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예술을 지원하는 재원인 문화예술진흥기금이 내후년이면 고갈될 위기지만, 이를 대체할 새로운 재원이 마련되지 않아 전국의 문화예술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지난 2009년부터 매년 200여 억원 규모로 운영되던 지역협력형사업을 ‘지역발전특별회계’로 전환, 편성하려는 움직임을 또 다시 보이고 있어 문화예술계의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이 현실화 될 경우, 현재 전북도와 일선 시·군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대표 문화예술사업의 입지 또한 좁아질 수밖에 없어 지역 문화예술계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시도문화재단 대표자회의’는 지난 23일 서울대학로연습실에서 ‘문예진흥기금 고갈과 지역발전특별회계 전환 편성,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면서 이 같은 문제의 공론화에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문예진흥기금을 지역발전특별회계로 이전할 것이 아니라 기금 예산을 마련할 방법을 별도로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역발전특별회계로 이전되면 자치 단체장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적 사업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고, 지속적인 지원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가 크다는 것.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순수문화예술 지원의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이라며 “기재부에서 조건부 예산 편성 지침을 내리더라도 형식적으로는 순수예술분야의 사업이지만, 내용적으로는 단체장의 입맛에 맞게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역협력형사업을 ‘지역발전특별회계’로 전환할 경우, 전북에도 만만치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그 어느 지역보다도 문화 인력과 자원이 풍부한 전북은 지난 6년 동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을 통해 지방비 매칭을 이루면서 어느정도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지역의 실정에 맞는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성과도 좋았다. 지난해 말에는 전국 지역협력형사업 1개 부분 중 지역특성화 문화예술사업 부문에 전국 1위,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에서 전국 3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문진금 고갈사태로 야기된 이번 지역문화예술 지원사업의 예산 편성과 집행 체계의 변화 국면은 전북에도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예술가 개개인에 대한 직접 지원인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의 축소는 물론이거니와 공연장상주단체지원사업과 레지던시, 지역미술작가들의 해외전시지원, 광역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추진하고 있는 전업예술가 창작활동비지원 마중물 시범사업 등이 최악의 경우에는 아예 없어질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순수 문화예술지원 사업의 안정성과 지속성, 목적성 등을 담보할 수 없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문화예술가들의 몫으로 남게되는 셈이다.
지역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전북지역에 광역 문화재단이 아직 출범하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크게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이 현실화 될 경우 지역문화의 격차는 너무 크게 벌어지게 될 것이다”면서 “지역 내 기초 문화재단은 물론 타 지역의 문화재단, 단체, 예술가들과 심도 싶은 고민과 문제해결을 위한 연대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도문화재단 대표자회의’는 현재 문화재단이 없는 전북과 경북, 울산, 세종시를 제외하고 설립된 13개 광역시·도 문화재단이 모두 참여하고 있는 정책협의기구다. 대표자회의는 지역 예술현장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기 위해 권역별 릴레이 토론을 이어간다. ▲7월 31일 오후 3시 광주문화재단 다목적실 ▲8월 6일 오후 3시 대구예술발전소 수창홀 ▲8월 12일 오후 3시 충북문화재단 대회의실 등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