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파이
그때 과학혁명과 진보라는 개념이 도래했다.
진보는 우리가 스스로의 무지를 인정하고 연구에 자원을 투자한다면
나아질 수 있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이 아이디어는 곧 경제용어로 번역되었다.
진보를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리적 발견, 기술적 발명, 조직의 발전이 인간의 생산, 무역, 부의 총량을 늘릴 수 있다고 믿는다.
인도양의 예 교역로를 망치지 않으면서도 대서양의 새교역로가 번창할 수 있다.
기존 상ㅍㅁ의 생산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신상품을 생산 할 수 있다.
가령 기존의 빵집을 망하지 않게 하면서도 초코 케이크와 크루아상을 전문으로 하는 제과점을 새로 열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그저 새로운 취향을 개발하고 더 많이 먹으면 되니까.
당신을 가난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나는 부자가 될 수 있다.
당신을 굶어 죽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나는 살이 찔 수 있다.
지구상의 파이 전체가 더 커질 수 있다.
지난 5백 년간 진보라는 아이디어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래를 점점 더 신뢰하게 만들었다.
신뢰는 신용을 창조했고, 신용은 현실 경제를 성장시켰으며,
성장은 미래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고 더 많은 신용을 향한 길을 열엇다.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경제는 풍선이라기보다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였다.
하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보면 오르락내리락거림이 평탄해지면서
전반적인 방향은 오해의 여지가 없이 분명해졌다.
오늘날의 세상에는 신용이 넘쳐난다.
그 덕분에 정부, 기업.개인은 현재 수입을 크게 넘어서는 큰돈을 장기 저리로 쉽게 빌린다.
지구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는 믿음은 결국 혁명이 되었다.
1776년 애덤 스미스는 아마도 경제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선언문일 《국부론》을 썼다.
제1권 제8장에서 스미스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주장을 폈다.
지주나 직공이나 구두공이 자기 가족을 먹여 살리는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면
그는 남는 돈으로 조수를 더 많이 고용해 이윤을 더욱 늘리려 한다.
수익이 늘어날 수록 그는 점점 더 많은 조수를 채용할 수 있다.
다라서 민간 기업인의 수익 증대는 공동체의 부와 번영을 늘리는 기초가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에게는 이 내용이 그리 독창적이라고 비치지 않을지 모른다.
우리는 이미 모두 스미스의 주장을 당연히 여기는 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같이 뉴스에서 이 주제의 변주를 듣는다.
하지만 스미스의 주장(개인적인 수익을 늘리려는 이기적 인간의 욕구는 공동체 부의 기반이다)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혁명적인 아이디어에 속한다.
경제적 관점에서뿐 아니라 도덕적, 정치적 관점에서는 더더욱 혁명적이다.
스미스는 사실상 탐욕이 선한 것이며, 내가 부자가 되면 나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고 말한 것이다.
이기주의가 곧 이타주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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