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위원회가 곧 로스쿨 도입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일부 법조인을 제외한 다수 위원들이 찬성을 하고 대법원이 자체 로스쿨안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결론은 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의 다수가 지금의 사법시험 제도와 법학교육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서는 미래 한국 사회의 경쟁력 추락이 분명하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로스쿨의 도입은 법조인 양성제도의 근본적인 변화일 뿐 아니라 국민이 바라는 사법개혁의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인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로스쿨 제도는 개혁의 명분에 쫓겨 도입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로스쿨은 기존의 법조인 양성제도가 갖는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특히 사법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도입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사법개혁에서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질 좋은 사법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재까지의 사법서비스 시장은 철저하게 공급자 위주로 형성되어 왔다. 법률서비스는 송무사건 위주로만 제공되어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법률서비스를 주변에서 쉽게 제공받지 못할뿐더러 우리의 경제력에 비추어 과도한 서비스비용을 치르고 있다. 변호사 보수가 독일보다 평균 10배, 국민총생산(GNP)을 감안하면 40배 정도 비싸다는 연구보고서도 나와 있다. 이렇게 법률서비스의 가격이 높다 보니 소송 당사자의 약 65% 이상이 변호사 없이 ‘나홀로 소송’을 진행하는 실정이다.
공급자 위주로 형성된 고비용의 법률시장을 깨고 소비자 위주의 시장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법률서비스 제공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법조인이 늘어날 때 먼저 소비자를 찾아 나서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비스 질은 향상되고 문턱은 낮아지게 마련이다. 또한 법조인들의 증가는 다양한 직역으로의 활발한 진출을 촉진해 민·관을 아우르는 사회의 각 영역에서 법적 사고의 정착과 법치주의의 증진을 가져오게 된다. 법조인들이 서초동으로 대표되는 폐쇄된 영역을 넘어 국민들의 생활권으로 진출해 일상 주변에서 저렴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필자가 독일에서 유학할 당시 집주인과의 분쟁이나 자동차 접촉 사고 등이 있을 때 집 주변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저렴하게 법률 조력을 받은 것은 지금도 독일 사회에 대한 인상깊은 기억 중의 하나로 남아 있다. 국제화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경쟁력 있는 법조인의 배출도 결국 법조인 증원을 통한 법조인들 간의 치열한 경쟁기반이 마련될 때 가능하다. 변호사 단체에서 법조인 증원에 따른 부작용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법조인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이기주의의 발로에 불과하다. 법조인 증원에 따른 부작용이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그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얻게 될 긍정적 이익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사법개혁을 표방하는 대법원의 로스쿨안이 법조인들의 기득권 보장을 위해 총 정원을 현 수준에서 묶기로 한 것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법조인의 증원을 통한 법률서비스의 개선이라는 사법개혁의 본래 취지와 연결되지 않은 로스쿨 도입은 아무 의미가 없다. 오히려 현 제도의 문제점을 그대로 갖고 가는 ‘무늬만의 개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법조인들의 밥그릇을 지켜주기 위한 인위적인 정원 통제는 시장원리와 국민의 사법개혁 요구에 반하는 개악이 될 뿐이다. 앞으로의 논의 과정에서 미래 한국사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재보다 적어도 세 배의 법조인 배출을 상정한 로스쿨 안이 확정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