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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그날 먹을 양식조차 없는데, 여러분 가운에 누가 그들의 몸에 필요한 것을 주지 않으면서, "평안히 가서 몸을 따뜻이 녹이고 배불리 먹으시오." 하고 말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15~16)
'형제'에 해당하는 '아델포스'(adelphos)와 '자매'에 해당하는 '아델페'(adelphe)란 표현은 그리스도로 맺어진 공동체, 즉 교회의 일원으로서 남자와 여자 교인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성도들은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룬 지체이기 때문이다(1코린12,12~27).
그리고 '헐벗고'로 번역된 '귐노이 휘파르코신'(gymnoi hyparchosin)은 문자적으로는 벌거벗은 상태(be naked)이지만, 사실은 거의 옷을 입지 못한, 또는 남루하여 적절한 의복을 입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날 먹을 양식'으로 번역된 '에페메루 트로페스'(ephemeru trophes)는 '매일의 양식'을 의미한다. 또한 '없는데'로 번역된 '레이포메노이' (leiphomenoi)의 원형 '레이포'(leipho)는 '결핍하다', '없다'란 뜻으로서 음식의 결핍을 의미하고 있다.
그러니까 야고보가 속한 교회내의 지체들 가운데는 충분한 의복 뿐만 아니라 음식 또한 먹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던 형제, 자매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교회 안에서도 인간으로서 생계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먹을 것과 입을 것도 갖추지 못한 채 극도의 비참한 상태에 놓여 있었던 비극적 상황을 야고보는 지적하고 있다.
이제 야고보는 2장 15절에서 제시한 비참한 상황에 있는 가난한 자들을 실제적으로 돕지 않고, 그들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한다면 아무 유익도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평안히 가서'에 해당하는 '휘파게테 엔 에이레네'(hypagete en eirene)는 서로 헤어질 때 유다인들이 습관적으로 하는 인사말이다.
이것은 원래 마음으로부터 상대방의 행복을 소망하는 깊은 사랑의 의미가 담긴 인사였다( 마르5,34; 루카7,50).
여기서는 헐벗고 굶주린 형제들에게 '하느님께서 너를 평안하게, 즉 결핍에서 채워주실 것이니 그냥 가라'고 하는 의미로 쓰였다. 하지만 여기서 스스로 돕지 않고, 단지 입술로 평안함을 빌고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몸을 따뜻이 녹이고'에 해당하는 '테르마이네스데'(thermainesthe)는 '테르마이노'(thermaino)의 중간태 명령형으로 '스스로를 덥게 하다'는 의미이다. 또한 '배불리 먹으시오'에 해당하는 '코르타제스테' (chortazesthe)도 중간태 명령형으로 '스스로를 배부르게 하라'는 의미이다. 이런 단어들은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대책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야고보는 교회 공동체 내에 가난한 자들이 궁핍에 처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교인들이 그들에게 의복과 음식을 공급해 주기보다는 값싼 동정의 무책임한 말로만 떠들어대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자들의 필요를 완전히 무시하고 말로만 반응하는 그들의 반응은 그리스도인으로서 형제나 자매에게 베풀어 주어야 하는 최소한의 사랑의 행위조차 행하지 않는 위선적인 태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