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렌트카 사업소를 찾아가기로 했다.
이곳에선 택시 타기가 참 번거롭다.
번화가 집객 구역 중심으로 지정된 택시승강장 외에는 거의 무조건 전화로 콜을 해야한다.
언어도 언어지만 택시 부르려고 매번 국제전화를 사용할 수도 없고 택시비로는 항상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거스럼돈을 안주고 그냥 땡큐~ 한마디로 입을 닦는 경우도 종종 있다.
승객이 있건말건 담배를 피워대는 기사도 있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택시가 재깍재깍 와주지 않는다.
엊그제 아침엔 무려 40분을 기다려야 했다.
물론 이러한 사실들이 내가 택시를 포기해야 하는 충분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승용차를 렌트하기로 결정하고 쾰른역으로 향했다.
한 달 전에 해외출장비용 문제로 사내 관리부와 실랑이를 벌인 경험이 있는지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컴팩트 사이즈의 수동기어 차량을 선택했다.
여권과 국제면허증을 보여주고 신용카드로 보증을 하고 키를 넘겨받았다.
헛돈 쓰는 걸 싫어하고 또 남들 앞에서 실수하는 걸 경계하는 탓에 이번 차량대여도 며칠 동안 비용과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보았었다.
따라서 예측가능한 실수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얼핏 일기예보에서 본 대로 오늘은 오전부터 장대비가 세차게 퍼부었다.
픽업 장소까지 비를 맞고 걸어가서 주차장 한가운데 쯤에 세워져 있는 승용차를 발견했다.
Ford의 FOCUS라는 모델이었는데 차가 예상보다 크고 또 나름대로 근사했다.
키를 꽂아 클러치를 밟아 시동을 켜고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했다.
1단 기어를 넣고 가속페달을 살짝 밟아주자 오토매틱만큼 매끄럽지는 못해도 쿠르릉 진동을 일으키며 차가 움직였다.
오늘 새로 투숙할 호텔까지 약 6km.
한국의 홈타운이었다면 휘리릭 도착할 거리였지만 유럽의 도심 운전이 처음인데다 비까지 내리는 상황이라 주차장 주변을 벗어나는데만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겨우 강변도로에 진입하고나서 두 번째 맞는 삼거리 신호등.
대기시간이 끝나고 좌회전으로 차를 돌렸다.
그런데 아뿔사!
차는 내 의도와 상관없이 반대편 차선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독일 도로엔 한국처럼 친절하게 좌회전 차선이 그려져 있지 않더라).
신호를 기다리던 오토바이 라이더가 어이없다는 시선을 보낸다.
나는 급히 손을 들어 사과를 하며 차를 다시 돌려야 했다.
다행히 반대편 차선엔 모터사이클 외에는 아직 진입하는 차량이 없었다.
도로가 좁아 잠시 후진을 해야 했다.
그런데
<인간의 꼼꼼한 준비성>이라는 것이 한계를 드러내는 사건이 여기서 발생했다.
분명히 후진기어를 넣고 페달을 밟았는데 차는 자꾸만 앞으로 향했다.
몇 번을 시도해도 이 놈의 차가 뒤로 물러가지 않고 전진을 하더니 급기야 도로블럭에 머리를 처박고선 시동이 꺼져버리고 말았다.
신호가 바뀌었는지 저쪽에서 차량들이 밀려든다.
차선 하나를 옆으로 가로막고 멈춰선 내 차 앞에서 줄줄이 경적소리가 터져나왔다.
'악! 큰일이다. 하나님, 이거 어떡합니까?'
허둥지둥 시동을 걸어보았지만 의식을 잃은 차는 좀처럼 깨어나지 않는다.
창문을 열고 아직 나를 멀건히 바라보고 있던 오토바이 아저씨에게 도와달라고 외쳤다.
오토바이에서 내리지 않은 채 독일어로 뭐라뭐라 둔탁한 답변이 돌아온다.
아마도 교통경찰을 부르라는 소리일 것이다.
쏟아지는 비 때문에 할 수 없이 창문을 닫고 일단 비상등을 켰다.
빵빵거리던 차량들이 내 차를 삥 돌아서 하나씩 빠져나간다.
기어스틱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분명히 '후진(R)'이어야 할 위치에 떡 하니 '6'이라고 새겨져 있다.
R은 맨왼쪽 상단에 표시되어 있었다.
이건 또 뭔 해괴한 상황이여!
또다시 새로운 차량들이 몰려들더니 내 차 앞에 차곡차곡 쌓인다.
"아이고, 아버지..."
굳은 표정으로 잠시 넋을 놓고 있는데 비를 맞고 누군가 운전석으로 다가왔다.
창을 열고 보니 웬 아름다운 중년부인이 친절한 미소를 띄며 물어온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도와드릴까요?"
"아 네, 차가 시동이 꺼졌는데 움직이질 않네요."
"잠시만 계셔 보세요."
하고 차로 돌아가더니
이윽고 덩치 큰 노인 한 분이 내 차 조수석에 올랐다.
구세주를 만난 듯이 반가웠다.
차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더니 이리저리 해보라고 요령을 알려주었다.
그래도 시동이 걸리지 않자
"자리를 바꿔볼까요?"
'그것 참, 제가 바라던 바입니다...!'
나는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운전석을 비켜주었다.
그 분이 운전대를 잡고 한두 번 손을 대자 부르릉 하고 반가운 엔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차를 돌려서 도로 한 켠으로 안전하게 주차를 시켜준 다음 두 부부는 소형 승용차에 올라 자리를 떠났다.
나는 큰 목소리로 "땡큐 베리 마취!!"를 외쳤다.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렌트한 차는 6단 수동기어 차량이었다.
그리고 후진을 하려면 스틱을 감싸고 있는 링 형태의 레버를 들어올려야 하는 구조였다.
6단 기어를 몰아본 적이 없는 나에게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인간의 준비성'이란 게 얼마나 허망한가 말이다.
그 황망한 순간에 비를 맞아가며 일부러 친절을 베풀어준 독일 부부를 떠올렸다.
나도 저렇게 아름답게 늙어가야 할 텐데.
그리고 군급한 상황을 만나 아버지를 외칠 때마다 긴급출동요원을 보내시는 그 분의 손길을 느낀다.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고 나를 바라보고 계신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랴.
누구에게나 아무 때나 이렇게 비상조치를 취해 주실까?
그건 아니리라.
나의 부주의함이나 교만, 기타 정결치 못한 품행을 들어 좀더 혼이 나도록 내버려두실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기주의의 때를 아직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는 나를 왜 매번 돌아보실까?
너는 고생을 좀 해봐야 돼.
하고 시선을 돌리셔도 나는 사실 할 말이 없는 사람인데 말이다.
그 이유를 딱 부러지게 설명할 만큼 나는 지혜롭지 못하다.
다만 개인적인 신앙생활 외에 <내가 항시 출입하고, 또 내 시간이 얽혀있는 환경>이란 요인은 떠올려 봄직하다.
<세계비전능력교회>라는 성막말이다.
성령께서 임재하시는 영적 장소에서 영육의 간섭을 받는 범인의 사례는 성경 속에 무수하다.
내가 <신의 지문>을 발견하고 지금도 그 호흡을 느끼고 있는 곳.
구별된 장소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하나님은 내 이름에 밑줄을 그어 놓으신다는 깨달음은 모든 이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명제일까.
하지만 나는 그렇게 믿는다.
나의 존경하는 담임목사님은 금번 해외선교에도 비행기 좌석 세 개를 나란히 펴고 누워가셨다 한다.
우연의 범주는 지나친지 오래고 이미 그 확률이 '육십조분의 일'을 넘어섰다.
무슨 말인고? 하는 과객들을 위해 또다시 공학계산기를 두드릴 생각은 없다.
그냥 세계비전능력교회에서 일어나는 일은 '하나님의 적극적인 개입'이란 사실만 기억하면 된다.
아픈 몸을 이끌고도 일주 간의 숨막히는 선교를 절대충성하는 목사님의 행적을 묵상한다면 뭉클한 감동이 피어오를 것이다.
목사님의 솔선수범은 곧장 우리들의 축복의 젖줄이 된다.
자고로 줄을 잘 서야 한다.
내 생명을 결정지을 영적 터전을 정함에 있어서야 더 말할 것이 무엇인가!
첫댓글 차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들이 투성이지만 이 장문의 글을 읽고 사진을 보니 자세히는 모르나 무언가가 대충은 감은 잡히는 듯 보이옵니다
https://youtu.be/3o4sYzHi8-8
PLAY
수필을 읽듯히 읽어내려간 글에
감사와 깨달음이 옵니다
하나님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기에
편안히 살아감에 감사합니다
낮선 타국에서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네요. 그렇지만 하나님께서 늘 함께하시고 이적과 기적으로 도와 주시니 할렐루야입니다. 글을 재미있고 내용 있게 잘 쓰십니다. 하시는 일도 크게 도와주셔서 성공하기를 기도합니다.
정말..긴장감 넘치고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속에서 부른아버지!!
그분의 적극적인 개입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참으로
행복한사람인줄 믿습니다~!!
남은 출장기간도 함께 하시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도합니다^^
스릴있어 웃으면 안되는데 웃어가면서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순종전도사님은 수필집을 한권 쯤 써야한다니까 몇 번을 말했습니까~ㅋㅋ
인간의 준비성이 허망함을 깨달으신 전도사님은 이미 그 분의 손길을 느끼실만큼 구별된 장소에 서 계시구요
하나님께서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전도사님의 이름에 밑줄을 그어 놓으신다는 깨달음을 저도 믿습니다~^^
성령께서 임재하시고 하나님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는 구별된 장소에서
그 분의 호흡을 느끼고 있는 이 곳으로
줄을 잘 서야지요...
영원을 결정 지을 터전을 정하는건데 말이죠~^^
그러게감동이고큰은혜입니다
간증이 심히 아름다워...
황홀한 깨달음과
잔잔한 감동으로
잠시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지긋이 눌러 봅니다.
안위와 형통을 주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정말 감사드려요.
우리 에스더 목사님
사랑합니다~💚
아멘~!! 순간 순간 도우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글을 읽는동안 전해옵니다~
임마누엘하나님의 은혜가
감사합니다~!!
전도사님의 글 솜씨는 역시나~ 입니다! 출장 잘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