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부쩍 결혼식이 많아 자칫 파산지경이다.
더욱이 특급호텔에서 한다면 5만원 가지고는 내 먹는 식대(食代)에도 미치지 않아
거시기 한 면이 있다. 5만원 내고 온 식구 우 가서 먹는 것 보다야 양심적이겠지만.
하여튼 특급호텔에서 호화판으로 하는 것은 자네 사정이고 부조는 내 사정 !
으로 필자는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각설하고....현구례와 폐백에 대하여 잡생각 옮겨 본다.
폐백(幣帛) 과 현구고례(見舅姑禮)
얼마 전 누구 딸 결혼식에서 혼주(婚主)가,
'폐백에 새 사돈이 같이 절 받자고 하데..’
고 하니 다른 친구가 '암 요샌 다 그렇게 해 ' 하고 맞장구를 친다.
뭐 .. 요새라고 다 그렇게 할라고....
폐백은 한자로 비단 폐(幣) 비단 백(帛)을 쓰고 원 뜻은 ' 윗사람을 뵐 때
준비하는 선물' 기프트(Gift) 로 의식자체-Ceremony 가 아니다.
신부가 시부모를 처음 뵙는 의식(儀式)의 정식 이름은 현구고례(見舅姑禮)다.
견(見)은 이 경우 '현'으로 읽고, 시아비 구(舅) 에 시어미 고(姑) 니
글자 그대로 시아비와 시어미 를 뵙는다 는 뜻이요, 이 의식을 위하여
준비하는 기프트-예물(禮物) 이 바로 폐백(幣帛) 이다.
시부모를 뵙는 현구고례(見舅姑禮)에 대체 신부 부모가 왜 끼는가 ?
별로 익숙한 습관이 아니다. 그러나 고쳐 생각하면 한자로 구(舅)는
시아비 뿐 아니라, 장인도 구(舅) 요, 외삼촌도 같은 글자 구(舅) 를 쓴다.
또 시어미만 고(姑)가 아니라 장모도 고(姑), 고모도 고(姑)라고 한다.
중국 사람들이 한자(漢字) 만들기 귀찮아서 이리 저리 돌려 쓴 것일까 ?
전체 한자가 수십 만이 넘고 보통 쓰는 것도 수만이 넘을 텐데
중요한 친족 명칭에 게을러서 따로 만들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일부 학자들은 중국 고대에 시아비와 외숙과 장인이 같은 사람이요
시어미와 고모와 장모가 같은 경우가 실재로 있었기 때문에, 글자가
같아 졌다고 생각한다.
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x
짝을 부족 내에서 찾으면 족내혼(族內婚- Endogamy) 이요, 밖에서 구하면
족외혼(族外婚- Exogamy) 이다. 인류 보편으로 족내혼(族內婚) 보다는
족외혼(族外婚)을 하고 있으니 이는 족외혼이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 족외혼(族外婚) 중 두 부족이 서로 여자를 맞교환 하는 경우
시아비와 외숙과 장인이 같고, 시어미와 고모와 장모가 같은 경우가 생긴다.
그 예화를 구약 성경 창세기에서 찾아 본다. 창세기 중간 쯤 보면
아브라함은 이삭을 위하여 브두엘의 딸 '리브가'를 데리고 오고, 이삭의
아들 야곱이 다시 같은 집-외숙 라반의 두 딸 레아와 라헬을 아내로 맞는다.
여기까지 보면 라반 집은 두 대에 걸쳐 야곱 네 에게 여자를 주는
wife giver요, 이삭-야곱 집은 여자를 받는 wife taker 다.
야곱에게 라반은 외숙이자 장인이요
레아와 라헬에게 리브가는 고모이자 시어머니 다.
성경에는 두 대로 끝나지만 이것이 대대로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이 두 부족에게 외숙이 언제나 장인이 되고 고모가 늘 시어머니가 된다.
다시 가정하기를 '라반' 네라고 늘 여자를 주기만 할 수는 없고
어디선가 데리고 와야 할 것인 데 그 상대가 '야곱' 네 라고 하자.
즉 이삭이 리브가를 데리고 오는 대가로 누이동생을 라반에게 주었다 하자.
이렇게 되면 야곱에게 있어 장모는 원래 고모다.
그리고 레아와 라헬의 어머니는 원래 이삭의 누이동생이니
이삭은 두 여자의 외삼촌이다.
자 이제 정리하면 ,
야곱에게 라반이 장인= 외숙이라는 것은 이미 이야기 했으며
이제 레아와 라헬에게 있어 이삭이 실은 자기 어머니의 동생으로
외숙=시아버지라는 등식이 나온다.
장인=외숙 과 외숙=시아버지의 두 등식이 다 나오니
외숙을 매개항으로 한 시아버지=외숙=장인 이라는 식이 완성된다.
또한 레아와 라헬에게 있어 리브가가 시어머니=고모 의 등식이 나왔고
여기에 라반의 아내는 원래는 이삭의 누이동생이라고 가정했으니
야곱에 있어 고모= 장모 라는 식이 하나 추가 되어 역시 고모를 매개로 한
시어머니=고모=장모 라는 등식이 완성된다.
아니 이런 경우가 어디 있나?
핵가족 상태에서는 이렇게 될 수가 없다.
이같이 되려면 대대로 두 가족의 남녀 성비가 같아야만 한다.
아들 밖에 없는 데 여자를 어찌 주나 ?
따라서 대대로 여자를 서로 맞교환 하려면 인력 풀이 핵가족이 아니라
부족단위 정도는 되어야 하는 데, 부족이라 해도 호칭은 마찬가지다.
필자의 고향 -경북 북부 사람들이 서울 와서 질색하는 것 중 하나가
아무나 붙잡고 대충 어머니, 아버지, 고모, 이모, 삼촌 하는 것이다.
경북에서는 장인 장모를 아버지 어머니로 부르는 일은 없다.
그러나 이것은 경북의 고집스런 전통일 뿐이다.
정말 아버지 누이동생이 아니라도 아버지 쪽으로 자기 보다 한 세대 위인
여자면 고모, 어머니 쪽으로 한 세대 위 남자면 외삼촌이라고 부르는 것이
친족호칭에 있어 인류사회의 보편적 현상이다.
이렇게 되면 핵가족 단위에서 부족단위로 여자의 교환을 확대시켜도
그 호칭이 야곱 가족의 예와 같아지니 시아버지=외숙=장인 이 되고,
시어머니=고모=장모 가 된다.
따라서 한자의 구(舅) 가 시아버지, 외숙, 장인 모두를 가리키고
고(姑)가 시어머니, 고모, 장모를 두루 부르게 된 것도 아득한 옛날 중국에
두 부족이 여자를 서로 맞교환 하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제 처음 화두- 폐백을 여자 쪽 집안이 함께 받는 일로 되돌아 간다.
시부모를 뵙는 것이 현구고례(見舅姑禮) 라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장인 장모도 한자로 쓰면 구고(舅姑)요, 또 요즈음 시속 마저 그러하니
양가가 폐백을 같이 받는 것에 별 문제는 없겠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고 쉬운 이야기 너무 돌려서 썼나 ? ^^
이상
첫댓글 종친님 고맙습니다 조카 장가가는데 신부쪽 장인 장모 분아 딸만 세이라세 아들이 없다하여 제가 사돈되는분 모셨다가 폐백을 같이하게했지요 이글을보니 잘한거군요 항상좋은글 고맙습니다
폐백에대해 아주 잘알게되어 감사드립니다,늘 강영하시구요모셔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