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이 내리쬐던 여름이 가고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가을이 시작되는 9월 1일입니다. 마침 오늘 반야암 가족법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생활 속에 흔히 말하는 세월 따라 여러 가지 정서적인 회포가 느껴지고, 또 우리가 사는 것이 세월 따라 한 살 두 살 나이가 많아지는 것은 태어나고부터 年輪(연륜)이 쌓아지는 것인데 이것이 결국 시간 따라 사는 것이라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루를 가지고 말하더라도 아침에는 아침식사를, 점심 때에는 점심식사를, 저녁때가 되면 저녁밥을 먹으니 어찌보면 시간의 진행에 따라 우리도 움직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 몸을 받고 사는 인연이 아주 귀합니다. 과학계에서 나오는 이야기로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명체의 수를 200만 개 종류 정도로 본다고 합니다. 현재 지구상에 살아가는 생명체의 종류가 200만 종류가 되는데 그 가운데 우리가 사람 몸을 받았으므로 확률이 1/200만이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 몸을 받기가 굉장히 어려운 반면에 인간은 인간으로 제대로 살기가 참 어렵다는 것입니다. 속되게 이야기하면 사람이 범죄를 짓고 잘못하는 것은 실패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세속적으로 사회적 성공을 하여 부를 이루는 등의 여러 가지 업적을 평가하는 기준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인간 몸을 받아 이 세상에 태어나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불교에서의 인생 성공을 ‘濟度(제도)’라고 합니다. 내가 나를 濟度(제도)하는 것이 인생 성공입니다. ‘濟度(제도)’를 다르게 말하면 ‘가장 잘 산 것’- 이 세상에서 아무런 나쁜 업을 남기지 않고 가장 잘 산 것을 말합니다. 번뇌와 망상의 경계를 벗어나 삶의 근본 의미를 나름대로 깊이 통찰해 깨닫는 경우를 불교에서는 ‘濟度(제도)되었다’고 말합니다.
전해 내려오는 偈頌(게송)이 있습니다.
億劫千生得箇人(억겁천생득개인)이여
억겁천생에 사람 몸 받아 살고 있는 이여
-- 인간의 몸을 받아 살고 있는 이것이 천겁 천생에 한 번 있는 일이다. 一期一會(일기일회)라는 말도 있듯이 금생의 내 몸이 있으려면 조상대대로 내려온 인연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姓(성)에 다른 씨족관계에서 쭉 이어져 내려온 族譜(족보)의 역사도 있을 것이고,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姓氏(성씨)가 없을 때도 있었습니다. 미얀마 같은 나라에는 아직도 姓(성)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族譜(족보)가 있어서 子子孫孫(자자손손) 代를 이어왔습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우리는 금생의 내 몸이 있기까지는 참으로 오랜 세월이 지나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須知先世種來人(수지선세종래인)이로다
모름지기 과거세로부터 심어온 씨앗(원인)을 알아야 하느니라
此身不向今生度(차신불향금생도)하면
이 몸을 금생을 향하여 제도하지 않는다면
-- 금생에 가장 중요한 일은 내가 나를 제도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그 때 그 때 일어나는 일을 두고 말할 때 “오늘은 오늘의 일이 있는 것이고 내일은 내일 할 일이 있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달에 할 일이 있고 다음 달에 할 일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올해 해야 할 일이 있고 내년에 해야 할 일이 있기도 합니다. 더 크게 말하면 금생에 해야 할 일이 있고 내생에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궁극적으로 ‘내가 나를 제도하는 것’으로 다 귀착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此身不向今生度’는 금생 일을 금생에 다 해야한다는 말입니다.
更待何生度此身(갱대하생도차신)이리오
다시 어느 생을 기다려 이 몸을 제도하리오?
濟度(제도)를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서 죽지않도록 안전한 곳으로 구해내는 것’으로 비유를 들어 말하기도 하지만 ‘내 삶의 의미가 원칙적으로 제대로 충족되어 지는 것’을 뜻합니다. 사람은 과거생을 가지고 있어서 오늘이 있기까지 어제․그제를 이어왔듯이 그 때에 내가 해놓은 일이 있는 것입니다.
불교를 敎義的(교의적)으로 말하면 緣起法(연기법) - 因緣法(인연법)입니다. 불교는 緣起的(연기적)인 사유를 하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緣起的(연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항상 三世(삼세)를 똑같이 보라는 겁니다. 우리는 당면하고 있는 현재만을 문제 삼고 지난 것은 흘려버리고 다가올 것은 미루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緣起法(연기법)․因緣法(인연법) 속에서 보면 三世(삼세)가 같은 것입니다. 어제․오늘․내일의 하루하루가 똑같습니다. 어제․오늘․내일의 하루하루가 다르지만 오늘 속에 어제가 있고 오늘 속에 내일이 있는 것입니다. 금생 속에 전생이 있는 것이고 금생 속에 내생이 있는 것이라고 華嚴(화엄)법문에 이런 이야기들이 자주 나옵니다. 三世(삼세)가 동시에 있는 것입니다. 三世(삼세)를 하나의 기본 단위로 가지고 있는 것이 우리 마음 속에 일어나는 한 생각입니다.
의상스님의 「法性偈(법성게)」에서 ‘九世十世互相卽(구세십세호상즉)’이라는 게송이 나오는데 구세 십세가 한 생각이라는 것입니다. 一念(일념) 속에 삼세의 인연이 다 들어있다는 심오한 말입니다.
조선조 말기의 용악스님은 강원도 출신으로 만년에는 함경도 석왕사 내원암에 주석하다 1908년에 입적하였습니다. 석왕사는 이성계의 꿈을 왕이 될 것이라 해석하여 이성계가 왕이 된 후 보답으로 지어준 절로 이름을 釋王寺라 하였습니다. 이 스님이 평생 금강경을 독송하여 10만 번을 독송하였더니 수시로 이적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종교는 여러 가지 불가사의한 영적인 체험을 하는 면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金剛經>은 대부분 구마라습이 번역한 경전인데 글자수가 5,174字입니다. 치아에서 사리가 나온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스님이 백 리 밖의 일을 알아맞히는 일도 있었는데 해마다 2월 28일에 꿈을 꾸었는데, 가 본 적이 없는 다른 절에서 음식상과 함께 잔을 세 번 받아 마시는 장면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 절 현판도 보였는데 그 절 이름은 수암사로 함경북도 오산에 있었습니다. 한번은 객승으로 온 한 스님을 석왕사에서 만났는데 수암사에 사는 스님이라 하기에 수암사에 대해 이 것 저 것을 물어 봤더니 꿈에 보았던 절 모습과 똑같이 일치하였습니다. 하도 이상하여 자기가 꿈꾸던 날을 기억하여 그날 수암사에서 무슨 행사가 있는 날이냐고 물었더니, 수암사를 중창한 스님의 제삿날이라 하였습니다. 듣고 보니 자신이 전생에 수암사를 중창한 스님으로 있다가 다시 금생에 사람으로 태어나 스님이 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암사에서 온 스님은 용악 스님에게 수암사 중창주인 돌아가신 스님이 평생 서원을 세워놓고 이루지 못하고 간 일이 있다는 말까지 들려주었다. 그것은 합천 해인사에 보관되어 있는 팔만대장경 목판을 종이에 찍어 대장경 전부를 책으로 엮는 印經佛事(인경불사)를 염원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일은 평소에 용악 스님이 하려고 늘 발원하고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평생 팔만대장경의 인경불사 원력을 잊지 않은 스님은 66세 되던 해 안변 석왕사를 나와 남방으로 향했습니다. 우선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영축산 통도사에서 인경불사의 원만성취를 기원하는 기도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용악스님은 자기의 원은 전생에서 부터 세웠다고 생각하고 더욱 신심을 일으켜 대장경 인쇄 불사 성취를 위한 기도를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은 통도사 적멸보궁에서 백일기도를 봉행했습니다. 병신년(1896)에 했는데 그때 통도사 자장암에 있는 금개구리(일명 금화보살)가 마지밥을 담은 뜨거운 불기에 앉는 상서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 다음 정유년에는 해인사에서 또한 백일기도를 했는데 큰 구렁이 두 마리가 복행신장服行神將으로 나타나 스님을 따라 장경각을 돌기도 했다고 합니다. 네질을 인쇄해 만들어 삼보사찰인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에 한 질씩 그리고 나머지 한 질은 전국의 각 사찰에 나누어 흩어져 보관하게 하였습니다. 이 책을 의지해 1970년대 중반에 동국대학교에서 나중에 활자판 인쇄 <고려대장경>이 편찬하여 전국에 보급하였습니다. 이것은 용악스님이 전생의 願力(원력)을 금생으로 이어와서 그 願力(원력)대로 불사를 성취했다는 이야기인데 사람은 누구나 과거 宿生(숙생)부터 자기가 세웠던 願(원)이 있다는 겁니다. 금생이란 이 생으로 끝나 마쳐지는 것이 아니고 계속 이어져 가면서 되풀이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설화를 통해서 우리가 좀더 信心(신심) - 믿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요즘은 사회적으로 知性(지성)이 높아지고 과학도 발전하여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상식이나 지식으로 판단하려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해 동안 같은 날 똑같은 꿈을 꾼 것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겠습니까? 과학적인 사고나 합리적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신앙정서는 지극한 믿음입니다. 지극하게 매달리면 다 이루어집니다. 설사 자신이 죽을 병에 걸렸어도 지극하게 기도를 한다면 낫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험담에는 이런 이야기가 숱하게 전해집니다. 믿는 마음이 견고하면 그 믿음에 의해서 큰 공덕이 이루어진다고 하였습니다. <華嚴經> 「현수품」에는 ‘信爲道元功德母 長養一切諸善法(신위도원공덕모 장양일체제선법)- 믿음이 도의 근원이고 공덕을 성취하는 어머니이다. 이 세상 모든 좋은 법은 믿음으로부터 시작된다.’라는 송구가 있습니다.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 하기도 하고 신앙을 가진 사람에게는 ‘기도의 계절’이라 하기도 합니다. 러시아의 문호 또스또예프가 ‘기도는 내가 나를 가르치는 교육’이라 말했습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에는 선생님으로부터 배웠습니다. 이는 남으로부터 배운 것입니다. 그러나 종교적인 신앙 정서를 가지고 경건한 마음으로 합장하고 부처님께 절을 하는 것 등은 내가 나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남에게 배우는 것이 아닌 열심히 기도하면 인생의 의미를 알 수 있고 깨닫는 것이 있으며 반드시 가피가 옵니다.
요즘 좋은 소식을 몇 개 들었는데 열심히 기도하여 불가사의한 가피를 입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불교를 믿는 마음으로 내 인생에 좋은 일이 생긴다면 그것이 바로 자기 자신을 제도하는 일이 됩니다. 내 인생이 성공하고 업( Karman)으로도 성공하는 것입니다. 항상 불교를 신행하는 마음을 통해서 내가 나를 제도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 사는 것이 좋겠습니다.
첫댓글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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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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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수고덕에 큰스님의 금구를 잘 전해받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
고맙습니다 _()_
감사합니다.
스님의 법문을 반야보전에 앉아서 들은 듯 생생합니다.
우선 내가 나를 제도해서 보살행을 널리 펴야하겠지요.
예 상구보리 하화중생이지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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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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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 하십니다.
한 말씀도 놓치지 않고~ 덕분에 되새겨 읽었습니다.()
말씀이 너무 좋아서요,,,
고맙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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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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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한 스님은 어른스님의 말씀을 자신의 장삼자락에 받아 적었다고 하지요. 법보시 인연으로 다겁생 이어질 선근공덕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법보시란 생각 없이 가뭄 끝의 단비와 같은 멋진 말씀들이라 남기고 싶어 정리했고 혼자 보기 아까워 올렸어요
늘 감사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