 왜 당연하냐?
석진 : (얼른) 야야 다들 모였으니까 건배라도 하자. (하며 오수 술잔에 술 따르고)
오수 : (술 받으면서) 근데 왜 하필 이런데서 만나냐? 난 소주가 좋은데.
대식 : 순기 이 자식이 양주 아니면 안 된다잖냐.
석진 : 자 건배하자.
순기 : 기다려. 올 사람 있어.
오수 : ? (보고)
대식 : 누가 또 와?
순기 : 내 은인. (하다 입구 쪽 보곤 벌떡 일어선다) 여깁니다!
모두의 시선이 입구 쪽으로 쏠리고.
오수, 입구 쪽을 바라보면 승하가 서 있다. 확 표정이 굳어지는 오수.
미소를 띤 표정으로 오수네 자리로 걸어오는 승하.
오수 : 저 사람이 여기 왜 와?
석진 : 순기 항소심 변호사야.
오수 : (놀라서) 뭐어?
순기 : (승하에게) 어서 오십시오. 여긴 제 친구들입니다. 다들 인사해 내 은인이신 오변호사님이야.
승하 : (오수보며 뜻밖이라는 듯) 여기서 뵐 줄은 몰랐네요, 강형사님.
오수 : (전혀 반갑지 않다) 그러게 말입니다.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