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나님은 첫 열매를 바치라고 하셨을까?
[개역개정] 신명기 26:1-11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기업으로 주어 차지하게 하실 땅에 네가 들어가서 거기에 거주할 때에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신 땅에서 그 토지의 모든 소산의 맏물을 거둔 후에 그것을 가져다가 광주리에 담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의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으로 그것을 가지고 가서 그 때의 제사장에게 나아가 그에게 이르기를 내가 오늘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아뢰나이다 내가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주시겠다고 우리 조상들에게 맹세하신 땅에 이르렀나이다 할 것이요
제사장은 네 손에서 그 광주리를 받아서 네 하나님 여호와의 제단 앞에 놓을 것이며 너는 또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아뢰기를 내 조상은 방랑하는 아람 사람으로서 애굽에 내려가 거기에서 소수로 거류하였더니 거기에서 크고 강하고 번성한 민족이 되었는데 애굽 사람이 우리를 학대하며 우리를 괴롭히며 우리에게 중노동을 시키므로 우리가 우리 조상의 하나님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니 여호와께서 우리 음성을 들으시고 우리의 고통과 신고와 압제를 보시고 여호와께서 강한 손과 편 팔과 큰 위엄과 이적과 기사로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시고 이곳으로 인도하사 이 땅 곧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주셨나이다 여호와여 이제 내가 주께서 내게 주신 토지 소산의 맏물을 가져왔나이다 하고 너는 그것을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두고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경배할 것이며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와 네 집에 주신 모든 복으로 말미암아 너는 레위인과 너희 가운데에 거류하는 객과 함께 즐거워할지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제 가나안 땅에 가서 거주할 때 그 땅의 소산물인 7가지 과일과 곡식을 거두게 될 텐데, 매년 그것들의 첫 열매는 하나님께 바쳐야 했다.
그 7가지는 밀, 보리, 올리브, 포도, 대추야자, 석류, 무화과였다. 이스라엘 농부들은 실제로 첫 열매가 열리면 그 열매에 표시를 해두었다고 다 익으면 예루살렘 성전으로 가져가서 제사장에게 바쳤다.
그런데 왜 하나님은 첫 열매를 바치라고 하셨을까?
첫 열매는 보통 품질이 좋지는 않다.
최상급의 과일이나 곡식을 바치라는 것도 아니고 첫 열매를 드리라고 한 데는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 이유를 한 번 따져보면 첫 열매=처음 열매할 때 열매보다는 처음이라는 데 더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우리는 처음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처음이 있어야 그 다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천지창조를 생각나게 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기 때문에 세상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처음이라는 것은 하나님이 첫 발을 뗐다는 것이고 그것이 있은 후에 인간이 비로소 존재하게 되었음을 말하는 것이니 첫 열매의 처음에는 모든 것의 시원으로서의 하나님을 상징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탈무드도 첫 페이지가 없다. 그 이유에 대해 어떤 랍비는 하나님이 첫 번째 페이지를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나님은 첫 아들 곧 장자를 자기의 소유라고 말씀하신 바도 여러 번 있다. 유대인들은 첫 아들을 낳으면 하나님께 바친다는 의미로 '비드욘 하벤' 의식을 치르면서 돈을 낸다. 비드욘 하벤은 아들을 하나님께 바치는 대신 속전을 내는 의식이다.
이어서 생각해볼 것은 과일과 곡식은 자연으로부터 생산된다는 점에서 자연을 만드신 하나님을 생각나게 한다.
이는 창세기 1장과 연결된다.
창세기 1장은 자연을 만드신 엘로힘 하나님에 대해 말하고 있다. 2장부터는 그 자연만물 중에서 특히 인간을 사랑하시는 여호와 하나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어서 12장부터는 인류 중에서도 아브라함과 그 자손을 특별히 사랑하시는 하나님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과일과 곡식을 생산한 농부는 자신의 피땀으로 그것을 얻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실은 하나님이 그 열매를 맺도록 모든 자연환경을 조성하셨음을 깨달아야 한다. 온전히 자신의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도우심이 있기에 열매를 얻는 수확의 기쁨을 누리게 됐음을 인정하라는 의미로 들린다.
이어서 하나님은 제사장에게 이집트의 압제에서 이스라엘인들을 해방시킨 역사를 상기시키라고 명령하셨다. 왜 천지창조를 하신 위대하신 하나님을 말하지 않고 이스라엘인들을 구원하신 하나님을 굳이 말씀하라고 하시는 걸까?
나는 엘로힘 하나님과 이스라엘을 끔찍히 사랑하시는 여호와 하나님이 동시에 등장하는 것이 하나님의 본모습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 열매로 엘로힘 하나님을, 하나님이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해방하신 여호와 하나님을 차례로 드러내시고 싶으신 것이다.
하나님은 모든 자연만물을 다스리시고, 이스라엘을 특히 사랑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첫 열매 봉헌의 율법은 이런 사실을 잊지 말라는 하나님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