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계의 수도권 전철 전선 완승기
제 12 편 - 1급 고속철 간이역
개찰구에 오르자 "병점, 병점 가는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라는 소리가 들렸다. 무조건 뛰었다. 전쟁기념관에서 지체했기 때문에 빨리 가면 유리하기 때문이다. 허나, 필자의 망상이 지나쳤을까 (그래도 법정에서 "나를 사형시키면 2년 안에 지구가 망한다" 라고 말한 한 사이비 종교 교주보다는 낫다)... 병점이 아니라 인천행이었던 것이다. 철공의 수도권 전철 역내 안내방송이 우물우물하므로 인천을 병점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열차 44. 1호선 #K759 (천안행)
열차시각 : 남영 (18:31) ----------> 관악 (19:02)
철공에서는 어떻게든 가산디지털단지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나 보다. 좁은 명조체의 전광판에서 한글 11자 반을 표현할 수는 없고... 그래서 생각해낸 묘안이 디지털을 Digi로 표현하는 센스(?)를 갖고 있었으니...
이제 서울시계를 빠져나가고, 석수역을 지나 관악역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불안했다. 셔틀버스를 놓치면 거금 22400원이 날아가므로).
관악역 출구는 수원방면 맨 앞에 있는지라 또 승강장 종단을 해야 한다.
남영 -> 관악 : 1100 X 2명
관악역 주변은 전형적인 베드 타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역 앞은 초 썰렁하여 셔틀 버스 위치를 찾기 어려웠다. 허나 육교를 건너 공영 주차장을 지나니 버스 승강장이 보였다.
관악역의 구조는 전형적인 2면 4선인데, 전철은 외측선에 정차, 장거리 열차나 급행열차는 내선으로 통과한다. 관악역에서 기다리는 중에 통과하는 무궁화호를 볼 수 있었다. 19시 15분 출발, 광명역으로 가는 버스가 관악역으로 온다. 철공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셔틀버스, 전두부 또한 KTX의 전두부를 형상화했다.
셔틀버스에는 아무도 없었다. 운전기사에게 일단 2천원을 주고 승차권을 구입한다.
버스 1. KTX 셔틀버스
버스시각 : 관악역 (19:15) ----------> 광명역 (19:25)
관악역에서 광명역을 가는 버스는 이 셔틀버스 이외에도 마을버스가 있다. 마을버스는 중간 중간에 모두 서지만, 셔틀버스는 모두 통과하고 터널을 지나면 10분만에 광명역에 도착한다.
원래 광명역은 1992년 착공할 때 경부고속철도의 시발(욕이 아니라 始發)역으로 하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허허벌판에 역사를 지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정계에서 고속철이 반드시 서울시내로 들어가야 한다는 압박을 넣어 (현대판 억지춘양이다. 원래 억지춘양은 영동선 춘양역에서 유래. 참고로 당시 서울시장은 KTX는 용산역에, 일반역차는 서울역에서 출발하자고 말한 적이 있음) 시발역으로 하려던 광명역을 통과하는 열차가 생겨났으며, 교통연계도 되지 않아 셔틀버스가 운행되기 전까지 근 1년 2개월동안 경기도 남부지역 주민들이 굉장한 불편을 겪었던 역이다. 하지만 고속철 역이라고 1급역이다.
광명역은 역사를 기준으로 버스나 택시는 동쪽에만 선다. 셔틀버스는 동쪽에 서지 않고 '특별한' 승강장에 세워준다.
광명역 창구에서 2000원을 환불받고, 무효인을 받은 뒤 승차권을 가져가려 했으나, 셔틀 버스 승차권은
무, 조, 건, 회, 수, 다
필자가 탈 열차는 96. 행신으로 간다.
광명역을 철공의 자랑으로 여기는 듯 한지 광명역 모형도 있었다.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F모 편의점을 가봤다. 그곳에서는 도시락을 시판하고 있는 중이지만, 아쉽게도 도시락이 다 떨어졌다 (도시락을 차내에서 먹을 의도로). 대신에 사브르를 샀으니, 꿩 대신 닭이라더나? 저녁은 수색동에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세상에 원, KTX를 지공승으로 탈 사람은 없다 (이 지공승 또한 세진항공에서 구매한 것인데, 이곳 직원들은 행신역이 어디있는지도 모른다. 참 무식한지고...). 그 창피는 첫날 대전역에서의 그것보다는 몇십, 몇백배는 더 컸다.
열차가 또 8분이나 지연되었다. "열차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라는 방송도 이제는 지겹다. 거금을 내고 타는 KTX가 지연되다니, 돈 아깝다는 생각도 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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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은 여기서 마칩니다.
제 13편 '음산한 수색동 밤거리'를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