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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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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루리,로운네 방) 스크랩 (피아노) 그녀의 두 분신... 예술은 죽고 사랑은 남았다
김순환 추천 0 조회 10 05.07.15 11:50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1993년 칸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 에이다(홀리 헌터)의 표정/몸짓과 딸(안나 파킨)의 깜찍한 얼굴/웃음은 정말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다.

에이다. 피아노는 그녀의 분신이다. 아니 그녀 자신이 피아노다. 해변에 외롭게 놓인 피아노의 눈부신 이미지! 보라빛, 붉은빛, 푸른빛으로 시시각각 물드는 바다와 거대한 파도를 배경으로 마이클 니만의 익숙한 주제음악을 연주하는 에이다의 모습!
특히 비오는 날 창밖으로 걱정스레 내다보는 에이다의 표정과 해변의 피아노... 푸른 파도와 번개가 몰아치는, 숨막힐듯 아름다운 비바다를 배경으로 보석처럼 빛나며 홀로 놓인 피아노! 그것은 한마디로 황홀한 이미지였다.

그녀는 말을 하지 않는다. "침묵하는게 아냐. 난 피아노로 말하니까"... 딸에 의하면 그녀는 이런 멋들어진 지론^^도 가졌다. "엄마가 그러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로 들을 가치도 없는 쓸데없는 얘기만 한다던데요" (그녀의 말에 상당히 공감이다^^)

이 영화를 보고나니 서정윤의 이 시가 생각났다.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꺾어 너의 곁에 두려 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그랬다. 에이다라는 작은 새! 그녀를 잡으려는 두 남자의 극과극 행동. 남편 스튜어트(샘 닐)는 그녀의 내면을 전혀 이해 못한채 강제로라도 그녀의 몸을 붙잡아두려 한다. "당신을 사랑해. 그래서 당신의 날개를 잘랐소. 나의 작은 새..."
그러나 진정 그녀의 영혼을 사로잡은건 베인즈(하비 케이틀)의 '마음의 그물/보금자리'였다. 풀어줬지만 "자신의 의지" 로 다시 그 보금자리로 날아 돌아온 그녀!

에이다는 '사랑의 작은 새'이면서 '피아노' 그자체였다. 그녀/피아노가 품고 있는 그 아름다운 가치를 알아봐주는 영혼(베인즈)에겐 최고의 선율을 선사하는 동반자지만, 그것을 몰라보는 남편(스튜어트)에겐 단지 물질적인 '껍데기 소유물'일 뿐이었다.

고고한 예술혼... 그러나 진흙탕같은 삶의 현실. 바다는 '위태로운 피아노'를 위협하는 세상의 편견의 물결일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에이다의 예술적 생명력을 강조해주는 배경이다. 그녀/피아노가 바다에서 생활의 공간으로 향하는 길 역시 진흙탕이고, 사람들은 그녀를 편견으로 바라본다. 탁자에다 피아노건반 무늬를 그린뒤 가상 연주를 하는 그녀를 보고는 정신병자 취급을 하는 남편... 험한 길과 편견/오해의 늪을 건너야하는 고독한 예술혼의 여정!
그녀가 다시 해변으로 돌아가 피아노를 연주할때 그녀는 천사처럼 행복한 미소를 회복한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사랑에 빠지는 베인즈. 그녀 옆에서 바닷가를 뛰어다니는 딸의 춤... 딸은 에이미 내면의 밝은 천성을 대변하는 존재다.

경멸→연민→사랑...
베인즈를 보는 에이다의 마음은 이렇게 변화한다. 무식한 파렴치한으로 생각했던 그. 그와 '건반 거래'를 하면서 미묘하게 교차하는 감정과 표정과 눈길과 손길. 남자의 부담스런 존재감 속에서도 연주를 하고싶은 에이다의 열정과 미묘한 감정의 변주. 그러면서 차츰 그의 영혼에 동화되는 그녀... 그가 돌려준 피아노를 치다가 습관처럼 베인즈의 '빈 자리'를 뒤돌아보는 에이다의 표정... 그녀는 정작 그에게서 풀려난 뒤에야 그 사려깊은 '사랑의 구속'을 절감하고 그에게로 용기있게 달려간다.
결국 그녀의 '심금'을 울린건 사랑의 힘이었다! "온통 당신 생각뿐 아무것도 할수없어. 그래서 고통스럽소"

"사랑하는 베인즈, 내 마음은 당신 거예요"
마침내 그녀는 '그녀의 몸'과 같은 피아노의 건반 하나를 빼내 베인즈에게 보낸다. 사랑을 위해 '몸의 일부'를 사랑의 증표로 보내는 여인! 그러나 남편의 불같은 질투에 의해 그 '건반 하나'는 '손가락 하나'의 비극이 된다. '건반 빠진 피아노'가 치명적이듯이 '손가락 잘린 그녀'는 예술적으론 죽은 셈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제 "관" 처럼 필요없게된 피아노를 바다에 수장시킨다. 바로 그녀 자신과 함께!

"죽음이란 뭐지? 삶이란 뭘까? 정말 놀라워. 내 의지가 삶을 선택하다니"
죽은 '예술적 자아'처럼 바다속 깊은곳에 묻힌 피아노와 그녀의 분신! "태곳적 고요가 저 심연 차가운 무덤가에 고여있다"
그리고 '사랑하는 자아'의 재탄생! 사랑하는 남자를 보고 활짝 웃으며 '피아노의 언어' 대신 현실의 말을 배우는 그녀... 그녀는 이제 꿈 속에서 그 '피아노의 죽음'을 가끔씩 추억하며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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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5.07.15 14:50

    첫댓글 세월을 속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애요. 이런 글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뒤돌아보는 나를 보며......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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