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도란도란」
이 윤 자
주식회사 도란도란은 성수기를 맞았다. 하기휴가의 통과의례 일이기 때문이다.
별 출자금 없이 자연으로 형성된 사랑을 주고 행복을 주는 회사이다. 도란도란은 아가. 아동. 사춘기의 투자자들이 가장 환영을 받는 회사이다. 주식 값이 급등한 지금 회사는 재잘재잘, 실실 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하모니가 잘 어우러지는 음악회 같다.
피어나는 꽃 속에 고희(古稀) 백발은 유유자적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빛나고 있다
곧 파티가 열렸다. 모두 순 토종들인가 보다. 별 솜씨도 없이 끊인 된장 맛이 좋다고 한껏 추켜세워 주는 말은 힘과 용기를 주고 있다.
간식거리는 누룽지 이다. 비싼 복숭아보다 더 반기기 때문에 올 적마다 만들어 어느새 베테랑이 되었다. 오도독 오도독 소리에 그냥 있을 수가 있나!. 앞으로 누룽지 사업을 해 볼까 하는데 여러분 협조 당부 드립니다. 왠지 낄낄거리는 반응이 시덥지 않다. 사업이 잘 되면 여러분에게 되돌려 드릴게요. 이젠 조용하다. 그럼 관 둬.
나는 쉽게 포기를 했다.
어느 덧 밤이 되어 소통의 시간이다. 행복을 주는 이들과 사랑을 주는 이들과 그룹을 만들어 각자의 숙소로 향했다. 내게는 두 돌이 안 지난 손녀 예롱이가 날렵하게 안긴다. 오늘 제일 함께 한 시간이 많았다. 응답이 없는 말을 계속 해줬다. 역시 공짜가 없다던가? 말은 못하지만 내게 행복을 주었다. 여전히 머리를 쓰다듬고 사랑한다 말하고, 조그만 선물을 주었다. 여름 모자, 머리 빈, 귀고리, 팔찌, 반지로 장식해 주며 ‘아유 예뻐라. 아유 예뻐라’를 연발했다. 예롱이 모습은 더욱 앙증스럽고 귀엽다.
귀퉁이에 앉은 노신사의 표정은 으쓱거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다. 아들 내외는 모처럼 홀가분한 기분으로 시내 데이트를 하고 싶다며 나가는 뒤 모습이 역시 청춘이다.
모두 행복한 잠속에 새벽이 텄다. 즐거운 식사시간이지만 또 헤어지는 시간이 바로 앞이다. 아쉽지만 일상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살림 맛을 터득한 며느리가 참기름, 들기름, 열무김치, 오이소, 생선, 고기, 등 이것 저 것 챙기다보니 트렁크 안이 꽉 찼다며 고맙다고 한다. 아 참! 만원 주고 폼 나는 인견 몸뻬바지도 하나 사주었더니, 친구들에게 자랑거리 생겼다고 제일 좋아한다.
「도란도란」은 꿈을 싣고 굽이굽이 흐르며 더 넓은 바다로 항해를 할 것이다. 푸드득 푸드득 힘 찬 날개 짓을 하며 투자자들은 각각 자기 둥지로 날아가고 있다. 보내는 사람은 가는 사람보다 빈자리가 크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떠나기 바쁘다.
손짓을 하고 돌아서는 내게는 허리 통증에 손바닥에 파스가 덕지덕지 붙어 있어 변변치 못한 흔적을 남겼다. 그 뿐이랴! 너무 웃었는지 얼굴에는 주름살이 더 굵어졌다.
사치스럽게 얼굴 타령할 시간이 있나, 산더미처럼 밀린 일을 언제 해, 집안으로 뛰어 들어오며 한 마당 재미있는 연속극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