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서는 보물. 남한에서는 오물 ◈
경기 북부 지역에 쏟아지던 폭우가 잠시 멎자
북한이 다시 오물 풍선을 날려보냈어요
합동참모본부(합참)는 18일 오후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추정)을 또다시 부양하고 있다”고 밝혔지요
북한 오물 풍선 살포는 올 들어 8번째이지요
합참은 이날 오후 5시43분께 출입기자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현재 풍향은 서풍으로 오물풍선은 경기북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어요
합참은 “국민들께서는 적재물 낙하에 주의하시고,
떨어진 풍선을 발견하시면 접촉하지 마시고 가까운 군부대나
경찰에 신고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지요
이번 오물풍선 살포는 지난달 26일 이후 22일 만이지요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에 맞서 북한은 지난 5월 28일·29일
처음으로 오물풍선을 남쪽으로 보냈고,
최근에는 지난달 24~26일 오물풍선을 보냈어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4일과 16일 북한 지역에서
대북전단이 발견됐다며 “처참하고 기막힌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요
김 부부장은 “한국 쓰레기들의 치졸하고 더러운 짓이 계속될 경우
우리의 대응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제기될 것”이라고 밝혔어요
그런데 북한이 파지, 꽁초, 분뇨, 건전지, 라이터 등을 담은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자 탈북민들은
“저것은 북한에선 모두 보물”이라고 했어요
그분들에 따르면 북한은 종이가 ‘귀하신 몸’이지요
종이가 없어 교과서도 물려가며 쓰고 있어요
재활용 공책은 온통 누런색이지요
물려받은 교과서가 망가져 재활용 공책에 옮겨 적어
공부하는 학생도 많아요
화장실에선 종이 대신 옥수수 껍질을 쓰지요
휴지는 특권층의 전유물이 된지 오래됐어요
학생들은 파지를 모아 바쳐야 하지요
초등생이 연간 50kg을 내야 하는데
목표량을 채우려 종이는 보이는 대로 주어요
중국 상인이 종이 박스를 버리면 서로 차지하려 다투지요
할당량을 못 채우면 대신 돈을 바쳐야 하니 파지는 ‘보물’이지요
담배꽁초도 보기 힘들어요
필터 담배는 부유층이나 필 수 있는데 그 옆에는 항상
그 꽁초를 주우려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요
필터를 모아 빨면 솜이 되고 베개나 이불속으로 쓰고 있어요
건전지는 더 귀하지요
폐건전지는 버리지 않고 재충전해서 쓰고 있어요
라이터와 볼펜 심도 재활용하지요
비료가 없는 북한은 퇴비를 쓰느데
분뇨도 귀하신 몸이 되고 있어요
분뇨 쟁탈전 탓에 분뇨 도둑을 막으려 변소에 자물쇠를 채우지요
거의 모든 것이 부족한 북한은
‘버리면 오물, 쓰면 보물’이란 구호를 걸고
폐지나 폐비닐, 폐병, 깨진 유리 등을 모두 다시 쓰고 있어요
폐타이어 안에 짚단을 넣어 쓰고 자투리 천은 장갑이 되지요
아버지 속옷이 아이 운동복이 돼 10년도 넘게 입어요
누에고치로 명주실을 생산하는 공장에선
폐수로 단백질 식품과 수액, 비료를 만들지요
북 당국은 폐기물 수집함과 쓰레기통을 ‘보물함’이라 부르고,
재활용품은 ‘오물로 만든 보물’이라고 하지요
한 번 쓴 자원은 끝까지 재활용해 쓰라는 ‘재자원화법’도 만들었어요
‘70대 노파가 파지와 폐비닐 등을 하루 500kg 이상 모아 왔다’는
뉴스를 내보내고, 오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리는
‘내가 찾은 보물’이라는 영화도 만들었지요
그런 북한이 6·25 하루 전날 오물 풍선을 또다시 남으로 날려 보냈어요
지난달 이후 1600개가 넘지요
풍선 안엔 파지와 폐비닐, 자투리 천, 담배꽁초, 폐건전지, 퇴비 등이
담겨 있었어요
북한 주민들에겐 ‘보물’ 취급 받는 귀한 것들이지요
북 당국은 급하게 풍선을 날리려고 주민들에게
이 ‘보물’을 바치라고 닦달했을 것이지요
김여정이 오물 풍선을 “진정 어린 성의의 선물”이라고
비아냥거렸는데 어느 정도 ‘진실’이 담겨 있어요
그걸 모으느라 고생했을 북 주민들이 안쓰럽다 못해
붏쌍하게 여겨지고 있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지난 9일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한 빌라 옥상에 떨어진 오물풍선을 소방대원이 치우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