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문 당번을 섰다.
아이들이 작은 교문을 지나쳐 간다.
나에게 인사를 하는 아이
그냥 쳐다보고 지나가는 아이
밝은 표정의 아이
어두운 표정으로 땅만 쳐다보고 가는 아이
추운 날씨에도 앞자락을 풀어헤친 아이
근심스러운 엄마의 맘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따박따박 힘차게 걷는 1학년 아이
준비물을 손에 가득 든 아이
아이아이아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학교에 들어선다.
그들 모두 어느 교실 어느자린가에 자신의 짐을 풀고
학교에서의 하루를 지낼 것이다.
세상은 아이들에게 이것을 해라 저것을 해라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지만
그래서 더러는 걱정이 되기도 하였지만
아이들은 그저 아이들답게
천연덕스럽게
자신들의 얼굴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
갑자기 안심이 되었다.
누군가 그랬다.
아이들이 변했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우주의 기가 느껴졌고
어른들의 섣부른 기획으로는 망가지지 않을 에너지가 느껴졌다.
교사로서 나의 일은
그저 그들의 안으로 들어가서
그게 계속 아름답게 유지되도록 돕는 일이 아닐까?
세상과 우주와 그리고 그 속의 사람들과 자신들의 관계를 이해하고
발견하고 만들어 가는 일 속에서.......
아이들을 바라본다는 일은 언제나 가슴 떨리는 일이다.
아이들은 오늘도 눈으로 자신을 쏟아내려고 애를 썼다.
"선생님, 나예요!"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