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무릉도원(武陵桃源/桃園鄕)
무릉도원은 중국 동진(東晋)과 송대(宋代)에 걸쳐 살았던 시인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실려 있는, 중국인들이 생각한 이상향(理想鄕)이다.
중국의 동진(東晋/4세기) 시기, 중국 후난성(湖南省)의 무릉(武陵)이라는 지역에 물고기를 잡으며 사는 어부가 있었다. 어느 날 이 어부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강을 따라 계곡 깊숙이 들어갔는데 갑자기 여러 갈래의 물길이 얽히며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헤매던 어부는 당황하여 무작정 배를 저어가다 보니 계곡 양쪽 물가를 따라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그런데 그 나무들이 하나같이 모두 복숭아나무였고 달콤한 향기가 계곡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꽃잎이 바람결에 날리고 있어 어부는 이 복숭아나무 숲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궁금해 계속 나아갔다. 한참 동안 가니까 복숭아나무 숲은 끊기고 계곡이 끝나는 곳에 작은 산이 막아서는데 계곡물이 흘러나오는 작은 동굴이 있어 안을 드려다 보니 희미하게 빛이 보였다.
어부는 기슭에 배를 두고 뭍으로 올라와 동굴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무척 좁아서 사람 하나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였다고 한다. 동굴 안으로 계속 들어가자 갑자기 밝아지며 눈앞에 아름다운 들판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손질이 잘 되어 있는 논밭과 아름다운 연못, 뽕나무와 대나무 숲이 있었다. 잘 닦인 길과 커다란 집들이 있었고 그 집들의 뜰 안에서는 개와 닭이 노닐고 있었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 어부의 모습을 발견한 마을 사람이 깜짝 놀라면서 도대체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어부가 겪은 대로 이야기하자 마을 사람은 집으로 데리고 가서 술과 닭고기 요리를 대접했고, 어부에 대한 소문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그 집으로 몰려와서 바깥세상에 대해서 이것저것 어부에게 물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우리의 조상들은 진(秦/기원전 3세기)나라 때 전란을 피해서 가족과 친지들을 이끌고 이 산속으로 피난을 왔다고 한다. 그 후로는 마을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세상과는 인연이 끊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시대인가?’
마을 사람들은 진(秦)나라 이후의 한(漢)나라도 모르니 그 이후의 위(魏)나 진(晋)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대략 500년 동안이나 바깥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있었다. 어부가 자신이 알고 있는 일에 대해서 이것저것 설명하자 마을 사람들은 놀라서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다음부터 마을 사람들은 번갈아 어부를 자신들의 집으로 초대해서 푸짐한 술과 안주로 대접하며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어부는 이 마을에서 며칠 동안을 지낸 후 자신의 마을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 마을에 대해서는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아주시오.’
어부는 마을을 나와서 원래 장소에 있던 배를 타고 오면서 도중에 표시가 될 만한 곳을 여기저기 눈여겨보며 자신의 마을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을 관리에게 자초지종을 보고했다.
관리는 이 이야기에 관심을 보여 어부에게 부하를 동행시켜서 마을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복숭아꽃이 만발해 있던 그 평화로운 마을 무릉도원(武陵桃源)은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10> 율도국(栗島國)
율도국(栗島國)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인 허균(許筠)의 소설 ‘홍길동전(洪吉童傳)’에 나오는 가상(假想)의 나라로, 허균이 생각한 이상향(理想鄕)이다.
소설에서 홍길동은 신출귀몰하는 도술로 탐관오리를 벌주고 서민을 위한 의적(義賊)활동을 벌인다.
말년에는 남쪽 섬나라 율도국을 공격하여 율도국 왕을 항복시키고 왕위에 올라 30년간 다스리다가 태자에게 나라를 물려주고 죽는다는 이야기이다. 이 홍길동이 다스리던 율도국은 산무도적(山無盜賊)하고 도불습유(道不拾遺)하는 이상국으로 그려지는데 ‘산에는 도적이 없고, 길거리에 물건이 떨어져도 사람들이 줍지 않는다.’는 의미로 풍요로운 국가를 의미한다.
이 소설 속의 율도국을 두고 사람들은 오키나와(沖縄) 남쪽의 구미도(九米島)라는 둥, 전라북도의 위도(蝟島), 또는 일본의 쓰시마(對馬島)섬 이라고도 하는 등 웃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 밖에도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천공(天空)의 성(城) 라퓨타(Laputa)’, 디즈니의 ‘투모로우 랜드(Tomorrow Land)’ 등 상상 속의 이상향(理想鄕)들은 수도 없이 많이 있다.
♣ 몽유도원도(夢遊桃園圖/조선시대 15세기)-화가 안견(安堅) 그림, 일본 덴리대(天理大)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