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래곤 블레이드”를 통해 본 중국의 변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내가 없으면 소중한 사람이라는 명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만큼 자기 자신은 소중한 존재다. 때문에 인간은 누구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스스로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자랑스러운 자부심을 우리는 자존감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자랑하고픈 이 자존감을 자랑하는 일은 생각밖으로 무척 어렵다. 남도 같은 자존감을 갖고 있기에 드러내놓고 자기가 남보다 더 소중한 조재임을 주장하려다가는 필경 남들의 반감을 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겸손이 바람직한 덕목으로 꼽히는 이유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틈만 나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남들보다 소중한 존재임을 드러내고자 기를 쓴다. 혹자는 물리적인 힘을, 혹자는 금전적인, 혹은 창조적인 힘을 이용한다. 인간 개개인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국가간에도 똑 같은 자존감 겨루기가 존재한다. 인간 역사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전쟁의 역사가 바로 그 증거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무력이 다변화된 세상에서는 과거처럼 힘으로 밀어부치는 방법은 좀처럼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없어 보인다. 아마 공정한 경쟁을 통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정한 경쟁을 통해 남들보다 확연한 우위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런 방법말고 무슨 신통한 방법이 없을까? 좀 더 쉬운 방법, 남들의 반발을 사지 않으면서 자신의 우월성을 과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반발 대신 환호를 받는다면 금상첨화. 그런 방법은 없을까? 있다. 그것은 영화다. 지금까지 이 방법을 이용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다.
‘인디펜던트 데이’라는 미국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1996년작이니까 벌써 20년 전 영화다. 지금 다시 봐도 재미있다. 외계인 우주선의 압도적인 모습부터 아기자기한 복선, 그리고 장렬한 전투씬까지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당히 잘 만든 영화다. 전세계적으로 수익도 엄청났다. 그런데 지금 그 내용을 곱씹어보니 주인공은 느끼한 윌 스미스도 아니고 용감무쌍한 대통령도 아니고 지구상의 모든 나라, 전 인류를 구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였다. 라이벌인 러시아인부터 사막의 아랍인, 북극의 에스키모인, 아프리카 원주민까지 미국의 분전을 기원하고 마침내 외계인의 우주선을 파괴하고 인류를 지키내는 미국이란 나라에 열광적으로 찬사를 보내는 장면이 도처에 깔려있다. 미국인들은 자부심에 가슴이 터졌을 것이다. 나머지 세계인들은 당연한 일이려니, 그렇게 넘어갔다. 그 후 미국인 영웅을 내세워 인류를 지키는 내용의 미국 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1944년에 처음 영화화 된 이래 총 9편이나 만들어진 “캪틴 어메리카” 시리즈, 팀 어메리카(Team America: World Police 2004), 어벤저스(2012), 아이언맨 시리즈, 백악관 최후의 날(2013) 등 손 꼽기 조차 헤아리기 힘들다. 이러한 영화에 등장하는 영웅은 이제 더 이상 존 웨인(역마차), 클린트 이스트우드(황야의 무법자), 케빈 코스트너 (늑대와 함께 춤을) 같은 고독한 인간이 아니다. 자기 이웃, 자기 나라를 구하는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전세계, 전 우주를 구함으로서 전 세계 모든 나라, 모든 민족의 경배를 받아야 만족하는 그런 영웅이다. 미국은 지구 경찰, 인류의 수호자라는 이미지가 알게 모르게 전세계에 퍼졌고 그 이미지에 도취된 미국은 지금 드러내놓고 스스로 지구 경찰임을 자임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이유는 단 하나, 미국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그럴만하다고 자타가 인정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국 아닌 어떤 나라에서도 타국, 타민족을 아울러 전세계를 구한다는 발칙한 설정의 영화는 만든 적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며칠 전 “드래곤 블레이드”보기 전까지는.
“드래곤 블레이드”는 홍콩 출신의 리옌쿵(李仁港 1960년생)이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해 얼마전 갭ㅇ한 영화다. 이 영화는 얼핏 지금까지 만들어진 중국영화와 별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600여억원의 제작비는 과연 대단하고 성룡과 함께 존 쿠삭 (콘에어,존말코비치되기 등), 아드리안 브로디(피아니스트 등) 같은 초 일류배우들이 출연하지만 황후화(皇后花Curse Of The Golden Flower 2006) 등을 통해 이미 중국의 막강한 금력을 보아왔기에 배역이나 세트의 웅장함 등에서 놀랄 일은 없었다. 오히려 진지하려고 시종 애를 쓰지만 여전히 장난기 흐르는 성룡의 얼굴과 성격파 배우인 존 쿠삭, 아드리안 브로디의 부조화, 전투씬에서 보이는 엉성한 카메라 워크, 리컴이라는 고대 도시가 실존했었다는 자막으로 시작하는 설득력 없는 시나리오 등 영화만 놓고 보면 결코 추천하고픈 마음이 별로 없는 영화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실크로드를 지키는 장군, 성룡이 쳐들어 온 로마 정예군단을 격파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성룡은 악한 로마황제 아드리안 브로디로부터 도망쳐 온 존 쿠삭은 물론 실크로드 주변 36개의 부족들의 마음을 얻어 힘을 합한다. 이것이 이영화의 핵심이다. 이 핵심은 전투에서 승리한 후 실크로드를 행진하는 성룡을 배경으로 화면 가득 각인되는 비문을 통해 오연하게 외치고 있다. 그 비문은 이렇다. 화적공존(化敵共存). 적은 멸해야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적들에게 우리, 중국과 함께 손잡고 실크로드의 평화를 위해 공존해 나가자고 외치고 있다. 그 뒤를 로마군과 각양각색의 이민족이 따르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우리는 우리만의 주요상품과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시당한다.”
“중국의 발전이 강대해지면서, 세상에 가져다 주는 것은 더 많은 기회이지, 무슨 위협이 아니다. 우리가 실현하려는 중국의 꿈은 비단 중국국민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각국의 국민들에게도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앞의 인용문은 덩샤오핑의 것이고 뒤의 것은 시진핑이 한 말이다. 중국이 달라진 스스로를 어떻게 표현하는 지 잘 보기 바란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13년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의 복원 구상을 발표했고 2015년 2월, 권력서열 7위의 장가오리 수석부총리를 그 책임자로 임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세계평화발전을 위해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천명했다.
중국은 지금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꽁꽁 뭉쳐있다. 이 거대한 나라, 이 거대한 민족이 한 뭉치가 되어 이제 세계의 지도자는 미국만이 아니다, 중국이다 라고 외치고 있다. 대통령을 헐뜯고 밥그릇 싸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여 제발 고개를 들고 세상을 좀 보라. 그 전에 영화부터 좀 보라. 하긴 봐도 뭐가 뭔지 알려나 싶지만.
첫댓글 지당한 말씀. 공감이 옵니다. 허나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가 아닌지......나라,국민보다 오로지 보이는 것은 표,표,표라서......공무원 연금개혁 결과를 보면 그저 찍은 내 손을 탓할수 밖에..
엊그제,杭州로해서 上海,济南그리고 北京으로 해서 돌아왔슴다, 이제 6월에 두번 더 중국에 갈 일정이어서 다음달 말이면 금년에 네번째 중국 다니는 것이되네요...그런데,중국은 점점 알수없는 나라가 되어버리는것같아서...원래 아둔한 소생을 나무라기만 하기두 귀챦아져서...이제는 그냥 별생각없이 되어가는대로...나가보는...그런 한심한 인생이 되어버린것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