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314 (월)
- 일본 대지진 과 일본인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인정도 많고 또 눈물도 많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와주고 가슴아파하고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까를 걱정합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왜 어려운 일이 생겼는가를 국민들에게 빠르게 전달하려고
모든 언론, 방송사들이 서로 먼저 보도하려고 앞 다투어 경쟁합니다.
또한 동시에 그 사건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가족, 친지들을 어찌 그리도 빨리
찾아내는지 곧바로 인터뷰하고 울고 부르짖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보도하는
일을 우선합니다.
어려운 일이나 큰 사고가 일어났을 때 매번 느끼는 것은 - 대구지하철 참사나
천안함 사건 등을 비롯해서 - 미국과 일본 등의 문화를 접해본 사람의 입장에서
우리나라는 아주 독특하게도, 남아있는 사람들의 슬픈 모습을 보도하는 것을
우선합니다.
미국이나 일본의 보도기관들도 물론 희생자의 가족들을 취재하기는 합니다만,
그 쪽에 중점을 두지는 않고, 사건의 전말과 향후대책 등을 중심으로 보도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정과 눈물이 많고 그리고 죽은 사람을 기리는 마음이 무척 큰
사유이겠습니다.
-------------------------------------------------------------
모두들 읽으셨겠지만 이번 일본대지진을 취재한 어느 기자의 보도내용을 올립니다.
① 대피소의 양보 : 우동 10그릇, 50명이 서로 "먼저 드시죠.”
② 남 탓은 안 한다 : 원망하거나 항의하는 모습 TV에 안 보여
③ 재앙 앞 손잡기 : 의원들 정쟁 중단 … 작업복 입고 현장으로
④ 침착하고 냉정 : 일본 전역에서 약탈 보고 한 건도 없어
⑤ 남을 먼저 생각 : “내가 울면 더 큰 피해자에게 폐 된다.”
# “오사키니(お先に·먼저 드시죠)”, “아닙니다. 전 아직 괜찮습니다.”
규모 9.0의 대강진과 10m가 넘는 쓰나미가 동일본을 덮친 뒤인 11일 오후 6시,
아키타(秋田)현 아키타시의 그랑티아 아키타 호텔. 정전으로 암흑으로 변한 호텔 로비에선
기이한 장면이 연출됐다.
호텔 측이 “전기가 들어올 때까지 숙박객을 받을 수 없다”고 안내하자 로비에 몰려 있던
숙박 예약객 50여 명은 조용히 줄을 서기 시작했다.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노약자들이
앞에 세워졌다. 암흑 속에 일렬의 줄이 생겼다. 순서를 다투는 모습은 일절 없었다.
잠시 후 호텔 측이 “정전으로 저녁을 제공할 수 없다”며 긴급용으로 우동 10그릇을
가져왔을 때다. 우동그릇을 향해 달려들기는커녕 너나 할 것 없이 다른 고객의 허기를
걱정하며 뒤로 뒤로 우동을 돌리는 ‘양보의 릴레이’가 이어졌다. 피해가 가장 컸던
미야기(宮城), 이와테(巖手)현을 비롯하여, 일본 전역에서 주인 없는 상점에서 약탈 행위가
있었다는 뉴스는 아직 단 한 건도 없다.
# 도호쿠 미야기현 북동부에 위치한 미나미산리쿠(南三陸) 연안 지역. 마을 대부분이
사라지고 화재로 검게 탄 숲의 흔적만 남아 있다. 쓰나미에 육지로 밀려온 선박은 선미가
하늘을 향한 채 거꾸로 땅에 박혀 있다. 이번 지진의 최대 피해지역인 이곳에선 ‘실종자
1만 명’ 소문까지 돈다. 그러나 고성이나 원성은 들리지 않는다. 피난소에 모인 100여 명의
주민들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나지막한 목소리로 “빨리 복구가 되길 바랄 뿐”이라
면서 “내일”을 말한다. 누구 탓도 하지 않는다. 모자라는 물과 담요를 나눠 쓰며 서로를
위로하는 감동적 장면들이 전파를 타고 있다.
# 일본적십자사 조직추진부 시로타(白田) 과장은 13일 “개인과 기업들로부터 성금과 구호
물자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를 향해 늘 으르렁거리던 야당 의원들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나라 구하기에 발 벗고 나섰다. 위기 앞에 손잡는 공동체 의식은 일본 사회의
저력이다.
# 한국에서 재해 보도를 할 때 희생자를 취재하는 건 보통이다. 시신이 안치된 빈소와
병원의 모습이 시시각각 비춰진다. 그러나 일본 대지진 보도에서 일본 언론은 달랐다.
쓰나미로 가옥과 차량이 쓸려 내려가는 장면이 TV에 자주 비쳐지지만 어느 채널에서도
쓰나미에 휩쓸리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죽은 이도 이 세상에 남는다.”는
일본인의 특유한 사생(死生)관 때문이지만 울부짖거나 흐느끼는 모습도 좀처럼 화면에서
보기 힘들다. TV아사히의 한 관계자는 “재해 예방을 위한 목적 외에는 일반 시민에게
큰 충격을 주는 화면은 최대한 억제한다는 것이 재해 보도의 암묵적인 룰”이라고 말했다.
11일 지진이 발생한 뒤 쓰나미 경계보가 해제된 13일 새벽까지 모든 TV방송 진행자는
헬멧을 쓰고 진행했다. 이처럼 지진 규모나 피해 규모와 달리 일본은 무섭도록 냉정하고
침착하다. 이유가 있었다.
# 예를 들어 도쿄의 부도심인 신주쿠에 위치한 요쓰야(四谷) 사거리에 있는 소방서.
12층 건물의 10층 언저리 외벽에는 눈에 띄는 선이 그어져 있다. 이 선은 지상으로부터
높이 30m를 알리는 표시다. 그 옆에는 “이 높이는 바로 1993년 홋카이도(北海道) 남서부
지진으로 오쿠시리(<5965>尻)섬을 덮친 쓰나미의 높이”란 설명이 붙어 있다. 쓰나미란
언제 어느 때나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문제란 걸 인식시키고 평상의 준비가 필수적이란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 일본인들은 꾸준하고 일관된 재해 대처 교육을 유치원 때부터 받는다. 책상 옆 고리에는
늘 재해에 대비한 머리에 뒤집어쓰는 방재 두건이 걸려 있다. 지진이 발생하면 ‘방재 두건
착용→책상 밑 대피→운동장 대피→질서 확보’까지 눈 감고도 할 정도다. 철저한 재해 예방
교육은 초등학교 입학 후 첫 수업에서 배우는 “메이와쿠 가케루나(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란 일본 고유의 정신 가치와 함께 대형 재해에 침착히 대응하게 하는 비결이다.
여기에는 자신에게 다가온 처지를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일본인의 특성도 작용한다.
# 재해를 당한 일본인들이 크게 흐느끼거나 울부짖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도 “내가 그런
행동을 하면 나보다 더 큰 피해를 당한 이들에게 폐가 된다”는 극도의 배려정신 때문이다.
재해 현장에서 본 일본의 모습. 그건 “일본은 있다”였다.
◆ 메이와쿠(迷惑) 가께나이
“메이와쿠(迷惑) : 남에게 끼치는 폐”를 뜻하는 일본말.
일본의 가정, 학교교육과 사회 윤리의 핵심이 “메이와쿠(迷惑) 가께나이 :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는 것이다.
--------------------------------------------------------------------
일본의 방이 있는 음식점에서 신발을 벗고 그냥 들어가면 “한국인”, 신발을 신발장에
넣거나 신발장이 없으면 신발을 나가는 방향으로 돌려서 가지런히 놓고 들어가면
“일본인”이라고 합니다.
언젠가 회사에서 가족들과 함께 야유회를 갔었는데, 끝나고 나서 일본지사에 있던 직원의
아이들은 비록 어린데도 모든 뒷정리를 다 하고 갔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일본의 보도 내용은 한국과 조금 틀리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일본사람들의 사고 후 침착한 대처는 최근 아이티의 경우와는 비교가 안될정도로 온 지구인의 귀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상하긴 싫지만 우리에게 이런 불행이 생겼다면 어땠을까요? 일제시대 이후 겪었던 참혹한 불행으로 근본을 잃어버리고 시세에 편승하는 것이 중요가치로 대두하긴 했지만, 본성은 일본 사회의 대응과 큰 차이는 나지 않으리라 기대합니다. 이번 재해로 피해입은 일본인들과 모든 지구인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외국인들이 볼 때 우리나라는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것 같은데, 우리는 평온하게 잘 살고 있듯이 일본도 우리 매스컴에서는 난리인 것으로 계속 보도하는데, 정작 일본인들은 걸음걸이가 조금 빨라지고 걱정꺼리가 생겼다 뿐이지 우리처럼 그렇게 난리 피우지 않습니다. 이번 참에 오히려 한일관계가 보다 좋아지기를 바랍니다.
형님! 고수영 딸 정화도 왔다가 3/27 (일) 12시경에 일본으로 갔지요 그곳에서 6년째 사는데 어찌 하겠습니까 . 어느날은 딸 아이가 대전 보다도 수치기 낮은데 왜 우리나라는 난리인지 모르겠다고..정작 일본 뉴스 에서는 오히려 제 딸도 조용 하다고 합니다. 걱정 되는것은 생수도 사가지고 갔는데 생수를 계속 보내야 되는지를 오늘 통화 한번 해봐야 될것 같아요.
병원에 다니셨다고요? 다 나으셨다니 좋습니다. 위에서 사례를 든 대로 우리나라사람과 일본인들의 성격차이인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생수는 당분간 계속 보내주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돈은 있어도 사기가 바쁠 것이고 또 너무 많이 한꺼번에 사기도 힘들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