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서울 강남 유명한 불고기 식당이 지금도 건재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식당은 콘셉트, 맛, 구성 등이 뛰어나다’는 평가와 함께 꼭 덧붙이는 내용이 있다. ‘가격도 비싸지만 양이 박하다’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업이 잘 되는 것 같다. 어떤 요인 때문인지 궁금해서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얼마 전에는 다른 음식으로 방송에 나갔는데 지금도 양이 부실한 것은 여전한 모양이다. 블로그들에서 그런 내용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주로 강남 중산층 이상 여성 중심의 고객이 방문하는 식당이다.
오래 전, 두 어 번 이 식당을 방문했던 필자의 생각에도 이 식당 음식 수준이 높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심정적으로 잘 안 내키는 음식점이다. 실력이 있어서 음식 가격을 제대로 받는 것도 능력이지만 나 자신이 가성비와 서민 정서를 중시하는 실속파 소비자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반면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꼭 찾아가는 한우식당이 있다. 경기 분당에 소재한 <홍박사생고기>다.
작년에도 이 한우 식당의 8000원짜리 푸짐한 한우설렁탕을 소개한 적이 있다. 필자의 레이더로는 분당·성남에서는 가장 가성비 으뜸인 한우식당이다.
연휴가 시작된 지난주 낮에 지인 두 명과 함께 이 집에서 한우갈빗살과 생고기를 먹었다. 우리는 갈빗살 600g(7만8000원)과 생고기 300g(2만원)을 주문했다. 이 식당은 소를 한 마리 통째로 작업을 하는 곳인데 구이는 갈빗살과 등심 그리고 생고기가 있고 나머지 부위는 정육 판매를 하는데 그 가격이 도매가격이라 알뜰한 여성 손님들이 많이 사간다.
일주일에 소를 세 마리 이상 잡는데 모든 부위를 판매하는 노하우 덕분에 손님들은 고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이 한우식당의 모토는 철저히 박리다매이다. 우리는 구관이 아닌 신관에서 한우를 먹었는데 허름한 식육식당 스타일이 구관에 비해 신관은 인테리어도 제법 깔끔했다.
이 한우식당을 인정하는 이유는 1+ 혹은 1++의 높은 등급 한우를 부담 없는 가격으로 참숯에 구워 먹을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그리고 일반 정육점형 식당처럼 상차림 비용을 별도로 안 받기 때문에 정말 가격이 매력적이다.
갈빗살이 나오기 전에 생고기가 나왔다. 생고기는 전라도에서는 육사시미, 경북에서는 뭉티기로 칭한다. 소를 수시로 잡기 때문에 어떤 날에는 당일 도축한 생고기를 먹을 수 있다. 생고기 부위는 우둔으로 차진 식감이 기대 이상이다. 다른 식당과 달리 양념 육회가 아니고 생고기를 내는 것은 직접 소를 작업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마늘이 잔뜩 들어간 고추장 양념도 생고기와 잘 맞는다. 신선한 생고기에 양념을 듬뿍 찍어서 먹으면 입안이 행복해진다. 다른 한우 집에서는 제법 비싸게 파는 생고기를 이 식당에서는 돼지고기 가격에 먹을 수 있어, 가성비와 양을 따지는 우리 일행을 흡족하게 해줬다.
<홍박사생고기>는 처음 주문 단위가 600g 단위여서 3명 정도 방문했다면 갈빗살, 등심을 주문하고 생고기를 300g 단위로 주문하는 것이 실속 있다. 양도 정량이라서 세 명이 열심히 먹었는데도 고기가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
한우 마니아는 등심보다 갈빗살!
본격적으로 한우갈빗살이 나왔다. 필자는 이 식당에서 등심보다는 갈빗살을 더 자주 주문한다. 원래 갈비를 좋아하는 기호도 있지만 이 식당 갈빗살의 육질이 아주 좋기 때문이다. 다른 식당 갈빗살처럼 적당한 크기로 내놓는 것이 아니고 큼직하게 듬성듬성 썰어 내놓는 모양새가 우선 마음에 든다. 최소한 이 식당에서 야박함은 없다.
불판 모양이 소박하지만 이런 타입의 고깃집은 형식보다는 실속을 앞세우는 곳이다. 평일 점심이라 다소 한가해서 종업원이 갈빗살을 능숙하게 잘라줬다. 갈빗살은 소의 갈비뼈와 뼈 사이에 있는 고기로 한자로 갈비 늑(肋)자와 사이 간(間)자를 써서 ‘늑간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갈빗살 모양이 손가락 모양 같다고 해, 영어로는 핑거미트로 불린다.
갈빗살은 부드러운 풍미보다 근육과 지방이 3중으로 겹쳐있어 식감이 매력적이다. 갈빗살은 씹는 맛 때문에 먹는 것이다, 막이 많고 근육이 거칠며 단단한 지방 부위지만 지방 교잡이 발달해 풍미가 좋다. 필자가 식당에서 고기를 주문한다면 등심보다는 갈빗살을 주문할 가능성이 더 농후하다. 아직 치아가 튼튼한 데다 역시 고기는 씹는 맛에 먹는 것이니까.
작년에 중년 직원들과 이 식당을 방문했을 때도 필자를 제외한 50대 직원들이 등심을 선호했는데 내심 ‘왜 심심한 등심을 선호할까?’ 의아해한 적도 있었다. 이 식당은 고기를 자주 작업하기 때문에 숙성보다는 신선육으로 승부하고 있다. 반찬이 단출하고 맛도 그저 그렇지만 워낙 고기를 저렴하게 팔아 우리는 전혀 불만이 없다. 딱 고기 맛에 방문하는 식당이다.
고기의 질감이나 풍미가 한우의 위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고기를 먹다가 된장찌개를 주문해서 한우의 기름진 맛을 중화하기도 했다. 또 갈빗살 일부를 된장찌개에 넣어 불판에 올려서 먹기도 했다. 우리는 된장찌개에 들어가는 한우고기를 구이보다 더 좋아한다. 된장 맛이 밴 갈빗살은 충분히 맛깔스럽다.
세 명이서 900g의 양이라 고기로도 충분히 배가 불렀다. 이 식당에서는 가격을 걱정하면서 한우를 먹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고기를 다 먹고 나서 후식으로 냉면을 두 그릇 주문했다.
면은 직접 뽑지 않지만 육수는 식당에서 직접 만든다고 한다. 한우고기와 뼈를 사용한 육수라 냉면을 맛있게 먹었다. 직접 뽑은 육수여서 먹을 만한 수준이었다.
분당 성남 용인에서 한우식당을 고르라면 이곳을 90% 이상 추천할 것이다. 아내에게 갖다 주려고 한우 국고기 한 덩어리도 구매했다. 우리 집에서는 한우고기를 된장찌개, 뭇국, 황탯국 등에 주로 쓰고 있다. 한우갈빗살 600g 7만8000원+한우생고기 300g 2만원+된장찌개 1000원+냉면 2 8000원= 10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