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국군 격퇴' 장면 삭제
김정일 "南이 오해할 만 하니 빼라" 지시
북한의 체제 선전을 위한 집단체조인 아리랑 공연 가운데 ‘국군을 때려 눕히는’ 장면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던 장면을 10일부터 삭제한 채 공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랑 관람단을 모집 중인 국내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 8일 공연까지 문제의 장면을 보았으나 10일 공연에서는 그 장면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11일 이 공연을 본 관광객도 “그 장면을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 민화협 관계자는 “지난 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동당 창당 60주년 중앙보고대회 직후 아리랑을 관람한 후 문제의 장면을 빼라고 지시해 10일부터 그 장면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고 이 여행사 관계자는 전했다. 김 위원장이 “(문제의 장면에 대해) 남쪽에서 오해하고 있다”며 “내가 봐도 오해할 만하니 빼도록 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다.
▲ 북한이 10일부터 삭제한 채 공연하고 있다는 아리랑의 한 장면. 북한군이 일단의 군인을 때려눕히는 모습이다. 국내 일부 언론은 때려눕혀진 군인이 한국군 복장이라 했고, 연합뉴스는 북한군 복장이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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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장면은 2장 선군아리랑의 ‘인민의 군대’ 부분에서 북한군 3000여명이 총검술 시범을 하는 가운데 가상 적군 30여명을 때려 눕히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선 ‘우리를 당할 자 세상에 없다’는 구호가 카드섹션으로 펼쳐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면을 놓고 국내 일부 언론에서는 가상 적군이 ‘한국군 차림’ 또는 ‘구형 국군 전투복 차림’이라고 보도해 “국군 격퇴 장면이 나오는 공연을 보러 가야 하느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선 북한의 유연성과 달라진 태도를 볼 수 있는 사례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북한이 아리랑 공연을 연장하면서 남한 관람객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논란 장면을 삭제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