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심호흡을 한 뒤 의식을 되찾았다. 땅이 온통 파여 있었고, 머리 앞에는 조각난 나무 기둥이 널브러져 있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헤밍웨이 소설 '무기여, 잘 있어라'의 한 부분이다. 더 읽어본다.
"누군가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비명 같았다. 움직이려 했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강 건너편에서도 강둑에서도 격렬하게 발사되는 소총과 기관총 소리가 요란했다. 모든 것이 한순간의 일이었다."
레마르크 소설 '서부전선 이상 없다'도 대동소이한 느낌을 독자에게 떠안긴다. "난 너를 죽이고 싶지 않았어. 참호에 또다시 뛰어들더라도 얌전히만 있으면 죽이지 않을 거야. 난 네가 뛰어들 때 너의 수류탄, 너의 총검, 너의 무기만 생각했어."
"지금 난 너의 얼굴을 보면서 우리의 공통점을 발견했어. 너의 어머니도 나의 어머니처럼 근심과 걱정에 휩싸여 있다는 사실 말이야. 우리가 죽음과 고통을 똑같이 두려워하며 똑같이 죽어 간다는 사실…. 어째서 우리는 적이 되었을까?"
프랑스 보병 중위 알프레드 주베르는 줄곧 일기를 썼다. 그는 사망 직전인 1916년 5월23일 "인간은 미쳤다! 이 지독한 살육전이라니! 이 끔찍한 공포와 즐비한 시체를 보라! 지옥도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은 미쳤다!"라고 기록했다.
제1차 세계대전은 1914년 7월28일 개전되었다. 독일제국 총리 비스마르크는 "전투를 앞둔 병사의 눈빛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쟁을 하자는 말을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무차별 살상을 일삼는 무자비한 현대전은 막무가내로 벌어졌다.
영국 외무장관 에드워드 그레이도 1914년 8월3일 영국의 참전 결정 후 자신의 친구에게 "온 유럽의 등불이 꺼져가고 있다. 우리 생전에 다시 켜지는 일은 없겠지"라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후에도 제2차 세계대전을 비롯해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무기여 잘 있어라'와 '서부전선 이상 없다' 같은 명작은 제1차 세계대전을 바탕으로 태어났다. 명작을 읽을 수 없다 하더라도 건강한 정신의 세계시민이라면 어느 누구도 전쟁 발발을 원하지 않는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난 것을 기록하면 역사가 되고,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적으면 문학이 된다"라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생각나는 7월28일,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바로 그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