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심도
동백꽃에 점령당한 지심도는 마음 감옥
드는 이는 있어도 나오는 이가 없다
나 또한 마음을 두고 몸만 나와 배를 탄다
입의 기억
태화 장날 씀바귀
나도 몰래 눈이 간다
눈으로 보는데도
입안에선 쓴맛이
돌아온 입맛 너머로
어머니가 서 있다
석남사 구유
석남사 텅 빈 구유 공양이 끝났는가
열반에 들었는지 가만히 하늘 본다
밤마다 별들이 와서 경을 외던 법당 뜰
상강 즈음
서리도 오기 전에 사과는 볼이 붉다
길가의 은행알은 황금도장 되었는데
서둘러 서리를 맞은 나는 뭐를 익히나
바람
강바람 맞으면서
멍하니 하늘 본다
어느 지휘자의
거룩한 손짓일까
만물이 바라는 대로
풀었다 죄는 바람
달맞이꽃
발걸음 뚝 끊어진 묵정밭 일으키며
오롯이 눈을 뜨고 바라보는 달이 좋아
까만 밤 남몰래 불 밝혀 바람 불러 춤추네
그 풍경
거치대 자물쇠에
묶여 있는 자전거
몸통은 어디 가고
앞바퀴만 혼자다
그 흡사 낡은 고향 집
어머니를 닮았다
신화의 탄생
용장골 깊고 멀어 구름이 돌아간다
찾아오는 길손 없어 오롯이 꿈을 꾼다
어느새 봄이 왔는지 홍매화가 눈뜬다
어떤 불안
수술을 예약한 날 무작정 연기된다
암이란 불청객도 조용히 기다릴까
내일이 오기나 할까, 하루가 너무 길다
사랑, 그 엄포
어머니 보내주신
알타리 총각김치
반찬통에 차곡차곡,
군침이 넘어온다
아마도 장가가라는
엄포 같은 사랑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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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대 시조 10수
po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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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2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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