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를 살라고 아무리 외쳐도 들어먹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
21세기에 1920년대를 그리워하고 다시 또 그곳의 사람은 1800년대를 그리워하고, 미국에서는 파리를 그리워하고, 내 남자가 아닌 다른 남자를 소망하는.
'지금-여기'를 찾아내는 즉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내가 낭비하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결국은 내가 서 있는 여기에서 지금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어디에서도 발견하기는 힘들다. 그렇게 해서 어딘가로 계속 가보아도 소용은 없다. 왜냐하면, 결국은 그곳도 '지금-여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러면 '지금-여기'를 발견하게 될까. 대단히 우아하고 낭만적인 접근법으로 이루어진 이 영화가 그 역할을 해낼 수는 없을 것 같다. 파리로 여행가고 싶다는 생각 정도 하게 될까? 파리를 거닐었던 추억이 있는 사람들은 그런 향수가 밀려오는 정도? 주인공이 쓰고 있다는 '향수 가게' 정도의 영화.
'지금-여기'는 작정하고 현실에서 부딪혀야 하는 것 같다. 그런 치열함으로 얻어지는 것이 이것인 것 같다. 혹시 '지금-여기'가 의미가 없고 매일이 무료하다면, 환경을 탓하기 전에 자신이 치열하게 살고 있지 못함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정신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