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 - 미인도 - O.S.T.음악을 들으려면원본보기를 클릭해주세요.
'얇은 저고리 밑, 가슴 속 가득한 정을 붓끝으로 전하노라'
존재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는 억울한 생이 있다.
차라리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무지랭이로 태어나든지
사대부의 어엿한 고추라도 달려있든지...
타고난 예술의 끼를 누리며 살기위해서
부풀어오르는 젖가슴을 하얀 무명으로 조인 그 가슴은
육체적인 통증보다는 번뇌로 인한 상처가 더 깊었을 것이다.
꽁꽁 얼어붙은 매서운 겨울을 이기고 돋아나는 새싹처럼
칭칭 동여맨 그 작은 가슴에서 피어나는 따스한 봄날 사랑을 도려내야하는 고통
개봉 전부터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영화 '미인도'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13일의 개봉일에 맞춰 볼 수 는 없었지만
이런 저런 비평과 혹평이 쏟아지면서 나의 호기심은 더욱더 깊어져만 갔는데
지난 17일 행복한 마음으로 티켓을 손에 쥐고 팝콘과 환타를 양 손에 가득 안고서
영화관으로 들어섰다.
두 시간 남짓...
치밀한 연출과 화려한 영상
거울이라는 상징을 통해 들여다 보는
네 남녀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
영화가 끝나고도 한 참을 음악에 취해 앉아 있는데 가슴 저 밑바닥에서 괜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누가 이 영화를 일컬어 <외설>이라 하는가!!'
신윤복의 이름과 자, 호 그리고 부친의 이름과 관직 정도의 아주 짧은 그의 역사적 기록만으로
이렇게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었다.
그가 남자이건 여자이건 성의 문제를 별도로 하고서라도
그의 그림 속에서 <드러나는> 여성스러움을 이리도 아름답게 묘사할 수 있는 스토리 구성이 무엇보다 마음에 와 닿았다.
그의 그림에는 늘 '엿보기'가 숨은 그림처럼 박혀있다.
굳이 현대적인 심리학의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감추고 살아야하는 그의 인생
거짓과 위선으로 어쩔 수 없이 숨겨야 하는 운명 속에서
'엿보기'는 한 줄기 그가 살아갈 수 있는 숨통이자 유일한 널뛰기일 수 도 있었을 것이다.
月下情人(월하정인)
月沈沈夜三更(월침침야삼경) 달은 기울어 삼경인데
兩人心事兩人知(양인심사양인지) 두 사람 마음은 두 사람만 알리라
이 그림 앞에서는 그저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이 화제(畵題)는 신 윤복의 자작 글이 아니고
선조 때 정승을 했던 酒隱 金命元(주은 김명원) 의 시에서 따온 글이라고 하지만
싯귀 한 구절을
이렇게 섬세하게 그림으로 풀어낸 그의 감성에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구구절절 가슴 아린 슬픔이고
붓끝으로 전해지는 선의 흐름은 상처로 얼룩진 그의 영혼이다
바라만 보아야하는 사랑
작은 오솔길에 놓인 못생긴 큰 바위처럼
오며 가며 늘 불편하게 돌고 돌아가야하는 멍에
결코 가질 수 없는 사랑이기에 눈에 심어 놓고 평생 함께 하길 원했지만
무거운 현실 속에서도 날개를 달며 비상을 꿈꾸는 제자 신윤복
그를 사랑하는 스승 김홍도의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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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몇 구절의 기록만으로 현존하는 그림을 해석하고 풀어낸 픽션무비 미인도는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기에 꼭 한 번 관람하기를 권하고 싶다
정조시대의 역사적인 한 순간으로 훌쩍 담타고 넘어가서
그 시대의 성에 대한 모럴과
무엇보다 신윤복의 눈을 통해서 다시보는
그의 작품들을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어서 더욱 더 새로운 것 같다
영화를 보기 전에
신윤복의 작품을 미리 한 번 눈동냥하고 간다면
영화를 백배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김민선과 추자현 두 배우가 주어진 역할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여
조금 아쉬움은 남는다
추자현의 경우 넘치는 눈빛 연기에도 불구하고
시대극에 맞는 어투가 어색해서 그 발음이 듣기 거북할정도로 꼬여있다는 점과
김민선의 약간 모자른듯한 카리스마가 아쉬웠지만
훌륭한 그의 나신이 보여주는 여인의 아름다운 곡선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조금씩 모자란 부분이 있었지만
김영호가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어서
전체적인 무게는 균형을 이룰 수 있었던 것 같다
김남길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러브신에서 보았던 여자보다 더 아름다운 히프의 소유자라는 기억외에는...
영화음악이 너무 곱고 아름다워서 가사를 다운 받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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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OST 이안
하얀 꽃잎이 떨어지던 날
꿈같은 사랑이 찾아왔고
그의 사랑에 가슴이 아파
삼켰던 눈물이 얼만큼인가
저바다로 흘러 간뒤에
비가되어 그대얼굴을
단한번만 보고싶어라
거친바람이 나를 떠밀며
이모진 세상을 떠나라하네
비가내려와 어깰만지며
가슴속깊숙이 묻으라하네
사랑하는 나의 사랑아
못다했던 내말 들어준
그대품에 안겼던 그날
나는 다시 태워났노라
아~픈나의 사랑아
그리운 나의 사랑아
그대눈빛 그대손짓 그대 목소리
하나만 내게 남겨줘
사랑하는 나의 사랑아
못다했던 내 말들어준
그대품에 안겼던 그날
나는 다시 태어났노라
사랑하는 나의 사람아
못다했던 내 말들어준
그대품에 안겼던 그날
나는 다시 태어났노라
그댈 사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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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풍정
단오를 맞아 개울가에서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 여인들의 모습과 그 모습을 훔쳐보는 동자승들
이 그림에서도 그의 '엿보기' 심리가 숨겨있다
그네에 다리를 올려놓는 붉은 치마의 모습이 터질 것 같은 석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정변야화
우물가에 물을 길러 온 두 여인이 춘홍이 오른 듯 보름달 아래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돌담 뒤에서 음흉한 양반이 두 여인을 몰래 훔쳐보고 있다.
이부탐춘
이부는 과부를 뜻하니 소복을 입은 여인이 마당에서 짝짓기 하는 개와 참새를 보고 웃음을 머금고
몸종이 나무라듯 그 허벅지를 꼬집는 장면
해학적이면서도 여필종부를 강요하는 남존여비사상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읽을 수 있다.
담너머로 드리운 나뭇가지는 '엿보는 심리'를 나타내는 상징이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