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 밖으로 나가는 모퉁이 편에 돈주머니 지갑이 있었다
주머니 같기도 하고 줄로 묶인 지갑은 분명 엄가가 넣어둔 동전지갑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먹고싶을때는 그곳에서 나는 돈을 꺼내 사먹었다 특히 여름에 아이스케키는 정말 맛있었다
엄마는 분명 내가 손을 대는 줄 알지만 그대로 놓아두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엄마의 입장이 되었을때는 그냥 두지 않았을것같다 당장 불러내 요절을 내고 다시는 그런짓을 하지못하게 몽둥이 찜찔이라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나무라고 지갑을 모르는데 치웠을 가능성이 많다 어떻게 엄마는 아들의 그런 행뒤들을 알면서 그렇게 방치했을까 ? 물론 그 행위가 길게 가지는 않았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서 중학생이 되고 또 고등학생이 되고 하면서 그런행동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국민학교때 는 방치해둔다는 게 어느 부모치고 마음이 편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해 본다
엄마는 어릴적 부터 이런말을 자주했다 '객지에서 돈이 없으면 도둑질을 하게된다' 그러니 어디 갈때는 풍족하지도 않은 살림에 형님이 객지에 가게될때는 그렇게 말씀하시면 돈을 주신다 그때는 그것의 깊은 뜻을 알지못했다 그리고 엄마는 살아가면서 아들이 먹고싶은것을 사고싶어서 하는 그런정도는 엄마가 여유를 아들에게 준것이 어떻게 보면 마음이 넓으신것 같았다 저도 얼마나 먹고싶었으면 그렇게 했을까 ? 하고...
엄마는 휴전후에 1957년에 개성근처 휴전선 부근에서 동네 아이들과 여자들 합해서 12명을 데리고 남쪽으로 피난을 왔다 1953년에 휴전이 되었으니 엄마가 나오고 마지막이었다고 전해진다 거기서 낮에는 노동을 하고 밤에는 회의와 사상학습을 하다가 몸과 마음이 피곤하게 살아가니 남한으로 넘어가자고 해서 같이 넘어오셨다 지금 생각하면 여자대장부다 목숨을걸고 휴전선 근방의 지뢰와 폭탄을 경험하고 나왔으니...
지금은 아들의 그 행동을 알면서도 눈감아 주신 마음을 조금은 이해한다 그리고 다음에 엄마를 천국에서 만나면 물어볼 생각이다
'엄마 !그때 왜 봐주었어 ? 내 같으면 많이 벌을 주었을것 같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