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얀거탑] 07
S#1. 몽타주
전회와 이어지고...
달리는 차 안...
유정진 : 특단의 조치...라면...?
주완 : 전에 얘기 했었죠.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우리 후보를 부각시킬 수 있는 복안이 있다고... 걱정 마세요. (결연한 표정)
달리는 준혁의 차
희재 : (샴페인 꺼내 보이며) 한 병 밖에 없는 건데... 미리 땄다가 내일... 무르게 되면 알지...?
준혁 : (웃으며) 무슨 소리! 걱정 마. 내일은 이 장준혁의 날이 될 테니까.
차 안에 탄 주완과 준혁의 얼굴이 번갈아 교차되고...
INS) 병원 전경 (아침)
S#2. 너스 스테이션
미라, 병동 복도를 걸으며 병실에 "회진 준비해주세요" 하며 지나고 있고,
스테이션의 동일과 의국원들 분주히 챠트, 필름 챙겨 들고 회진 준비한다.
수술 내복 위에 가운만 걸친 준혁과 건하, 민승 바쁜 걸음으로 스테이션으로 온다.
의국원과 간호사들 준혁에게 인사하고...
엘리베이터 열리면서 상일과 함께 내리는 주완. 인사 받고 바로 복도로 향한다.
주완 : (준혁에게) 수술 있었나?
준혁 : 네. 지금 막 끝내고 오는 길입니다.
주완 : 오늘 심포지엄도 있어 바쁠텐데 특진환자 아니면 나머지 수술은 돌리지 그래?
준혁 : 괜찮습니다. 시간 조절 해 놔서.
주완 : 무리할 거 없어. (상일에게) 홍선생이 좀 나눠 하지?
상일 : (준혁의 눈치 본다)
준혁 : (애써 상일에게 끄덕이고)
상일 : 그렇게 하겠습니다.
미라, 한 병실 앞에 서 있고.
주완의 일행 안으로 들어간다.
S#3. 내과 병동 복도
회진을 마치고 병실에서 나오는 용길과 의국원들.
도영, 딴 생각에 빠진 양 걷는데...
용길 : (도영에게) 컨퍼런스 좀 대신해. 곧 교수회의가 있어서 말야...
도영 : (멍하니) 네.
용길 : 그리고 환자들 정리 좀 하지. 통원으로 충분한 환자들이 너무 많아. 무슨 합숙소도 아니구 말야...
스테이션으로 달려 나온 진주 모. 간호사에게 "진주가 이상해요..."
도영, 얼른 달려가고. 은혜, 용길에게 목례하고 쫓아간다.
용길, 멈칫하고 본다.
도영과 은혜, 진주 모 병실로 달려가고...
용길 : (의국원에게) 뭐야?
의사 : 진주라고... 간모세포종 환잔데... (하는데)
용길 : (들어보나마나라는 표정으로) 됐어. 됐어. 교수회의하는 동안 외래환자는 최도영 선생한테 돌려. (가고)
용길,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의국원들, 고개 숙여 인사한다.
S#4. 진주 병실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기진맥진해 있는 진주를 청진하는 도영.
안절부절못한 엄마, 곁에 은혜, 간호사 서 있다.
도영 : (청진기 빼며) ICU로 옮겨.
간호사 : 네. (하고 나가고)
도영 : (진주모에게) 중환자실로 옮겨야겠습니다.
진주 모 : (놀라) 네?! (털썩 의자에 앉고)
도영 : (부탁한다는 투로) 하선생... (하고 나가고)
은혜 : (진주 모 달래며) 폐렴이 좀 심해졌어요...
진주 모 : (진주 곁으로 가서) 진주야... 눈 떠봐... 진주야?
S#5. 대회의실 앞
여직원, 문에 "출입금지" 팻말 걸어 놓는다.
S#6. 대회의실
오경환을 필두로 기다란 테이블에 과장들 앞에 놓인 이력서 보고 있다.
주완, 유정진, 그리고 용길과 하익현 등 서로 자신만만한 표정이고...
사무장외 2명 정도 진행을 돕기 위해 서 있고, 한쪽에 투표함이 마련되어 있다.
오경환 : 전국 공모 형식으로 지원받은 10명의 후보 중에서 연령, 업적, 인물 면에서 난점이 있는 5명을 1차로 제외했고,
남은 5명에서 다시 최종 후보 3명을 남겼습니다. 본원의 장준혁 교수(우용길과 하익현이 보이고),
존스 홉킨스의 노민국 교수(주완과 유정진 보이고), 그리고 전주 분원의 문상명 교수(박창식 일파 보이고) 등이
그 면면입니다.
S#7. 의국
상일, 건하 컴퓨터 보고, 원서 등을 보며 있고...
동일, 한쪽에서 컴퓨터로 준혁의 수술 스케줄을 훑어보고 있는데...
민승 옆을 지나치다 동일의 어깨 너머로 들여다보고는 머리를 쥐어박는다.
민승 : 그냥 얘기 하라고 임마.
동일 : 교수님 바쁘시잖아요...
민승 : 왜 이렇게 소심하냐? 아... 이 답답아... (하는데)
준혁, 들어온다. 다들 인사하는데...
동일, 뭐에 들킨 양 얼른 일어나 화면을 가리고.
준혁 : 누가 답답이야? (앉고)
민승 : 그게요...(하는데)
동일 : (하지 말라고 민승을 잡는다)
건하 : 아무 것도 아닙니다. 교수님 차 한 잔 드릴까요?
준혁 : (애들을 훑어보다) 염! 뭐야?
동일 : (눈치보며) 아...닙니다.
민승 : (바로) 동일이 어머님이 GB 스톤 진단 받으셨대요. 로컬에서. 근데, 교수님께 부탁드리고 싶은가봐요. 동일이가...
건하 : 무리하지 마십쇼 교수님.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준혁 : (동일을 빤히 본다)
동일 : (눈 마주치면 얼른 고개 숙인다)
준혁 : (픽 웃고 상일에게) 홍선생 내 오후 수술 맡아서 해. 과장님이 기회 주고 싶으신 거 같던데.
상일 : 죄송합니다.
준혁 : 죄송은. 무슨 도둑질이라도 돼? 쓸데없는 겸손이다.
상일 : 그래도...
준혁 : 됐어. 나야 편하고 좋지 뭘. 염 데리고 들어가. 의국장하고 민승이는 심포지엄 도와야 되니까.
상일 : 네.
준혁 : (일어나며) 그럼 수고들 해. (풀 죽은 동일 옆을 지나치다) 어머님 오시면 바로 얘기해.
응급으로 돌려서라도 내가 해 줄 테니까.
동일 : (놀라 대답도 못하고 눈만 똥그래져서 본다)
준혁 : 싫어? 의국장 니가 해라. 동일이가 내가 하는 게 싫은 거 같다.
동일 : 아뇨. 아뇨... (90도로 절하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교수님...
준혁 : (어깨 툭 쳐주고) 의국장, 애들 너무 기죽이면서 키우는 거 아냐?
준혁, 웃으며 나가고 뒤따라가는 건하와 민승 차례로 동일을 쥐어박고 나간다.
그래도 마냥 좋은 동일...
S#8. 대회의실 앞
준혁, 복도를 걸어오다 회의실 문 앞에 다다르며 천천히 걸음이 멈춰지고.
회의실 문 앞 "출입금지" 팻말 본다.
회의실 문을 가만히 보다... 각오를 다지듯 표정을 굳히고 당당히 걸어간다.
S#9. 대회의실
사무장, 화이트보드에 차기 외과 과장 선거라 적힌 글 귀 아래
장준혁, 노민국, 문상명을 차례대로 쓰고 돌아서면...
용길 : 위원장님, 이제 시작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오경환 : (끄덕이고) 선거에 들어가기에 앞서... 비뇨기과 나일운 과장님은 학회 관계로
부재자 투표를 하고 가셨음을 알려드립니다. (봉투를 들어보이고) 자, 그럼... 투표에 들어가겠습니다.
주완 : (손을 드는) 저...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모두들, 주완에게 주목을 하면...
주완,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본다.
모두들, 주완의 말을 기다리고...
주완 : 저는 기권하겠습니다.
용길부터 차례로 '무슨 소리야...?' 하는 표정과 웅성거림...
오경환, 가만히 보고 있다.
주완 : 우선 후보에 제가 키운 두 명의 사랑하는 제자 문상명 교수와 장준혁 교수가 있습니다.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저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학문과 업적을 공정하게 평가해서
노민국 후보를 지지하고 싶어도 제자들을 외면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정당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는 것이 제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양해 해 주시기 바랍니다.
용길 파와 박창식 파의 당혹스런 표정들...
유정진, 역시 당혹스럽지만 감동한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데...
오경환 : 과연... 이주완 과장님 훌륭합니다.
용길 파와 박창식 파, 다시 한번 놀라는데...
기초파 과장들, 고개를 끄덕이며 감동하고...
주완,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는 숙연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가는데...
문 앞에 서 있던 진행요원, 문을 열어준다.
S#10. 대회의실 밖
엄숙한 표정으로 나온 주완, 슬며시 미소가 떠오른다.
복도를 걸어 나오는 주완...
S#11. 대회의실
오경환 :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다른 교수들, 서로 눈치를 보며 앞에 놓인 종이에 기표하고 하나 둘 투표함에 넣으러 가고...
용길, 하익현, 박창식 등 심란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S#12. 대강당 앞
준혁, 전화 통화를 하며 나온다.
건하와 민승, 이것저것 지시하며 행사 준비하고 있는 모습 분주하고...
준혁 : 네, 아버님. 지금 한창 투표 중에 있을 겁니다. 네.... (웃고) 긴장은요 뭐... (몸을 돌리다가 놀라는) ....!
주완 : 잘 되고 있나?
준혁 : 좀 이따 전화 드리겠습니다. (끊고) 과장님...?
주완 : (문 안쪽을 보며) 잘 되고 있는 모양이군...
준혁 : 어떻게 지금 여기에...?
주완 : (진지한) 어... 기권했어.
준혁 : (기겁) 네?
주완 : 그게 내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공정한 선택인 거 같아서 말이야. 심포지엄 준비 다 되면 내 방으로 연락 해. (가고)
준혁 : (놀라고) ...!
준혁, 이게 뭐지... 하는 당혹함을 보이다 얼른 휴대폰을 꺼내는데...
S#13. 대회의실
투표함에 넣고 돌아와 자리에 앉는 교수들.
용길과 하익현의 진지한 표정...
유정진, 괜히 흐뭇한 듯 미소를 머금고... 박창식, 재밌게 돌아간다는 듯 피식 웃는.
사무장에 의해 오경환 교수 앞에 투표함이 놓여진다.
오경환 : 개표를 하겠습니다. (투표함을 개봉하고)
용길, 하익현, 유정진 등 긴장을 하는데...
오경환 : (하나 꺼내) 노민국.
용길, 하익현, 놀라고... 유정진, 끄덕이고...
화이트보드에 장준혁, 노민국, 문상명 이름이 씌여져 있고...
노민국 밑에 바를 정자가 쓰여지기 시작하고...
S#14. 민원장실
민원장, 전화 받고 있고... 유필상, 차를 마시고 있는데...
민원장 : 기권이라니...? 이주완이 기권을 해?!
유필상 : (차를 마시다 기겁) 기권? 그게 무슨 소리야?!
S#15. 대강당 앞 안내석
유미라, 안내석을 정리하고 있는데...
강당에서 수술 내복에 가운만 걸친 민승이 나온다.
민승 : 금방 있었는데... 의국장님 못 봤어?
유미라 : 좀 전에 급하게 어디 가시든데...근데 함선생님 옷 안 갈아입어요?
민승 : 아 참... (하며 간다)
S#16. 대회의실 밖
건하, 손바닥에 장, 노, 문이라 씌여있고, 그 밑에 바를 정자를 그려가고 있다.
뒷문 틈으로 개표하는 모습이 힐끗힐끗 보인다.
오경환 : (E) 장준혁... 문상명...
볼펜으로 문을 살살 밀면, 문이 조금 더 여유있게 열린다.
다시 바를 정자를 하나 그리고...
S#17. 준혁의 교수실 앞
주완, 준혁의 방 앞을 지나며 묘한 미소를 흘리고 자신의 방으로 향하고...
S#18. 대회의실
오경환 : (꺼내) 노민국
유정진, 흠흠 어깨 펴고... 하익현, 답답한데... 용길은 처연하다
오경환 : (꺼내) 노민국.
유정진, 역시나하고... 하익현, 용길보면.. 용길, 조금 심각해지는데...
S#19. 학교 일각
민국과 오남기 교정을 걷고 있다.
오남기 : 일정에도 없던 특별 강의라 놀랐겠지만... 우리 학교가 나은 최고의 인재를 그냥 보낼 수 있냐고
학장님께서 성화를 하셔서 말야...
민국 : 과찬이십니다.
오남기 : 강의 신청자가 넘쳐났다고 들었어. 그게 다 무슨 뜻이겠어?
민국 : (미소)
오남기 : 근데 자네 입에서 먼저 나올까 싶었는데 결국 내가 꺼내야겠군.
민국 : ?
오남기 : 선거 말야. 지금 한참 진행 중 일 텐데... 어때?
민국 : 뭐... 그냥 편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남기 : 그래. 투표는 그저 요식행위라고 생각해. 결과야 뻔한 거 아니겠어?
민국 : (미소 짓는데)
S#20. 피부 관리실
수정과 용길 처, 가운차림으로 나란히 누워 얼굴축소경락을 받고 있다.
마사지를 받으면서 대화를 해서 발음이 우스꽝스럽다.
용길 처 : 자긴 얼굴이 CD만하면서 뭐하러 축소경락을 받어?
수정 : 저 아직 CD보다는 크거든요.
용길 처 : (마사지 받다 고개들어 잠시 보곤) 지금쯤 자기 남편, 과장 되지 않았을까?
수정 : (벌떡 일어나다 마사지사의 제지받고) 정말요?
용길 처 : 시간이 그렇게 됐잖아. 한번 불러줄까?
수정 : 네?
용길 처 : 어머, 명인대학병원 외과과장 장준혁 사모님 아니세요?
수정 : (장난받는) 네에~ 그런데요? 왜 그러시죠?
용길 처 : 아, 네에~ 좀 이따 우리 미용실 가는 거 맞지요? 명인대학병원 외과과장 장준혁 사모님.
수정 : 네에~ 그렇습니다.
동시에 킬킬 거리는 수정과 용길 처.
S#21. 민원장실
민원장과 유필상 마주 앉아 심각하다.
민원장 : 한 표라도 더 땡겨야 할 판에... 대체 무슨 속셈일까요. 형님?
유필상 : (곰곰히...)
민원장 : 뭐라고 말씀 좀 해 보세요...
유필상 : 가만 좀 있어봐. 나도 생각지도 못한 변수라 정리가 안 된다니까. 기권...? 그럴 수가 없는데...
민원장 : 말 그대로 정말 양심에 걸려 포기하겠다는 건 아닐까요?
유필상 : (절래절래) 이주완 과장이 남들 의식해서 품위니 격식이니 풍기면서 살지만 이번 액션은 그런 냄새가 아냐...
민원장 : (바로) 아니면요? (하며 뭔가 나온다 싶은 듯 바짝)
S#22. 대회의실
화이트보드에 장준혁 5표, 노민국 7표, 문상명 3표...
유정진, 득의만면... 이제 용길, 하익현은 심각하고... 박창식은 무표정인데...
오경환 : (E) 노민국..... 문상명..... 장준혁...
이름이 바뀔 때마다...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는 유정진, 하익현, 박창식...
오경환, 마지막 표를 꺼내든다.
오경환 : 마지막입니다.
다들 그 한 표를 뚫어져라 바라보는데...
S#23. 도영의 연구실
도영, 어깨에 수화기를 끼고 책상에서 분주하게 자료들을 챙기다 전화 끊고.
은혜, 랩 챠트 여러 개를 들척이며 들어오는데...
도영 : 하선생. 바쁜 일 없으면 외과 의국에 가서 진주 초기 검사 자료 좀 찾아 와. 아무도 없는지 전화가 안 되네.
은혜 : (대답 않고 가만히 본다)
도영 : (챠트만 챙기며) 셀렉션한다고 가져갔는데 왜 안 가져왔지...(하다 은혜를 본다) 왜? 지금 뭐 할 일 있어?
은혜 : (무뚝뚝하게) 아뇨. 가져 올게요 (돌아서는데)
도영 : 하선생, 나한테 뭐 할 말 있어...?
은혜 : (돌아서 보고) 모르겠어서요. 교수님 이렇게까지 하셔야는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아시잖아요. 진주 이젠 어떤 것도 소용없는...(하는데)
도영 : (자르고) 지금 좀 가져다 줘. 고마워 (하고 다시 일한다)
은혜 : (한마디 하려다 말고 나간다)
도영 : (그제야 손을 멈추고 의자에 털썩 앉아 생각에 잠긴다)
S#24. 강의실
포스터가 전시된 방이고... 한 켠에 커피 브레이크가 있다.
준혁, 초조한 듯 커피를 쭉 마셔버리고 종이컵을 구긴다. 다시 커피를 따르는데...
주완 : (들어오며) 우리 차례가 어떻게 돼?
준혁 : 아, 세 번째입니다.
주완 : 하필 후임 교수를 선출하는 날에 심포지엄을 열어서 좀 심란하겠군.
준혁 : 아닙니다. 결과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일에 지장을 받진 않습니다.
주완 : 어쨌든 내 기권 표에 대해서 기분 나쁘게 생각하진 마. 자네도 나중에 내 입장되면 그럴 수밖에 없을 거야.
준혁 : 그 입장이 되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때 건하가 뛰어든다...
건하, 주완과 준혁을 발견하고 멈칫하는데...
주완 : 결과가 나왔나 보군. 어떻게 됐어?
건하 : (눈치 보이고) ...
준혁 : 말해. 괜찮아.
건하 : 결과는... 장교수님... 12표.
준혁, 소스라치게 놀라고,
주완, 기쁨을 감추고 안타깝다는 듯...
건하 : (눈치보며) 노민국 교수님 11표...
주완, 실망하고...
준혁, 그런 주완을 냉정하게 보는데....
주완, 다시 온화한 표정으로 준혁을 보는데...
S#25. 민원장실
유필상, 가만히 앉아 곰곰이... 민원장, 왔다 갔다 안절부절이다...
민원장 : 12표라니... 12장이 뭐야... 17표 이상은 될 거라고 믿었는데...
30표 중에 반도 안 되게 나왔다는 게 말이 됩니까 지금?
유필상 : 그러게 말야... 대 여섯 표가 분산 된 이유가 뭘까...?
민원장 : (앉고) 근데 지금처럼 과반수가 안 되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유필상 : 결선을 가겠지...(하다... 탁 떠오른 듯) 그거 였구만...
민원장 : 그거?
유필상 : 모험이지. 코너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문다고...이주완네도 판이 어떻게 돌아갈지 정확한 진단이 안 된 거야.
그러니 이대로는 힘들겠다 싶었겠지...
민원장 : (아!) 그럼 그 기권이 결국...
유필상 : 불확실한 표들을 동정표로 잡겠단 거야. 분위기를 타겠단 속셈이지...
허... 이주완이 그 꼼수를 짜내고 얼마나 좋아했을까...
민원장 : (다급하게) 그러다 정말 제대로 먹히면 우리가 계획했던 표까지 다 날리게 되는 거 아닙니까 이거...?
유필상 : 아냐. 확실히 못 박은 부동층 열 표는 걱정 없어. 다만 우리도 아직 확실히 감을 못 잡은 기초파가 관건이지.
그 사람들은 휴머니즘이 어떠니... 저떠니...부터 찾는 인간들 아냐...
민원장 : 그렇게 따지면 박창식 과장 쪽도 아직 자리 잡은 표는 아니죠...
유필상 : (끄덕이며, 심각하게) 지금 분위기로 결선을 가면 게임 끝이야...
민원장 : 끝... (절대 안 된다는 듯 고개 저으며 이를 악무는데...)
S#26. 대회의실
화이트보드에 장준혁 12표, 노민국 11표, 문상명 7표...
하익현, 낭패감이고... 유정진, 아쉽다는 표정...
박창식 일당, 곤혹스러워 하고... 오경환 천천히 일어선다.
오경환 : 총 투표수 30표에서 과반수에 해당하는 16표를 획득한 후보가 없기 때문에 교수회의 규정에 의해
상위 2명의 결선 투표로 차기 외과 과장을 선출하겠습니다.
우용길 : 다시 결선 투표를 하게 된 이상 1주일 정도 시간을 두고 임시 교수회의를 거친 뒤에 실시하는 게...(하는데)
유정진 : (자르고) 1주일까지 기다릴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다음 주에도 학회 일정이 있는 분들이 계실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결선 투표를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하익현, 깜짝 놀라고...
용길, 유정진을 속을 뚫어보듯 보면 정진, 시선을 피하면서도 미소를 보이는데...
S#27. 달리는 차 (밤) (회상)
뒷자리에 몸을 앞으로 해서 유정진에게 얘기하는 주완...
주완 : 과반수를 못 얻게 되면, 그 자리에서 결선 투표를 하도록 분위기를 몰아줘요.
유정진 : 네? 왜 그렇게 해야 하는 겁니까?
S#28. 강의실 밖
준혁, 전화 통화 중이다.
준혁 :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전화 드리겠습니다.
S#29. 민원장실
유필상, 민원장을 향해 팔로 X 표를 그려대고...민원장, 서서 전화하는데...
민원장 : (흥분한) 절대 안 돼. 지금 결선을 가면 무조건 끝이야. 필패야... 필패... 자네를 떠난 표가 돌아 올 리가 없어...
분위기를 탈거란 말야. 이주완이는 바로 그걸 노린 거야...
S#30. 대회의실
오경환 : 이번 선거 과정을 지켜보니... 각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이 도가 지나칠 정도로 심한 듯 합니다.
또한 선거 분위기도 여느 정치판처럼 과열 혼탁 양상을 보였다는 거 다들 잘 아실 겁니다.
여러분들이 동의하면, 지금 바로 결선 투표를 하겠습니다.
과장들, 일부분 동의하고...
용길 :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진료 부원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다음 투표일까지 엄정한 선거를 치룰 수 있도록 관리하겠습니다.
오경환 : 분명히 해 두지만... 선거관리는 위원장인 제 소관입니다.
용길 : (애써 미소보이며 죄송하다는 듯 고개만 까딱하며 익현을 본다)
하익현 : (얼른) 위원장님... 아무래도 지금 당장은 곤란하다고 봅니다. 기권표야 상관없지만...
부재자 투표를 하신 나과장님 문제는 어떡합니까? 그 분의 정당한 의사 표명없이 투표를 진행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무효가 아닐까요?
오경환, 끄덕이고... 용길, 안도하듯 표정을 푸는데...
유정진 : 그럼, 사무장이 나과장님께 전화해서 누구를 찍으실지 듣고 기표해서 투표함에 넣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교수들, 동조하는 분위기이고...
용길과 익현, 정진을 탁 쳐다보고... 박창식 양쪽을 번갈아 보는데...
하익현 : 안됩니다! 그건 선거 원칙에 위배됩니다.
민주주의 4대 선거원칙이 뭐겠습니까? 보통, 평등, 직접, 비밀 선거 아닙니까?
박창식 : (치고 들어가듯) 옳으신 말씀입니다. 교수 협의회에 속한 과장님들은 누구나,
단 한 표씩, 자신이 직접, 비밀리에 투표하는 게 바로 원칙 아니겠습니까?
하익현 : (의외지만) 그, 그렇습니다.
교수들, 끄덕이고...
한방 먹은 유정진, 머리를 쥐어짜는데...
오경환 : 일단 나과장님과 연락을 취해 봅시다. 듣기론 시내 호텔에서 학회가 있다고 하던데...
잠깐 오셔서 투표를 하실 수 있을 지 알아보도록 하죠.
용길 : 그건 너무 결례가 되지 않겠습니까? 학회 중이실텐데...
오경환 : 결례인지 아닌지 그것도 알아봅시다. 사무장, 전화하세요.
사무장, 전화를 거는데...
용길, 표정 변화 없이 꼿꼿하게 있는데... 익현, 초조한 얼굴이 역력하다.
유정진, 한 건 한 얼굴로 기세등등한데... 박창식, 그런 정진을 빤히 보고 픽 웃는.
S#31. 의국
민승, 옷 갈아입는데 노크 소리 들리고 대답도 하기 전에 문이 벌컥 열린다.
민승, 돌아보면 들어오는 은혜.
민승, 얼른 옷으로 가리는데... 은혜, 신경도 안쓰고.
은혜 : 염선생 어디 갔어요?
민승 : (뭐야? 하는 시선 주고, 퉁명스럽게) 모르겠는데요.
은혜 : 진주... 이 진주라고 초기 결과지 여기 있다고 하던데... 어딨는지 알아요? (책상 위를 둘러보는데)
민승 : 것도 모르겠는데요.
은혜 : 어떻게 아는 게 하나도 없어요? 급한데 좀 찾아 줄래요? (하며 다가오고)
민승 : (얼른 돌아서서 후다닥 옷을 입으며) 잠깐만요...
은혜 : 저건가 보다 (하며 민승의 등 뒤에 바짝 다가와 팔을 뻗는데)
문이 벌컥 열리면서 동일이 들어오고, 놀란 민승이 돌아서면서 거의 은혜와 안고 있는 상황이 된다.
동일, 눈이 커지고... 민승과 은혜, 태연하게 서로 일하는데...
은혜 : 왔어? (진주 자료 들고) 진주 자료 가지러 왔어. 수고해 (나가고)
동일 : ... 뭐예요? 지금...
민승 : (단추 채우며) 뭐가 뭐야? 못 들었어? 자료 가지러 왔다 잖아.
동일 : 선배는요?
민승 : 옷 입는 거 안 보여? (얼른 시계보고) 아...늦었다. (얼른 나가고)
동일 : (이상한데... 싶은 입이 댓발 나와 노려본다)
S#32. 대회의실
전화 신호음 이어지는데...
사무장 : 아, 나과장님, 저 사무장입니다.
용길, 하익현 놀라고, 박창식도....
유정진, 회심의 미소를 짓고...
S#33. 대회의실 밖
핸드폰을 귀에 댄 채 안을 들여다보던 건하, 재빨리 몸을 돌린다.
건하 : (긴밀하게) 통화가 연결됐습니다.
S#34. 대강당 앞
전화를 받으면서 나오는 준혁...
준혁 : (다급하게) 그래서 어떡하겠데?
S#35. 달리는 차
나과장 : 네... 학회가 일찍 끝나 들어가는 길인데... 가서 투표하면 되겠네요.
S#36. 대회의실
사무장, 전화를 끊고.
사무장 : 1시간 안에 도착 하신 하신답니다.
오경환 : 그럼 1시간 후에 다시 모이기로 합시다. 만약 말없이 그냥 가시는 분 있으면, 교수 회칙에 의거 무단이탈로 간주,
기권 처리하겠습니다. (일어서면)
유정진, 재빨리 일어나 나가고...
하익현과 용길, 낭패스런 표정으로 일어서고...
그들 양쪽을 박창식, 음모의 눈길로 보며 일어나고...
S#37. 대회의실 밖
건하, 재빨리 사라지고 나면...
오경환, 나오고...
뒤이어 용길, 하익현, 유정진, 박창식 등등 쏟아져 나온다.
S#38. 병원 일각
준혁, 창밖을 보며 골똘히 생각을 하는데 건하, 달려온다.
건하 : 교수님, 1시간 뒤에 다시 시작 한다고 합니다.
준혁 : (끄덕이고)
건하 : 근데 유정진 과장님은 바로 결선 투표를 이어가자고 계속 주장하시던데... 왜 그러시는 거죠?
준혁 : (생각하다) 선거, 얼마 후에 다시 한다고 했지?
건하 : 1시간이요. 나과장님 오시는대로 시작한다고 하셨거든요.
준혁 : 나과장님이 오면 한다... (뭔가를 생각하는 듯)
S#39. 민원장 병원 앞
전화 받으며 나오는 민원장과 유필상.
민원장 : 그래서?
준혁(F) : 나과장님이 오냐 안 오냐에 따라 달렸습니다. 그래서... 아버님께서 방법을 좀 찾아주셔야겠습니다.
민원장 : (끄덕이고) 찾아보지. 끊어봐.
유필상 : 뭘 찾아 달래?
민원장 : 나과장 해결 방법... (하고 씩 웃으며 곰곰이...)
유필상 : (알겠다는 듯 씩 웃고) 사위 놈도 제법 판을 아네...
민원장 : (전화 걸고) 어, 사무장 일 하나 처리해라.
S#40. 용길의 교수실
용길과 하익현 마주 앉아 차 마시고 있다.
하익현 : 시간은 없고 큰일이네요.
용길 : 그런 양반인 줄 몰랐는데... 무섭네...
하익현 : 무섭죠. 1시간 안에 오신다는데...
용길 : (짜증나는) 하과장은 일일이 설명을 해 줘야 말 귀를 알아 듣나?
이주완 과장이 기권이라는 카드를 내밀수도 있다는 생각 했어?
하익현 : 그럴 줄은 꿈도 못 꿨습니다. 정말입니다.
용길 : 꿈? 그럼 앞으로 일은 하과장 꿈 꿀 때를 기다려보면 미리 아나?
하익현 : ... 죄송합니다.
용길 : 됐고.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까 차후를 대비해서 표 관리나 잘 해.
하익현 : 근데 나과장님이 오시면...
용길 : 아직 안 왔잖아...?
하익현 : 아... 네. 그렇죠... (찻잔을 드는데)
용길 : (누르듯) 아직 안 왔으니까 시간이 남아도는 거 같나? (노려본다)
하익현 : 아닙니다. 그럼 전 나가서 방법을 찾겠습니다. (얼른 나가고)
용길 : (고개를 절래절래) 그 머리로 퍽이나...
S#41. 주완의 교수실
주완과 유정진 마주 앉아 있다.
주완 : 장준혁이나 문상명, 그리고 우리쪽 모두 겹쳐진 표가 있긴 해도 서로 자기쪽 표가 17, 8표는 된다고 생각했을 거야.
유정진 : 죄송합니다. 제가 더 열심히 뛰어다녔어야는데...
주완 : 그런 말 듣자는게 아니라... 의외인건 장준혁이한테 12표 밖에 나오지 않았다건
혹 내 기권이 일종의 감동을 준 게 아닐까 싶어요. 장준혁쪽으로 마음을 굳혔던 교수들이 움직여 진 것 같단 말야...
유정진 : 그럼 그게 모두 계산 된... 이과장님의 그 구구절절한 호소가 계산된 명대사라는 건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주완 : (시침 뚝) 계산 된 연기니, 대사니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 난 오직 내 진심이 운 좋게 감동표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 할 뿐인데... 유과장 마저 그렇게 오해를 하면 내가 꼭 권모술수나 쓰는 사람 같잖아...
유정진 : (놀라) 아닙니다. 알죠.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이과장님처럼 점잖고 신사적인 분께서 그럴리가요...
우연히 그런 결과가 만들어 진 거겠죠. 그럼요...
주완 : (좀 풀어진) 심포지엄 때문에 시간이 얼마 없어서 요점만 얘기 하죠. 어쨌든 나과장이 오는 대로
투표는 시작 될 텐데 유과장님이 잘 이끌어 가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주길 바랍니다.
유정진 : 네, 걱정하지 마십쇼. 분위기는 이미 넘어 왔다고 봅니다. 먼저 일어서야겠습니다.
선거 전에 박창식 과장님 의중을 좀 파악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럼 전... (나가고)
주완 : (흐뭇하게 끄덕이고)
S#42. 도로 일각
승용차 한대가 달리다 미끄러지듯 유연하게 유턴해서 반대쪽 도로에 탁 서고.
사내 : 사거리 앞에 도착했습니다.
S#43. 민원장실
민원장, 책상에 앉아 계산기 두드리며 전화 받으며 끄덕인 후 끊고. 수첩에 적는다.
사고비용 - 800만원.
S#44. 대회의실
과장들이 절반 정도 들어와 있는 상태이고...
사무장 : 나 과장님, 어디쯤 오고 계십니까?
S#45. 작은 교차로
나과장 : 거의 다 왔어요. 앞으로 5분에서 10분?
사무장 : (F) 그럼, 준비하고 기다리겠습니다.
나과장 : 괜히 저 때문에 기다리시는 거 같겠네요.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승용차 밖에 나와 선 어떤 사내가 보는 시선으로...
정면 교차로에 나과장의 차가 신호대기에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멈춰 선다.
사내, 쪽지 확인하며 끄덕이고 얼른 차에 올라타서는 안전벨트를 맨다.
나과장의 차 안.
나과장이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정면에 차가 한 대 보이고...
나과장의 차, 좌회전을 시작하고... 보고 있던 차는 우회전을 한다.
나과장의 차를 뒤쫓아가는 차...
운전석을 통해 나과장 차의 뒷모습이 보인다.
S#46. 병원 복도 일각
하익현, 휴대폰을 하며 걸어온다.
하익현 : 어... 거기 박창식 과장님 계신가? ... 알았어. (끊고) 어딜 가신 거야...? (다시 전화를 거는데...)
하익현, 코너를 막 돌아가는데 맞은편에서 전화하면서 오는 유정진.
동시에 : 박창식 과장님 계시... (하다 서로 얼른 전화를 끊고)
하익현, 유정진 멋쩍어 하는데...
S#47. 오경환 연구실
오경환, 박창식과 마주 앉아 있고.
오경환, 차를 만들어 따라 준다.
박창식 : (잔 잡으며 떠보듯) 어쩐 일로 오교수님께서 저하고 차를 마시자고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오경환 : 말 그대로 차 한잔 하시잔겁니다. 드세요... (변화없이 차만 마시고)
박창식 : (뭔가 느끼는듯 씩 웃는데...)
S#48. 도로 일각
나과장 차를 뒤쫓던 차, 옆으로 붙기 시작하고...
운전하는 나과장의 옆모습이 보인다.
쫓던 차, 나과장 차를 앞지르면서 갑자기 끼어든다.
순간, 나과장 당황해 브레이크를 밟으면...
쿵! 접촉사고가 나는데...
S#49. 대강당
심포지엄 준비가 다 된 강당 안.
준혁, 앉아 자료를 들척이고 있는데 주완 들어온다.
준혁, 일어나 목례를 하는데 주완, 좌장석에 가서 앉고...
준혁, 예리한 눈길을 던지고 자리에 앉는다.
두 사람,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정면만 바라보고 있는데....
S#50. 대회의실
자리에 착석한 과장들...
오경환과 박창식 자리만 비워져 있는데... 문이 열리고 오경환과 박창식이 들어온다.
유정진과 하익현 동시에 놀라고...
박창식, 자리에 앉아 자기 일파인 피부과, 소아과에게 뭐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하익현 : (박창식쪽을 보고) 아무래도 저 쪽이 좀 불안합니다.
용길 : (앞에 놓인 자료만 보며) 적을 모르면 원래 불안한 겁니다. (침을 묻혀가며 자료를 넘기고 보는 척)
하익현 : (뜨끔)
S#51. 사고 지점
각각의 차에서 내리는 나과장과 약간 나이 어린 멀끔한 사내...
사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나과장 : 거기서 갑자기 끼어들면 어떡합니까?
사내 : 에? 갑자기요? 보세요. (깜빡이를 가리키며) 이거 키면서 충분히 예고하고 들어갔어요.
얼마나 바쁘신지 모르겠지만 양식이 있는 분이라면, 그 정도 양보는 해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나과장 : 하, 참... 들어오는 것도 적당히 들어와야 양보도 하는 거지. 이렇게 작정하고 끼어들면 어떡해?
사내 : 방어운전이 뭐예요? 당신이 조금만 속력을 줄였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 아냐...
나과장 : 뭐, 당신? 이 친구 정말...
사내 : 내가 당신 친구야? 뭔데 이 친구 저 친구야...
나과장 : 할 만하니까 하지.
사내 : 나도 할 만하니까 하는 겁니다.
나과장 : 대체 나이가 몇 살이나... (화나지만 꾹 누르고) 좋아요. 우리 이러지 말고, 법대로 합시다. 법대로.
경찰 불러서 해결하자고.
사내 : 그러시든가.
나과장 : (차로 돌아가는데)....
사내 : (툭 내뱉는) 어휴... 눈은 거저 달고 다니나?
나과장 : (홱 돌아서며) 뭐? 이 자식이 진짜... 보자보자하니까 (다가와서 멱살을 콱 잡는)
사내 : 어?...까...까봐...!!
뒤의 차, 빵빵거리다 핸들을 틀어서 가고...
길가던 사람들, 멈춰서 보고 있다.
INS) 나과장의 차 안. 핸드폰 LED가 점멸하고 있다.
S#52. 대회의실
오경환을 비롯하여 과장들, 기다리고 있다.
사무장 : (핸드폰을 끊고) 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용길 : 무슨 일이 생겨도 생긴 모양이네요. 10분이면 온다던 분이... 벌써 30분이나 지났는데 연락도 안 되고...
하익현 : 제왕절개 수술이 있어서... (시계를 본다) 미시에 낳게 해달라고 했는데... 어쩌지...
이거 기권이라도 하고 들어가야 하나...
용길 : 저는 외래가 있어서 말입니다. 오늘은 대진 맡기기도 힘든데...
박창식, 그런 용길을 가소로운 듯 보고...
오경환 : (심사숙고) ...
유정진 : 그럼, 딱 한 통화만 더 하죠... (재촉하듯) 사무장...
사무장 : (오경환의 눈치를 보는데)
오경환 : (제지하고, 일어나) 위원장의 재량으로 돌아오는 월요일에 결선 투표를 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오경환, 자료를 들고 나가고.
과장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용길, 하익현, 안도를 하고.. 유정진, 아쉬워한다...
박창식, 자기 일당에게 의미있는 시선을 던지며 씨익 웃는다.
S#53. 대강당 밖
건하, 뛰어오고...
유미라 : 어디 갔다 오세요? 행사 시작한 지가 언젠데...
건하 : (급한) 장 교수님은? 안에 계셔?
유미라 : 그럼요. 좀 이따 발표하시는데...
건하,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S#54. 대강당
주완 : (E) 훌륭한 발표 잘 들었습니다. 다음은 저희 병원에서 얼마 전 실시했던 다장기 동시이식에 대한
장준혁 교수의 발표가 있겠습니다.
건하, 보고하면 준혁, 끄덕이며 좌장석에 있는 주완을 노려본다.
발표자 외부 교수, 내려오고 있다.
준혁, 발표대가 아닌 좌장석으로 성큼성큼 다가간다.
주완, 영문을 모르겠고...
준혁, 좌장석의 마이크를 가려 방음을 한 후 주완에게 속삭인다.
준혁 : 결선 투표가 월요일로 미뤄졌습니다.
주완 : (놀라 돌아보고) ...
준혁 : (웃어 보이고)
준혁, 발표대로 가서 서면... 뒤에 큰 화면으로 준혁의 얼굴이 보이고...
주완, 황당해서 준혁을 보는데...
준혁 : (자신만만한) 지금부터 지난 달에 본원에서 실시했던 간, 신장, 췌장 등 다장기 동시이식에 대한
증례보고를 하겠습니다.
S#55. 내과 컨퍼런스
빔 프로젝트로 투사된 진주의 CT...
다른 환자의 위 내시경 사진으로 바뀐다.
은혜 : 다음은 위암 수술 받은 김재훈 환자의 내시경 사진입니다.
도영 : (생각에 빠져있다가) 잠깐만! 이진주 환자 CT로 다시 돌려 봐.
은혜 : 네? 네.. (조작을 하고)
화면에 진주의 CT가 뜨면...
도영 : 그 전에 찍었던 것도 같이...
은혜 : 네...
화면에 두 개의 CT 화면이 나란히 뜬다.
도영, 유심히 살펴보다... 붉은 빔으로 CT 화면을 지적하면서...
도영 : 봐... 이게 지난 달이고... 이게 오늘 찍은 건데...
내과 의국원들, 눈 여겨 보고 있고...
도영 : 확실히 종양이 작아지지 않았어? 봐... 여기하고... 여기... 스테이블 디지즈(stable disease)로 봐도 되지 않을까?
마지막 항암 치료 효과가 나타난 거라 볼 수 있잖아.
은헤 : (한 병변을 가리키며) 여기에 뉴 리전(new lesion)이 생겼기 때문에
(단호하게) 상태가 호전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도영 : 그래도... 전체적으로 볼 때 리스폰스(response)가 있기 때문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지 않을까?
은혜 : (더 이상 말을 못하고 한숨을 쉬는) ...
답답한 도영, 두 CT를 번갈아 보다가 일어나고.
S#56. 중환자실
진주의 수액을 바꿔 걸고 있는 간호사 보이고...
도영, 들어와 곁에 선다.
진주, 산소마스크 한 채로 눈만 뻐금 거리는데...
도영, 주사 바늘 자국으로 엉망인 진주의 손을 본다.
간호사, 진주의 손을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혈관을 찾고...
도영, 진주의 다른 쪽 손을 살며시 잡아주는데...
진주, 도영을 멍한 눈으로 본다.
간호사, 진주의 팔에 고무줄 묶고 주사 놓는데 진주... 찡그리지도 못하고 눈에서 눈물만 떨어진다.
도영, 진주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는데... 도영의 눈이 그렁해지고...
S#57. 주완의 교수실
윤진,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주완, 심각한 표정으로 들어오다 윤진을 보고 별 반가운 얼굴을 하지 않고 앉는다.
주완 : 웬일이야? 아빠 찾아오는 거 싫어하는 녀석이...
윤진 : 누구 병문안 왔다가 아빠한테 여쭤볼 게 있어서요.
주완 : 집에서 해도 될 얘기면 나중에 듣자. (피곤한 기색 보이고)
윤진 : 잠깐이면 돼요. 진주라고... 간모세포종으로 투병하는 애 아시죠?
주완 : 글쎄... 희귀한 병이긴 하다만 다 기억할 수가 있겠니...
윤진 : 그럼... 그 병은 수술이나 항암제로 안 되면 어떻게 해야 돼요?
주완 : (생각없이) 의학이 통하지 않으면 병원에서도 방법은 없는 거지.
윤진 : (맘 상한) 그게 다예요?
주완 : 무슨 말을 듣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아빠가 지금 그런 일에 신경 쓸 때가 아니야.
나머지 얘긴 기회되면 하자꾸나. (책상 쪽으로)
윤진 : (쫓아가) 환자 얘기예요. 아빠 의사잖아요?
주완 : 글쎄... 지금은... (하는데)
윤진 : 지금은 아빠가 원하는 사람 과장 만드는 일이 제일 우선이라구요?
주완 : (!) 윤진아!
윤진 : (주완의 명패 보며) 아빠가 이 자리에 계셨던 걸로 만족하실 수는 없어요?
주완 : 넌 설명해줘도 아직 몰라...
윤진 : (바로) 알고 싶지도 않아요. (똑바로 보고)
주완 : (얘가... 하는 시선으로 보는데...)
S#58. 너스 스테이션
행사를 마친 준혁과 건하, 민승 스테이션 앞으로 걸어온다.
준혁 : 수고들 했어. 의국장, 저녁에 애들 뭐 좀 먹이자.
건하 : 괜찮습니다. 교수님 피곤하실 텐데 다음에... (하는데)
민승 : (자르고) 감사합니다! 교수님.
준혁 : (웃으며) 그래, 저녁에 보자. (복도를 이어 가고)
건하 : (으휴... 하며 민승을 쥐어박는다)
S#59. 준혁의 교수실 앞
진주 모, 준혁의 방 앞에서 노크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준혁, 걸어오다 진주 모를 본다.
진주 모, 준혁을 보고 얼른 다가온다.
진주 모 : 교수님 안녕하셨어요? 저 진주... 이진주 엄마예요...
준혁 : 아... 네... 안녕하셨어요?
진주 모 : 저... 교수님...우리 아이 다시 한번 만 봐 주시면 안 될까요? 부탁드립니다. 염치없지만
한 번만... 다시 봐주세요... 교수님... (준혁의 옷자락을 잡는데...)
준혁 : (손 떼어내며) 죄송합니다. 지금으로선 어떤 방법도 안 되...(하는데)
윤진(E) : 장선생님.
준혁, 보면 윤진이 싸늘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윤진 : 진주 어머님 말씀은 당장 일어서게 해달라는 거 아니잖아요. 한번 봐달라고 부탁드리는 건데...
그렇게 단정 짓고 거절 하시는 건 너무 실례 아닌가요?
준혁 : 윤진씨 뭘 오해하신 거 같은데... 전 다만...
윤진 : 아뇨. 오해 아니예요.
진주 모 : 윤진씨... 그러지 말아요. 내가 무리한 부탁 드린 거예요. (준혁에게) 죄송했습니다. 그럼...
진주 모, 윤진의 손을 끌고 가고.
준혁, 기분 상한 얼굴로 보는데...
S#60. 주완의 교수실
주완, 전화 통화 중이다.
주완 : 정말 뭐라고 사과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결선 투표에서는 만전을 기할 생각이니까... (하는데)
오남기 : (F) 만전이요? 기권으로 표까지 하나 잃으신 분이... 어떻게 만전을 기하시겠다는 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네요.
주완 : 그건 말입니다...
S#61. 오남기 교수실
오남기, 전화 받고 있다.
오남기 : 기권 안 했으면... 노민국 교수가 탈락할 뻔했다는 얘길 하시고 싶은 겁니까?
주완 : (F) 그런 게 아니라...
오남기 : 동정표를 구걸하지 않았다면 방법이 없었다... 이런 식인 줄 알았으면, 저 노민국 교수 안 보냈을 겁니다.
주완 : (F) 하지만 이번 결선에서는...
오남기 : 사태가 이렇게 된 이상 이제 안심하고 맡겨둘 수만 없을 것 같네요.
S#62. 이주완 교수실
주완, 식은땀을 닦으며 전화를 받고 있는데 손이 덜덜 떨리고...
S#63. 도영의 연구실
도영, 퇴근하는 차림으로 책상을 정리하고 있다.
은혜, 시약을 옮겨 담으며 눈치를 본다.
도영 : (가방 들고) ... 오늘은 나 먼저 들어갈게.
은혜 : 교수님... 아까 죄송했어요. 그래도 다 이해는 안 되네요.
도영 : 무슨 말 하는지 알아... 수고해.
은혜 : 푹 쉬세요. 아무 생각하지 마시구... 가능하면요...
도영 : (끄덕이고) 노력해 볼게. (나가고)
S#64. 버스 정류장 (저녁)
윤진, 어두운 표정 정류장 벤치에 앉아 있다... 시선을 돌리면
도영, 정류장을 지나쳐 가고 있다.
윤진, 도영의 앞을 막아선다. 도영, 놀라고.
윤진 : 어디가세요?
도영 : 아... 버스 타러요.
윤진 : 어디루요?
도영 : 네? (돌아보고 지나친 것을 알고 피식 웃는다)
나란히 앉는 두 사람.
윤진, 도영의 눈치를 보다...
윤진 : 진주 보러 왔다가 바쁘실 거 같아서 인사 안 드렸어요.
도영 : 네...
윤진 : 진주... 많이 안... 좋은 거죠?
도영 : ... 네...
윤진 : 정말 방법은 없는 거예요?
도영 ; ... 뭐라고 할 말이 없네요...
윤진 : 그게 낫네요. 단박에 안 된다는 소리보단.
도영 : (? 보면)
윤진 : 장준혁 선생님한테 싫은 소리했어요. 저. 진주... 안된다고 잘라 말하는데... 너무 밉더라구요.
그렇더라도... 설령... 그 말 밖에 할 수 없어도...
도영 : 장선생이 잘한 건지도 모르죠. 어쩜 그게 진주나 진주 어머니를 덜 힘들게 하는 일 일수 있어요...
윤진 : 최선생님 마음은 알지만... (단호하게) 지금 그 말은 공감하고 싶지 않아요.
도영 : (씁쓸하게 미소만 보이는데...)
S#65. 일식집 룸
민원장, 유필상 있고, 하익현과 용길이 들어온다.
하익현 : (앉으며) 십년감수했습니다.
민원장 : (표정이 굳은) ...
유필상 : 자자... 상황을 정리하고 빨리 대책을 세웁시다.
민원장 : 돌발 상황에 대응도 못하는 대책은 세워서 뭐합니까?!
모두들, 놀라고...
민원장 : 저희는 목숨을 걸고 여기에 올인했습니다. 근데 다들 너무 안이하신 거 아닙니까?
유필상 : 하하... 아우님... 왜 이래? 어?
하익현 : 말씀이 좀 지나치십니다.
민원장 : (비웃는)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부원장님의 카리스마와 위세는 어디로 실종된 겁니까?
이래서 어디 믿고 따라 가겠냐 말입니다.
용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릴 새도 없이 나가고...
하익현 : 부원장님! (따라 나가고)
유필상 : 용길아! (일어나다가 다시 앉는)
민원장 : (고개 돌리고 있고) ...
유필상 : 왜 그래... 가뜩이나 지금 상황도 안 좋은데...
민원장 : 저러면 내가 무서워할 줄 아나? (품에서 수첩을 꺼내 펼친다)
10월 5일. 운보 바보 산수 한 점. 10월 24일. 청담동 룸싸롱 접대...
유필상 : (수첩을 잡고) 아, 민원장, 이러지마. 내가 해결할게.
민원장 : 형님, 하다못해 자판기도 동전 넣으면 커피라도 한 잔 토해냅니다.
유필상 : 알지.. 알지... 참아..
S#66. 달리는 차
기분 상한 용길과 하익현, 뒷자리에 타고 있다.
하익현 : 잘 하셨습니다. 저런 인간은 상대할 필요도 없고, 잘해줄 필요도 없습니다. (하는데 핸드폰 울리고)
용길, 핸드폰 꺼내 보면 액정에 ‘유필상’이다.
용길 : (받는) 왜?
용길, 무표정하게 가만히 듣다가...
용길 : 차 돌리지.
하익현 : 네?
용길 : 김기사, 차 돌려.
하익현, 영문을 모르겠는데....
S#67. 일식집 밖
용길, 하익현, 들어가려다 준혁을 만난다.
준혁 : 이제 오십니까?
용길 : (멋쩍은) ... 어.
함께 일식집으로 들어가고...
S#68. 일식집 룸
민원장, 용길에게 술을 건넨다.
민원장 : 아깐 제가 좀 흥분해서 결례를 범했습니다. 이해해 주시는 의미로... (하며 술을 따라주려는데)
용길 : (잔을 잡을 듯 하며) 이해 못해도 받아야죠. 또 무슨 결례를 하실지 모르는데... (잔을 들고 똑바로 쳐다본다)
민원장 : (지지 않는 기세로 억지로 미소보이며 따라준다)
준혁 : (의아한) ...?
유필상 : (얼른) 서로 잘하려다보니...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거지.
하익현 : (화제를 돌려) 아무튼... 문상명 교수한테 간 7표를 가져와야 합니다. 그러려면, 박창식 과장을 공략해야 하고요.
용길 : (난감) ...
민원장 : (한숨) ...
유필상 : 두 분 다 박창식과 껄끄러우시니... 나하고, 하과장님하고 둘이 만나서 확실하게 해결을 짓자고.
하익현 : 네... 이과장 쪽에서도 움직임이 있는 만큼, 선수를 쳐서 빨리 매듭을 짓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유필상 : 그러지 뭐. (분위기 띄우듯) 잘 될 겁니다. 일이 잘 되려면 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거라고.
결국 행운의 여신은 우리의 손을 들게 돼 있어. 아까도 봐. 교통사고로 투표가 연기될 줄 생각이나 했겠어?
용길, 하익현 끄덕이는데...
준혁과 민원장, 시선을 교환한다.
S#69. 와인 바
희재, 바에서 턱 괴고 보고 있는데...
오남기 : 왜 진작 사실을 사실대로 말씀을 안 해주셨는지 퍽 유감스럽습니다.
주완 : 제 판단이 너무 안이한데서 온 결과입니다. 정말 죄송스럽습니다.
유정진 : 모두 제 책임입니다. 참모격인 제가 부족해서...
오남기 : 그럼 박창식 과장 문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주완 : 네, 그 문제 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오남기 : (끊으며) 어떤 최선이요? 각서라도 받아 내실 건가요?
주완 : (웃으며) 이런 일에 그런 것 까지는 좀...
오남기 : (끊으며) 그렇게 고결하게 품위만 찾으시다 안 찍어주면 그땐 어떡하실 겁니까?
주완 : ...
오남기 : 왜 대답을 못하십니까? 이번 결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하신 건 이교수님입니다. 말씀해 보세요.
주완 : ...
희재, 무슨 소리를 하나 듣기 위해서 다가와 옆 테이블 등을 정리하고...
오남기 : 정말 궁금해서 그래요. 말씀해 보세요.
주완 : (모멸감)....
오남기 : (비웃고, 유정진에게) 문상명 교수를 찍은 일곱명 명단을 말씀해 보세요. (수첩을 꺼내는데)
유정진 : 일단, 박창식 과장파로 피부과와 소아과입니다.
오남기 : 박창식, 이 친구는 저하고 안면이 있습니다. 정형외과 학회이사 자리를 꺼내면 군침을 흘릴 겁니다.
그리고 나머지 네 명은 누굽니까? (수첩 넘기며 혼잣말처럼) 어떻게 만전을 기한다는 건지. 참...
주완 : (뜨끔하고)
유정진 : 아... 그 중의 한 명은 생화학과 조현주 과장일 겁니다
오남기 : 이 사람은 어떻게 잡을 건가요? 또 마음으로 호소할 생각입니까?
주완 : ...
오남기 : 과 특성상 여러 곳에 연구비를 신청해 놓고 있을 겁니다. 그걸 알아내서 제게 알려주세요.
노민국을 지지한다는 조건으로 어떻게든 연구비를 받도록 손을 쓰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도 파악이 되는대로 알려 주시구요.
유정진 : 역시 빈틈이 없으십니다. 오 교수님...
오남기 : 만약 노민국 교수가 지는 일이 생기면, 그 친구한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과 동시에
제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겁니다. 좀 건방진 얘긴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지금까지 남에게 져본 역사가 없는
사람입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이제 이 일은 제 자신을 위한 일입니다. 아시겠습니까? (강하게 주완을 보는데...)
주완, 차마 시선을 똑바로 들지 못하고...
S#70. 미용실
용길 처, 머리에 캡 쓰고 열기구 밑에 앉아 있다.
그 옆 보조 의자에 앉은 수정, 매니큐어를 칠해주고 있다.
용길 처 : 박창식 과장이 캐스팅 보트다 이거지.
수정 : 그렇대요, 회장님... 그 사모님하고는 어떠세요?
용길 처 : 박과장 와이프는 나하고도 깝깝해. 남자들끼리 사이가 안 좋으니까 나하고도 자연스럽게 그래지더라구.
수정 : (한숨) 그러면... 어떡하죠?
용길 처 : 뭐, 어떻게 해봐야지. (하다) 자기 공칠 줄 알아?
수정 : 네? 네... 백타 정도 쳐요.
용길 처 : 잘 치네? 그럼 더 잘 됐다. 그 여자 요즘 골프에 미쳤다던데...
(핸드폰을 꺼내다) 어머, 이쁘게 칠해줬는데... 손톱이 망가졌네.
수정 ; 다시 칠해드릴게요. 전화부터...
용길 처 : 여우처럼 뭐가 우선인지는 귀신같이 알구. 역시 과장부인 감이네.. (웃으며 전화 건다)
S#71. 일식집 룸
모두 가고 준혁과 민원장만 남아있다.
준혁, 민원장 잔에 술을 따르고...
민원장 : 왜, 한 잔 하지?
준혁 : 의국원들 하고 회식이 있습니다.
민원장 : (끄덕이며) 집안 단속도 중요하지. 아니, 제일 중요할 수도 있어. 자네 대신 총 들고 나가서 싸워줄 병사들이니까.
준혁 : 네... 근데, 아까 부원장님하고는 왜 그러신 겁니까?
민원장 : 그거? 정신이 번쩍 들라고 시위 한 번 한 거지. 큰 일 날 뻔했잖아. 게다가 이젠 상대가 박창식이고.
준혁 : (수긍하고) ...
민원장 : 얌체공 같은 놈이야. 최후의 순간에 그 놈이 얼굴 싹 바꾸면, 우린 끝이야. 누굴 찍을지 확인할 수도 없고...
답답해... 답답해... 성질 같아선 들이대고 한판 붙었음 좋겠구만... (술을 벌컥 마시고)
준혁 : (가만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어야겠네요...
민원장 : 두말하면 잔소리지...
흥분한 민원장을 보던 준혁, 생각에 잠기는데...
S#72. 이주완 차
대리 기사가 운전하고 있는 차. 술에 취한 주완과 상태가 괜찮은 정진 타고 있다.
유정진 : 괜찮으시겠어요?
주완 : (어깨가 축쳐진) 괜찮아... 유과장 오늘 수고했어.
유정진 : 아닙니다. 제가 힘이 되드려야는데 제대로 일을 못한 거 같아서 죄송스럽습니다.
주완 : 아냐... 모든 게 탄탄대로 일 수 있나... 걸림돌도 있는 게 사는 거지... (한숨을 푹 내쉬는데)
차가 급정거를 하고.
주완, 조수석 뒷부분에 이마를 부딪친다.
유정진 : 과장님 괜찮으세요? (기사에게) 이봐,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
기사 : 죄송합니다. 오토바이가 갑자기 껴들어서...
주완, 숙였던 고개를 들더니 갑자기 문을 열고 나간다.
정진, 놀라 따라 내리는데...
주완 : (앞문을 열고) 내려. 내리라고... (기사 멱살을 쥐고 끌어내린다)
정진 : 과장님... 왜 이러세요?
주완 : 놔. 운전도 똑바로 못하는 놈이... 대리기사... 내가 한다. 내가 해. 그 오토바이 어딨어. 당장 쫓아가서...
(차에 타려한다)
정진 : (말리며) 참으세요. 과장님... 많이 취하셨어요...
주완 : 누가 취해? 나 취했어... 아니 안 취했어. 유과장 타. 오토바이... 이 놈의 자식을...
뒤에서 차들 빵빵 거리고 난리가 났다.
피해서 지나는 차들 문 열고 한마디씩 욕을 해대는데... "야, 뭐 하는 거야!!" "술 먹을 거면 곱게 쳐 먹어...어!!"...
주완 : 뭐야? (쫓아가며, 재킷 벗어 던지고) 너 이리 안 와. 너 이 자식 몇 살이야!!!
내가 누군 줄 알어? 나 이주완이야. 이주완...
정진 : (재킷 주워 들고 잡으며) 과장님... 여기 대롭니다. 차도라구요...
주완 : 야!! 다 나와... 어떤 놈 뭐라 그래... 나와... 다 나오란 말야!!!...
S#73. 와인바
준혁, 심각한 표정으로 희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희재 : 처음 보는 교순데... 이과장님이 꼼짝도 못하더라구.
준혁 : 외과학회장 오남기 교수일 거야.
희재 : 아... 그래. 자기가 직접 나서서 해결하겠다든데? 그 분이 박과장이란 사람한테 감투를 하나 제안할 생각인가 봐.
준혁 : (눈 감는) ... 학회이사...장인이 못하게 막았었던...
희재 : 아, 그래... 학회...
준혁 : (입술을 깨무는데) ...
희재 : 어쨌든 어제 터트린 샴페인 값 물어내!
준혁 : (피식) ...
건하 : 교수님...
준혁 : 어, 왔어? (자리에서 일어나고)
건하, 민승, 동일 등이 들어오는데...
S#74. 주완의 거실
주완, 소파에 기대 술이 깨는 듯 머리를 흔들며 꿀물을 마시고 있고.
주완 처, 으휴 하는 시선을 주완에게 주면서... 통화 한다.
주완 처 : 박창식 과장님은 잘 계시죠? (주완을 보면) 네에... 이번 주에 공이나 치러 한번 나가시자구요. ....
아, 금요일이요? 잘 됐다... (얼굴 굳고)
주완 : ...?
주완 처 : 아, 회장님하고... 장준혁 교수 처하고? (주완 눈치를 보면)
주완 : (가지 말라고 손을 내젓는) ...
주완 처 : (결심한 듯) 아, 괜찮아요. 우리 다 같은 멤버인데... 한 자리 비는데 잘 됐네. 그래요... 그때 봬요. (끊고)
주완 : 거길 뭐하러 갈라 그래?
주완 처 :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데 어떻게 안 가요? 우리 얘긴 못하더라도 지들끼리 무슨 얘길 하는지 들어 둬야
작전이 나와도 나올 거 아니겠어요.
주완 : (자조적) 휴.... 인간사 희극이야... 희극...
주완 처 : 희극이구 비극이구 간에... 어디서 이렇게 술을 마셨어요? 응?
주완 : (말하지 말라는 듯 손사래 친다)
주완 처 : (참고) 꿀물 더 줘요?
주완 : (눈 감고 끄덕이고)
주완 처 : (주방으로 가면서 궁시렁) 이기지도 못할 술을 왜 마셔. 나처럼 깔끔하게 마시면 또 몰라...
주완 : (눈감고 있다 어이없는 듯 본다)
S#75. 카페
윤진과 민국, 차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다.
윤진 : 전화 받고 놀랬어요. 다신 연락 안 할 줄 알았거든요.
민국 : 다신...이라는 식으로 단정 짓진 않았던 거 같은데요?
윤진 : (순간 멈칫해진다)
민국 : 제가 뭐 실수했나요?
윤진 : 아뇨... 근데 무슨 일로 보자고 하셨어요?
민국 : 뭐... 그냥 생각나서...
윤진 : 다른 생각 할 여유 없다고 하지 않았나?
민국 : (피식) 그랬었죠... 듣고 보니까 민망하네... 차 마시죠...(잔 드는데)
윤진 : 나 궁금한 거 못 참아요. 용건이 뭐예요?
민국 : 알면... 화 낼 거 같은데...?
윤진 : 더 궁금하게 하네... 뭔데요? 화 안 낼게요.
민국 : ... 심심해서요...
윤진 : 네?
민국 : 시간은 있는데... 뭘 해야 될지 모르겠구... 책도 눈에 안 들어오고...그러다 생각해보니까 심심한 거 같더라구요...
윤진 : (기막혀하며 보다 풋 하고 웃는다)
민국 : (쑥스러운 듯 웃고)
S#76. 와인 바
빈 와인병들 보이고...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은 상태다.
건하 : 교수님 피곤하지 않으세요? 괜히 저희들 때문에...
준혁 : 아냐... 이 정도로 꺾이면 안 되지. 마셔 들... (하다 동일을 본다)
동일 : (눈치보고) ...
민승 : 저희들은 교수님이 과장님이 되실 거라 믿습니다.
준혁 : (웃으며) 니들이 그렇게 생각해준다니까 정말 든든하다. 염! 술 좀 됐어?
동일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준혁 : 참, 내일 어머님 수술 잡아드려야 되지. 걱정 말고 오늘 즐겁게 마셔.
최고의 스탭으로 최상의 의료 서비스 해 드릴테니까. 내일 니들 다 내 조수로 들어와.
건하 : (맞장구치며) 와... 정말 최고의 서비슨데요. 좋겠다 염. (동일 머리를 쓰다듬고)
동일 : (꾸벅) 감사합니다, 교수님... (감동하는)
준혁 웃으며 보는데... 휴대폰 울린다. 보면 "최도영" 웃음을 멈추고 받는다.
S#77. 술집 (학사주점 같은 곳)
도영, 약간의 취기가 있는 얼굴로 앉아 있고... 준혁, 들어와 앉는다.
도영 : 왔어...
준혁 : 한꺼번에 여러 가지로 놀래킨다. 너...최도영이 먼저 술 마시자고 전화한 것도 그렇지만...
(술집을 둘러보며) 여긴 어떻게 왔어? 야... 얼마만이냐...
도영 : 아는 데가 있어야지... 그나마 학교 다닐 때 너하고 몇 번 왔던 곳이라 기억이 나서... (술을 따라주며) 마셔...
준혁 : (잔을 받으며 가만히 본다)
S#78. 포장마차
민국, 윤진에게 술을 따라준다.
민국 : 식사 안하셔도 괜찮겠어요?
윤진 : 그런 날 있잖아요. 밥보다 술 생각이 먼저 나는 날. 건배해요.
서로 건배하고... 윤진 쭉 마시고... 민국, 조금 마신 뒤 내려 놓고 가만 보는데...
윤진 : 명예, 야망, 돈, 환자... 의사로서 뭐가 제일 중요하세요?
민국 : (미소) 다 중요한데요.
윤진 : 농담 듣고 싶지 않은데...
민국 : 농담 아닌데... 의사라는 직업에 다 들어있는 거 같아서요. 원치 않아도 습관처럼 몸에 배는 부분도 있고.
다만 어떤 걸 우선으로 놓느냐에 따라 달라 보이겠죠.
윤진 : 그럼 뭘 우선으로 두세요?
민국 : 글쎄요. 전 의학의 힘을 우선에 놓고 지내 온 거 같네요.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와 처방.
그 후에 생기는 요행들은 얻기도 하고 놓치기도 하는 면들이 있었구요.
윤진 : 기적... 같은 거요? 그런 거 믿으세요?
민국 : 신이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간혹 믿기 힘든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의사가 기적을 바라는 건 잘못된 의식이라고 생각해요. 지나치게는 생명에 대한 유린이 될 수도 있는...
윤진 : (가만히 보는데...)
S#79. 학사주점
준혁 : (놀라) 뭐? 지금 뭐라 그랬어?
도영 : 항암제... 고용량 항암제 쓴다고...
준혁 : 많이 취했다 너. 가자 그만. (일어서려는데)
도영 : (준혁의 팔을 잡아 앉히고) 왜? 말도 안 되는 짓이라고 하고 싶어?
준혁 : 그거 원래 니가 나한테 해왔던 말인 거 같은데...?
도영 : ...
준혁 : 너 최도영이야. 장준혁이 아니고 최도영이라구. 항암제를 쓴다는 게 어떤 건지 몰라? 니 손으로 사람 목숨을...
(참고) 그래, 만의 하나 정말 기적이 일어나서 먹힐 수도 있겠지. 근데 기적이 일어나면이야.
니 가치관에 존재조차 하지 않던 혹시나... 어쩌면... 하는 식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절박한 희망이라구.
도영 : 그럼... 가만히 보고 있어? 그냥 저렇게 있다... 가게 해? 그러고도 니가 의사야?
준혁 : (바로) 넌! 지금 넌 니 마음도 아니라고 하는 짓을 할까 말까 하고 있어. 그건 진정한 의사냐? 아... 인간적이다?
도영 : 비꼬지 마.
준혁 : 아마추어야? 환자한테 감정 이입 돼서 이성이 없어진 게 인간적인 거라고 착각하나본데...
최도영, 너 프로야. 늘 데이터 수치 하나에 온갖 치료 방법을 다르게 하는 최도영이라구.
도영 : 너... 그랬지. 자신을 믿는다고. 절대 포기 안한다고... 너처럼... 나도 그러면 안 돼...?
준혁 : (가만보다) 안 돼. 난 그래도 넌 안 돼. 아니 못해.
도영 : (단호하게) 할 수 있어.
준혁 : (담담하게) 못한다구...
도영 : (흥분해서) 해!! 할거야. 포기도 안 해. 안 한다구!!! 나도 너처럼 나를... (가슴을 치며) 나를 믿고...
(하다 울컥해져서 술을 들어 마시려는데)
준혁 : (잡고) 니가 아니라... 기적이 존재한다는 걸 믿고 싶겠지. (마음이 느껴지는) 그러지 마라... 도영아...
도영 : (잔 탁 놓고) 해 줄 수 있어 없어, 그것만 대답해.
준혁 : (단호하게) 수술... 해 줄게. 단 종양이 확연하게 줄어든다면.
도영, 순간 멈춘 듯 보다... 천천히 일어나 나간다...
준혁, 답답해지는...
S#80. 술집 밖
도영, 비틀 비틀 걷기 시작하고... 따라 나온 준혁 바라보는데...
S#81. 길가 일각
도영이 휘적휘적 걷는데... 준혁, 따라와 나란히 걷는다.
도영, 보지도 않고 걷고... 준혁, 역시 앞만 보고 걷는다.
도영 : 가라...
준혁 : 가자...
도영 : 가라구...
준혁 : 가자구...
도영 : (걷다 멈추고 본다)
준혁 : (멈추지 않고 걸으며) 멈추지 말자. 똑바로... 똑바로... 가자...
도영 : (가만히 본다)
준혁 : 가는 길은 다르지만 우리 같이 가자... 끝까지 가보자...
도영 : (씁쓸하게 미소 짓고... 천천히 걷는다)
S#82. 포장마차
윤진, 술을 쭉 마시고 내려놓고...
윤진 : (발끈) 그럼, 방법이 없으면 무조건 포기해야 된다는 거예요?
민국 : (바로) 환자를 포기하는 의사 입장은 어떨 거 같은데요?
윤진 : (멈칫)
민국 : 반복 된 생과 사의 경험으로 드러나는 감정이 작아 질 뿐이지 포기 할 때 마다 어떤 의사든 많은 자괴감이 들어요.
여기까지 밖에 안 되는 건가... 쉽게 내리는 포기는 없어요.
윤진 : (조심스럽게) 그럼... 그런 결정조차 못하는... 사람은...요?
민국 : (가만히 보다...) 결정을 못하는게 아니라 꺼내지 못하는 쪽이겠죠.
...하지만 그게 환자에겐 막연한 기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윤진 : (생각에 빠지는데...)
민국 : 제가 너무 의사의 입장만 얘기 한 거 같네요. 다른 얘기 하죠.
윤진 : 아뇨. 알게 된 게 다행이에요. 사실... 오늘... 내 맘대로 여러사람의 마음을 해석하고 행동했거든요...
상처 받았을 거예요... 나 너무 제멋대로죠...? (씁쓸하게 미소 보이는데...)
민국 : 혹시... 윤진씨가 맘에 걸려하는 분이... 의사예요?
윤진 : 네? 그게 아니라... 아빠요... 아빠도 의사잖아요. (얼른 술마신다)
민국 : (못 느낀 척...술 마시고 보는데...)
S#83. 도영의 집 앞
택시가 멈춰서고 도영, 내린다.
준혁, 기사에게 양해 구하고 따라 내린다.
도영 : 오늘... 고마웠다...
준혁 ; 뭐 해 준 게 있다구. 들어가라. (돌아서는데)
도영 : 장준혁이잖아.
준혁 : (멈칫하고. 돌아보면)
도영 ; 어디서든 넌 존재만으로도 충분해... (미소 보이고 들어간다)
준혁, 찡해지는데...
S#84. 택시 안
준혁, 차 창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도영(E) : 장준혁이잖아... 어디서든 넌 존재만으로도 충분해...
준혁, 뭔가 결의를 다지는 표정을 짓는데...
S#85. 도영의 집
취한 도영이 소파에 앉아 있고. 도영 처, 물을 건넨다.
도영 처 : 무슨 일... 있었어?
도영 : 아니...그냥 오랜만에 장선생하고 한 잔 했어.
도영 처 : (의아한... 옆에 앉고) ... 그냥?
도영 : 응...
도영 처 : 피자집에서 사라지고 며칠 만인 줄이나 알아 당신?
도영 : ... (손 잡아주며) 미안해... 당신 맘 고생 많이 하는 거 알아...
도영 처 : 그런 말도 할 줄 알구... 술이 좋긴 좋네...
도영 ; (피식 웃는데)
민아, 눈을 비비며 나온다.
도영 처 : 민아 깼어? 아빠 오셨어...
민아 : (멀찍이서 오지 않고 입만 삐죽댄다)
도영 ; 민아야 이리와...
민아 : 싫어. 아빠는 아픈 사람만 좋아하잖아.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도영 처 : (민아 끌며) 그런 말 하는 거 아냐... 아빠가 많이 바쁘셔서...
도영 : (민아를 당겨 꼭 끌어안는다)
민아 : 아빠... 너무 쎄게 안았어... 아빠...
도영 : (그대로 안고)
도영 처 : (도영을 이상하다는 듯 보는데...)
S#86. 호텔 복도
준혁, 민국의 방 앞 복도를 왔다 갔다 망설이다... 다시 와서 머뭇하다 벨 누른다.
노민국 : (E) 누구십니까?
준혁 : 장준혁입니다.
문이 열리고, 노민국이 나타난다.
장준혁 : 계셨군요.
노민국 : 이 시간에 어떻게...
장준혁 : 좀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노민국 : 손님이 오시기로 했는데...
장준혁 : (들어가며) 잠깐이면 됩니다.
노민국, 황당하고..
S#87. 호텔방
준혁, 들어와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노민국 : 무슨 일이시죠?
준혁 : (돌아보며) 우리 두 사람... 참 묘한 운명인거 같습니다.
노민국 : 찾아 온 용건을 듣고 싶은데요.
준혁 : 노민국 교수님... 외과 과장은 제 자립니다. 포기해 주시죠.
노민국 : (픽 웃고) 명인대학 분들은 비슷한 행동들을 하시는 거 같네요.
준혁 : 어떻게 생각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노교수님의 원래 자리로 돌아가셨으면 합니다.
노민국 : (냉소를 짓곤) 비행기 운항 시에 터닝 포인트라는 게 있죠. 기름이 모자라 되돌아 가야하는...
하지만 그곳을 지나쳐버리면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어요. 오로지 목적지를 향해 날아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지금 제가 그 곳을 지나 친 거 같습니까, 아닌 것 같습니까?
준혁 : 지금이 터닝 포인트라 생각하는데요.
노민국 : (웃는) 저하고 다른 포인트 점을 잡고 계신 거 같네요.
준혁 : 꼭 끝을 봐야겠습니까?
노민국 :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 그렇습니다.
준혁 : 포기 할 수 없다는 거죠?
노민국 : 거기에 대한 대답은 이미 됐다고 생각하는데요. (문으로 걸어가서) 죄송하지만 그만 돌아가 주시죠. (문을 연다)
준혁 : (E) 이래도 안 되겠습니까?
노민국, 돌아보면 준혁이 무릎을 꿇고 있다.
노민국 : (놀라는) 이게 무슨 짓입니까?
준혁 : 노민국씨. 당신은 모를 겁니다. 내가 왜 그 자리에 가야하는지. ...왜 그게 내 인생의 전부인지.
노민국 : 일어나시죠.
준혁 : 제발... 물러나 주십시오. 사례는 얼마든지 하겠습니다.
노민국 : (불쾌한)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하겠습니다. (하는데)
오남기 : (들어오며) 내가 올 줄 알았나? 문을... (발견하고, 놀라고)
준혁, 소스라치게 놀라고...
민국, 난처한 듯 고개 돌리는데...
준혁, 주먹을 불끈 쥐며 천천히 일어서서... 무릎의 먼지를 털어 내는데...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