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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을여행 떠날까? 당신의 바램대로 캠핑여행 어때?'
'캠핑을 가자고? 어디로?'
'두 군데 코스를 생각해 보았는데...... 최종 결정은 당신이 하면 되겠어.'
'맨날 나보고 결정하래...... 결국엔 자기 생각되로 될꺼면서........'
'헐!!!! 내가 당신 의사를 무시한 적이 있어? 언제나 왕비마마의 명이라 생각하고 존엄으로 받을어 모셨지.'
'개뿔. 이리저리 둘러대면서 결국엔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고 말았잖아. 항상...... 잔머리 대왕이라니까?'
'그래? 그럼 다 무시하고 처음부터 당신이 구상하고 계획을 세워봐. 무조건 따를테니........'
'거봐 봐. 내가 그쪽엔 약하다는걸 알고 항상 지금처럼 그렇게 몰아가고 있잖아. 암튼 좋아. 그래 어디를 가는데?'
'당신의 의사를 반영하려고 항상 두 개 아니면 세 개의 코스를 추천하잖아. 이게 어떻게 내 독단이니?'
'웃기지마. 당신은 벌써 내가 어디를 결정하게될지 알면서 수작을 벌이는거잖아? 그럼 나는 또 알면서 속아넘어가 주는거고......'
'이렇게 억울할데가........ 다 확 때려치울까?'
'때려치우긴 뭘 때려치워? 이게 다 손녀들 데리고 다닐려고 예행연습하는 거잖아? 당신은 지금 손녀들 데리고 겨울캠핑을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 맨날 꽁수를 부리고 있는데....... 글쎄, 아들이 엄동설한 추위 속에 애들을 순순히 내줄까? 경은이(며느리)는 더 택도 없을껄?'
'어허!!! 태리 세리한텐 나도 엄연히 지분이 있는 사람이라고? 세상에 하나뿐인 할아버지인데? 눈 내리는 날 텐트치고 화목난로 피워서 고구마랑 가래떡 구워먹을거야. 나 혼자는 불가능하겠지만..... ㅎㅎㅎ 할머니인 당신이 나서주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것이야. 어떻게든 우리 병아리들만 빌려다 줘. 갈 때는 내가 데려가 줄께.'
'겨울이 오기 전까지 당신 하는것 봐서.......... 그래 어디를 가려고 하는건데?'
'두 군데 중에서 당신이 선택하는 여행을 할꺼야. 첫 째는 우리 둘만 오븟하게 울릉도로 3박4일 여행을 떠나는 것이고, 둘 째는 경주 큰언니네랑 매현 새언니네랑 이렇게 두 가족을 초대해 모시고 서해안으로 가족여행을 떠나는 것야. 어느 여행을 선택하든 모든 경비는 내가 모두 부담 할꺼야.'
'울릉도 여행은 무척 까다롭다며? 날씨에 영향을 크게 받고 워낙 물가가 비싸다고 알려져서 경비도 만만찮게 든다며?'
'그 정도 감당할 정도의 비자금 마련은 해 놓았고....... 어쨌든 내가 나서면 날씨든 일정이든 어떻게든 헤쳐나가게 만들잖아?'
'서해안을 간다면...... 큰언니네 새언니네 우리 이렇게 세 가족이 움직이려면 비용이 제법 들텐데 괜찮겠어? 우리야 텐트에서 잔다지만 그분들까지 텐트에서 재우지는 않을거잖아? 거기다 이렇게 되면 어차피 조카들에게도 알려야 할텐데, 누군가 따라간다고 나서면.........?'
'울릉도 경비랑 가족나들이 경비랑 거의 비슷하다고 나름 계산을 해 보았어. 걱정하지마. 거기까지 내가 커버할테니. 우리는 야영장에서 캠핑을 하는거고, 어른들은 방갈로 두 개를 빌려서 따로 숙소로 마련해 드릴거야. 방 하나가 6인실이니까 누가 더 따라붙어도 충분해.'
'그럼 방갈로를 하나만 빌려도 되겠네?'
'아니. 아주 편히게 마냥 쉴 수 있는 개별 공간을 마련해 드릴거야. 별도의 여행 스케줄도 필요없이 쉬다가 낮잠도 주무시고 해변가 산책도 하시고...... 그러다가 끼니 때가 되면 모여서 밥 해먹고 나서 또 개별적으로 쉬고 싶으면 쉬고 어디를 가고 싶다고 의견이 모아지면 움직이고........ 완전 오픈된 자유여행을 생각했어. 힐링과 치유의 시간을 위해 내가 장소만 따로 마련해 드리는 것이지....... 우리는 조금 떨어진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피우고 커피를 마시고, 밤에는 별을 보면서 쏘맥 파티를........ ㅎㅎㅎ'
'생각 좀 해보자. 당장 결정해야해?'
'응.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해야만 해.'
'왜?'
'어느 코스를 선택하던 오늘 중에 예약까지 마쳐야만 하니까. 시간이 늦어지면 하나를 선택했다손 치더라도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만 하니까.'
'언니들 동의도 구하지 않고?'
'언니들 동의가 왜 필요해? 그럼 당신은 이미 두 번째 안을 골랐다는 말이네? 솔직히 난 우리 둘이서 울릉도를 가고 싶은데.......'
'알아. 당신은 충분히 그랬겠지. 울릉도 가지 왜 언니들을 끌어들였어? 작년에 형부가 암 수술을 받았고 그 후에 만났을 때 건강이 그리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누누이 말했었잖아. 형부가 올해 91세시니까 나중에 후회 될까봐 어디든 모시고 여행가고 싶은것 아니야? 울릉도는 아무때고 우리끼리 다녀 올 수 있을테니까 내년 봄에 가면 되지 뭐. 뻔한걸 묻기는 왜물어. 이렇게 될껄 알았으면서..........'(얼씨구. 울음보 터질것 같다.)
'단풍이 들기 시작했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지금 시기가 딱 최선인것 같아. 서해안 여행은 고사포 야영장을 생각하는데....... 해변 송림이 우거진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캠핑장에다가....... 예전에 우리가 변산반도 격포 야영장에 캠핑하면서 채석강 마실길 곰소염전 다니던 바로 근처인데, 그때는 군부대가 들어서 있던 군사지역이었다가 근자에 해지된 해변야영장이야.'
'그럼 방갈로는 딴 곳에 따로 얻어야 하는거야?'
'아니. 야영장 안에 방갈로가 설치되어 있어. 기존에 있던 곳은 다 좋은데 화장실이 없고 이번에 새로 생긴 방갈로에는 새롭게 화장실이 설치되었어. 지난 잼버리 행사에 임원 숙소로 사용되고 나서 개장한지 두 달밖에 안 된 새 방갈로야. 화제가 된 여가부 장관께서 신변의 위협을 느껴 숨었던 장소가 바로 여기일꺼야.'
'아! 잼버리 현장을 지키랬는데 다른곳에 체류했다던........'
'맞아. 그런데 이 야영장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핫 플레이스로 소문이 자자 하거든. 옛날부터 캠핑장 명당 자리가 하늘에 별따기 라고 해왔었는데........ 예약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가 하면 예약 오픈이 시작되면 2분만에 1만사천명이 동시 접속을 해와 수시로 인터넷이 다운이 될 정도야. 일전에 내가 25분만에 접속에 성공했는데 명당 자리는 이미 예약이 꼭 차있었어. 그런데 두 달 전에 특화야영장 이라고 해서 신형 방갈로가 오픈되면서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여행명소로 둔갑했어. 그런데 오늘 오후 2시가 바로 그 예약이 오픈되는 날이야. 명절 연휴가 길게 지나간 지가 얼마 되지 않았고, 우리는 주말이 아닌 주중이어야만 하는 이유로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 어때? 고사포로 갈까?'
'이미 결정은 다 난거네 뭐.'
'결정 됐으면...... 이제 언니들한테 전화해서 정중하게 23일에서 27일까지 중에서 2박3일 시간을 내 주시려면 어느 때가 좋겠는지 여쭤 봐.'
'갈지 안 갈지 물어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날짜만?'
'다 가게 되어 있어. 내가 수작을 떨었다고 하면 무조건 따라나서게 되어 있다니까? 100% 확실해. 그러니까 날짜만 고르시라고 해.'
'개뿔. 거 봐. 이미 여기까지도 다 계산해 두었으면서 나보고 선택을 하니 어쩌니........... 하연간 잔머리 대왕이여. 누구도 못 쫓아가..........'
정말 그랬나?
잠시 지나서 만장일치로 23일에서 25일까지 2박3일간 서해안으로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약속되었다.
그리고 더 당연하게 고사포야영장의 최고 명당이라는 나-11번 캠핑장과 특화야영장(방갈로) 두 개를 예약 확보했다.
이렇게 우리는 어른들을 모시고 2023년 가족 나들이를 고사포 야영장으로 떠나게 되었다. 어쩌다 느즈막히 태어난 막내를 모시고 사는 죄라면 죄라고나 할까?(어쨌거나 하나뿐인 나의 동서께서는 평생 목회를 하시다 퇴임을 하시고 고향 경주에서 노후를 보내고 계시는 향년 91세의 어른이신데........ 내 부친과 같은 연배시다. 하나뿐인 동서가 아버지 뻘에다 은퇴 목회자시니........ 막내사위 처지인 내 처가집 신분이야 말 그대로 처가집 마당쇠일 수 밖에.)
우리의 캠핑에 대한 생각은 요즘 인스타나 SNS와 각종 매스컴을 통해 한참 떠오르면서 각광을 받고있는 지극히 보편적인 캠핑과 사뭇 다르다. 캠핑에 대한 인식과 접근 방식이 남들과 많이 다르나는 의미로 해석하면 되겠다.
요즘 사람들은 캠핑장에서의 생활이 말 그댈로 캠핑의 목적이 된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나의 캠핑 이력에서 캠핑의 목적은 텐트에서의 생활 그 너머에 있다. 나에게 있어서의 캠핑은 등산이나 여러 지역을 여행하기 위해 중심지역에 자유로운 형태의 숙소를 마련하는 목적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야겠다. 다시말해서 어느 한곳의 캠핑장소에 장비를 설치해 놓고나서 오로지 그 특정 장소에서 휴식하고 음식을 조리해 먹고 물놀이와 불놀이(불멍)를 하는 정도가 캠핑의 목적이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 캠핑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그저 여러곳을 옮겨다니는 여행을 위해서 그때 끄대 필요하면 아무 장소에나 때와 장소 구애를 받지 않고 텐트를 치고 잠을 자는 용도로서의 캠핑이 거의 전부였다고 하겠다. 연일 쏟아붓는 폭우로 사나흘 꼼짝없이 텐트에 갇혀 지낸적은 있다. 하지만 한겨울 캠핑에서 조차 우리의 캠핑은 싸돌아다니기 위해서 마련한 잠자리였을 뿐이다. 날이 새면 짐정리를 대충 하고 자크를 내려 문단속을 하고 어디로든 떠난다. 해질무렵에 돌아와 불을 밝히고 음식을 조리해 먹는다. 다음날 아침이면 또 어디로든 떠날것이다. 적어도 그런것이 우리 방식의 우리가 추구하는 캠핑여행이다.
물론 요즘 방식의 캠핑 트랜드를 이해 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캠핑에 대한 개념과 거기에 부응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캠핑의 기원은 대략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떠돌아다니며 수렵생활을 하던 인류가 강가나 해안지역에 정착생활을 하면서부터 캠핑이 시작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불을 사용하게 된 이후의 인류가 원시 상태의 채집 생활을 시작했으나 소출이 지극히 미미했으며, 물고기 잡이로 어업생활을 시작했으나 역시 굶주린 배를 채우기에는 부족했다. 비교적 간단하게 배를 채우는 방법은 역시나 사냥 뿐이었다. 부녀자와 아이를 정착지에 남겨 놓고 며칠씩 사냥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 캠핑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집(정착지)을 떠나 숲속에서의 밤은 추위와 폭우와 야생짐승들로 언제든지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여 동굴에 불을 피우고 밤을 지새던가 나무나 수풀을 이용해 움막을 짓고 그 안에서 기거했다. 그런 모든 행위들이 오늘날의 일상에서 보자면 바로 캠핑이 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라비아 지방의 캐러밴이나 실크로드에 나오는 사막이나 눈덮인 산맥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볼 수 있는 캠핑이다. 광야를 건너고 설산을 넘과 거친 암석지대와 모래뿐인 사막을 가로지르거나 횡단하는 일을 몇 달씩 해야한다는 것은, 다양한 방식의 오랜 경험을 전제로 하는 불가능에의 도전이었을 것이다. 이미 경험을 한 사람의 뒤를 따라가면 하나씩 하나씩 먼길을 가는 방법을 배우고 체득하는 그 과정들이 모두 캠핑이었을 것이다. 산 길을 알아야 하고, 골짜기가 범람하는 시기를 피해야 하고, 이곳 오아시스에서 다음 오아시스까지 별자리를 따라 며칠을 이동해야만 하는지를 모두 앞선 경험자의 가르침과 이끔을 통해 배우고 내것으로 만들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 멀고먼 여정에서 객잔(주막.여관)에서 따듯하고 안전하게 쉴 수 있는 날을 별로 없었을 것이다. 폭풍우와 모래바람 같은 온갖 자연 재해와 뱀이며 전갈 같은 해충과 맹수로 부터 스스로 지켜내야 하면, 이들을 노리는 또 다른 인간(마적)들로 부터 살아남아야 했던 것이다. 나의 캠핑은 늘 그런 역사적 기반 위에서 그들처럼 행동하고 그들처럼 대자연속에서 굿꿋하게 생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참으로 많이 캠핑을 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아들이 걸음마를 시작하기 전부터 캠핑을 함께하고 부지런히 나의 경험을 가르쳐 주었다. 아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이 수영과 캠핑이었다. 공부를 잘하고 훗날 출세하는 것은 오로지 저의 몫이겠지만, 귀하게 나의 품에 태어난 아들이 대자연의 횡포로 잘못되는 것만큼은 최대한 막아야만 했다. 그런 생각과 바램에 수영과 캠핑을 가장 먼저, 그리고 철저하게 가르쳤다. 내 아들 또래의 여러 아이가 세상밖의 어떤 위험에 빠졌다면......... 아마도 내 아들이 마지막까지 그 위험에 대항하는 아이이기를 간절하게 바랬던 때문이다. 당시에 심심찮게 계단에서 뒤로 떨어진 아이, 물웅덩이에서 튜브를 놓쳐 사고가 난 아이, 야산에서 그만 아버지의 손을 놓친 아이 등등의 기사가 자주 등장하던 시기에.......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내가 할 수있는 가장 시급한 일이 바로 수영과 캠핑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무탈하게 자란 우리 아들........ 요즘 손녀들에게 수영과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ㅋㅋㅋㅋㅋㅋ. (아덜. 아빠 마음 알지?)
간만에 가져보는 캠핑이자 가족들을 동반한 가족여행 캠핑이지만......... 언제나 처럼 캠핑 자체가 우리의 목적일 수는 결단코 없다.
고사포 야영장으로 향하는 아침에도 우리의 생각은 온통....... 우선 어디를 들려볼까?
처음 나의 생각은 '마이산 암마이봉 등산' 이었다.
'싫어. 갔던데 말고 다른데 가고 싶어. 예전에 엄청 고생했던 생각이 팍 팍 되살아 나잖아.'
'그때는 북부주차장 뿐이었던 시절이어서 깔딱고개를 넘어서야 탑사에 갈 수 있었기 때문이고, 지금은 남부 주차장이 생겨서 그냥 산책 정도면 탑사에 갈 수 있다니까?'
'그럼 탑사까지만 갔다가 올거라는 말이야? 정말?'
'물론 아니지. 암마이봉에 올라서 단풍이 내려앉은 진안 일대를 둘러 본 이후에........'
'그러니까 싫다고? 오늘도 등산....... 또 내일도 등산 할꺼잖아? 아니여?'
'등산이 아니라니깐? 산책이에요 산책....... 설마 목사님 모시고 내가 등산하겠어?'
'암튼. 체력을 쎄이브 해 놓아야 형부 모시고 다닐테니까 마이산 등산만은 그냥 패스....... 알았지?'
이렇게 어깃장을 놓고 스케줄을 엉만으로 훼손시키면서 맨날 내 맘대로만 한다고 불평을 늘어 놔? 세리 할머니만 아니면 확...........
싫다는데....... 죽어도 안따라나서겠다는데......... 혹, 이런 순간에 아들에게 전화라도 불쑥 오게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그야말로....... 아찔.......
휴계소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부랴부랴 머리를 싸매고 다른 스케줄을 찾아 본다.
'좋아. 운일암반일암을 가자. 가볍게 산책으로 몸을 풀고 고사포로 가면 되지.'
'그게 어딘데? 우리 안가본데야? 여기서 멀어?'
'같은 진안이니까 마이산 근처 동네라고 치면 될거야.'
'뭐가 있는데?'
'구름다리. 지난해 생겨서 채 일 년이 안된 쌩쌩한 구름다리. 전망이 아주 기가 막히다고 하네.'
'그럼 작은 오빠한데 어디쯤이냐고 물어봐야지. 우린 구름다리 들려서 간다고.'
비교적 가까운 거리차를 두고 호남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던 중이라 쉽게 작은형 부부와 운일암반일암 주차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운일암반일암은 전라북도 진안군 주천면에 있는 총길이 약 5km에 이르는 경관이 아주 빼어난 계곡으로 대불리와 주양리 사이의 골짜기에 지난해 말에 구름다리(출렁다리)가 설치되어 근자에 들어 많은 여행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한다. 깍아지른 절벽 사이에 들어서면 구름(雲)과 하늘(日)과 바위(巖)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여 운일암이라 불렀고, 하루에 절반 밖에 해가 들지 않는다 하여 반일암이라 불렀다 한다.
어쨋거나 변산반도를 향해 내려가던 중에 잠시 들러 볼 곳을 찾던중에 요즘들어 새롭게 떠오르는 명소라하여 한 번 찾아가 보았다.
얼핏 우리고장 송계 계곡의 중간쯤 인듯 느껴지는 계곡 정취에 나름 가족들과 잠시나마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운일암반일암 구름다리 코스는 등산과 산책의 중간쯤이라고 해야 하겠다. 그냥 누구에게나 편하게 열려있는 아주 가벼운 운동 코스 정도라고 난이도를 평가 할 수 있겠다.
차를 몰고 운일암반일암을 벗어나면서 문득..... 근자에 각 지자체들마다 무슨 목숨을 걸듯이 사방에 구름다리를 설치하고 있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쉽게는 구름다리 설치이고 어렵게는 너도나도 케이블카 설치를 계획 추진들을 하고 있다.
이런 지자체의 획일적인 접근방식과 일시적 열풍을 국가 차원에서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나라에서 처음 설치되었고, 내가 막연하게나마 언젠가 한 번은 꼭 가봐야겠다고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구름다리는 대둔산 바위벼랑 하늘 꼭대기에 설치된 아찔한 풍광의 구름다리 였다. 대한민국의 모든 관광홍보 팜플렛과 심지어 학생들 참고서에도 곧 잘 단풍이 물든 대둔산 구름다리 풍경 사진이 오르기까지 했다. 아련한 기억으로 남도의 가을풍경하면 대둔산 구름다리와 내장사의 단풍이 거의 상징이 아니었을까 싶다. 83년에 아내와 첫 캠핑으로 대둔산을 찾았는데, 관광지구 개발과 케이블카 공사로 등산로 입장이 제한되어 아쉽게도 그때는 대둔산 구름다리를 올라보지 못했다. 그 뒤로 강원도를 여행하게되면 거의 매번 설악산을 찾아가게 되었고, 설악산을 찾으면 한 번은 권금성을 오르고 다른 한 번은 육담폭포 계곡을 찾는것이 거의 정석처럼 받아들여지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에는 육담폭포 계곡의 철다리를 구름다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계곡 사이를 연결해주는 운치있고 멋진 철교라고 생각했다. 아직 직접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구름다리라면 아질한 골짜기 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어서 겨우 한 두사람이 지날 때마다 금방이라도 뒤집어질 듯한 아질한 스릴과 묘미가 있어야 구름다리라고 생각했다. 오죽하면 출렁다리라고 부르겠느냔 말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런 출렁다리는 <인디아나 존스>나 <킹콩> <클리프 행어> 같은 영화에나 등장하는 가상현실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다. 낡은 다리 발판이 부서져 나가고, 현수교 로프가 끊어져 주인공이 대롱대로 매달리는 기대는 어디까지나 영화에서 이야기다.
20세기가 어떤 시대인데 영화에 나오는 정도의 고난위도를 갖춘 위험천만한 출렁다리를 설치해 놓고 사람이 오고가자면 일단 안전진단과 준공검사 허가가 나오지를 않는다. 시험 성적표 작성도 전에 철거대상 낙인이 찍히고 말 것이다.
소위 구름다리라 불리는 현실속의 가짜 출렁다리는 모두 크기는 다르지만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나 인천공항으로 가는 서해대교랑 똑같은 기준 똑같은 방식으로 설계해 설치된 같은 현수교일 뿐이다. 대형 트럭과 버스들이 다녀야 하니 무식해 보일 정도로 거대하고 , 아니면 소수의 사람들이 자나가게끔 그 정도에 맞게 설치해 놓은것이 구름다리일 뿐이다. 하긴 그것도 무섭다고 초입부터 응아(?)를 지릴것처럼 난리 부르스를 추는 사람들도 허다하긴 하지만 말이다. 암튼 그런 현실적 상황을 깨닫고 나서 생각해보니 내 기억속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진 구름다리는 육담계곡 구름다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자에 들어서 우리나라에 차고 넘쳐나는게 구름다리 설치가 아닐까 싶다.
특히나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의 성공이 모든 지방자치단체들에게 하나의 성공사례이자 자치단체장들의 업적으로 오래오래 남을 수 있다는 정석으로 받아들여지게 생겼으니 말이다. 소금산 출렁다리는 이제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거의 안착한 것으로 보여진다. 원주시의 홍보와 일자리 창출은 물론 원주 지역사회에 경제적 기여도가 매우 높은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열풍처럼 구름다리 설치가 붐을 이루기 시작했다. 한탄강 구름다리, 천장호 출렁다리, 좌구산 명상 구름다리, 대구 팔공산 구름다리, 탑정호 구름다리 등이 연이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미처 헤아려 보기가 힘들 정도로 마구마구 설치된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지자체 장들은 자신의 임기동안에 업적으로 남길 사업으로 구름다리 설치를 욕심내 보고, 자치단체들은 국비를 타내서 커다란 토목건설 공사를 벌임으로써 일거리 창출과 실적 확보에 열심이고, 이를 통해 지역상권 형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지속적으로 지역의 노인들을 활용해 환경보호와 안전에 투입하며 지역경제에 이바지 한다고 주장한다. 명분 없는 사업이 어디에 있고 처음 시작에 희망의 싹이 보이지 않는 사업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가만히 속을 좀 들여다보면......... 어쨌거나 식상할 정도로 자질구례하고 허접한 정도의 구름다리들이 즐비한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인기있는 상위의 몇 몇 구름다리를 제외하면...... 과연 이게 지속적으로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인가 하는 의문이 저절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어찌어찌해서 새로 생겼다는 어느 지자체의 구름다리를 한 번은 가볼 수 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다시 찾아갈 만큼의 매리트가 있는 구름다리의 숫자를 한 번쯤 냉정하게 계산해 보자. 소금산 한탄강 구름다리를 서너 번이나 다시 찾았다는 이야기는 종 종 들어 보았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 차고 넘치는 구름다리를 당신은 몇 군데나 알고 있으며 직접 찾아가 보았는가? 다시 찾아 볼만한 곳이 과연 얼마나 있는가?
그동안 내가 찾아다닌 구름다리 숫자라는 것이 한 손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설악산을 제외하면 다시 찾아간 곳이 전무하며, 그중에서 대둔산과 청량산 하늘다리 정도라면 언제고 다른 계절에 다시 한 번쯤 찾아가 보고 싶기는 하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생겨난다.
국비던 지방세던 커다란 돈이 우선 투자가 되어야 하는 사업이다. 지방세는 내 돈이고 국비는 내가 내는 세금이 아닌가? 대한민국 사방에 널려있다시피 구름다리들이 설치되었다. 국민에게서 나온 돈으로 말이다. 숫자에 비해 특색이 없고 다른 여행상품과 연계성이 부족하다보니 거의 대부분이 지극히 일시적인 반짝 기념사업으로 전락해 간다. 한번 목돈을 투자했으면 거듭거듭 반복해서 사람들이 찾아옮으로써 지속적 경제효과를 보아야 하는데, 고작 개업빨 1년 2년이 전부다. 그리고 이때부터 시설 유지와 보수를 위한 추가 경비들이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한다. 수지타산이 안맞고 해당 지자체의 경제적 자율성이 부족한 순서대로 구름다리는 방치되고 흉물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정작 그때가 되면 지자체 장은 갈리거나 떠나간 뒤며, 담당 공부원들은 부서가 바뀌고 퇴직을 한다. 아무도...... 어떤 방식으로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지극히 일상적인 불합리한 행태가 불을 보듯 뻔하게 내다 보이는 것이다.
(지방자치시대) 는 더없이 유익하고 훌륭한 제도임에도 작금의 대한민국이라는 현실속에서 펼쳐지고 있는 '자유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 이상을 실현해 나가는데 있어서는 긍정적인 면 보다 오히려 부정적인 면이 훨씬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 거기에는 자유 시장경제에 대한, 또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부족하고 더불어 산다는 것에 대한 가치관의 성숙도가 지극히 미미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런 정도의 지방자치제를 계속 이끌어 나가야만 할까? 왜 부가가치세를 없애지 못할까? 시중가와 공시지가의 철폐는 언제 실행하게 될까? 면책특권을 없애고 정치범에 대해서 감형이 없는 강한 처벌을 전제로 하면 여의도가 좀 변모할 수 있을까? 마약에 연게된 범죄자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최소 징역 10형에서 부터 처벌이 시작되며 가석방에 해당이 되지 않으며, 제조와 유통에 연류된 자는 최소를 20년 형 이상으로 지정한다. 어린이와 여성과 먹거리를 가지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 또한 15년 형을 기본으로 해서 가중 처벌의 수위를 높여 나간다. 국가가 여론에 밀려서 국민들을 마마 보이로 만드는 과잉보호에서 과감하게 손을 뗀다. 각종 사고에서 여론을 등에 업고 정치권을 압박하며 국가가 나서서 배상하도록 하는 일들이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갈 것이다. 아주 작은 섬나라 몰타에는 겨우 몇 곳의 해안 수영장에만 구명장비들이 비치되어 있다. 어디에서도 수영금지 팻말이나 안전당부 표지판이나 안전요원을 찾아 볼 수 없다. 노인과 아이와 여성이 한겨울 거친 파도속에서 바다수영을 해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면서 바다수영의 자유를 얻을 것이냐, 아니고 매번 안전에 대해 국가가 나서 책임을 져야한다면 국가는 당연히 일정한 시기 일정한 장소에서만의 바다수영을 허락할 수 밖에 없다. 자유냐 금지냐.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면 무한의 자유가 주어지고, 국가에게 무한 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당연히 금지 시킬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몰타의 국민들은 자유를 택했다. 대한민국 안에서 벌어지는 거의 대부분의 안전사고들에 대해서 국가가 무한 책임을 져야만 한다면........ 사고에 대처하는 메뉴얼이 필요한게 아니라, 지하철을 승차하자면 대기지점에서 무조건 줄을 서야하고, 그 줄이 2km가 되든 4km가 되든 예외가 없어야 하며, 정확하게 5초마다 앞사람이 안전하게 지하철에 승차한 것이 확인된 후에야 다음사람이 탈 수 있게 법과 제도를 바꾸자. 더없이 안전해 지겠지만....... 지하철 타는데 다섯 시간이 걸리고, 다시 내리는데 3시간이 걸리게 될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여론과 이를 악용하고자 하는 일부 사람들에 의해서 국가가 국민을 마마보이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각종 안전 사고에 국가가 무한 책임을 지고 배상하게되는 천문학적 배상금을 위해서 모든 국민의 수익에서 절반인 50%를 세금으로 내자고 하면...... 이런 말을 하는 내가 크레이지 일까? 아니면 시국을 그렇게 몰아가는 그들이 데빌일까? 상식이 통하고 양심이 좀 더 성숙해 가는 그런 대한민국은 이제 불가능한 것일까? 어떤 정치인 처럼 도무지 싹수가 보이지 않거나 죽어도 싫으면 떠나면 될 것을........ 손을 털지도 떠나지도 못하면서 왜 그리고 온갖 해괴망측한 시츄에이션을 연출하는 것일까? 나라면 백 번 떠나고도 남았겠다. 어디로? ㅎㅎㅎㅎ 그건 비밀이야......
애초에는 내가 모든 경비를 부담하고 어른들을 모시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가족나들이였는데, 간만에 모이는 가족나들이라고 어른들끼리 사전에 따로 준비를 해오셨다.
첫날은 처남댁에서 미리 준비해 오신 육류 파티가 벌어졌다. 불을 피워 바비큐를 만들고 수육도 나오고 해산물 찌개도 나오고...... 썩 훌륭한 음식 솜씨를 보유하신 처남댁표 새로 담군 김치까지 서너가지 추가된 저녁상이다 보니...... 이거야 말로 캠핑장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만찬장이 되어 버렸다. 아예 지나쳐버린 목사님 구순 잔치를 벌이는 것쯤으로 치면 될 정도였다.
그런데 아뿔싸....... 내 처가집에는 참으로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술이 없다는 점이다.
처가집에 가면 내 위로 술을 드시는 분이 하나도 없다. 목사님들이시고 사모시거나 권사님들이시니 아예 술은 성찬식 아니면 볼 수가 없다. 이게 내 가정 큰 불만이기도 하지만........ 내 취향대로 하자면, 어른들은 모두 빼고 조카들만 모아서 따로 조촐하게 자축연을 벌이는 것이 최상책이다. 묘하게도 조카들은 하나 같이 한 술씩 하니 말이다.
둘재 날은 바닷가 포항에서 오랫동안 목회를 하셨는지라 해산물에 일가견이 있으신 큰처형께서 수산시장을 대충 털어 오시는 바람에 이날은 해산물 파티가 벌어졌다. 회를 상추에 듬뿍 싸고 새우와 조개를 굽고 회무침까지 배 터지게 먹는데........ 어쩔까나...... 술이 없다. 이건 그야말로 절망 그 자체이자 법정 최고형 보다 더한 지독한 형벌이다.
여기서 벗어나는 방법은 식사가 끝나자마자 어른들과 작별하고 한참 떨어진 야영장에 설치해 놓은 텐트로 가서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술을 마시는 방법뿐이다. 어른들은 평생 새벽기도회가 몸에 익으셨는지라 일찍 잠자리에 드신다. 그것을 노리고 아침에 뵙겠다고 인사를 드리고 방갈로에서 빠져나오려는데....... 이분들 산책하신다고 따라 나서신다. 어른들이 방으로 들어가셔야 안주를 확보해서 서둘러 텐트로 돌아가 장작불을 피우고 술판을 새로 벌여서 불멍도 때리고 밤바다 구경을 하는데 말이다. 결국, 결국........ 빈손인 채 텐트로 돌아오고 말았다.
허망........ 고사포 야영장에서 슬픈 곡소리만 나게 생겨버렸다.
화롯대에 장작불은 그럴싸하게 활활 타오르는데........... '시방 내가 뭔 씨츄에이션을 하고 있는거지?' '애초 계획이 이런게 아니었는데?' 야영장 솔숲 사이고 뜻모를 설움이 피어오른다.
번쩍 떠오르는 어떤 생각에 잽싸게 어둠속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야영장 동편 울타리 밖에 동네 슈퍼가 있었던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한참을 돌아 뛰어갔더니....... 막 슈퍼 문을 닫고있는 즈음이었다. 양해를 구하고 들어갔는데....... 밖에 내놓았던 물품들이 벌써 점포 안에 아무렇게나 여기저기 쌓여있는 통에 뭐든 제대로 찾을 수가 없다. 일단 소주와 맥주를 넉넉하게 사고나서 아무리 둘러보아도 도무지 안주꺼리를 찾지 못하겠다. 결국 쥐포 한 봉지와 과자 큰거 한 봉지를 구입하는게 전부가 되었다. 슈퍼를 나와 되돌아 오는데 벌써 발걸음이 달라지는것을 느끼겠다. 이게 어디여? 안주는 허잡해서 최악의 상황이겠으나 그래도 소맥은 실컷 마셔되 될 양이 충분하지 않은가? 바닷가 정취가 있지, 하늘에 지나가는 반달이 있지, 비록 쥐포에 과자지만 아무렴 어때? 술이 이만큼이나 있는데.
철지난 바닷가 야영장에 약간은 서늘한 한기를 품은 밤바람이 불어닥친다. 나도 모르게 화롯대에 활활 타오르고 있는 장작불의 온기쪽으로 다가가게 된다. 소맥을 제조해서 큰 한모금을 들이키니...........'그려! 이게 캠핑이지. 이 맛이 바로 내가 찾던 맛이여.'라는 감탄이 절로 튀어 나온다. 쥐포를 찢어서 코로 가져가 보니...... 쿵쿵....... 썩 내키는 정도는 아니지만, 허니 어쩌겠는가? 대충 장작불에 그슬려서 쭉쭉 찢어서 질겅질겅 씹어 삼켜본다. 잠시 지나니 약간의 눅눅함과 냄새는 어디가고 언양 소고기 육회나 진도 전복회가 부럽지 않은 캠핑장 특유의 나름 그럴싸한 안주꺼리로 둔갑을 한다. 오늘따라 내방식대로의 소맥제조가 성공했음인지 달달하다 못해 청량감까지 느껴지니 서서히 술발이 달아오를 수 밖에.
알딸딸 할 때쯤 큰 조카와 챠밍여사가 돌아왔다. 셋이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철지난 해변 소맥파티를 하다보니 자정을 한참이나 넘겨버렸다. 어느새 술이 동이 났다. 어쩔 수 없이 판을 끝내야만 하게 되었는데....... 랜턴을 켜 들고 심야 캠핑장 대청소를 시작한다. 술판의 흔적이 남아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달밤에 체조한다고....... 쓰레기장에 가서 분리 수거까지 완벽하게 실행하고, 화롯대 주변을 깨끗하게 치우고 나서야 조카와 헤어져 우리 텐트로 들어가 잠자리에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새벽잠이 없으신 어른들이 새벽녘에 벌써 우리 텐트 주위를 다녀가셨다.(휴! 치워놓길 망정이지........)
다음날 저녁 시간에 또 우리끼리 한 잔 할꺼라고 밖에서 술을 사가지고 돌아온 조카가 차에서 술봉지를 내리다가 그만...... 어른들께 들키고 말았다. 결국 봉지째로 방갈로 냉장고 옆에 압수(?) 아닌 자진 압수를 당하고 끝내 귀가할 때 혹시나 다음 여행자들 드시라고 놓고와야만 했다. 물론 우리는 또 따로 시내에서 사서 트렁크에 숨겨 오는데 성공했고, 모자라서 담모퉁이 슈퍼를 또 다녀왔지만 말이다.
심야에 따로 술파티를 조촐하게 벌이려고 나름 장비란 장비를 모조리 꺼내서 바리바리 실고 갔는데....... 혹 불량스런 의심(?)을 받을 까봐서 텐트와 침구와 달랑 화롯대만 꺼내서 설치라고 말았다. 모든 먹거리를 방갈로에서 해결하다보니 따로 텐트에서 개수작(?)을 벌일 일이 없었던 이유다.
'텐트에서 춥지 않아? 등이 배기고 허리 아프지 않아?' 하시면서 연실 들여다 보시는 통에 더 이상 아무런 짓(?)도 벌일 수 없는 엄격하게 절제된 불편한 여행이 되고 말았다.(어른들은 다음 여행을 기다리산다는데....... 이걸 계속해야 하나 모르겠다. 스스로 함정에 뛰어든 기분이랄까?'
아침 산책들 하시고 쉬시다 느긋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정말 모처럼 힐링다운 힐링이었다 할까나? 채석강을 다녀오고 싶은 분은 다녀들 오셨다.
그리고 나서는, 내가 오늘 일정으로 사전에 준비하고 알려드렸던 스케줄에 의거해 가족들 모두 함께 길을 나섰다.
오늘은 (직소폭포를 다녀오는 산책 겸 가벼운 트래킹의 날) 이다. 가족 모두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야영장을 나섰다. 오전에 다녀와서 근처에 유명하다는 해물칼국수로 점심을 하고 나서, (내소사 산책)을 오후 일정으로 삼아 인근의 곰소항 주변을 나들이 할 계획이었다. 이날 직소폭포 트래킹은 아주 훌륭한 나들이로 완수했고, 바지락 칼국수 또한 아주 훌륭했고, 오후는 모두들 나뉘어 져서 고사포 야영장 양쪽으로 펼쳐진 마실길 산책 시간을 갖기로 하고, 말미로 목사님 부부께서 곰소항을 둘러보시다가 저녁 해산물 꺼리를 준비해 오시겠다고 하셔서 그렇게 진행이 되었다.
사실 오후에 내소사 산책을 접게된 솔직한 이유는 오후에 물때가 찾아오기 때문이었다. 우리 가족 모두에게는 조개잡이에 대한 기대와 갈망이 무척이나 크다. 예전에 아주 크게 한 껀씩 잡아 올렸던 추억이 너무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챠밍여사 또한 인근 몽산포에서 커다란 양동이로 하나 가득 조개를 잡은 지난 경력을 바탕으로 이 날도 이전의 기록을 갱신하겠다고 벼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오후 세 시를 기해 장화를 신고 호미와 괭이와 삽을 하나씩 들고 거룩한 대원정에 나섰는데....... 아뿔싸, 폭망!!!!
하필이면 물때가 가장 안좋은 시기였던 때문이다. 무슨 간조와 만조가 별반 차이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바닷물이 빠지다말고 되돌아 밀려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어쩐지 현지인 모습을 한 사람들이 전혀 보이질 않더라니...... 다음날 여행을 마칠때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해 새벽에도 나가고 해서 결국....... 반양동이 정도 조개를 잡기는 잡았지만서도 말이다. 그.건.아.니.지.
--- 글 올리는 작업중입니다. 일과 병행하느라 조금 시간이 걸리겠습니다. 기다려 주세요. 피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