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린내 나는 왕자의 난: 제1차 왕자의 난(1398년)으로 이방원은 이복동생 이방석(세자)과 정도전을 제거했습니다. 이때 태조 이성계는 극심한 충격과 분노로 실의에 빠졌고, 왕위를 즉시 물려주고 싶어 했습니다.
형인 이방과의 즉위: 이방원은 자신이 직접 왕위에 오르면 역모나 찬탈의 명분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태조의 둘째 아들이자, 당시 군사적 역량이 뛰어나고 인망이 두터웠던 친형 **이방과(정종)**를 허울뿐인 왕(제2대 국왕)으로 내세웠습니다. 즉, 정종은 실권 없이 왕좌에 오른 이른바 '바지사장' 국왕이었습니다.
2. 무인 출신 정종의 실제 성향과 생존 전략
타고난 무장, 싸움꾼: 정종(이방과)은 원래 정치나 권력 다투기보다는 사냥, 격구(말을 타고 하는 스포츠), 무예를 즐기는 천생 무인이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처세술: 동생 이방원의 권력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서, 정종은 권력에 욕심을 내거나 정치적 야심을 보이면 자신도 언제 살해당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에 그는 정치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매일같이 사냥과 연회를 즐기며 철저하게 무해한 사람으로 행동했습니다. '권력에 관심 없는 한량 왕' 코스프레를 통해 목숨을 부지한 것입니다.
3. 제2차 왕자의 난과 왕위 양위
왕실의 골육상잔 재발: 정종이 왕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은 동생 이방원에게 집중되었습니다. 이에 불만을 품은 또 다른 동생 이방간이 박포와 손을 잡고 이방원을 제거하기 위해 '제2차 왕자의 난(1400년)'을 일으켰습니다.
이방원의 승리와 정종의 퇴위: 결과는 당연히 이방원의 압승이었습니다. 이 난을 진압한 이방원은 사실상 국정을 완전히 장악했고, 정종은 더 이상 왕위에 남아있을 이유도, 명분도 없었습니다. 결국 정종은 즉위한 지 약 2년 만에 동생 이방원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상왕으로 물러났습니다.
4. 반전의 은퇴 생활과 최후
가장 편안하고 장수했던 상왕: 조선의 역대 왕들 중 권력 다툼 속에서 비참하게 죽거나 유배 간 이들이 많지만, 정종은 왕위에서 물러난 이후 생업의 부담과 정치적 스트레스 없이 자신이토록 좋아하던 사냥과 음주를 마음껏 즐기며 천수(향년 63세)를 누리다 평온하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저자는 정종을 두고 **"역설적이게도 조선 역사상 가장 눈치 빠르게, 그리고 가장 행복하게 말년을 보낸 권력자"**로 평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