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시감 ; 당겨진 미래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기들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면서 생활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과거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거의 고대사회와 근대사회 같은 차이를 느낄 지경이다. 송길영의 ‘그냥 하지 말라’는 바로 그런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변화는 늘 있어왔겠지만 최근의 변화는 너무 급격해서 자칫 그 변화에 부응하지 못해 낭패를 당할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다. 예전에 흥미롭게 했던 관찰과 조심스런 추론이 몇 년 만에 현실화된 것이 무척 많다.
변화는 기술의 발달과 함께 부지불식간에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외부의 충격에 의해 급격하게 바뀌기도 한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충격적인 변화가 이런 경우다. 우리의 삶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누기도 할 정도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학교 교육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으며, 기업의 공채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런가 하면 데이터는 직장과 관련된 키워드로 ‘혼자’가 급격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격리된 생활은 ‘달고나 커피’ 같은 황당한 놀이까지 만들었다.
점점 혼자 생활이 지겨워지자 홈 트레이닝, 독서, 영화보기 등 뭔가를 배우는 행위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자기계발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배울 것이 많아지니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그러나 계획은 계획일 뿐 잘 지켜지지 않는 속성이 있다.
스스로 독려하기에는 동기부여가 약하기 때문이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은 그래서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 한 것이 자신과의 약속을 사방에 알리는 것이었다. 미라클 모닝 챌린지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지난 16년간의 데이터 분석 결과 주목해야 할 변화상으로 꾸준히 다루었던 3가지 화두가 보였다고 한다.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은 코로나로 속도가 빨라졌고, 앞으로 더 강화될 변화이다. 말하자면 변화의 상수인 셈인데 다음과 같다.
첫째, 분화하는 사회. 우리는 혼자 살고 좀 더 작아진 집단으로 가고 있다.
둘째, 장수하는 인간.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오래 살고 젊게 산다.
셋째, 비대면의 확산. 이는 기술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대면을 꺼리기 때문에 강화된다.
지난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이러한 변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났으나 최근 코로나 19로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 말하자면 코로나로 인해 ‘당겨진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현재로서는 당연해 보이는 것들도 10년 후면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은 타당하다.
오히려 향후 10년의 변화는 지금보다 더 빠를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이미 축적된 정보와 지금까지 깔린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변화를 더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점점 빨라지는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우리에게 앞의 3가지 상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
2. 변화 : 가치관의 액상화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적응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상황에서는 기존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환경이 바뀌면 과거의 계획은 무의미해진다.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은, 삶에 대한 우리의 정의와 그에 따른 준비를 돌아봐야 한다.
직장인의 업무를 돕는 시스템과 설비 또한 네트워크로 가상화되고, 플랫폼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디지털 디바이스의 역할이 커지면서 이제는 내가 가는 곳이 사무실이 될 테니, 특정 공간에 대한 귀속감이 예전만큼 필수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
한편, 가상화를 출발점으로 비대면, 무인화 등이 가속화되면서 우리 상품의 장점과 훌륭한 조건을 다양한 형태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자동화가 더해진다. 기계와 협업할수록 우리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지만 직업적 안정성은 예전 같지 않은 게 분명하다.
우리 삶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일상이다. 변화를 필연적이다. 오늘날은 그러한 변화의 속도가 무척 빨라졌으므로 힘들게 느껴진다. 변화는 중립적이어서 그 자체가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 내가 준비를 했다면 기회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위기가 될 뿐이다.
그렇다면 사회 변화를 불평하기 보다는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옛날은 좋고 지금은 나쁘다고 한탄할 게 아니라 그저 내가 준비할 수 있을지, 우리가 지혜로운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3. 적응 : 생각의 현행화
우리가 합의해서 만들어 놓은 기존의 규칙이 있는데, 각자의 생각이 변화하면 생각의 합인 상식도 변화하므로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게 된다. 이것이 여기서 말하는 현행화이다. 현행화는 누적된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중요한 주제다.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면 살아남고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 기술의 수용성이 생존과 연결된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변화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누구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엇이든 배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수용성이 높아진 세계에서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방식을 체득하지 못하면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므로 과거의 방식에서 빠르게 탈출해야 한다. 매일 옷을 깔끔하게 세탁해서 다려주는 플랫폼 서비스가 나오면 동네 세탁소는 힘을 잃게 된다. 수용성의 서늘한 이면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에 대한 수용여부인데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 달리진 세상에서 누구나 적응을 요구받고 있는데 왜 누구는 유난히 적응이 어려운지 그 이유로 저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첫째, 기존의 법칙이 항구적일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둘째, 세상이 변화는 동안 내 경쟁력의 현행화를 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셋째, 지금 이 시스템이 최대한 유지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4. 성장 : 삶의 주도권을 꿈꾸다
오늘날 젊은 세대는 행복감을 미루거나 지연시키지 않는다. 과거 한국인들처럼 지금 고생해서 나중에 잘 사는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는 먼 미래보다 현재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충족한다.
데이터를 보면 성장이라는 단어의 쓰임이 달라지고 있음을 확연히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주로 경제성장, 국가경쟁력 같은 것이 떠올랐지만 오늘날에는 개인적인 성장으로 초점이 옮겨갔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다.
앞으로는 나에게 팔 게 있어야 한다. 이렇게 경쟁의 추이가 바뀐다면 나는 어떤 능력을 얻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이런 모든 것이 결국 라이프 스타일로 수렴된다. 라이프 스타일은 메시지다. 이제는 브랜드도 콘텐츠도 네트워크도 라이프 스타일도 모두 메시지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면 그것이 돈이 되는 세상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잡아서 한번 해본다. 그리고 그걸 숙련될 때까지 지속하면 어느 순간 예술적 형태의 러너스 하이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 데 이때가 덕업일치의 순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나의 애호와 진정성이 일상의 기록으로 남으면, 그 자체가 자산이자 전문성이 되므로 그걸 기반으로 무언가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어느 만큼의 숙련도가 있느냐에 따라 개인의 성취가 달라질 수 있다.
진정성이 가능하려면 철학적으로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의미소비 시대에는 상품이 사상이 되고, 사상이 상품이 된다. 철학이 팔리는 것이지 물질이 팔리는 것이 아니다. 철학적으로 합의되고 사상적 동의가 되는 브랜드는 고객으로서 또는 구성원으로서 기꺼이 받아들인다.
이게 곧 팬덤이다. 팬덤이란 상대방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고, 성장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에서 훈장처럼 주어지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일해서 남는 성장의 결과는 나에게 경쟁력으로 남게 된다. 그러려면 현행화를 꾸준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 이성적 사고다.
둘째는 업의 진정성이다.
셋째는 이렇게 진정성을 기반으로 협업하는 것은 결국 공존으로 연결된다.
과거에는 기존의 경쟁력으로 평생 먹고살 만큼 인간의 수명이 짧았다. 이제는 반대로 혁신이 빨라지고 수명은 길어졌다 내 업보다 내가 더 오래 산다. 그만큼 내 업을 현행화, 즉 재사회화 요구가 더 커질 것이다.
5. 앞으로의 10년
앞으로의 10년을 위해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삶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 보라고 저자는 권한다. ‘일단 도전’ 식으로 그냥 하지 말고, 세상의 변화에 내 몸을 맞추는 과정을 성실하게 치러내야 한다.
성실은 의미를 밝히고 끈기 있게 헌신하는 것이다. 근면은 생각이 배제된 성실함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생각 없는 근면이 아닌 궁리하는 성실함이 필요하다. ‘그냥 하지 말라 Don’t just do it’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새로운 시대의 전문가는 학력이나 이력, 경력을 내세우는 전문가가 아니며, 단순히 덕후도 아니다. 근본이 있고 애호와 전문성을 갖추며, 그런 자신을 브랜딩힐 수 있는 개인들이 살아남을 것이다. 깊게 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깊이 들어가면 오래하게 되고, 자연스레 역사가 생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믿고 지지해줄 팬덤이 생기는 것이다. 그게 곧 브랜딩이다. 이를 위해 자기 것을 만들고, 현행화를 통해 나의 능력과 사회성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재사회화이다.
재사회하는 깨어 있으려는 노력이다. 과거의 기준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변화에 맞춰 혁신을 수용하는 자세가 우리를 과거가 아닌 현재에, 나아가 미래에 있게 할 것이다. 그러려면 기존 사회의 흐름에 대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결기도 필요하다.
방향이 맞으면 속도가 더 당겨지거나 늦춰질지언정,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 사회가 변화하는 방향을 가늠해보고, 내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시작점을 고민하라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