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뉴스레터 칼럼]
경기도 ’학생통학 순환버스‘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과제
- 김훈배 정책위원
지역별 버스 문제가 발생할 시 먼저 피해를 보는 계층은 대표적으로 통학하는 학생들과 거동이 불편한 교통약자들인데, 버스는 누구나 차별 없이 이동권을 누려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에 해당하여 피해 정도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모순일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교마다 규칙으로 지정된 등교 및 출석시간이 존재하기에 여유가 없고, 도시와 반대로 배차 간격으로 운행하는 것이 아닌 운행시간이 별도로 지정된 농·어촌 지역에선 더욱 열악하다. 하여 지방의 경우 파업이 발생하거나, 업체의 문제가 생기는 즉시 발이 묶이는 결과로 연결된다.
하다못해 수도권의 신도시라도 학생들이 탈 수 있는 버스 노선이 부족하면 상황은 지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와중에 최근 경기도가 각 시군 교육청과 연계하여 오로지 학생들만 탈 수 있고, 학교로만 순환하는 '학생통학 순환버스' 사업을 시작했다. 말 그대로 기존 노선버스처럼 정해진 노선과 정류장이 존재하나, 등·하교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선정하여 기존 통학버스에 마을, 시내버스 기능을 결합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정말로 노선을 보면 학생들이 많이 타는 정류장과 인근 학교를 거치는 방식에다 차량 내부에 단말기를 설치하여 타 노선과 환승 혜택도 받을 수 있으며, 이용요금은 경기도 시내버스의 청소년, 어린이 요금을 적용한다.
현재 시행지역은 파주시가 운정신도시에 한해 일명 '파프리카버스'라는 이름으로 지난 3월 두 개 노선으로 운행을 시작했으며, 추후 외곽지역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외 의정부시에서도 지난 8월 13일부로 6개의 통학 노선을 신설하여 등·하교 시간에 투입하고 있으며, 곧 경기도 광주시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통학버스를 지자체 사업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엔 현행 통학버스를 학교장 권한으로만 운행할 수 있는 점을 지자체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결과로 여객자동차법에 명시한 한정면허 형태로 업체를 선정하여 일정 기간 위탁할 수 있는 점을 활용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파주시를 시작으로 경기도 전 지역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는 것은 현행 버스체계 안에서 학생들이 힘들게 통학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증명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긍정적인 사업은 전 지역으로 확대하는 것을 넘어 공공교통 개념에 포함하여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의 많은 고민과 연구가 절실하다.
운수 업계의 반발, 미래 세대를 향해서도 행해지는 '밥그릇 싸움'
이처럼 학생들이 기존 노선버스 배차 간격과 혼잡도 고민 없이 전용 통학 노선의 개통으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된 사이에 기존 버스 업체 사업주. 업계는 경기도의 통학버스 사업에 대해 엄청난 반감을 표시한다. 실제 지난 7월 25일에 개혁신당 이준석 국회의원 주최로 화성시의 통학버스 도입 논의를 위해 진행된 정책토론회에선 경기도 마을버스 사업조합 화성지부 소속 대표들이 토론회 장소에 난입해 도입반대를 외치며 집회를 진행하는 소동이 있었다.
당연히 사업주들은 학생들 수요가 통학버스로 빠져나가기에 반대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며, 충분히 인정된다. 다만, 다른 측면에서 볼 땐 노선 하나를 사유 재산으로 보유하면서 지역을 독점하는 사업주들이 미래 세대를 향해서도 일종의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어른으로서 잘못된 행동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통학버스 운행횟수가 많지 않으며, 상시가 아닌 학기 중 평일을 제외한 방학과 주말에는 운행하지 않아 아무리 타격이 있어봤자 영향력은 극히 소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기도의 통학버스 사업은 오로지 초·중·고 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기에 일반 시민은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할 수가 없다. 오히려 코로나 이후 인력 수급이 어렵다던가, 적자 핑계를 내세워 본인들 멋대로 파행하는 동안 학생들은 붐비는 버스 안에서 위험하게 통학해야 하던 현실을 직시했다면 사람과 장소 가릴 것 없이 본인들의 이익과 영업 침해만 주장하는 버스 업계를 시민들이 곱게 볼 리 만무하다.
결과적으로 사업주들의 행태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거나, 서로 공존할 수 있도록 토론과 논의를 해야 할 시민들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라는 점을 인지해야 할 것이며, 어차피 통학버스가 안 다니는 방학에는 다시 기존 노선버스를 타야 한다. 즉, 밥그릇 싸움을 보일 것이 아니라 그동안 힘들게 이용하던 학생들에게 머리를 조아려 감사의 표현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마을버스 업계가 아닌 전국의 시내버스 사업자 모두에게 해당할지도 모르겠다.
통학버스 사업이 계속 발전하려면?
아마 파주시의 시작이 없었다면 의정부에서 도입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파주시의 파프리카 버스의 도입으로 의정부시는 관내 고등학교를 재학 중인 학생이 직접 제안하여 탄생했다. 즉, 필요한 당사자가 직접 제안하여 실제 정책으로 연결된 셈인데 이번 사업이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점이 증명된 만큼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들을 위주로 확대된다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동시에 사업이 확대되려면 지속성을 갖는 과제도 필요하다.
먼저, 입찰업체의 다양화다. 파주시와 의정부시는 주로 44~45인승 전세 차량으로 운행되는데, 해당 업체들 모두 기존 시내버스 산하의 관광버스 계열사를 보유한 덕분에 전세형 투입에 문제가 없었다. 다만, 앞으로 추가될 사업에선 특정 시내버스 업체와 별개로 학생들의 통학을 위한 공익적 성격으로 운행하는 만큼 다양한 업체가 참여하여 노선 중복과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 비록 차량 투입 관련해선 제약이 따를 수 있겠으나, 일정 기간 위탁하는 한정면허기에 독점 업체를 넘어 버스를 운행하는 업체라면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장기적으로 수요응답형 DRT 수단과의 연계 편의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당장은 초반이라 운행횟수가 많지 않지만, 통학버스가 전 지역으로 확대될 경우 노선변경 요구가 많아질 수 있다. 그렇다고 기존 업체에 무작정 증차를 요구할 수 없기에 DRT를 통학버스와 연계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원래 DRT 취지 자체가 소외지역과 인근 정류장을 연결하는 대신 정해진 운행구역 안에서 원하는 시간에 호출하여 이용하는 방식이기에 통학버스가 운행하는 시간대에 한정적으로 DRT 운행구역을 확대하면 소외지역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의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질 수 있을 것이다.
초반에도 언급하지만 아직은 초반으로 일단 경기도 전 지역으로 확대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그래도 파주시와 의정부시의 시작이 좋은 만큼 안전하게 통학하면서 정책적 수혜를 경험하는 학생들이 많아져야 한다. 매일 전쟁과도 같은 출근을 해야 하는 어른들 만큼 좁은 버스에 치여 힘들게 등교해야 하는 학생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으니 말이다.
교통에 대한 투자는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다
무상교통, 완전공영제 확대 모두 기후문제에 대응하면서 누구나 평등하게 이동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 가치가 존재한다. 아울러, 더 나아가선 교통에 대한 투자는 곧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의 개념으로도 정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저출생 이슈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이지만 그중에서도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현실, 교육 분야에 대한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거주지와 학교 등의 거리가 멀어 일일이 차로 태워다주거나 혹은 교통비가 소요되는데, 매년으로 계산하면 금액이 절대 적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지자체가 직접 추진하는 청소년 교통비 지원사업이나 최근에 도입된 학생통학 순환버스 도입은 단순 이동 편의의 개념을 넘어 미래 세대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하는 것인 만큼 보편화가 된다면 분명 저출생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하계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침마다 어른들과 똑같이 힘겹게 버스 타면서 등교를 할 청소년들이 존재할 것이고, 이용해야 할 버스가 드물거나 노선이 적어서 어려움을 겪을 지역도 여전히 많다. 하여 이번 경기도에서 추진한 통학버스가 우리나라 전역으로 확대되어 진정한 공공교통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수단으로 정착하기를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