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다시한번 살펴보기 전에 우리는 스프링벅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야한다. 스프링 벅이란 아프리카에 살고있는 양의 종류중 하나를 말한다. 이 양은 무리가 적을때는 그냥 일반 양들과 다름없이 평화롭고 조용히 풀을 뜯는다. 하지만 무리가 커지면 양들은 뛰기 시작한다. 무리가 커지면 앞의 양들만 풀을 뜯을수 있을것이고 앞의 양들이 걸어온 길을 다시 되밟아 오는 뒤의 양들은 풀을 거의 뜯지 못할것이다. 그래서 뒤의 양들을 뛴다, 격렬하게. 뛰어야만 자신들도 풀을 뜯을수 있을테니깐. 그러자 앞의 양들도 뛴다. 그래야지 뛰어오는 뒤의 양들에게 풀을 빼앗기지 않을수 있을테니깐. 그렇게 계속 뛰다보면 양들은 자신들이 왜 뛰는지 이유를 모른다. 그냥 막 뛰는것이다. 뛰기위해 뛰고, 뛰기위해서 뛰다보면 양들은 결국 절벽이나 바다를 만난다. 하지만 양들은 멈추지 안는다, 아니 멈추지 못한다. 양들은 이미 오랜시간 달려와서 가속도가 붙어 쉽게 멈추지 못하는데다가 앞의 양들이 가까스르 멈추어도 앞의 사정을 모르는 뒤의 양들이 계속 뛰기때문에 양들은 결국 낙사하거나 익사한다. 이 양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무언가 떠오르는 것이 없나?
나는 읽은지는 오래됬지만 내 마음속에 계속 남아있는 '수레바퀴 아래서' 란 책에 나오는 주인공인 '한스 기벤라트'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몇몇 기성세대들에 의해 시달리다가 비참한 결말을 맞은 한스가 바로 스프링벅의 부주인공, 동준이의 형과 일치하다고 생각했다. 한스는 기성세대들에 의해 계속 뛰다가, 자신의 주변에 있는 풀을 단 한번도 뜯지 못한체, 자신이 달리는 이유를 알지도 못한체 달리다가 절벽에서 떨어졌다.
이 책에선 동준이와 창체, 창체의 여친인 수정이 그리고 동준이와 썸을 타고 있는 예슬이와 동준이의 형이 주요 인물으로 나온다. 책의 주요 사건들을 나열해 보자면 창체의 모의고사 포기사건, 가출사건, 현우와 지학선생님, 영어선생님의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수업, 형의 자살사건, 축제등이 있다.
창체의 모의고사 포기 사건은 정말 창체의 연애사에 길이길이 남을 사건이다. 이날 창체는 시험이 끝나고 수정이와 함께 영화를 보러가기로 했었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인해 시험시간이 20분 지연되고, 창체는 수정이가 기다릴까봐 남은 한과목을 포기하고 무단도주(?) 해버린다. 이 사건을 계기로 창체와 수정이는 이어지게 된다. 나는 창체는 남자친구로써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여친을 위해 자신의 고등학교 내신점수를 포기할만큼의 용기가 있다면... 만나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서영이의 의견은 달랐다. 서영이는 창체같은 남자를 만나면 미래가 걱정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창체만큼 날 위하는 사람이라면 나를 위해 미래를 잘 준비해나가지 않을까?
창체의 가출사건은 창체 어머니가 연극부에와서 난리를 치고 나서 창체가 쪽팔려서(?) 가출을 한 사건이다. 하지만 창체의 가출은 일반 아이들의 가출과는 매우 다른, 그런 가출이였다. 창체는 가출하고나서 전에 현장체험학습으로 갔었던 치매노인요양원에 들어가서 일을 하며 지냈고, 그 결과 자신의 꿈을 찾았다. 창체의 가출은 방황하며 악에 물들어가는 그런 가출이 아닌 방황하며 진정한 자신을 찾는 그러한 가출이였던 것이다. 난 창체처럼 하라고 하면 가출할수 있을까? 솔직히 난 못할것 같다. 무단 결석으로 인한 내신점수도 걱정되고 내가 없어져서 우리 가족들의 마음고생은 또 얼마나 심할까..? 생각만 해도 미안하고 슬프고 끔찍하다. 만약 내가 창체처럼 가출을 한다면... 그때는 내가 진짜 내신을 포기하고 나만의 살길을 찾아서 그럴거다.
앞에 언급했던 창체사건들을 통해서 나는 창체가 좋게 말해서 적극적인, 나쁘게 말해서 충동적인 아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가출사건에서 요양원에서 지내면서 자신의 진로를 찾았고, 모의고사 포기사건에서는 모의고사보다 수정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그런 판단을 내린것이니... 그냥 나쁘다고만 단정지을수는 없다.
현우와 지학선생님 사건은 지학선생님이 진도를 나가지 않고 잡담(?)으로 수업시간을 보내다가 현우가 시험에 대비하여 진도좀 나가자고 말하자 지학선생님이 현우를 폭행한 사건이다. 이 파트에서 담임선생님은 미숙한 어른을 용서하라고 말한다. 미숙한 어른을 용서하라... 어른의 의미가 뭘까?
어른1
[어ː른] [명사]
1.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2.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3.결혼을 한 사람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른 어른의 정의는 이러하다. 사람들은 주로 생물학적 어른, 다 자란 사람을 어른이라고 하지만 나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다 자란 사람들 중엔 머리는 자라지 않고 몸만 자란사람들이 있기때문이다. 요즘 인터넷엔 '맘충'이란 단어가 돌아다닌다. 처음엔 왜 이런 단어를 쓰는지 이해가 안되고 엄청 분노했지만 사연을 들어보니 좀.. (하지만 맘충이란 단어는 자제하는게 좋을것 같다) 요즘 주변 식당이나 카페같은곳에 가면 아이들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도 많다. 기저귀를 식탁위에 떡하니 올려두고가는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는 롯데리아 쓰레기통에 기저귀를 버려 매장 안이 기저귀 냄새로 가득차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보다 더 심한 사례들도 있지만.. 언급하지 않겠다) 과연 이러한 사람들을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른이라고 말하기엔 좀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길'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영어 선생님은 왜 그 길로 갔는지 설명하라 했는데 나는 그 길은 앞의 길처럼 오래 처다보지 않았기 때문 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처음 읽었을때부터 이 답이 나왔다. 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답이 나왔다. (본능인가..?) 아마도 내가 어디에선가 이러한 구절을 읽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형의 자살사건은 기성세대에 의한 기성세대를 위한 희생이였다고 보면 된다. 솔직히 형의 성격과 여린 마음 때문도 없지 않아 있지만 주변 환경과 기성세대들에 의한 압박이 형을 더더욱 요단강으로 내몰았던것 같다.
축제 에피소드에서 내가 주목했던 부분은 예슬이가 쓴 [저녘바다]와 동준이의 연극이다. 동준이는 확실히 연극으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어내고 있는것 같아서 다행이였고 저녘바다를 읽으며 작가가 이 책에 딱 맞는 시를 가져왔다고 생각했다. 예슬이와 동준이는 서로의 풀을 잘 뜯고 있는것 같아서 기뻤다.
글을 마치기 전에 책에 나온 구절 중 혼자만 읽기에는 너무 아까운 부분이 있어 옮겨서 다뤄본다.
"너, 사이프러스 나무 묘목 심을 때 어떻게 심는지 아니?"
"글쎄, 어떻게 심는데?"
"그게 엄청 크게 자라는 나무거든. 훗날 나무가 완전히 자랐을 때 그 그림자가 옆의 나무에 그늘을 지우지 않을 만큼 어린 묘목 때 부터 뚝 떼어서 심는대."
"나란히 자라면서도 끝까지 서로의 성장에 지장이 안 가도록 말이지?"
"응, 부부나 친구도 그래야 한대. 옆에 붙잡아 놓고 못 크게 하지 말라는 거지 ... "
이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사이프러스 나무가 되었으면 한다. 서로의 앞길을 막는 사이프러스 나무가 아닌, 오히려 서로의 앞길을 위해 조금씩 떨여져서, 가까우면서도 먼 거리를 두고 지켜봐주는 사이프러스 나무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