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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사탑>
⬆️ <미륵사탑>
전체 사찰의 배치가 탑의 기단을 통하여 설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황룡사나 미륵사를 살펴보자. 황룡사탑 기단을 내접하는 직경 80자[尺]의 원은 사찰의 동·서 길이의 1/6배에 해당되고 미륵사의 경우 동원(東院)과 서원(西院)은 석탑 기단의 3배에 해당되며, 중원(中院)은 목탑 기단의 3배에 해당되는 등 정교한 수치 계산을 기초로 동·서의 길이가 설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통일신라시대 전성기인 8세기의 대표적 사찰인 불국사의 경우 다보탑과 석가탑의 기단 너비인 14.6자의 3배인 43자가 불국사 전체를 세우는 기본 척도로 사용되었고, 천군동절터의 경우 탑 기단인 17자의 3배인 50자가 사찰을 세우는 기본 척도로 사용되었음이 밝혀진 바 있다. 그렇다면, 기단의 크기가 탑의 높이와 너비에 어떻게 적용될까.
탑은 시기에 따라 비례(比例)가 변하므로 우선 석탑의 전형을 이루었던 8세기 석가탑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먼저 지대석의 크기가 결정되면 지대석 절반 크기로 1층지붕돌의 너비가 결정된다. 2층지붕돌은 1층지붕돌의 처마 끝선에서 안으로 1자 작아지고, 3층지붕돌은 2층지붕돌 처마 끝선에서 다시 1자가 작게 설정된다. 다음으로 하층기단 한 변의 너비를 입면상으로 올려 정삼각형이 만들어지는 곳에서 1층탑신의 높이가 정해진다. 2층탑신은 1층지붕돌 전체 높이의 절반으로 설정되며, 3층탑신은 2층지붕돌 전체 높이의 절반으로 설정된다. 또한 이렇게 정해진 1층탑신의 너비와 높이는 금당의 너비와 길이의 1/10에 해당된다. 결국 탑이 가진 각 층의 너비와 높이, 사찰 세우기의 기본 배치도 모두 탑의 지대석 크기에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불국사석가탑의 입면도>
도면을 놓고 도해(圖解)해보면, 각 부분이 정확한 비례와 계획에 의하여 구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시각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수치상으로 확연히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기단 기둥의 수치를 재보면 안쪽 기둥에 비하여 바깥쪽 모서리 기둥의 높이가 약간씩 높다. 또한 기단과 탑신의 너비는 아래쪽이 넓고 위쪽으로 갈수록 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귀솟음과 안쏠림기법이라고 부른다. 귀솟음은 중심 기둥과 모서리 기둥의 높이를 같게 할 경우 양쪽 끝이 중심보다 낮게 보이는 착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기법이다. 이는 가령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서 볼 수 있듯이 중앙부가 처져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 중앙부의 기둥을 높게 하는 것을 반대로 이용한 기법이다. 안쏠림은 기단과 탑신의 기둥을 수직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약간 안쪽으로 기울게 만드는 것으로 역시 수직으로 올렸을 때 착시 현상에 의해 건물의 윗부분이 좌우로 넓어 보이는 것을 교정하기 위한 기법이다.
⬆️ <정림사지석탑 >
1층탑신의 안쏠림기법
탑신의 아래 너비보다 위쪽 너비를 좁게 하는 수법을 통하여 시각적 안정감을 주고 있다.
비 오는 날 석탑을 바라보면, 지붕돌에 떨어진 빗물이 지붕 아랫부분에서 바로 수직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지붕 아래 처마 안쪽에 1단으로 홈을 파서 돌렸기 때문이다. 목탑의 경우 기와 지붕 끝에 걸려 빗물이 수직으로 흘러내리지만 석탑은 이러한 홈을 조각하지 않을 경우 빗물이 지붕돌 아래 층급받침을 타고 몸돌까지 흐르게 된다ㅈ 그것은 마치 컵에 물을 담고 서서히 각도를 주어 눕혀 보면 물이 컵의 바깥 표면을 타고 바닥 부분까지 흘러 내려오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 경우 빗물이 탑 안으로 스며들어 중요한 사리구가 자칫 습기에 부식될 수도 있다. 빗물이 탑의 몸돌까지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붕처마 아래에 만든 홈을 물끊기홈이라 부른다. 오래된 석탑을 관찰하면 지붕돌과 기단의 덮개돌에는 이끼가 끼어 있어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지만 탑의 몸돌은 새로 깎아 넣은 것처럼 깨끗한 경우가 많다. 이는 지붕돌과 기단의 덮개돌이 오랜 시간 빗물에 노출되어 있었던 반면, 탑의 몸돌은 물끊기홈에 의해 빗물이 차단되어 풍화작용이 덜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물끊기홈은 보기에는 매우 단순한 구조라고 치부해버리기 쉽지만 석탑에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지붕돌 아래 물끊기홈)
지붕돌 아래로 빗물이 타고 흐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1단의 각을 주거나 홈을 파 넣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