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물망초의 꿈
강 성 일
오늘은 연숙이가 집을 나간 지 꼭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아침 일찍 출근을 하니 갑자기 연숙이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선생님, 저 지금 학교에 가도 되나요?”
연숙의 목소리를 들으니 나는 너무도 반가웠다.
“학교 가면 저 태학 당하지 않나요?”
아무 걱정 말고 지금 바로 학교로 오라고 말해 주었다.
이튿날 연숙이는 학교에 등교하여 그 동안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었다. 연숙이는 일주일 동안 무단결석을 하게 된 이유를 털어놓았다.
집에서 받은 수업료로 친구 병원비를 대주어 수업료를 마련하기 위해 모 음식점에서 일주일 동안 알바 노릇을 했다고 말했다. 이유야 어떻든 그 후 연숙이는 무단결석이라는 사유로 학칙에 의해 유기정학 처분을 받게 되었다.
연숙이는 매일같이 반성문도 쓰고, 청소도 하며 학습 과제로 제시된 빽빽이 공부도 했다. 정학 처분 기간 동안 연숙이는 잘 견디며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의 태도가 좋아 3일 만에 곧 해벌이 되었다.
그 후 결석도 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여 수시로 교무실로 불러 용기와 힘을 잃지 않도록 격려해 주었다. 그런데 하루가 멀다는 듯이 연숙이는 또 사고를 치고 말았다. 점심시간에 화장실에서 흡연을 하다가 학생 주임에게 발각되어 교무실로 끌려 왔다. 연숙이는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구먼. 그래 처벌에서 풀려난 지 며칠이 되었다고 사고를 쳐! 구제 불능이구먼! 학교 그만두라는 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선생님들의 입으로부터 흘러 나왔다.
무릎을 꿇고 있는 연숙이를 본 어느 여선생님 한 분이 이놈아, 담임선생님 속 좀 그만 썩여드려! 하며 꾸지람을 주었다. 연숙이는 처벌이 가중되어 이번에는 더욱 무거운 무기정학 처분이 내려졌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담임으로서 여러 사람 보기에 너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담임 역할을 제대로 못해 이러한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담임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학생 한 명도 지도하지 못하는 내가 50명 한 학급을 지도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화가 나는 일은 차치하고 담임의 능력에 한계를 느껴 나 자신만을 책망할 뿐이었다.
공자도 세 번 용서한다는 말에 힘입어 연숙이를 다시 한 번 용서한다는 생각으로 연숙이의 비행을 나무라지 않고 힘과 용기를 주었다. 세상은 연숙이를 미워해도 담임은 결코 연숙이를 미워하지 않아요. 담임은 연숙이를 보는 시각이 다른 선생님들과는 달라요. 이제 3개월만 지나면 졸업이잖니. 조금만 참자구나.
3년 동안 고생 많이 하고 졸업 무렵에 이게 무슨 짝이냐. 연숙이와 담임과의 인연과 운명이 이렇게 모질 수가 있느냐. 우리 힘을 내어 다시 시작하자. 과거는 모두 잊고 지우면 그만이야. 행복과 불행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단다. 나는 행복하다. 라고 생각하면 행복해지는 것이고, 나는 불행하다. 라고 생각하면 불행해지는 법이야. 연숙아, 이제부터 새 출발하자.
연숙이의 마음을 잡아보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써보았으나 별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사랑과 용서, 그리고 이해와 인내로 지도하면 연숙이의 태도가 달라질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연숙이의 태도는 다라지지 않았다. 반성과 약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 후 연숙이는 학교를 자퇴하고 집을 아주 나가 버렸다.
그날 밤 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한 마리 양을 길들일 때, 사랑과 용서, 그리고 이해와 인내만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며, 또 그것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어주는 지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사랑과 용서, 그리고 이해와 인내로 한 송이 꽃을 피우고 싶은 신념만은 언제까지나 변할 수 없는 물망초의 꿈을 간직하고 싶을 뿐이다.
사랑과 용서, 그리고 이해와 인내로 한 송이
꽃을 피우고 싶은 신념만은 언제까지나
변할 수 없는 물망초의 꿈을 간직하고 싶을 뿐이다
머물다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문우님, 방문해 주시고 고운 마음 남기고 가시어 감사드립니다
사랑과 용서, 그리고 이해와 인내로 한 송이
꽃을 피우고 싶은 신념만은 언제까지나
좋은 하루 되세요
권성희 문우님, 찾아주셨군요. 저의 마음에 동참해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