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음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요, 마음의 상태이다. |
Youth
Samuel Ullman
Youth is not a time of life; it is a state of mind;
Youth means a temperamental predominance of courage over timidity, of the appetite, for adventure over the love of ease.
In the center of your heart and my heart there is a wireless station;
|
젊음 사무엘 얼먼
젊음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요, 마음의 상태이다;
젊음이란 기질이 소심하기보다는 용기에 넘치고, |
미국 메사추세츠 주 노스햄튼에는 <Young @ Heart>라는 코러스 밴드가 있다. 라디오헤드, 롤링스톤즈 등 세계적 밴드들의 곡을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재탄생시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밴드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미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만들어졌을 만큼 유명해졌는데, 그들이 이토록 유명해진 이유는 평균 연령 여든이 넘은 고령 때문이다. 그들은 밴드 이름처럼 청춘의 마음을 가진 뮤지션들이다.
그들은 그 연세 또래의 이들이 양로원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을 때,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꺠우기 위해 록큰롤 리듬에 몸을 맡긴 채 전국 각지를 돌고 있다. 비록 원년 멤버는 세상을 모두 떠났지만, 세대 교체와 꾸준한 공연을 통해 30여 년 동안 그 코러스 밴드의 정신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젊은 노인'의 시대이다. 의학이 발달하고 생활여건이 좋아져 노인의 개념과 정의가 달라지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저명한 심리학 교수인 버니스 뉴가튼(Bernice Neugarte)은 55세 정년을 기점으로 75세까지를 영 올드(Young Old)로 구분하고 있다. 이 구분에 따르면 75세까지의 연령대는 아직 노인이 아니다. 일본에서도 75세 이하의 노인들을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혹은 '신감각 고령자'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정년(停年)을 65세에서 70세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오늘날 신노년층의 가장 큰 특징은 과거의 같은 세대에 비해 훨씬 젊다는 점이다. 평균수명이 짧았던 시대에 55세 이상 노인들이 뒷방으로 물러나 여생을 보내는 세대였던 반면, 요즘과 같은 고령화 시대의 55세는 인생의 정점을 조금 지난 나이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에서는 최근 장수(長壽) 시대의 실상을 반영하여 '0.7곱하기 인생'이라는 나이 계산법이 있다고 한다. 현재 나이에 0.7을 곱하면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인생의 나이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50세인 사람은 과거의 35세인 사람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손투(Ghenadie Sontu) 작, <노인의 얼굴>
또한 오늘날의 노인들은 의욕적이고 건강하며 활기에 넘쳐 있다. 일본과 독일에서 75세 이상의 노인들 중 노인 질환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은 고작 5%에 불과하다. 각종 스포츠 경연대회에서 노인들의 참가율이 높아지고 있고, 칠순이 넘은 노년층이 석사나 박사학위에 도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올해 일흔 한 살인 윤영규 님은 전국 곳곳을 누비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마라톤 애호가이자 예찬론이다. 윤 옹은 위궤양 수술을 받은 이후로 건강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2000년부터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는데, 매년 약 스물 다섯 개의 대회에 출전하여 지금까지 200여 차례의 풀코스를 완주하였다. 이렇게 요즈음 노인들은 여러 기회와 장소에서 청춘의 열정을 한껏 불태우고 있다.
그런데 거리에 노인들이 많아지다 보니, 일상의 풍경과 세태의 표정도 많이 달라졌다. 황혼 이혼이나 노년 재혼이 늘고 있고, 농장 운영이나 창업 등으로 '제 2의 인생'을 찾는 노인들이 부쩍 늘어났다. 지하철이나 버스의 노약자석이 유명무실해 진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강연장이나 영화관에서 전후좌우를 둘러 보면 대부분 실버 세대들이다. 노인층을 겨냥한 상품이 대박을 일으키고, 노년층의 경제적 비중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
그런데 노인분들의 생각과 철학은 대체로 예전 그대로이다. 노년층의 신체적 청춘은 이루어졌는데, 사고방식과 의식구조는 과거 노년층의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 젊은이들과의 말다툼이나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 청년들에게는 노인분들의 훈계조 이야기가 부담이 되는 편이고, 어르신들에게는 젊은이들의 무례한 언행이 거스르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소통의 지체(遲滯)' 현상은 어느 세대에게나 일어나고 있으나 특히 노년층에게 두드러진다. 그 견해와 인식의 차이를 극복해야 진정한 '아름다운 노년'으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보게로(William Adolphe Bouguereau) 작, <봄>
이 시를 지은 사무엘 얼먼(Samuel Ullman:1840-1924)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을 살다간 인물이다. 그런 위인이 오늘날 노년 세대에게 적확(的確)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니, 시인의 통찰과 예견력은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그는 시인이기 전에 경영인이며, 사업가로서보다 사회활동에 열중한 휴머니스트였다. 그는 삶의 취미로 문학을 즐겼고, 나름의 투철한 윤리관으로 기업을 운영하였다. 각지에 학교를 세워 교육사업에 이바지하였고, 장학과 사회봉사에도 열중하였다. 이와 같은 인생 역정으로 인해 그의 시는 일상적이고 친근하다.
위의 시를 통해 시인은 젊음의 정의를 다시 고쳐 놓는다. 젊음이 화려한 한 시절에 불과하다면, 세상은 매우 단조로울 것이다. 신은 인간에게 젊음을 영원으로 되돌릴 수 있는 용기와 기백을 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인생의 등불이 다할 때까지 활기차고 강건하게 살아갈 책무가 있다는 것이다.
시인은 젊은 노인과 유약한 청년을 구분한다. 그 구분의 기준은 신체적 활력이나 에너지가 아닌, 가슴에 품은 이상(理想)이다. 그 이상은 어느 정도의 무모함과 거침없는 삶의 태도를 담고 있다. 젊음의 특권은 말보다 실천, 생각보다 행동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고, 주저함없이 저지르고 망설이지 않고 돌진하는 것인데, 이 끓어넘치는 정열과 기백을 끝까지 놓지 않으면 나이에 관계없이 청춘인 것이다.
시는 청춘에게 젊음을 수신하는 무선국이 있다고 상정한다. 하늘의 영원한 기운과 땅의 생동감 넘치는 생명을 끊임없이 향유하고 받아들이는 한, 청춘의 기상은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주인공 파우스트(Faust)는 켄타우르스(Centaurs)의 모습을 한 히론(Hyron)에게 불세출의 영웅 헤라클레스에 대해 말하라고 요청한다. 히론은 이렇게 답한다.
나는 태양의 신 푀부스(Phoebus=아폴로)를 본 적이 없고,
아레스며 헤르메스(Hermes=마르스)라고 하는 자들도 마찬가지지만,
만인이 신처럼 찬양하는 그만은
바로 내 눈앞에서 보았다오.
그는 타고난 왕자였소.
젋었을 땐 보기에도 늠름했지만,
사랑스런 여인들에겐 더없이 공손했지요.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도 다시는 그런 자를 낳지 못할 것이며,
청춘의 신 헤베(Hebe)도 또 한번 그런 자를 하늘로 데려가지 못할 것이요.
괴테가 히론의 입을 통해 서술한 이 청춘의 모습이 바로 오늘날 노인들이 지향하고 온 세상의 능동적인 인간들이 갈구하는 젊은 인생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괴테는 신들이 청춘의 인간을 시기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뭇 신들의 이름을 걸고 인간의 아름다운 청춘을 찬양하고 있는 것이다.
110720 젊음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요, 마음.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