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꽃
배롱나무는 잎이 돋아나는 시기도 늦을 뿐더러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쯤인 7~9월에 100여 일 동안 꽃을 피우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배롱나무는 세계적으로 약 30여 종이 중국, 인도, 호주 등지에 천연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옛날 중국에서 들어왔으며 6종이 있다. 나무 높이는 5m 정도까지 자라고 꽃의 색이 흰색에서부터 적색까지 아주 다양하다. 양지쪽 토심이 깊은 사질 양토의 배수가 잘되는 곳을 좋아하며, 내한성이 약해서 중부 이북 지방에서는 방한 조치를 해 주어야 월동할 수 있다. 요사이는 내한성이 강한 북방계 배롱나무가 들어와서 서울 지방까지도 식재가 가능하며, 기후가 온난화되어 감에 따라 더욱 북쪽에서도 적응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나무는 대개가 꽃을 피우기까지 적어도 몇 년 또는 몇 십 년이 걸리게 되는데, 배롱나무는 파종한 당년에도 꽃이 피는 특성을 갖는 희한한 나무다. 온천지가 녹색 일변도인 여름에 그 단조로움을 배롱나무 꽃이 100여 일 동안 아름다운 꽃 잔치를 벌여 주니, 우리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나무다. 수피는 모과나무처럼 얼룩무늬가 있고 매끄러워서 일본 사람들은 원숭이가 미끄러지는 나무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관청의 뜰에 많이 심었는데, 이것은 나무가 주는 느낌이 안정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처음에는 서당이나 절간에 많이 심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배롱나무는 부산 양정동에 천연기념물 제168호로 지정된 800년 된 나무가 있고, 경주 남산 기슭의 서출지 주변에 수백 년씩 된 나무가 지금도 화려하게 꽃을 피워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배롱나무의 번식은 종자나 삽목 또는 접목으로 가능하다. 10월쯤에 익은 종자를 따서 노천매장하였다가 봄에 파종하면 발아가 잘 된다. 꽃색이 다양하기 때문에 원하는 품종을 증식시키려면 무성 번식(삽목, 접목, 조직 배양)을 해야 유전적으로 똑같은 꽃을 볼 수 있다. 한여름 꽃이 드물 때 그것도 100여 일씩이나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야말로 권장하고 싶은 좋은 조경수종이다.
출처:(우리 생활 속의 나무)
2022-05-01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