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金三宜堂 (1769 ~ 1823. 朝鮮 後期 全南 南原 出生.女流詩人)
(1) 笄年吟. 一首 (筓例를 치르고 詩를 읊다 ~ 머리를 올리는 날에)
十三顔如花 ~ 열세 살 나이 얼굴은 꽃 같고
十五語如絲 ~ 열다섯 나이 말소리는 가늘다.
內則從姆聽 ~ 內則은 姨母 따라 배우고
新粧學母爲 ~ 化粧法은 어머니 따라 배웠네.
束髮纔成髻 ~ 머리를 묶어 暫時나마 쪽을 지었으니
擧案能齊眉 ~ 깍듯이 恭敬을 잘 해야겠지.
摽梅已三實 ~ 이미 떨어져 세 알 남은 梅實을
傾筐又墍之 ~ 바구니 기우려 주워 담는다.
(★ 朝鮮時代에는 15歲가 넘으면 男子는 冠禮를 치르고, 女子는 筓禮를 치렀다. 主禮가 筓禮者에게 비녀를 꽃아주면 筓禮者는 房으로 가서 褙子를 입었다고 한다)
(2) 笄年吟. 二首
生長深閨裏 ~ 깊숙한 閨房에서 나고 자라나
窈窕守天性 ~ 얌전하게 天性을 지켜 나갔네.
曾讀內則篇 ~ 일찍이 禮記 內則篇을 읽었고
慣如家門政 ~ 집안 살림 꿰뚫어 알고 있다네.
於親當盡孝 ~ 어버이께 마땅히 孝道 다하고
於夫必主敬 ~ 지아비에게 반드시 恭敬하리라.
無儀亦無非 ~ 잘하는 일 없지만 잘못도 없어
惟順以爲正 ~ 順從함을 正道로 삼을 뿐이네.
(3) 笄年吟. 三首
早讀聖人書 ~ 일찍부터 聖人의 글 읽고
能知聖人禮 ~ 聖人의 禮法 알 수 있었네.
禮儀三千中 ~ 三千 가지 禮儀 中에서
最詳男女別 ~ 男女有別이 가장 詳細하네.
男不言乎內 ~ 男子는 안의 일을 말하지 않고
女不言乎外 ~ 女子는 바깥일을 말하지 않네.
內外旣有別 ~ 女子 男子 分別 이미 있었으니
當遵聖人戒 ~ 마땅히 聖人의 訓戒 따르리라.
(★ 三宜堂이 15살이 되던 해에 成人이 되는 것을 記念하여 지은 詩 中 一部이다.)
(★ 三宜堂 詩碑의 詩 한 首. 故鄕인 南原의 아름다운 風光을 읊은 것으로 媤집가기 前에 지은 詩로 推測된다.)
(4) 古硯
古硯籠塵色 ~ 벼루에 묵은 때빛
呼兒洗石泉 ~ 아이 불러 맑은 물로 씻어내고
以手磨新墨 ~ 손으로 새로운 먹을 갈아보니
蒼蒼起細烟 ~ 파릇파릇 가는 안개 일어나네.
(5) 過凌寒閣吟
(凌寒閣을 지나며 읊다)
帶方城中凌寒閣 ~ 帶方城 안 凌寒閣
雪中梅花滿地落 ~ 눈 속 梅花가 땅에 가득 진다.
宮門不開訟庭閑 ~ 열지 않은 宮門에 訟庭이 閑暇한데
閣中唯有琴三尺 ~ 官舍 안에는 석자 거문고만 보인다.
(6) 寄在京夫子 (서울에 있는 男便 便紙 받고 答張을 쓰다)
女兒柔質易傷心 ~ 女子의 柔順한 바탕 傷心하기 쉬워
所以相思每發音 ~ 그리울 땐 언제나 읊조리지만
大丈夫當身在外 ~ 大丈夫 마땅히 밖에 있으니
回頭莫念洞房深 ~ 머리 돌려 閨房 생각 하지 마세요.
(7) 農歌
山光經雨好 ~ 山의 빛은 비가 지나가니 좋고
溪聲得風多 ~ 골짝물은 바람결에 힘차다.
門外環阡陌 ~ 門 밖에 둘린 언덕들
時時聽野歌 ~ 때때로 들녘의 노랫소리 들린다.
(8) 大道. 1
春風大道上 ~ 봄바람 부는 큰 길
白馬踏紅塵 ~ 白馬가 먼지를 밟는다.
桃李花爭發 ~ 복숭아꽃 오얏꽃 다투어 피고
家家富貴春 ~ 집집마다 豊盛한 봄날이로다.
(9) 大道. 2
寒食東風雨 ~ 寒食날 봄바람 불고 비 내리니
香泥大道中 ~ 꽃香氣 그윽히 큰 길가에 뭍어든다.
紫騮驕不踏 ~ 紫色 워라말(얼룩말)이 함부로 짓밟지 않으니
應惜落來紅 ~ 應當 떨어진 붉은 꽃잎이 아까워서라.
(10) 擣衣詞
薄薄輕衫不勝寒 ~ 얇은 여름옷으로 추워서 어쩌시나
一年今夜月團團 ~ 一年中 달이 가장 밝다는 秋夕이구나.
阿郞應待寄衣到 ~ 郎君은 겨울옷 오기를 기다릴 텐데
强對淸砧坐夜闌 ~ 다듬이 맑은소리에 밤은 깊어만 가네.
(11) 讀書有感
冬讀其書夏詠詩 ~ 겨울에는 冊 읽고 여름에 詩 에서 밝아오는데
鷄窓事業各隨時 ~ 書齋에서 하는 工夫가 철따라 다르네.
聊將魯論看心法 ~ 論語를 가져다 修養하는 法 살펴보니
入德之基在學而 ~ 德에 들어가는 基本이 學而篇에 있구나.
(12) 冬夜
銀漏丁東夜苦長 ~ 밤은 길어 괴로운데 물時計 치는 소리
玉爐火煖繞殘香 ~ 남은 香氣 감도는 따뜻한 玉 火爐.
依依曙色生窓戶 ~ 어렴풋한 새벽빛이 窓門에서 밝아오는데
鷄則悲鳴月出光 ~ 닭 우는 소리 凄凉하고 달 떠오르는 빛이로다.
(13) 梅花曲
碧眼呼兒夜獵還 ~ 푸른 눈의 오랑캐 밤 사냥에서 돌아오니
五更明月滿天山 ~ 五更의 밤에 밝은 달빛은 天山에 가득하다.
獨倚戍樓橫吹笛 ~ 홀로 戍樓에 기대어 지긋이 피리 불어도
梅花落盡玉門關 ~ 情다운 故鄕집 아닌 梅花꽃 다 진 玉門關이어라.
(14) 陌上桑 (밭두둑 위 뽕나무)
採桑城南陌 ~ 城 南쪽 길 위에서 뽕따는 少女
纖纖映素手 ~ 纖纖玉手가 빛처럼 아른거리네.
少年飜驚目 ~ 少年이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며
相看住故久 ~ 서로 오래 동안 멍하니 바라보네.
(★ 陌上桑 ~: 王人의 아내 羅敷가 楚王의 誘惑을 물리치기 爲하여 지은, 農村 風景을 牧歌的으로 부른 素朴한 노래로, 中國 漢代의 民謠 中 하나)
(15) 牧笛. 1
牧笛村村去 ~ 牧童의 피리소리 고을마다 멀어지고
樵歌曲曲來 ~ 나뭇꾼의 노래소리 골짝마다 들려온다.
夕陽無限興 ~ 夕陽에 끊없는 興이 일고
窓外暫徘徊 ~ 窓 밖에서 暫時 여기저기 왔다갔다하노라.
(16) 牧笛. 2
東風何處笛 ~ 봄 바람에 어디서 들리는 피리소리
一曲夕陽中 ~ 夕陽에 한 曲調 노래 들리어온다.
春日多芳草 ~ 和暢한 봄날 그윽한 풀香氣
前溪有牧童 ~ 앞 개울가에 牧童이 보이는구나.
(17) 牧笛. 3
山頭日欲沒 ~ 山마루에 해지고
炯樹遠依依 ~ 나뭇잎은 멀리 稀微하게 반짝인다.
一聲何處笛 ~ 어딘가에서 들리는 한 曲調
知有牧童歸 ~ 소치는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옴을 알겠다.
(18) 無題
朝夕入廚下 ~ 아침 저녁 부엌에 들어가 보면
廚下乏甘旨 ~ 맛난 飮食 飯饌거리가 모자란다오.
剪髮非爲賓 ~ 머리를 자른 건 손님 爲한 게 아니라
堂上有父母 ~ 안房에 父母님이 계신 때문이라오.
(19) 夫子入山讀書以詩寄之妾和之
(郎君이 山에 들어가 글을 읽다가 詩를 지어 보내왔기에 내가 和答하다)
古人好讀澗投書 ~ 옛사람들이 글을 좋아해 便紙를 냇물에 던져 버렸다고
比意嘗陳送子初 ~ 이런 뜻을 그대 처음 보내며 말씀드렸지요.
機上吾絲未成匹 ~ 베틀 위에서 짜던 베를 아직 짜지 못했으니
願君無復樂羊如 ~ 郎君께서는 樂羊子처럼 하지 마세요.
(20) 西窓
寂寂空庭上 ~ 寂笛한 빈 뜰 위에서
蕭蕭聞葉下 ~ 우수수 落葉 지는 소리 들린다.
詩思何處多 ~ 詩想은 어디서 많아지는가
明月西窓夜 ~ 西窓의 달 밝은 밤이랍니다.
(21) 述懷 (속마음)
大丈夫誰有 ~ 大丈夫는 어디에 있는가
一兒女獨羞 ~ 한 兒女子는 홀로 부끄럽구나.
西胡與東倭 ~ 西쪽 오랑캐와 東쪽 倭寇들
不共戴天讐 ~ 不俱戴天之怨讐로다.
[[ 十二月詞 ]]
(22) 正月上元 (正月 大보름)
田家此日祝西成 ~ 農家의 이 날은 가을 秋收 비는 날
村社鼕鼕土鼓鳴 ~ 마을 무당 집에서는 둥둥 북소리 울린다.
良夜城南明月下 ~ 城 南의 좋은 밤 밝은 달 아래
家家年少踏橋行 ~ 집집마다 어른과 아이가 踏橋를하는구나.
(23) 二月上巳 (二月 初하루 中和節)
東風楊柳綠如烟 ~ 봄 바람에 버들숲 푸른 이내 낀 듯
曲水流觴付少年 ~ 물에 술盞 띄운 좋은 잔치 少年에 알린다.
城外紅粧多觀艶 ~ 城 밖에선 化粧한 女人 妖艶함 다투고
欲蘭消息又前川 ~ 蘭草 띄워 沐浴하는 消息을 앞내에 알린다.
(24) 三月三日 (三月 삼짇날)
紅錦之裳綠綺衣 ~ 붉은 緋緞 치마에 푸른 緋緞 저고리
城南何處踏靑歸 ~ 城 南의 어느 곳에서 踏靑하고 돌아오네.
多情最是江南鳥 ~ 多情하여라, 江南에서 돌아온 제비여
簾外雙雙也自飛 ~ 門밖에서 雙을 지어 저들대로 나는구나.
(25) 四月八日 (四月 初八日)
此夜城中三萬家 ~ 이날 밤 城 안의 三萬 家庭
家家燈火盛繁華 ~ 집집마다 燈불 밝혀 盛大한 잔치를 연다.
如雲女兒傾城出 ~ 구름같이 계집애들 城밖으로 쏟아지고
街上爭停油壁車 ~ 거리에는 燈불수레 다투어 멈춰 있다.
(26) 五月端午
黃梅細雨濕輕煙 ~ 노란 梅花는 보슬비 속의 가벼운 안개에 젖고
簾外幽禽喚晝眠 ~ 珠簾 밖에 그윽한 새는 낮잠을 깨우는구나.
擾亂東鄰多如盤 ~ 東녘 마을 擾亂하게 무리지은 많은 사람
綠楊陰裡送鞦韆 ~ 푸른 버드나무 그늘 속에 그네를 타는구나.
(27) 六月流頭
歌酒誰家惡少年 ~ 노래와 술 어느 집의 버릇없는 아이인가
三三五五向林泉 ~ 三三五五 牌를 지어 숲과 내를 찾아간다.
城南野水淸如煙 ~ 城南 들판에 흐르는 물 안개처럼 맑고
兒女流頭爭且姸 ~ 少女들 흐르는 물에 머리 감고 고움을 다툰다.
(28) 七月七夕
金井梧桐一葉秋 ~ 우물가 梧桐나무잎 지는 가을
水晶簾外碧波流 ~ 水晶발 바깥으로 푸른 물결 흐르는구나.
天上相逢今夜半 ~ 하늘에선 오늘밤에 牽牛織女 만나는데
玉窓何事獨深愁 ~ 玉窓에는 어인 일로 홀로 깊은 시름 하는가.
(29) 八月八日 (八月 한가위)
西疇簑笠已成仙 ~ 西쪽 밭에 도롱이 이미 허수아비 되어 있고
新釀家家賀得年 ~ 집집마다 새 술 빚어 豊年을 祝賀하는구나.
誰識紗窓寂廖處 ~ 緋緞窓 閨房 속이 이렇게 寂寞함을 누가 알리오
蟲聲月色摠愁邊 ~ 벌레소리도 달빛도 모두 다 서럽네.
(30) 九月九日 (九月 九日 重陽節)
秋晩東籬菊有黃 ~ 늦은 가을 울타리 밑 黃菊을
薄言採採不盈筐 ~ 말없이 따 담아도 광주리에 차지 않네.
爲誰酌彼盃中物 ~ 누굴 爲해 저 盞에다 술 부으랴
好送佳辰莫我傷 ~ 좋은 時節 보내고서 마음 傷하지 마오.
(31) 十月望日 (시月 보름)
秋事前村已滌場 ~ 앞 마을은 秋收하고 이미 打作일세
東家速舅殺羔羊 ~ 東便 집의 媤아버지 염소를 잡으셨네.
郎君不到重門掩 ~ 郎君은 오지 않고 重門은 닫혔으니
蟋蟀何心入我牀 ~ 귀뚜라미는 무슨 心事로 寢床에 들어 우는가.
(32) 十一月冬至 (十一月 동짓날)
葭管灰飛日至南 ~ 갈대피리 먼지 날고 해는 南쪽에 있는데
梅花消息問前簷 ~ 梅花 消息을 앞 처마에서 물어본다.
龍墀何處躋冠冕 ~ 宮中 層階 어느 곳에선 벼슬아치들
聖壽爭呼萬歲三 ~ 임금님 萬壽無疆 萬歲三唱 부르고 있을까.
(33) 十二月臘日 (섣달 臘日)
歲色紗窓已暮云 ~ 緋緞窓에 든 季節빛이 해 저문다 말하고
一年佳節度紛紛 ~ 一年 좋은 時節 粉粉하게 지나가는구나.
滿床風雪寒無寢 ~ 寢床 가득 바람과 눈이 차가워 잠못들고
裁繡郎衣到夜分 ~ 郎君 옷을 마르고 繡놓으며 그믐밤을 새운다.
(34) 夜深詞 (깊은 밤에)
夜色迢迢近五更 ~ 밤은 깊어 바야흐로 五更인데
滿庭秋月正分明 ~ 無心한 가을 달빛 뜰 안에 가득차네.
凭衾强做相思夢 ~ 이불에 기대어 그님을 그리다가
纔到郎邊却自驚 ~ 郎君 곁에 다가설 땐 흠칫 깨고 말았다오.
(35) 折柳曲
賀蘭山下月欲低 ~ 賀蘭山 아래로 달 지려하니
胡兒短笛橫在手 ~ 오랑캐의 작은 피리 손에 쥐어 있네.
一曲未了聲更淒 ~ 한 曲 끝나기도 前에 소리 더욱 淒涼하고
朔風吹折邊城柳 ~ 朔風 불어 邊方 城의 버들 꺾기네.
(36) 折花
從容步窓外 ~ 조용히 窓밖을 걸으니
窓外日遲遲 ~ 窓밖엔 해가 길기도 하구나.
折花揷玉髮 ~ 꽃 꺾어 머리에 꽃으니
蜂蝶過相窺 ~ 벌나비도 기웃거리며 지나치누나.
(37) 淸夜汲水
淸夜汲淸水 ~ 맑은 밤에 맑은 물을 길려 올리니
明月湧金井 ~ 밝은 달빛이 샘물처럼 솟아 올랐다.
無語立欄干 ~ 말없이 欄干에 기대었더니
風動梧葉影 ~ 바람에 흔들리는 梧桐나무 그림자.
(38) 草堂奉夫子吟
彩霞成綺柳如煙 ~ 아름다운 노을은 緋緞을 이루고 버들은 안개 같으니
非是人間別有天 ~ 이는 人間世上 아니고 別天地라네.
洛下十年奔走客 ~ 서울에서 十 年 동안 奔走했던 나그네
草堂今日坐如仙 ~ 오늘은 草堂에서 神仙처럼 앉아있네.
(39) 初夜 唱和 (첫날 밤 和答하며 부름)
★ 新郞 湛樂堂 河砬 (1769~·1830)
夫婦之道人倫始 ~ 夫婦의 道는 人倫의 始初이니
所以萬福原於此 ~ 萬福의 根源이 이에 있기 때문이라.
詩看桃夭詩一篇 ~ 詩經 周南의 桃夭篇을 볼지라도
宜室宜家在之子 ~ 한 집안의 和合함은 새색시에 달렸도다.
★ 三宜堂 答詩
配匹之際生民始 ~ 夫婦의 짝지음이 生民의 始初이니
君子所以造端此 ~ 君子의 道도 이에서 비롯되네.
必敬必順惟婦道 ~ 恭敬하고 順從함이 아내의 道理이니
終身不可違夫子 ~ 平生토록 郎君의 뜻 어기지 않으리라.
(40) 禮成夜記話 (婚禮날 밤의 이야기를 쓰다)
★ 湛樂堂 河砬
相逢俱是廣寒仙 ~ 이렇게 만난 우리는 廣寒殿宮(月宮)의 神仙이었으니
今夜分明續舊緣 ~ 오늘밤은 分明 묵은 因緣 이은 것이라.
配合元來天所定 ~ 夫婦는 元來 하늘이 定해주는 法이거늘
世間媒작摠紛然 ~ 世間의 仲媒쟁이 바쁘기만 하구나.
★ 三宜堂 答詩
十八仙郞十八仙 ~ 열여덟 새新郞 열여덟 새색시
洞房華燭好因緣 ~ 新房에 촛불 밝히는 아름다운 因緣이라.
生同年月居同한 ~ 같은 해 같은 달에 나서 같은 마을에 살았으니
此夜相逢豈偶然 ~ 오늘밤 이렇게 만난 것이 어찌 偶然이리오.
★ 湛樂堂 河砬
三更明月仲春花 ~ 깊은 밤 밝은 달 봄꽃이 피었는데
花正花時月色加 ~ 꽃이 활짝 피니 때 맞춰 달빛도 더해지네.
隨月看花人又至 ~ 달빛 따라 꽃을 보는데 그대 여기 있으니
無雙光景在吾家 ~ 둘도 없는 이 光景이 우리 집에 있어요.
★ 三宜堂 答詩
滿天明月滿園花 ~ 하늘에는 달빛가득 庭園에는 꽃이 가득
花影相添月影可 ~ 꽃 그림자 드리운 곳에 달그림자 더해가네.
如月如花人對坐 ~ 달인 듯 꽃인 듯 그대와 마주하고 앉으니
世間榮辱屬誰家 ~ 世上의 榮辱은 누가 물어도 내 알 바 아니옵니다.
(41) 村行卽事. 1 (고을로 가면서 본대로)
古木黃葉脫 ~ 古木에 丹楓잎 지고
孤村白屋疏 ~ 외로운 고을에 오막살이 몇 채.
山鷄兩三唱 ~ 山中 닭은 두 세 番 우는데
寥落是誰居 ~ 寂寞쿠나, 이 누구의 집들인가.
(42) 村行卽事. 2
古逕蒼苔滑 ~ 푸른 이끼 낀 묵은 길 미끄러워
斜從別路歸 ~ 비껴서 딴 길로 돌아간다.
寥寥聞犬吠 ~ 쓸쓸하다,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
花下有柴扉 ~ 꽃나무 아래 사립門 보이는구나.
(43) 村行卽事. 3
村邊有矮石 ~ 고을 周邊에 움추린 큰 바위 하나
夜看埋疑虎 ~ 밤에 볼때마다 호랑이로 疑心했네.
安得李將軍 ~ 어찌 李將軍처럼
抽矢射沒羽 ~ 화살 뽑아 沒羽箭을 쏘아볼까나.
(44) 秋閨詞. 1
獨步紗窓夜已深 ~ 홀로 窓가를 걷다보니 밤이 깊어가
斜將𨥁股滴燈心 ~ 비녀를 기울여 燈불 심지 돋우네.
天涯一別無消息 ~ 멀리 離別하고 가서는 消息 없으니
欲奏相思抱尺琴 ~ 伽倻琴 부여안고 그리운 情 노래한다.
(45) 秋閨詞. 2
孔雀屛風翡翠衾 ~ 孔雀 그린 屛風에 翡翠索 이불
一窓夜色正沉沉 ~ 온 窓의 밤빛이 깊어만 간다.
相思惟有靑天月 ~ 임 그리는 마음을 푸른 하늘 달님만이 알아
應照人間兩地心 ~ 應當 人間世界 兩쪽을 비추는구나.
(46) 秋閨詞. 3
獸炭噓成一縷烟 ~ 숯을 피우니 한줄기 煙氣가 올라오고
冬宵苦永正如年 ~ 겨울밤 괴로워 길기가 一 年 같아라.
梧桐葉上數聲雨 ~ 梧桐잎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들리니
獨坐屛間眠不眠 ~ 屛風 앞에 홀로 앉아 잠을 請해도 잠은 오지 않네.
(47) 秋閨詞. 4
夜色迢迢近五更 ~ 밤 깊어가니 새벽이 가까워 오고
滿庭秋月正分明 ~ 가을 달은 뜰에 가득 밝게 비추네.
凭衾强做相思夢 ~ 이불에 기대어 님의 꿈을 꾸려 해도
纔到郞邊却自驚 ~ 님 계신 곳 가자마자 놀래서 잠을 깨네.
(48) 秋閨詞. 5
五更明月滿西城 ~ 새벽녘의 밝은 달은 西쪽 城에 가득한데
城上何人弄笛行 ~ 그 누가 城위에서 피리를 불고 가나.
可憐孤獨深閨夜 ~ 可憐한 촛불 하나 閨房을 비추는 이 밤
正是愁人夢不成 ~ 이 생각 저 생각 근심으로 잠 못 이루었어라.
(49) 秋夜
水晶簾外漾金波 ~ 水晶발 밖에 金빛 물결 출렁이고
雨歇池塘有破荷 ~ 비 개인 蓮못에는 蓮꽃이 피었구나.
獨坐屛間寒不寐 ~ 屛風아래 홀로 앉아 차가운 밤 잠 못들 때
滿床蟲語夜深多 ~ 寢床에 가득한 풀벌레 소리만 깊어가는 밤 더욱 擾亂스럽다.
(50) 秋夜雨. 1
天涯芳信隔 ~ 하늘 끝 가신 님은 消息도 없어
寂寂掩深戶 ~ 사립門은 언제나 쓸쓸히 닫혀있네.
永夜鳴梧葉 ~ 긴긴밤 梧桐잎은 흐느껴 울고
簷端有疏雨 ~ 처마 끝에선 落水물 소리만 들려오누나.
(51) 秋夜雨. 2
簷端疏雨響 ~ 처마 끝에 落水물 소리
永夜隔窓鳴 ~ 밤새도록 窓 너머서 우는 듯해라.
一枕金屛裏 ~ 金屛風 속에선 혼자 베개를 베고
寒燈夢不成 ~ 차디찬 燈盞 아래 잠 못 이루네.
(52) 秋夜月. 1
明月出牆頭 ~ 밝은 달이 담 머리로 솟아오르니
如盤又如鏡 ~ 錚盤도 같고 거울도 같아라.
且莫下重簾 ~ 房門에 珠簾을 내리지 말아야지
恐遮窓間影 ~ 들어오는 달빛을 가릴까 念慮되네.
(53) 秋夜月. 2
一月兩地照 ~ 같은 달이 두 곳을 비추지만
二人千里隔 ~ 두 사람은 千 里나 떨어져 있네.
願隨此月影 ~ 바라건데, 저 달의 빛을 따라서
夜夜照君側 ~ 밤마다 임의 곁을 밝혀보고 싶어라.
(54) 秋夜月. 3
中宵一片月 ~ 한밤 한 조각 달
影入碧窓流 ~ 그림자 푸른 窓에 흐른다.
長安有孤客 ~ 서울 외로운 나그네에게
休照望鄕樓 ~ 望鄕樓는 비추지 말았으면.
(55) 春景. 1
思君夜不寐 ~ 임그리워 잠오지 않는 밤
爲誰對朝鏡 ~ 누굴 爲해 朝夕으로 거울을 보나.
小園桃李花 ~ 동산엔 桃李花
又送一年景 ~ 또 그냥 한 해 봄을 보낸다.
(56) 春景. 2
深院春將晩 ~ 깊숙한 집안 봄은 저무는데
人間睡意矇 ~ 사람은 잠이 들어 朦朧하구나.
綺窓花影裏 ~ 緋緞 窓 밖 꽃 그림자
一枕鳥聲中 ~ 새소리 지저귀는데 나도 누워본다.
(57) 春景. 3
睡起搴珠箔 ~ 자고 일어나 珠簾을 걷으니
當簷燕子斜 ~ 처마에는 제비가 비스듬이 앉아있다.
東園花幾許 ~ 東園엔 꽃은 얼마나 피었을까
春在老桃槎 ~ 봄은 늙은 복숭아나무 등걸에도 와 있네.
(58) 春景. 4
何處春歸盡 ~ 어디서 봄이 돌아왔는지
東園一夜風 ~ 東園엔 밤 새도록 바람 부노라.
羅衣窓外出 ~ 緋緞 옷 입고서 窓 밖에 나가
閑拾落來紅 ~ 떨어진 붉은 꽃 閑暇히 줍는다.
(59) 春景. 5
門外三楊柳 ~ 門 밖 세 그루 버드나무
枝上春風多 ~ 윗 가지에 봄바람 이는구나.
下枝拂樽酒 ~ 아랫가지는 술동이를 스치는데
何人動別歌 ~ 그 누가 離別의 노래 부르는가.
(60) 春景. 6
好音來何處 ~ 좋은 소리 어디서 들려오는지
綿綿又蠻蠻 ~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리워지는구나.
東風玉窓外 ~ 窓 밖엔 봄바람 불어오고
黃鳥在花間 ~ 꽃나무 사이로 꾀고리는 우는구나.
(61) 春景. 7
黃鳥一聲裏 ~ 꾀꼬리 한 울음속에
春日萬家閑 ~ 봄날 집집마다 閑暇롭다.
佳人捲羅幕 ~ 美人이 緋緞揮帳 걷으니
芳草滿前山 ~ 풀 香氣는 앞山에 가득하구나.
(62) 春景. 8
門外道路長 ~ 門 밖에 뻗은 길은 길고
路傍楊柳綠 ~ 길가의 버들나무 푸르기만 하다.
白馬啼蕭蕭 ~ 白馬는 쓸쓸히 우는데
誰家又送客 ~ 어느 집에 또 손이 떠나시는가.
(63) 春閨詞 18首. 1
春興紗窓幾首詩 ~ 봄 興에 겨워 紗窓가에서 몇 首 詩를 짓고 보니
篇篇只自道相思 ~ 篇마다 저절로 그리운 마음만 노래했네.
莫將楊柳種門外 ~ 앞으로는 門 밖엔 버드나무를 심지말아야지
生憎人間有別離 ~ 사람들이 離別할 때 마다 미움만이 생기나니.
(64) 春閨詞. 2
人靜紗窓日色昏 ~ 임 떠난 집 窓가에 날은 저무는데
落花滿地掩重門 ~ 門 닫힌 뜰 안에는 落花만 가득하다.
欲知一夜相思苦 ~ 그대는 아시나요 그리운 情에
試把羅衾檢淚痕 ~ 緋緞이불 點點이 눈물 자국 지는것을.
(65) 春閨詞. 3
雲母窓前草色萋 ~ 琉璃窓 앞뜰에는 풀이 더욱 푸르른데
相思一夜夢魂迷 ~ 밤샌 그리움에 꿈자리까지 어수선해라.
朝來坐對靑銅鏡 ~ 아침부터 化粧臺에 마주 앉았으나
愁裏蛾眉擺不齊 ~ 시름속에 그리는 눈썹마져도 바르지가 않구나.
(66) 春閨詞. 4
梨花多意向人開 ~ 배꽃은 情이 많아 사람보고 피었는데
郞未來時春又來 ~ 봄은 다시 왔지만 님은 어이 오시지않네.
惟有簷前無數燕 ~ 추녀 끝에 앉아있는 몇 마리 제비들도
雙雙飛帶夕陽回 ~ 짝지어 노닐다가 해지면 돌아 오는데.
(67) 春閨詞. 5
野外連天芳草綠 ~ 끝없이 펼쳐진 들판엔 芳草가 푸르고
村邊一樹杏花落 ~ 마을가엔 살구나무 한 그루 꽃이 떨어지누나.
寒食淸明已過了 ~ 淸明 寒食 이미 다 지났으니
令人怊悵年華惜 ~ 좋은 歲月 덧없이 보냄이 서글퍼라.
(68) 春閨詞. 6
柳條一一漸看高 ~ 버들가지들은 漸漸 더 높아 가고
春事東園已寂廖 ~ 華麗했던 봄 東園은 이젠 寂廖하구나.
顔貌不應衰至此 ~ 내 얼굴 이렇게 야위어 가는 건
心魂多是爲君勞 ~ 님 생각에 내 마음 힘들기 때문이어라.
(69) 春閨詞. 7
楊柳陰中晝掩門 ~ 버들 그늘 짙은데 낮에도 門을 닫고
東園春晩百花繁 ~ 동산의 봄은 무르익어 온갖 꽃이 滿發했구나.
雙雙鷰子低飛處 ~ 雙雙의 제비들은 낮게 날아다니고
獨有愁人暗斷魂 ~ 나 홀로 愁心 겨워 남몰래 애태우네.
(70) 春閨詞. 8
梅花結子竹生孫 ~ 梅花는 열매 맺고 竹筍은 돋아나는데
春意惱人暗斷魂 ~ 봄氣運이 마음 흔드니 남몰래 서러워라.
簾外鶯聲知有意 ~ 珠簾 밖의 꾀꼬리 내 마음 아는 것 같아
還從愁裏不堪聞 ~ 愁心 불러일으키니 차마 듣기 어렵구나.
(71) 春惱曲 4首. 1 (봄의 괴로움을 읊음)
孔雀屛深睡故遲 ~ 孔雀 屛風 깊은 곳에서 늦잠을 자는데
夜來春夢摠罘罳 ~ 밤에 꾼 봄꿈은 모두 처마의 鐵網에 걸려 있구나. (罘 그물 부. 罳 가리개 시/사/새. (罘罳 /부시 ~: 날짐승이 앉지 못하게 하려고 殿閣의 처마밑을 싸서 치는 鐵網).
穿簾暖日光凌亂 ~ 따뜻한 햇볕은 발을 뚫고 들어와 흔들거리고
隔樹幽禽語怪奇 ~ 저 건너 草木에선 그윽한 짐승소리가 其異하게 들리누나.
非我無脂塗玉鬂 ~ 나에게 머리에 바르는 기름 없는 건 아니지만
爲誰對鏡畵蛾眉 ~ 누굴 爲해 거울 보며 눈썹 그리나.
垂楊不識相思恨 ~ 늘어진 버드나무 내 그리움 알지 못하는지
猶向門前又長枝 ~ 또 긴 가지가 門 앞으로 向하고 있구나.
(72) 春惱曲 4首. 2
春光有信到吾家 ~ 봄빛은 어김없이 우리 집에 찾아오고
楊柳靑靑拂地斜 ~ 푸른 버들가지는 땅에 비스듬히 닿아있어라.
簾箔中間雙鷰子 ~ 발 사이로 제비들은 날아다니고
園籬上下數桃花 ~ 庭園 울타리 아래위로 복사꽃 몇 그루가 피어 있구나.
物華已見江山好 ~ 꽃들이 활짝 피니 江山은 좋건만
晝錦何遲鄕里夸 ~ 郎君의 錦衣還鄕 어찌 이다지도 늦는가.
獨閉重門深寂寂 ~ 홀로 重門 닫고 있으려니 寂寂하기 그지없고
相思一夢又天涯 ~ 님 그리는 한 조각 꿈은 다시 또 하늘 끝에 가 있다오.
(73) 春惱曲 4首. 3
懶整雲髮倚碧窓 ~ 겨우 머리 매만지고 푸른 窓가에 기대서니
廖廖深院吠閒尨 ~ 쓸쓸한 집안에선 개짓는 소리뿐이어라.
落來門巷桃花片 ~ 떨어진 복사꽃잎 조각들 대門 안으로 굴러들고
飛去樓臺鷰子雙 ~ 제비들은 雙雙이 樓閣으로 날아드네.
芳草和烟迷遠野 ~ 芳草는 안개에 싸여 먼 들판에서 아른거리고
夕陽斜雨度前江 ~ 夕陽에 비껴 내리는 비는 앞江을 지나가누나.
天涯欲寄相思字 ~ 멀리 계신 님에게 그리운 情 보내고 싶어
洗硯床頭寫玉缸 ~ 冊床에 앉아 벼루를 씻고 硯滴 물을 부는다.
(74) 春惱曲 4首. 4
日長窓外少年如 ~ 窓밖엔 해가 길어 少年時節 같고
乍整雲髮獨步徐 ~ 머리 살짝 매만지고 홀로 천천히 거니네.
柳靜黃鶯飛去後 ~ 꾀꼬리 날아간 뒤 버드나무는 고요하고
花紛玄鳥蹴來初 ~ 제비가 꽃을 차니 꽃잎은 어지럽게 흩어지네.
僮從杏屋新醪貰 ~ 사내종은 살구나무 집에서 外上으로 막걸리를 사오고
婢入蔬園雜草除 ~ 계집종은 菜蔬밭에서 雜草를 뽑고 있구나.
却憶遊人携硯墨 ~ 客地에서 떠돌고 있는 님 생각에 먹과 벼루 잡으니
兩行玉淚濕襟裾 ~ 두 줄기 눈물이 옷깃을 적시누나.
(75) 夏日
日長窓外有薰風 ~ 날은 길고 窓밖엔 香氣로운 바람불 제
安石榴花個個紅 ~ 어찌하여 石榴花는 하나씩 붉게 피는가.
莫向門前投瓦石 ~ 門앞으로 기와 돌 조각 던지지 말아요
黃鳥只在綠陰中 ~ 只今 綠陰 속엔 꾀꼬리가 있다오.
(76) 夏日卽事 3首. 1
雨乍霏霏風乍輕 ~ 暫깐 스치는 바람에 暫時 부슬부슬 비가 스치고
草堂長夏不勝淸 ~ 草堂의 긴 여름은 맑기도 해라.
一聲歌曲來何處 ~ 한 자락 노래 소리 어디서 들려오나?
芳樹陰中好鳥鳴 ~ 꽃다운 나무그늘 속 새들 지저귐이 좋구나.
(77) 花滿枝
帶方城上月如眉 ~ 帶方城 위의 달은 눈썹 같고
帶方城下花滿枝 ~ 帶方城 아래 꽃은 흐드러 졌네.
生憎花開芳易歇 ~ 피었다 시드는 꽃 나는야 싫어
每羨月來長有期 ~ 期約하고 오는 달 부러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