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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쉼터 스크랩 문헌 속의 <계수나무> 실체 찾기
ysoo 추천 0 조회 76 13.10.19 11:4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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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 속의 계수나무 실체 찾기

 

창덕궁 존덕정 뒤쪽 산 중턱, 숙종 14년(1688)에 지은 작은 정자 청심정의 주련1)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2).

 

'바위의 계수나무에는 높이 선장(仙掌)의 이슬이 맺히고(巖桂高凝仙掌露),

동산의 난초엔 맑게 옥병의 얼음이 비치네(?蘭淸暎玉壺氷).’

 

이는 청심정 주위 바위에 자라는 계수나무에 신선의 이슬이 맺혀, 이 이슬을 먹으면 정자의 주인 또한 신선이 될 수 있다는 암시를 한 것이라고 한다. 300여년 전 창덕궁에는 과연 계수나무가 자랐는가?

옛 문헌에 등장하는 계수나무와 오늘날 식물도감에 나오는 계수나무가 전혀 다르며 실제 계수나무는 기후가 맞지 않아 창덕궁에는 자랄 수 없다.

 

 

1) 주련(柱聯) : 기둥이나 벽에 세로로 써 붙이는 글씨

2) 궁궐 주련의 이해, 2006. 이광호. 문화재청.

 

 

 

 

 

 

 

 

 

달나라 계수나무에서 옛사람들의 시나 노래까지 계수나무가 수없이 등장한다. 실제로 지구상의 어떤 나무를 형상화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상상속의 나무일뿐인지 궁금하다.

우리 역사 속에서 계수나무와의 첫 만남은 《삼국유사》가락국기이다. 김수로왕이 허왕후를 모시러 바다 가운데로 신하를 보낼 때 좋은 계수나무로 만든 노로 저어 가게 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보물 제582호 충남 갑사의《월인석보목판(月印釋譜木板)》은 선조 2년(1569)에 새겨 책으로 찍어내던 목판으로서 계수나무에 돋을새김을 했다고 문화재청에서는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판목을 현미경으로 조사해본 결과 실제는 단풍나무였다.

 

 

 

 

 

그렇다면 계수나무의 실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당나라 시인 왕유는 "산속에 계수나무 꽃이 있으니, 꽃이 싸락눈 같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빨리 돌아오시구려."라고 했다. 또 조선 중기의 문신 윤휘도 중국 수도에 가서 9월에 계수나무 꽃이 한창 핀 것을 보았는데, 꽃의 작기가 싸락눈 같다고 했다.

성종14년(1483) 중국 사신이 임금에게 지어 올린 시에 '늦가을 좋은 경치에/……계수나무 향기가 자리에 가득하네.'라고 하였다.

계수나무는 싸락눈 같이 작은 꽃, 피는 시기는 가을, 향기가 강한 꽃 등이 특징이다.

 

이를 바탕으로 검토해 보면 문헌 속에 나오는 대부분의 계수나무는 따뜻한 지방에서 흔히 정원수로 심는 은목서나 금목서 등의 '목서' 종류로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의 이름난 관광지 계림(桂林)의 계수나무도 바로 이 목서다. 중국 사람들은 목서 종류를 은계, 금계, 단계(丹桂) 등으로 부르므로 실제의 나무와 연관을 지운다면 목서가 옛사람들이 말하는 계수나무와 가장 가까운 나무다. 15세기 명나라 화가 여기(呂紀)의 '계국산금도(桂菊山禽圖)' 등 중국의 옛 그림에 나오는 계수나무를 보면 역시 목서 종류임을 알 수 있다.

 

 

그 외에 달나라의 계수나무와 혼동되는 이름을 가진 나무가 몇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다프네(Daphne)는 아폴론에 쫓기다 다급해지자 나무로 변해버린다. 중국 사람들이 이를 번역할 때'월계수(月桂樹)'라 했다. 한편 유럽 남부지방에서 자라며'노블 로럴(Noble laurel)'이란 실제 나무도 다프네의 나무와 꼭 같은 월계수란 이름을 붙였다.

 

다음은 한약제나 향신료로 쓰이는 나무다.

톡 쏘는 매운맛을 내고 껍질을 벗겨 계피(桂皮)로 쓰는 계피나무(Cassia)와 한약제로 주로 이용되며 약간 단맛과 향기가 있는 육계(肉桂)나무가 있다.

이들의 껍질인 시나몬(cinnamon)은 향신료로 유명한데, 나무 이름에 한 자씩 들어 있는'계(桂)'자 때문에 이 또한 계수나무가 되었다.

 

 

 

 

 

 

 

 

그러나 이상에서 알아 본 계수나무는 식물학에서 말하는 진짜 계수나무가 아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심고 가꾸는 실제 계수나무는 문헌에 나오는 계수나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일제강점기에 들여온 일본 원산의 수입나무다.

한 아름이 넘게 자라는 큰 나무이고 잎이 하트 모양인 낙엽수다. 일본인들은 한자로 '계(桂)'라고 쓰고 '가쯔라'라고 읽는데, 처음 수입할 때 글자만 보고 계수나무라고 하여 그대로 공식이름이 되어 버렸다.

계수나무 종류는 일본 계수나무 외에 중국 원산의 한 종류가 더 있는데, 중국이름은 연향수(連香樹)다. 캐러멜과 같은 달콤한 향기가 봄에서부터 가을까지 이어져서 붙은 이름이다.

 

특히 10월경 노란 단풍이 들 때쯤이면 향기가 더욱 강해진다. 잎 속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의 일종인 엿당(maltose)의 함량이 높아지면서 기공을 통하여 휘발하기 때문에 달콤한 냄새를 풍긴다. 그래서 정원수로 널리 심고 고궁박물관 옆에도 자란다.

 

 

 

 

 

 

 

 

 

 

 

 

 

 

桂菊山禽圖  呂紀 / 故宮博物院,北京,中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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