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요한 23세ㆍ요한 바오로 2세 시성 승인 20세기의 두 교황 복자 요한 23세(재위 1958~1963)와 복자 요한 바오로 2세(재위 1978~2005)가 나란히 성인품에 오를 수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5일 두 교황에 대해 시성을 승인함으로써 두 교황이 언제 시성될 것인지, 또 같은 날 시성될 수 있을 것인지에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의 설명대로라면, 두 교황의 시성식이 올해 안에 이뤄지는 것은 거의 확실하고 동시에 시성될 가능성도 매우 크다. 일각에서는 오는 12월 8일에 시성식이 열릴 것이라는 예단까지 나오고 있다.
두 교황이 같은 날 동시에 성인으로 선포된다면 세계교회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되는 셈이다. 우르바노 8세 교황이 1642년 시복시성 절차 규칙에 관한 교령을 발표한 이후는 물론이고, 적어도 서기 1000년 이후에는 두 교황이 동시에 성인으로 선포된 사례는 교회 역사에서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요한 23세와 요한 바오로 2세 두 복자 교황의 동시 시성은 아직 가능성일 따름이다. 자세한 것은 교황이 소집하는 특별 추기경회의가 열려야만 알 수 있다. 하지만 시성식 날짜를 정하기 위한 특별 추기경회의는 소집 일자조차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롬바르디 신부는 가을 쯤이라고 밝혀, 이르면 9월에는 소집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교황의 시성과 관련해 관심을 끄는 또 한 가지 사항은 요한 23세 복자의 전구를 통한 기적적 치유 사실이 확인된 것이 없는데 어떻게 요한 23세 복자가 시성이 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현행 시성절차법에 따르면, 복자가 시성되려면 시복된 이후에 기적이 있어야만 한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경우, 모라 디아스라는 코스타리카 여성의 기적적 치유 사실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전구로 인한 것임을 교황청 시성성이 확인했고, 교황이 이를 승인했다. 하지만 복자 요한 23세 교황의 경우 그와 같은 기적이 추가로 보고된 바 없다.
이에 대해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복자에서 성인으로 선포되는 데에 기적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특별한 상황에서는 꼭 필요한 것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가톨릭교회 전통에서 기적은 어떤 사람의 거룩함(성성)을 하느님께서 확인하신다는 표징이지만 성인이 되기 위해서 기적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 반드시 지키고 따라야 할 '신앙 교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순교자들의 경우 순교 사실이 확인되면 복자가 되는 데 필요한 기적이 없어도 시복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시성성 위원들이 요한 23세의 시성을 요청했다는 것은 시성에 요구되는 거룩함이 요한 23세에게 있음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승인한 것이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요한 23세와 요한 바오로 2세
요한 23세(1881~1963)는 이탈리아 북부 베르가모 인근 소토 일 몬테라는 시골에서 가난한 농부의 13자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1904년 사제품을 받고 교구에서 지내다 1921년부터 교황청 포교성성(현 인류복음화성)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1953년 추기경으로 서임되고 베네치아 총대주교로 임명된 그는 1958년 교황 비오 12세의 후임으로 77세 고령으로 제261대 교황이 됐다. 교황으로 선출된 후 그는 교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자 제2차 바티칸공의회 소집을 발표했고, 1962년 10월 공의회 개막을 주재했다. 하지만 이듬해 6월 3일 성령강림대축일에 선종했다. 이탈리아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교황으로 꼽는 요한 23세는 2000년 9월 시복됐다.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는 폴란드 바도비체에서 군인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대학을 다닌 후 뒤늦게 신학교에 입학, 1946년에 사제품을 받았다. 본당 신부와 신학교 교수를 지내다 1958년 폴란드 최연소 주교가 됐으며, 1963년 크라쿠프 대주교에, 1967년에는 추기경에 서임됐다. 1978년 426년 만에 처음으로 비이탈리아 출신으로 교황에 선출된 그는 이후 27년 교황으로 재임하면서 평화의 사도이자 영적 지도자로 가톨릭 신자는 물론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2005년 4월 2일 선종했다. 파킨슨씨병에 걸린 프랑스인 수녀의 기적적 치유가 확인되면서 2011년 5월 1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시복됐다.
| ▲ 요한 바오로 2세에게 전구를 청해 뇌질환을 기적적으로 치유받은 코스타리카의 플로리베트 모라 디아스가 7월 5일 코스타리카 산 호세에서 언론 매체에 자신의 치유 사실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C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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