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최근 개발한 경구 복용 가능한 최초의 '작은小 분자' GLP-1 작용제인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을 FDA가 지난 4월 시판을 승인했다.
GLP-1 작용제
오젬픽Ozempic과 위고비Wegovy의 유효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ucagon-like peptide-1, GLP-1로, 원래 당뇨 치료제로 개발되었는데 부수적으로 체중감량 효과가 나타났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은 장에서 생성되어 혈류를 통해 이동하며, 주로 췌장과 뇌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에 결합하는 호르몬이다. 수용체는 매우 특정한 형태를 가진 단백질로, 일종의 자물쇠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맞는 열쇠가 꽂히면 일련의 활동이 '잠금 해제'된다. 열쇠는 GLP-1이며, 해제되는 활동은 인슐린 분비와 글루카곤 생성 억제다. 인슐린은 포도당을 세포 내로 흡수시키고, 글루카곤은 간의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분해한다. 인슐린과 글루카곤 사이의 균형이 혈당 수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때문에, GLP-1처럼 작용하는 약물인 'GLP-1 작용제'가 당뇨 치료에 사용된다.
또 GLP-1 작용제가 뇌세포의 수용체와 상호작용하면 포만감이 생기고 식욕이 억제된다. 위장의 미주신경 세포 수용체를 자극하여 위의 배출 속도를 늦춤으로써 더 오래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이 모든 작용의 최종 결과가 바로 식욕 억제를 통한 체중 감량이다.
세마글루타이드의 경구 복용 한계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처럼 아미노산이 연결된 펩타이드 분자다. 소화 과정에서 펩타이드가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오젬픽(당뇨치료제 승인)과 위고비(더 높은 용량으로 체중감량제 승인)는 주사로 투여해야 한다.
경구용 위고비가 출시되었지만 흡수율이 낮아 매우 높은 용량이 필요하다. 또 기상 직후 공복 상태에서 120mL 이하의 물로 복용해야 하고, 이후 30분간 음식, 음료, 다른 약물을 섭취할 수 없다. 이런 제약 때문에 언제든지, 음식•물 제한 없이 복용할 수 있는 GLP-1 작용제의 필요성이 생겨났다.
작은 분자 GLP-1 작용제 개발
첫 번째 과제는 흡수 용이성 문제였다. 펩타이드와 달리 혈류로 쉽게 흡수될 수 있는 소분자를 찾아야 했으며, 분자가 GLP-1 수용체에 정확히 맞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1980년대에 GLP-1의 정확한 구조가 밝혀진 후, GLP-1이 결합할 수용체를 찾기 시작했다. 이 수용체는 463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로, 세포막을 구불구불하게 관통하는 독특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극저온 전자현미경으로 이 단백질의 3차원 구조와 GLP-1 분자의 활성 부위가 결합하는 '포켓'이 확인되었다. 이제 그 포켓에 맞는 소분자를 찾는 것이 과제가 되었다.
GLP-1 수용체의 아미노산 서열이 밝혀지자, 이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를 확인하여 인간 세포에 이식하고, 이 세포들이 수용체 단백질을 생성하면, 로봇 공학으로 수만 개의 알려진 화합물을 하나씩 투여하며 수용체에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효과가 있는 분자들은 화학적으로 구조를 변형하여 효과를 높이는 작업을 반복했고, 마침내 비펩타이드 GLP-1 작용제 후보 분자가 탄생했다. 바로 '오르포글리프론'이다.
AI의 역할
다음 과제는 경제적인 대규모 합성 가능성이었다. 목표 분자로부터 역방향으로 작업하여 최적의 합성단계를 찾는, '역합성'retrosynthesis을 최적화하는 AI 프로그램인 ChemAIRS가 나선다. 일라이 릴리의 화학자들은 이 AI로 8,500만 개의 알려진 화학반응과 각 반응의 수득율을 분석하여 가능한 합성 경로를 도출했고 마침내 상업적으로 실용적인 오르포글리프론 제조 공정을 개발했다.
판매 승인과 전망
72주 임상시험에서 참가자들의 체중이 12% 감량되고, 유의미한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FDA는 오르포글리프론을 '파운다요’Foundayo라는 상품명으로 승인했다. 주사형 GLP-1 작용제보다 효과는 낮지만 복용이 편리하고 생산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에서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심사 단계에 있어 처방•구매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