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학교는 경쟁을 통해서만 성공한다
전 대 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탈도 많고 말도 많던 서울의 국제중학교 설립문제가 내년 3월에 개교하기로 확정되었다. 지난 7월 실시되었던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유력후보들 사이에 이 문제를 가지고 많은 설왕설래가 있었다. 보수 측을 대표하는 공정택후보는 “글로벌시대의 경쟁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제중학교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고 진보 측의 주경복후보는 “교육의 기회균등을 깰 염려가 있다”며 적극적인 반대논리를 전개했다.
서울시민은 이들 중 공정택을 선택했다. 그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지역은 주로 부유층이 많이 거주한다는 강남권이었다. 이로 인해서 새로운 국제중학교가 강남권에 들어설 것이라는 루머가 떠돌았으나 시 교육청은 강북권의 강북구와 중랑구에 영훈, 대원 두 중학교를 특성화학교로 지정하여 항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 문제는 공정택교육감의 오랜 교육경륜에 의해서 신념으로 민 사항이다. 따라서 한번 지정한 그대로 진행되었으면 아무런 말썽이 생길 수 없다. 그런데 그는 고유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특성화중학교 설립안을 시 교육위원회에 떠넘겼다.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반대여론을 교육위 의결로 무마하겠다는 얄팍한 모사였다. 전교조 등은 때를 놓치지 않고 데모에 나섰다. 국제중 찬성 측과 반대 측이 한데 어울려 시 교육청 앞은 인사인해를 이뤘다.
시 교육감이 지정‧고시하면 끝나는 일을 번잡하게 만들었다.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자 시 교육청은 “어마, 뜨거워라”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국제중에 대한 사회적 성숙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엉뚱한 이유를 들어 1년간 연기해달라고 시 교육위에 요청했다. 신념과 소신, 경륜과 공약을 한꺼번에 저버린 교육감의 오락가락에 지지와 반대층 모두 ‘공정택 퇴진’을 외치게 되었다.
이 소동 속에 시 교육청은 다시 태도를 변경하여 “특성화 중학교 지정안을 심의해 달라‘고 재심의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부산과 경기도에서는 교육감의 재량으로 국제중학교를 지정‧고시하여 아무런 잡음도 일지 않았는데 유독 서울 교육감은 교육위에 일임하여 생겨난 일이다. 찬성과 반대 측은 서로 부딪쳐야 할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붉히게 되었으니 교육감 한 사람의 좌고우면에 시민들만 피해자가 되었다.
파동 끝에 국제중 두 군데를 세우기로 결정되었지만 이번에는 전형문제를 놓고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원래 국제중학교를 신설하는 목적은 글로벌 인재를 키운다는데 있다. 이에 맞추려면 영어실력을 비롯하여 자기소개서와 토론면접의 비중이 커야만 한다. 어디에 내놔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우수한 학생이 선발되어야 국제중의 위상에 걸맞는 교육을 시킬 수 있겠기 때문이다.
그런데 1단계 서류전형→2단계 개별면접→3단계 무작위 추첨이 이른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새로운 국제중학교의 전형방법이란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결정이다. 서류전형이나 개별면접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무작위 추첨이 무슨 말인가. 전교조에서는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헌법소원을 제출하겠다고 나오는데 평준화 배정방식을 취하겠다니 진정으로 교육을 살리고 싶은 뜻이 있기나 한 것인지 묻고 싶다.
오죽하면 요행수요 재수보기라고 해서 ‘로또전형’이라고 언론에서 비아냥거리겠는가. 껍데기는 글로벌이면서 속으로는 로또식이라면 거기에서 나올 인재는 ‘글로또’라고 불러야 할까.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학생을 선발해도 똑똑한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 하물며 뺑뺑이를 돌려 선발하면 우수‧저열 학생이 뒤섞이게 된다. 국제중에서 우열반을 만들어야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구태여 국제중을 만들 필요가 어디 있는가.
제대로 된 국제중은 신입생 선발방식부터 달라야 한다. 필자의 견해로는 초등학교 교장의 추천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재학생으로서 학업, 인성, 능력, 리더십 등 국제중의 설립취지에 부합하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학생의 재목은 초등학교에서 그를 가르친 선생님들이 가장 잘 안다. 추천에 사(私)가 낄 것을 염려한다면 이는 교육이 아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서류전형에서 초등학교 교장의 추천이 빠지고 단순한 성적표나 들여다본다면 별 의미가 없다. 개별면접도 토론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기초적인 토론은 학생으로 하여금 자기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다. 우수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이다. 한나라당과 정부 측에서 느닷없이 인성면접을 내세우고 나왔지만 이는 학생선발의 자율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비판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제대로 된 국제중을 만들려면 무작위 추첨은 당장 때려 치워야 한다. 이는 우수학생의 설 자리를 잃게 하는 자기 목 조르기다. 교육의 기회균등은 평준화나 로또식 운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국제중학교가 인재양성의 구심점이 되기를 바라며 함께 걱정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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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국제중의 로또 추첨 방식을 폐지하고 경쟁을 통하여 우수 학생을 선발 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