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세 여자 /시게미쓰 하쓰코/서미경/신영자
재벌들 이야기
시게미쓰 하쓰코
수면 위 떠오른 롯데가 여자, 신정숙은?
그렇다면 신격호 회장을 법정에 올린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여동생 신정숙 씨다. 신 회장의 넷째
여동생(10남매 중 8번째)인데, 그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인물이었다. 최현
열 전 NK그룹 회장과 결혼해 별다른 경영활동 없이 줄곧 조용히 지내왔다. 그러던 지난 12월 18일, “오빠인 신격호 회장이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힘들다”며 “후견인 지정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2월 3일 재판장에서도 신정숙 씨 측은 총괄회장의 판단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정
숙 씨의 법률대리인인 이현곤 변호사는 “신 총괄회장은 똑같은 이야기를 수십 번씩 되풀이했으며,
어떤 이유로 법정에 나왔는지도 잘 몰랐다”며 “치매증상이 온 것으로 보였고, 재판부도 치매감정
절차를 병원에 의뢰해야 하는 사안으로 봤다”고 주장했다.
사업과 관련해 그간 동생들과 크고 작은 다툼을 벌여온 신 총괄회장이지만, 신정숙 씨와의 사이에
서 빚어진 분쟁은 알려진 게 없다.
한편 이날 신격호 총괄회장은 재판장으로 오면서 “내가 예전에 신정숙 남편(최현열)을 롯데에서
데리고 있다가 파면시킨 적이 있다. 그래서 걔네가 성년후견인 신청을 한 게 아닐까”하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신 회장의 법률대리인은 전했다.
신정숙 씨는 신청서에서 총 다섯 사람을 후견인으로 지목했다. 신격호 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쓰
코(重光初子) 여사,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장남 신동주, 차남 신동빈, 셋째 부인 서
미경 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이다.
신정숙 씨에 따르면 신청한 사람이 모두 후견인으로 지정될 수도 있고, 심리를 거쳐 일부만 지정
될 수도 있다고 한다.
한편 신정숙 씨의 장녀는 최은영 유수홀딩스(전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이다. 최 회장은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과 결혼했다. 둘 사이의 차녀 최은정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 정몽익 KCC 사장과 결혼했다.
신유미, 신영자, 시게미쓰 하쓰코의 ‘입’
신 총괄회장은 현재 9명의 간병인에게 돌아가면서 돌봄을 받고 있다. 신 총괄회장을 지근거리에
서 만나고 있는 측근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이 기거하는 롯데호텔 34층에 셋째 부인 서미경 씨가
종종 찾아온다고 한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된다고.
이 관계자는 “여담이지만, 옆에서 지켜봐 온 결과 신 총괄회장이 진정으로 사랑한 여자는 서미경
씨다. 서미경 씨 얘기를 할 때면 눈빛이 달라진다. 반짝거릴 정도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서미경 씨 또한 마찬가지이지 않겠느냐.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그렇게 오랫동안 은둔생활
못 한다. 총괄회장에게 증여받은 재산이 아무리 많다지만, 그 재산으로 파장을 일으킨 것은 아니
잖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 씨의 딸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이 지난 12월 일본에서 출산을 했다는 소식도 전
했다. 이 관계자는 “신유미 고문이 일본으로 건너가 최근 출산을 한 후 산후조리 중에 있다”면서
“현재 서 씨는 (신유미 없이) 혼자 방배동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신유미 씨의 경우 외부에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인과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유미의 남편 신상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도 다시금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수십 년간 롯데백화점과 롯
데면세점, 롯데쇼핑 등을 두루 거치며 롯데를 유통명가로 키우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
고 있다.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에게 받는 신뢰도 각별하다. 그는 신 총괄회장의 의사결정에 영향력
을 미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신 회장의 두 번째 부인인 시게미쓰 하쓰코. 그는 회사 경영과는 동떨어진 인물로, 일
본 롯데홀딩스 대주주로 알려진 ‘광윤사’의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했다고만 알려져 있다. 현재 일
본에 거주하고 있으며, 지난해 전격 입국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재밌는 사실은 자신의 친자식
인 동주, 동빈 형제보다 첫 번째 부인의 딸인 신영자 이사장과 더 살갑다고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시게미쓰 여사의 집안은 일본 최고 수준의 명문가로 알려져 있다. 외가 쪽에 부총리와 외무장관을
지낸 인사가 있다고 하며, ‘시게미쓰 덕분에 롯데가 일본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소문까지 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아흔을 넘은 고령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억력이 떨어지
고 인지능력이 약해진 상태”라면서 “따라서 노화인지 정신장애인지 판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고 분석했다. 때문에 전문기관의 정신감정 결과와 함께 가족들의 법정 진술이 재판의 향방을 가를
기준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중 신동빈, 신동주는 분쟁 당사자이기 때
문에 고려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시게미쓰 하쓰코, 신영자, 서미경의 딸 신유미. 롯데가는 지금, 이 세 여자의 입에 눈과 귀를 집중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