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사태가 가져다준 큰 선물 중 하나가 온라인으로나마 러시아의 정통 발레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싶다. 러시아 공연예술를 대표하는 모스크바 볼쇼이극장과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극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러시아 명품 발레 대표작들을 온라인으로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전국민 '자가 격리' 조치가 오는 11일로 끝나는 만큼 러시아 발레를 안방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5월의 '황금 연휴'가 시작된 지난 금요일엔 마린스키 발레단의 '지젤'이 방영됐고, 오는 7일 저녁 7시(현지시간, 한국시간은 8일 새벽 1시)엔 볼쇼이 발레단의 '돈키호테'가 유튜브를 탄다. 볼쇼이 극장이 '집꼭' 팬들에게 전해주는 마지막 발레 작품이다. 볼쇼이 극장은 오는 11일 마지막으로 오페라 '사드코'를 온라인으로 내보낸다.
볼쇼이 발레단의 '반짝이는 시냇물' 장면들/홈페이지 캡처
아쉽다면 지금이라도 4일 새벽 1시(한국시간)에 내보낸 볼쇼이 발레단의 '반짝이는 시냇물' Светлый ручей을 유튜브로 볼 수 있다. 5일 새벽 1시까지다. 발레 마니아에게도 생소한 발레 '반짝이는 시냇물'은 쇼스타코비치가 작곡한 발레 음악 세 편 중 하나다. 공산혁명 이후 결성된 소련 '집단 농장'을 배경으로 한 코메디 발레로, 비록 집단 농장의 농부들이 주인공이지만, 고전 발레의 테크닉에 러시아 민속춤, 화려한 군무 등 볼거리가 다른 발레에 못지 않다는 평이다.
뒷이야기도 적지 않다. 이 발레는 초연 무대부터 초매진을 기록했으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가 독재자 스탈린의 심기를 건드리는 바람에 한순간에 '반동적인 발레'로 낙인찍혔다고 한다. 당연히 공연은 금지됐고, 창작자들은 모두 모진 고초를 겪어야 했다.
볼쇼이극장이 4일 내보낸 작품은 지난 2003년 볼쇼이발레단 예술감독 알렉세이 라트만스키가 처음부터 다시 안무를 담당한 현대 버전. 오리지널 안무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이 작품이 70년전의 버전과 어떻게 다른지 확인할 길이 없다고 한다.
볼쇼이발레단의 돈키호테 장면/홈페이지 캡처
7일 내보내는 발레 '돈키호테'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발레 작품. 다만 빈 국립발레단이 4일 저녁(한국시간 4일밤 혹은 5일 새벽)에 내보내는 '돈키호테'와 비교 감상하면 흥미로울 것 같다. 빈 발레단의 '돈키호테'는 서방으로 망명한 소련 출신의 루돌프 누레예프가 개정 안무한 버전이다. 빈 국립발레단의 스트리밍 플랫폼 www.staatsoperlive.com에 가입해야 볼 수 있다. 4일 저녁이 후 24시간 스트리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