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담그는 것을 나는 어머니께 배웠다.
우리 집은 동쪽에 장고방(우리는 장독대를 장고방이라고 불렀다.)이 있었다.
부엌은 서쪽에 있는데 왜 멀리 장고방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지금은 그 모습이 다 사라지고 없지만
장고방 아래로는 조그마한 텃밭이 있어서 거기에 집에서 필요한 채소를 심어 가꾸기도 했다.
보름날이면 장고방 장독 위에 찰밥을 해서 가져다 놓기도 했다.
김이 귀하던 시절 찰밥에 김 한장 덮어 가져다 그 밥은 가져다 놓은 사람의 몫이 되기 때문에 서로 가져다 놓으려고 했다.
어머니가 "오늘 장 담자" 하면 아침 일찍부터 물을 길러야 했다.
당시에는 우리집이 샘이 제일 먼 집이었다.
물동이를 이고 한번 다녀오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는 모르는데 아무튼 제일 멀었다.
일어나서부터 물을 길러다가 큰 항아리에 채워 놓으면 어머니는 그 시간에 겨우내 잘 띄운 메주를 내려서 씻고 소금을 준비하고 장독을 정리하였다.
최소 20분은 넘게 걸리는 샘을 오가며 물을 길러서 채워두면 어머니는 소금물을 풀었다.
소금물의 농도를 재는 것은 계란이었다. 소금물에 계란을 띄우면 백원 동전만큼 올라오면 농도가 가장 잘 맞다고 하였다.
소금물이 준비가 되면 항아리에 소금물을 채에 걸러서 붓고 메주를 띄운다.
메주가 동동떠오르면 불에 달군 숯을 넣는다.
"푸시시" 소리가 참 즐겁게 들렸다.
고추도 가장 예쁘고 좋은 것을 골라 넣고 하루 정도 뚜껑을 덮어 둔다.
이후부터는 날마다 날이 좋은 날은 장독을 열어두었다.
지금처럼 통풍이되는 장뚜껑이 없던 시절이라
아침에 열고 저녁이면 덮어야 했다. 행여 비라도 올라치면 비보다 빠르게 뛰어가서 장뚜껑을 덮어야 했다.
그렇게 50일정도 장이 놀미야하게 익으면 된장과 장을 분리한다.
부드럽데 된 된장은 항아리에 담아두고 장은 가마솥에 다린다.
장 다린 날은 방이 많이 뜨겁다.
장을 다릴 때면 또 어머니가 꼭 해 주시는 반찬이 있다.
장을 다 다리고 마지막에 칠게를 사다가 장조림을 한다.
그 칠게간장조림이 맛이 있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요즘 시장에 나가보면 칠게가 나와있다.
그러면 난 생각한다.
'아 장 가르고 다릴 때가 되었구나'
아마도 장 다릴 때쯤이면 칠게가 한창 나오는 시기인 모양이다.
결혼을 한 뒤 남편이 칠게장조림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시댁에서도 그리 해 먹었던 가보다.
이제는 다 지나간 이야기일 뿐이다.
올해는 된장은 많이 있는데 간장이 얼마 남지 않았다.
콩을 불려 삶아서 치대 메주를 만들어야 하는데 하기 싫었다.
마침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콩알메주를 만든다는 말을 들었다.
어디에 찧을 곳도 없고 마침 잘 되었다 싶어 콩알메주를 만들기로 하였다.
망에 담아서 띄워 말렸다,
2월 27일 장을 담았다.
소금물을 풀고 계란을 띄워 500원 동전의 크기만큼 올라오면 소금물 농도가 맞다.
왜 어머니랑 담을 때는 백원 동전이었는데 지금은 오백원 동전이냐고? 기후가 그만큼 변했다.
짜지 않으면 장맛이 변한다.
그것도 어느 해 어머니가 가르쳐준 방법이다.
그 동안 잘 숙성되어서 장이 놀미야해졌다.
장과 된장을 가를 때가 된 것이다.
오늘은 콩알메주로 담은 장 가르고 된장에 막걸리 부어서 잘 치대 담아 두어야겠다.
특별한 맛있는 된장과 장이 만들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