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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위원장, 무기한 단식돌입 | ||||||||||||||||||||||||
“민주노조 탄압, 공공부문 사유화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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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 이명박 정권의 반노동·반서민 정책 폐기를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김 위원장은 12일 서울 광화문 열린문화공원에서 ‘이명박 정권의 총체적인 노조말살 공세 중단 민주노총 기자회견’을 갖고 거점농성에 앞서 발표한 담화문에서 “저는 오늘부터 이명박 정권의 반노동·반서민 정책폐기와 전면적 정책전환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민주노조 탄압은 헌법개악이며, 정리해고 요건완화·파견업종 무한확대, 공공부문 사유화 신호탄”이라고 규정한 김영훈 위원장은 “지금 민주노총이 싸우지 않는다면 제2의 정리해고 광풍이 불어올 것이라는 사실, 제2의 비정규직법 개악으로 국민 절대다수가 파견노동자로 전락할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헌법이 개악될 것이라는 사실 앞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주어진 제 책무를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제 주장에 답해야 하며 만약 우리 주장이 사실이 아니면 단식을 중단할 것이나, 현재 진행되는 타임오프와 민주노조탄압 최종 목적지가 전 국민을 상대로 진행되는 노동유연화와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전단계라면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 들어선 후 가해지고 있는 온갖 노동탄압, 민중탄압들을 열거하고 강력히 규탄하는 한편 보수언론들의 왜곡보도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담화문 발표에 앞서 “민주노총 위원장이 된지 6개월 여 동안 많은 고민을 했고, 돌이켜보면 하루하루가 전쟁 같은 날들이었다”고 소회를 말하고 “왜 이렇게 비상식적 초법적 탈법적으로 민주노조를 탄압하는지 생각해봤다”고 성토했다.
이어 “헌법 개악을 통해 33조에 명시된 기본권을 삭제하려는 것이며, 경영상 이유로 정리해고를 할 수 있게 해 모든 국민을 불안정 노동으로 내몰고, 공기업 매각을 통해 국가기간산업을 민영화하려는 의도”라면서 “저는 이명박 정권이 궁극적으로 모든 노동자들에 대해 정리해고를 도입하는 전야를 느끼며 오늘 단식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김영훈 위원장의 담화문 발표에 앞서 민주노총 임원과 산별대표자들의 투쟁발언이 있었다.
민주노총 정의헌 수석부위원장은 회견 여는 말을 통해 “우리 김영훈 위원장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것은 이명박 정권이 이 땅 민주노조 싹을 완전히 잘라버리려는 상황에서 위급한 정세인식에 바탕한 결단”이라면서 “이는 지난 97년에 이어 또다시 근로기준법을 개악해 정리해고를 마음대로 하려는 것임을 알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진보연대 이강실 상임대표는 “민주노조, 특히 민주노총 말살과 붕괴음모에 맞선 여러분의 처절한 투쟁은 반드시 승리해야 할 싸움”이라면서 “보수언론들은 노동자들이 밥그릇싸움처럼 보도하지만 이는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전체 국민의 문제”라면서 “김영훈 위원장이 자신의 몸을 던져 잘못된 노동법, 타임오프를 분쇄하려는 노력은 절대로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민주노총 가맹 산별연맹 대표자들도 김영훈 위원장의 단식결단을 격려하며 가맹 조직들이 현장투쟁으로 민주노조를 사수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노동부 불법적 개입과 초법적 타임오프 매뉴얼, 행정력의 감시감독이 유례없이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난하고 “정부와 노동부는 노사관계 안정을 바란다면 당장 타임오프를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우리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보건의료노조 4만 조합원의 힘을 모아 집중투쟁을 벌여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면서 “그 첫 투쟁을 오는 14일 전남대병원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도 “오바마는 당선자 시절 노조를 결성하고 노동자 권리를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했고, 하토야마도 당선 후 시민사회보다 노조 대표자들을 먼저 만났다”고 전하고 “그 정도는 바라지도 않지만 대의기구인 노동조합을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하는 이런 정권과는 함께 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최 위원장은 “해결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 단식에 돌입하는 것은 몸으로 부딪쳐 노동자들을 각성시키려는 것”이라면서 “이를 계기삼아 노조를 중심으로 뭉쳐 이명박 정권에 맞서 싸워 노조를 적대시하는 정권이 오래갈 수 없음을 보여주자”고 결의했다.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은 “김영훈 위원장의 단식소식을 이미 여러 사업장에서 알고 우려하고 있으며 각성의 목소리도 높다”고 전하고 금속노조 산하에서 투쟁이 촉발되고 있는 사업장들을 열거한데 이어 “현 정권이 이런 식으로 노사관계를 짓밟는다면 금속노조 깃발이 존재하는 한 싸울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저는 오늘부터 현장으로 달려가 파업을 조직해 이명박 정권의 노동정책을 폭로하고 민주주의 토대이자 기본인 노동기본권을 지키는데 저와 금속노조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회견 참가자들은 “노동기본권이 민주주의다 민주노조 사수하자!”, “노조말살 획책하는 타임오프 분쇄하자!”, “민주노조 말살음모 단협해지 중단하라!”, “민주노조 말살음모 날치기노조법 즉각 중단하라!”, “민주노조 말살음모 타임오프 박살내자!”, “이명박은 노동조합 죽이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구호를 외치며 이명박 정권을 규탄했다. 또 “노사관계 개입중단! 자율적 노사관계 보장!”, “노조말살 망언! 장관사과 전운배 처벌!”라고 적힌 손펼침막을 높이 펼쳐들고 민주노조 말살음모에 결연히 맞설 것을 다짐했다.
한편 오늘 민주노총은 회견 장소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 집회신고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회견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폴리스라인을 쳐놓고 폭력을 자행했다. 민주노총이 기자회견 직후 총연맹 사무총국과 산별연맹 간부들이 위원장 단식과 거점농성을 위한 농성천막을 설치하려고 하자 경찰이 달려들어 물품을 빼앗고 폭력을 일삼았다. 경찰과 충돌이 빚어지는 동안 경찰관계자는 “집회신고가 돼 있지 않은 장소에 불법시위용품을 설치하려 한다”면서 불법으로 매도했다.
이에 민주노총 성원들은 “집회신고 했다. 신고증 갖고 있다”, “참여연대에 사제폭탄 갖고 돌진할 때는 말 한 마디 못하던 경찰이 합법집회를 막는 것은 무슨 경우냐?”면서 극렬히 저항했다. 또 한 연대단체 성원은 “집회 신고를 한 장소에 경찰병력이 들어와 행사를 방해하면 이게 바로 불법이다! 우리는 열린공원에 집회신고를 했다, 경찰이 불법적으로 들어와 경찰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결국 오후 2시35분 경부터 농성천막을 설치하려고 시도했지만 경찰폭력에 의해 무산됐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광화문 열린시민공원 내 농성현장에서 긴급산별대표자회의를 열어 이후 일정과 투쟁계획을 공유했다. 이명박 정권의 노동탄압 총체적 완결판을 저지하고 노동기본권을 사수하기 위한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의 처절한 무기한 단식농성이 7월12일 시작됐다.
"뻥파업보다 실질 투쟁 준비한다"
= 일반적으로 단식투쟁은 더 이상 투쟁의 수단이 없을 때 하는 것이다. (내가)단식을 결심하면서 일각에서는 이것이 노조법 개악과 관련된 타임오프 투쟁에 대한 수세적 투쟁이라는 평가가 있다. 물론 그런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공세적인 투쟁의 일환이라고 본다. 현 정부가 타임오프를 통해 민주노조를 무력화시킨 이후 정말 노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선제적으로 폭로하고, 그것을 국민과 조합원에게 알려내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더 중요한 하반기 전면 투쟁을 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결코 수세적인 투쟁이 아니다.
정부의 목적은 타임오프 그 자체가 아니다. 노조를 무력화시킨 뒤 근로기준법을 개악해 정리해고를 단행하려는 것이다. 근기법 상 ‘긴급한 경영상의 이유’에서 ‘긴급한’ 세 자도 빼자는 것이다. 그리고 파견법을 개악해 (파견 대상을)무한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공기업 노조에 대해 단협을 해지하고 탄압하는 것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발전 방안에서 나타났듯, 공기업을 매각해 사유화시키는 목표와 일치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하반기 정기국회 때 밀어붙이려 하는 것 아니겠는가? 때문에 우리는 (정부에) 그렇게 할 계획이 없으면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계획이 있다면 중단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결국 타임오프는 전임자에게 (임금을)주고 안 주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규직은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해 해고를 보다 더 자유롭게 하고, 신규취업자나 청년취업자들은 파견대상을 확대해 정규직 진입을 막는 시발점이자 MB 노동-고용정책의 사실상 종착역이다.
이명박 노동정책의 종착역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싸워야한다. 그때 가서 싸우는 건 안 된다. 이명박 정권이 공기업 사유화 정책을 중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촛불 항쟁 때문에 수그러든 것일 뿐이다. 재벌은 유동자산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지만 국가 재정은 파탄 났다. 어떻게 하겠나? 공기업을 파는 것으로 기업과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것 아닌가?
하지만 기간산업 사유화 추진 걸림돌은 공공기관 노동자다. 그러니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이토록 반 이성적으로 탄압하는 것이다. 일각에서 헌법개정까지 이야기가 되고 있는데, 이는 헌법 제 33조(노동3권)를 삭제하려는 것 아닌가란 의심도 들고 있다. 그런 것에 대해 민주노총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다.
- 위원장의 임금이 이번 달부터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 타임오프가 단위 사업장의 전임자문제에서 파견자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탄압이 더 가중되고 있는데.
= 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오는 25일이 급여일이라 지켜봐야 한다. 타임오프가 상급단체를 빼겠다는 것인데 상급단체 활동을 노조활동으로 안 보는 것이다. 이해가 안된다. 한국노총에서 얼토당토 않은 일(경영계 기금 통한 파견자 임금지급)을 하고 있다. 상급단체 파견자 문제와 관련해 무엇 때문에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지, 타임오프를 인정한다고 해도 이해가 안 된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이 아닌가?
- 이번 농성은 하반기 투쟁을 위한 시작 같은데, 하반기 투쟁의 전망은?
= 일부에서는 "투쟁이 워낙 잘 안되어서 민주노총 위원장이 단식하는 거 아니냐"는 주장이 있는데,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준비된 총파업’, ‘총력투쟁’을 얘기하지만 이는 치밀한 공정을 통해 실제 현장을 움직여야 한다. 지금은 막연하게 총연맹이 전체 전선을 만들어가 총력투쟁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신뢰, 자신감, 헌신이 중요할 때"
조합원들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지도부가 더욱 더 헌신적인 모습이 필요하다. 몇 차례의 도심 집회를 보면서 느꼈다. 조합원들은 여전히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중간 간부는 많이 무너져 있다.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막연한 신뢰를 넘어 어떻게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전망을 만들어 주고, 예견이 가능한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 타임오프 관련해 노동계가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7월 1일 법 시행 이후 투쟁의 뒷심이 빠지는 형국이다.
= 의제를 놓고 싸움을 벌이는 시기가 있는데 타임오프는 사실상 싸움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우선 법이 통과될 때 어떻게든 막았어야 했다. 이미 통과된 이후에는 조합원들이 “우리가 파업하면 법이 바뀔 수 있나”는 인식을 갖는다.
전망 없는 싸움에 대해 선언적으로 외친다고 해서 실제로 투쟁동력으로 가지 않는다. 투쟁에서 중요한 것은 선제적 공격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이 싸움은 정말 어려운 싸움이다. 법도 다 통과된 상황에서 시행만 남았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두 가지 밖에 없다. 그나마 통과된 법 내에서 숨이라도 쉴 수 있게 룰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다 필요 없다 우리는 굶으면서 가겠다’고 할 것인지. 일단 정확한 전망이 잡히지 않으니 중간 간부들도 혼란스럽고, 승리에 대한 자신감도 안 생기니 투쟁이 안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이다.
"총파업 포기하고 싶은 위원장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안 되는 걸 억지로 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총파업 전선을 폐기 했다는 말도 있는데, 어느 위원장이 총파업 전선을 포기하고 싶겠나? 솔직히 현실을 인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준비해야 한다. 억지로 날짜 잡고 총파업 선언 해봐야 또 다시 ‘뻥파업’ 된다.
지금부터는 어쨌든 노조법 전면 재개정으로 가야 한다. 또 근기법이나 파견법 개악을 막아야 한다. 그러면서 후사를 도모해야 한다. 이후 2012년 노조법 재개정에 찬성하는 세력이 (국회)과반수 이상을 얻을 수 있도록 해서, 그 동안 당했던 것을 돌려주는 수밖에 없다. 지금은 우리 진지를 지키면서, 근기법, 헌법개악, 공기업 사유화를 막아내는 전선을 구축할 때다.
- 타임오프와 관련해 내셔널센터의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 실제로 이 타임오프와 관련해 (사업장) 절반 정도가 해당 사항이 없다. 그 자체가 본질적인 한계다. 특히나 전임자 문제는 더더구나 쉽지 않았다. 그리고 총연맹이 단사에 개입해서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결국 타임오프의 본질, 이명박 정권의 본질을 알려내면서 전선을 유지하는 수밖에 없고 이를 중심으로 했다.
- 단식하는 3일 동안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 진지를 어떻게 잘 구축할까를 계속 고민했다. 이명박 정권이 2년 반을 돌았는데 이번 하반기 정기국회 때 마지막 총공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저들은 민주노총이 거의 괴멸될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이겨낼 것이다. 이 진지를 잘 구축해 분명히 한 번 오게 되어 있는 기회를, 결정적 시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단식을 시작할 때도 많이 고민했다. 민주노총이 정동에서 개소식을 하면서 “전태일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했는데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위원장실이 아닌 바로 여기라고 생각했다.
현장에서는 전기와 전화도 끊기면서 당하고 있다. 내가 다 해결해주지는 못해도 그들과 고통을 함께 해야 겠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이 진지를, 민주노조 깃발을 놓지 말고 지키고 가야한다. 지키는 것이 수세적인 것이 아니다. 지금은 지키는 것 자체가 공세적이고, 반격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민주노총은 이겨낼 수 있다"
-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은?
= 민주노총은 이 시기를 잘 이겨낼 것으로 보고 있다. 위기의 시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민주노총만이 할 수 있다. 나는 조합원들의 저력을 믿기 때문에 이 시기를 잘 넘어가면 분명히 반격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다.
타임오프제와 '전화'가 도대체 무슨 상관?
"노조사무실 전화기로는 휴대폰에 전화를 걸 수 없습니다. 유선 전화도 서울과 경기도만 연결되고 다른 지방으로 거는 시외전화도 안 됩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 지부 김태영 부지부장의 푸념 섞인 말이다. 그는 "도대체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제도)랑 노조사무실 전화가 무슨 상관이냐"며 "사측이 타임오프제 시행을 빌미로 법과 무관한 노조활동까지 탄압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노조사무실의 몇몇 간부들은 바로 앞에 유선전화기를 두고도 자신의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7월 1일 타임오프제 시행과 동시에 노조 사무실 전화기의 발신을 구내전화와 시내 전화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노동조합 전임자의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타임오프제도가 도입된 이후, 그 시행방안을 놓고 각 기업의 노동조합과 사업자간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사측이 노동조합의 전화를 차단하고 업무지원 차량을 회수하는 등 타임오프제 시행과는 관계없는 일방적인 행정조치를 취해 탈법논란이 일고 있다. 그 가운데 노사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민주노총 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 지부를 찾았다.
잘나가는 기아차, 노사는 제자리 걸음
14일 오전, 가장 인기가 좋은 신형 모델인 'K5'는 아니지만, 방금 출고된 매끈한 차량들이 운반트럭에 가득 실려 공장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부품을 실어 나르는 트럭들의 출입도 쉴 틈 없이 이어졌다.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에 있는 기아자동차 공장 입구. 최근 사상 최대의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는 기아자동차답게 공장은 입구에서부터 활력이 넘쳤다.
그러나 공장안으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노동조합 사무실로 가는 길에는 '노동조합을 지키겠습니다', '전임자 축소 반대', '정몽구 회장이 나서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노동조합을 들어서는 입구에는 '사측 간부 출입금지'라는 경고장이 붙어 있기도 했다.
고용부의 '타임오프제 매뉴얼'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경우 206명의 노조전임자 가운데 18명만 '근로시간면제자'로 사측에서 임금지급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노조에서 임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조가 이에 반발하고 나섰지만 노사 양측은 아직까지 협의 창구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노조는 2년 전 체결한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지난 3월 31일로 종료돼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타임오프제 시행 관련한 협의를 하자고 사측에 제안했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의 제안을 거부하고 타임오프제에 관련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협의할 것을 요구했다.
타임오프제를 시행하며 '근로시간면제자의 인원'과 '노동조합 활동 시간'은 노사 양측이 교섭을 통해 결정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어떤 방식(단협 또는 특별위원회)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에 양쪽은 각자가 유리한 상황에서 협상을 하기 위해 팽팽히 맞선 것이다.
이렇게 양쪽의 입장이 전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사측은 지난 7월 1일 타임오프제 시행과 함께 노조전임자로 있는 204명에 대해 전원 무급휴직 처리뿐만 아니라 ▲노조사무실 전화 발신제한 ▲교육 참여 조합원 무급처리 ▲업무차량 회수 및 지원중단 ▲사무기기 반납 ▲노조간부 숙소(아파트) 철거 ▲판매·정비 분회 노조 사무실 철거 등의 행정조치를 취했다.
'단체협약' VS. '부당노동행위'
그는 또 "타임오프제를 실시하는 다른 나라의 경우 '전임자를 최소 몇 명'으로 하라는 하한선이 규정되어 있지 우리나라처럼 '몇 명까지만 된다'는 식의 상한선을 정해놓은 곳은 없다"며 타임오프제 자체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측이 실시한 그밖에 모든 사안은 노조법에서 금지한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나 금품지급이 아닌 노조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단체협약을 통해 노사 양측의 합의한 사안"이라며 "타임오프제와 관계없이 탈법적 탄압을 자행하는 것은 노조활동 자체를 무력화 시키려는 악의적인 행위"라고 성토했다.
실제로 고용부에서 발행한 '타임오프제 시행 매뉴얼'에는 '노조 전임자의 임금지급 금지'와 '근로시간면제자에 대한 규정과 운영 방법' 등만 나와 있을 뿐 기아자동차 사측이 실시한 행정조치에 대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기아자동차 사측 관계자는 "타임오프제 매뉴얼에 따라 실시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은 것"이라며 "전임자 무급휴직 처리는 노조가 타임오프제 시행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계속 거부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처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화에 대한 발신 제한은 이동전화나 시외전화를 연결할 경우 과도한 통신비를 사측에서 부담하는데 이는 금품지급으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구내전화와 시내전화만 되는 것은 다른 공장과 동등한 조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측에서 행한 그밖에 조치에 대해서도 "모두 같은 이유"라며 "그동안 회사가 과도하게 노조를 지원해왔다"고 말했다.
임태희 장관은 "타임오프 빌미로 노조 탄압 안돼"
그러나 사측의 이러한 해명은 법해석의 문제가 있어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그는 또 "설령 부당노동행위가 있더라도 대부분 단체협약을 통해 합의 된 것인데 고용부의 단체협약에 대한 시정명령 없이 사측이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사측은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못 박았다.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 또한 사측의 노조탄압행위에 제동을 걸었다.
임 장관은 지난 5일 고용노동부 출범식 이후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타임오프 시행으로 노동계가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경영진이 타임오프를 핑계로 노사가 협의해 처리할 수 있는 사안까지도 모르는 척하는 경우가 있다"며 "일부 경영계가 노조 전임자에 대한 타임오프제를 빌미로 노조활동을 과도하게 옥죄려고 하고 있는데 이는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노조 타임오프 침묵하면 노조지옥시대 도래" [인터뷰] 하부영 현대차노조 내 제2민주노조운동실천단
"민주노총 위원장이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등 노사가 대립하는 가운데 현대차지부는 전국 쟁점이 되고 있는 타임오프제와 노동기본권 사수투쟁 등에서 금속노조 투쟁과는 완전히 비켜서서 독자노선처럼 나 홀로 교섭을 계속하며 하기휴가 전 타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아차노조에 타임오프가 적용돼 노조 활동이 사실상 마비되고 있고, 심지어 노조사무실 인터넷 지원까지 끊기지 않았나. 현대차노조가 기아차노조에 힘을 실어주면서 실질적인 대처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 현재 현대차노조 조합원들 분위기는 어떤가?
"한 조합원이 내게 '민주노총에서 제일 큰 맏형이고 종가집이나 마찬가지인 현대차지부가 이럴 때 크게 치고 나가면 전국투쟁에 불을 당길 것인데 이름값도, 덩치 값도 못한다'고 비판하더라.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불안 분위기가 감지된다. '기아차지부가 무너지는데 내년에 현대차지부만 혼자 살아 남을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분분하다. 현대차노조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 현대자동차 노조원이면서 일자리 나누기 등 운동을 펼치고 있는 제2민주노조운동실천단의 입장은 어떠한가?
"타임오프제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노조를 말살하려는 것 아닌가. 현대차노조는 물론 노동계 전반에서 타임오프 저지 투쟁이 크게 조직되지 못해 답답하다. 사실 노동계는 현대차지부가 이명박 정부에게 큰 획을 긋는 투쟁이나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지만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봐도 못 본 체 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현대차노조를 두고 '너희들만 얼마나 잘 먹고 잘 사는지 두고 보자'는 원망이 쏟아지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현대차그룹이 올해 기아차노조를 때려잡아 무력화시킨다면 내년에는 현대차지부를 때려잡을 것이라는 건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명약관화한 일이다. 기아차는 전임자나 교육위원을 18명으로 줄이고 완전 패배하여 노조활동 자체를 할 수 없는 지경인데 현대차만 예쁘게 봐줄 리 만무한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기아차지부가 어려울 때 외면하고 있다가 현대차지부가 내년에 어렵다고 연대투쟁을 요구하면 누가 곱게 봐주겠나."
-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당장 전면파업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선 기아차노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플래카드도 걸고 격려해 줘야 한다. 전혀 해주는 게 없어 안타깝다. 또한 현대차노조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노조내 제조직과 집행부가 머리를 맞대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 현대차의 타임오프를 어떻게 예측하나
"현재 기아차지부는 전임자 무급뿐만 아니라 현장활동을 책임지는 대의원들에게까지 조합활동사전신청서를 작성케 하고 부서장 결재를 받으라고 한다. 즉 자리를 뜨면 무단이탈이라 움직이지 못하게 강제하고 있다. 조합원 교육도 무급이라서 노조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타임오프제도로 민주노조운동이 다 무너져 가는데 현대차노조 집행부는 '우리는 내년 3월이다', '기아차도 파업을 안 하는데 우리보고 어쩌란 말이냐'며 애써 피하고 외면하고 있다. 과연 이게 남의 일일까.
조합원들은 알고 있다. 노조가 무너지고 현장에서 대의원들이 움직이지 못하면 조합원들도 움직이지 못하고 노예와 같은 상태에서 일하게 된다는 것을. 지난 98년 정리해고 사태가 이를 잘 말해준다. 당시 노조가 패배하고 공장 간 이동과 회의 참석까지 허용을 표시하는 패찰을 착용해야 움직였던 악몽을 기억하고 있다. 이쪽에서 남으니 저쪽 부서로 전환배치한다며 사람을 찍어서 보내도 말 한마디 못했다."
- 옛 동지였던 현대중공업노조가 타임오프제를 수용했는데.
여기에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미 전임자 축소와 타임오프제를 수용하는 것으로 발표했음에도 7월1일 전임자를 15명으로 축소하고, 15명은 노조 조합비로 부담하겠다는 반노동자적, 전국 투쟁전선에 찬물을 끼얹는 기자회견을 다시 했다. 이는 이명박 정권과 노동부의 첨병임을 자청하고 나서는 반 노동자적 행태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이럴 경우 딱 맞다.
기아차지부 타임오프제 시행내용을 듣는 현대차 관리자들은 아마 씨익 웃을 것이다. 내년만 되면 기아차처럼 현대차도 마음대로 보복이 판치는 관리자 천국, 조합원 지옥의 시대가 온다는 걸 알고 있다. 현대차에도 87년 이전의 노예노동 상태가 불과 8개월 뒤에 다가오고 있다. 지금 기아차지부와 연대하지 못하면 그때 가서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다. 회사는 하나, 노조는 둘로 갈라져 각개격파 당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