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12일
제 1회 광주 한마음 하프마라톤 후기
" 거기 산이 있어 오르듯
거기에 가면 출발선과 골인지점이 있기에 "
그리고 내 삶에 가장 소중한 이정표가 되어 줄
그 무엇인가가 있기에 나는 달린다.
아침 6시 50분 부시시한 모습으로 일어났다.
어제 나눔농장에서 온종일 비맞으며 일한 탓일까!!
허리가 돌아가지도 않고 몸이 무겁다
퉁퉁 부어오른 오른손 손목이 시끈거린다.
창밖 세상은 온통 회색빛이고 간간히 비를 뿌린다.
광주에서 하는 대회이니 함께 가자던 옆지기는
밥상 차려주고 도로 눞는다.
같이 가봐야 목빠지게 기다리다 지쳐
눈물바람 할께 뻔한 일이라며 무리하지말고
힘들면 걸어서 들어오라고.....
대회장소인 첨단 교통공원에 도착하니
많은 달림이들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 하프 정도는 예전의 여느 대회처럼
설레이지도 어떻게 레이스를 펼칠가 하는
작전도 필요치 않은듯 그져 담담하게
배번을 차고 스트레칭을 했다.
출발 대기선에 서자 빗줄기가 굵어지고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온다.
스트레칭으로 덥혀논 몸은 식어가고 으슬으슬
춥기도 하고 몸이 오그라드는 기분이다.
올 봄 남원 대회때 그 추웠던 기억이 생생한데..
걱정부터 앞선다.
당연히 있어야 할 시계도 안차고 있는 내 모습
무감각의 극치다.....
출발 신호와 함께 밀려 나가는 달림이들 사이에
적당한 자리를 차지하고 달린다.
4키로를 지나 언덕을 오르는데 허리힘이 딸린다.
바로앞에 갑장친구 혜경이가 달리고 있어
따라잡으려 했으나 내 몸 상태로는 도저히
50미터 앞서가는 친구를 응원해 줄 수가 없었다.
5키로미터를 넘어 몸이 풀린듯 하나 속도를 올릴 수가 없었다
그냥 땀이 아니라 식은땀이 나기 때문이다.
7키로미터쯤 출발 장소를 돌아나가는데
포기하고픈 생각뿐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렇게 빨리 몸이 무기력해 질 수 있을까!!!
지속주를 할 수 없다
자꾸 후미주자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밀려나기를
여러차례... 첨단대교를 지나 저 멀리 양산동 아파트 단지를 보며
지속주가 아닌 인터벌 훈련을 해야 했다
양산동 그 언덕을 기어오르듯 오르는데
벌써 1,2등 주자가 달려온다....
평소에 훈련 게을리한 내 자신이 이렇게 초라해 보일 수가...
지금부터 힘껏 달리면 따라잡을 것 같은 마음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음 뿐...
반환점을 돌아 오르막길....
심장 박동수가 올라가고
머리가 멍해질때까지 달려보지만 어지럼증까지 생겨
모자를 벋고 땀을 식혀본다.
농장에서 열심히 일한것이 훈련이라 여겼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노동일 뿐 훈련이 아니라는걸
깨닿게 해준 대회다.
10월에 있을 풀코스때는 절대로 이런 실수는 하지않으리라...
양산동을 벋어나 첨단으로 가는 내리막길을 힘껏 달리지만
다리가 풀린지 오래다
갑짜기 배가 고파지고 허리에 힘이 실리지않는다
무감각해진 다리는 쉬어 갈 것을 조롱하듯 내 자신에게
주문하며 걷게 만든다.
뛰다걷다를 반복하며 교통공원을 지나는데
또다시 포기 생각이 난다
나를 기다리는 골인지점의 많은 님들이 생각난다.
다시금 힘을 내보지만 달리는것이 걷기 수준이다.
물 한병을 다 마셔 보지만 갈증이아닌 배고픔 때문에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길가에 떨어진 과자봉지만 봐도 어쩜 그리 맛나게 보이던지..
18키로 지점을 지나 이제 3키로
남은 힘을다해서 이제는 세상에서 제일 멋있게
힘차게 달리자 라고 다짐하며 비속을 질주했다.
마음가짐이 이렇게 중요한 것을.....
쉼없이 달릴 수 있는 것은 3키로를 더 달리면 편히 쉬며
빵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일게다.
오늘 내가 달려온 길은 내 자신에게 얼마나
수치스런 달리기였는지 내 자신에게 묻는다.
그동안 안일한 생각을 후회를 해본 달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골인지점이 저 멀리 보이고
비는 퍼붓는데 내눈앞에 보이는 해 맑은미소님이
손을 흔들며 동반주를 해준다.
그 비 다 맞아가며....
반가움 반 고마움 반 골인지점이 가까와지고
나를 응원해 주는 수많은 인파로 가득한 피니쉬라인을
통과하는데 사회자의 멘트 소리가 들린다.
1미터에 1원 후원해주는 달림이가 지금 도착하고 있습니다.
" 아~ 지금 골인 지점에 들어오는 선수는 가슴에
1미터 1원 후원이라는
글귀를 새기고 한걸음 한걸음 1미터를 옮길때마다
1원씩을 후원 받아 불우한
이웃 돕기에 성금을 하시는 분입니다.
박영일 선수에게 뜨거운 박수로 격려해 주시길 바랍니다."
눈물이 난다.
해냈다는 뿌듯함이 아니라 3년 넘게 달리면서
박수를 받으며 골인한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난다.
사회자 멘트에 왜 가슴이 그렇게 뜨거운지...
함께 응원해준 님들과 따듯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물품을 찾기위해
계단하나 오르는 순간 비명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옆에있던
님의 바지가랭이를 잡으며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쥐가 내린것이다. 다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러워 하는데 그 비 다맞으며
주물러 주는 그 해 맑은미소님의 손놀림으로 바로 회복 되었지만
애써 태연한 척... 그래야 걱정하지않을 테니까!!!
칩을 반납하고 빵하나 우유하나 게눈감추듯 먹고는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이쁘니님께서 운영하시는 화산 참붕어집에서 맛난 붕어찜과
반가운 만남을 한후 점심 식사를 마치고 귀가했습니다.
후원해 주신 아름다운 천사
이화님, 스칼렛님, 다산님, 아오마님, 구절초님,
도령님, 도란도란님, 창공님, 이쁘니님, 예쁜아이님,
평화님, 천상비님 , 카스
완주를 기원해 주신 386 이웃사랑 모든 회원님
비를 맞으며 응원을 나와주신
맑은미소님, 다산님, 민호님,구절초님,
천상비님, 아오마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무기력한 달리기를
다음 달리기에 시금석으로 삼고 열심히 연습해서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않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