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2022년 부부데이에 쓰는 편지)
“와~ 내 나이가 벌써 칠순이 가까웠다.”
그러고 보니 당신도 두 발짝 뒤로 나를 열심히 따라 오고 있네요.
과일은 익으면 향기가 난다는데 사람은 익으면 노인네가 난다고 하는 것처럼
우리 둘이 어딜 가나 말이나 행동이나 노인네 풀풀 풍기고 다니며 익어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젊게 살자는 마음으로 젊은 고백 한번 합니다.
“사랑 합니다.”
어떤 젊은 사람은 연애시절에 비 오는 날을 싫어하는 여친을 위로 하려고 비가 올 때마다 편지를 썼다는데
나는 이런 날 부부데이! 둘이 하나 되는 날에 핑계를 삼아 써 봅니다.
늘 사랑하지만 나는 그 뒤를 따르는 행동은 굼뜨거나 미처 마음이 몸과 하나 되지 못하고 따로 노는 날도
많은데 참아주고 기다려준 당신마음한테 사랑한다 말합니다.
요즘은 특별히 건강 챙기려고 열심히 걷는 발 뒤 축 아킬레스건에게도 오래오래 버텨 주라고
사랑한다 말합니다.
음식을 씹는 치아에게, 소화를 시켜주는 위장에게도 합력해 달라고 사랑한다 말합니다.
그럼 나는 당신 온몸 전부를 사랑하게 되는 건가요?
때가 되면 편안하게 내려오는 눈꺼풀, 절절절 저리지 않는 다리,
막히면 터지는 코골이에게도 사랑하고 감사하다고 말하면 매일 아침마다 숨 쉬는 우리로 만나겠지요?
세상 살면서 꼭 필요하고 사랑할 것 중에 돈도 사랑해야 되는데 우리 나이가 스토커처럼 쫓아 다닌다고
우리의 애정을 받아들이고 다가와 줄 것 같지는 않지요?
그래서 젊은 날 땀 뻘뻘 흘리고 몸이 아프도록 쫒아 다녔으니 이젠 황혼엔 그 녀석이 따라 오는 대로
맞이하며 느슨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당신은 건강 챙기며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 대신 내가 당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더욱 노력할 거니까요.
노력은 다른 말로 사랑입니다.
낙수를 계속 만들면 뚫어지는 바위처럼 흔적을 남기는 사랑한번 둘이하나 되어 해 보자구 요.
2022년 5월21일 새벽 1시55분에.
부부데이에 부르는 노래 배수진 작사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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