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실종아동 이혜진·우예슬 양 '마지막 추모제'
송고시간 | 2015/12/24 14:34
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모임 "추모비·공원 만들어야"
(안양=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모두가 아기 예수 탄생의 기쁨을 만끽하는 날, 슬픔과 회한의 눈물을 삼키는 이들이 있습니다."
2007년 크리스마스 이브 선물을 사러 나갔다가 유괴범에게 납치돼 참혹한 주검으로 발견된 고(故) 이혜진(11)·우예슬(9)양의 8주기 추모제가 열린 24일 안양시립 청계공원묘지.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전미찾모) 회장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혜진 양의 아버지 이창근 씨를 추모한 뒤, 뒤 몇 걸음 옆에 있는 혜진 양 묘석 앞에 다시 젯상을 차렸다.
이 씨 젯상에는 없던 초콜릿과 과자가 올랐고, 술 대신 음료수를 부었다.

혜진·예슬양 8주기 추모제 (의왕=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청계동 안양시립청계공원묘지에서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전미찾모) 주최로 열린 혜진·예슬양 8주기 추모제에서 혜진양 오빠와 전미찾모 나주봉 회장이 제사를 지내고 있다. 혜진·예슬양은 2007년 성탄절 안양에서 유괴된 뒤 살해당했다. 2015.12.24 xanadu@yna.co.kr
나 회장이 "세월이 약이라지만, 그리움과 보고픔은 더 깊어만 간다"는 추도사에 이어 "하늘나라에서 예슬이 손 꼭 붙잡고 다니고, 힘들어하는 가족들에게 힘이 돼 주렴"이라고 말해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숙연케 만들었다.
나 씨는 이날 한 시간여 계속된 추도식에서 '마지막'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이 씨를 추모할 때도 "이제 못 오더라도 섭섭해 하지 말라"고 했고, 혜진·예슬이 제사를 지낼 때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추도식을 마친 뒤에도 "다시는 못올 것 같다"며 "혜진 아빠와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2년 전까지는 그래도 혜진 아빠가 있어서 늘 함께 추모식을 치렀는데, 이 씨 마저 세상을 떠나고 나니 혼자서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고, 경찰청 산하단체라지만 아무런 지원도 없는 전미찾모의 컨테이너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도 힘에 부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씨가 세상을 뜨고 자신도 큰 수술을 받으면서 7회 추모제를 치르지 못했다.
또 처음 몇 년은 많은 가족과 회원, 일반인들이 함께 추모제를 올렸지만, 해가 갈수록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도 했다. 실제로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이들은 나 씨와 혜진이 오빠 성주(25) 씨를 포함해 모두 4명 뿐이었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전미찾모) 회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혜진이와 예슬이를 위한 추모공원을 설립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가 사회적 범죄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어려움을 모른체 하고, 피해 가족들끼리 모여 추모제를 지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면서 "이제라도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사회적 범죄로 피해를 본 가족들을 보살피고, 혜진이와 예슬이 추모비와 추모공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모비와 추모공원은 두 번 다시 그런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 구성원들이 다 함께 안전한 사회를 일구는 다짐이라는 것이다.
나 씨는 또 "그동안 실종미아를 찾아다니며 오랜 세월을 보냈다"며 "이제는 지난 삶을 정리하는 책을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책에서 나오는 인세도 추모공원 건립에 보탤 예정이다.
이날 추모제에는 경찰청 장기실종추적팀 이건수 팀장과 용산경찰서 신영숙 경무계장, SNS 시민동맹군 등이 화환을 보냈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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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일양 시립청계공원묘지에서 2007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을 사러 갔다가 유괴 납치되어 주검으로 발견된 이혜진(11살). 우예슬(8세)의 8주기 추모제인제 마지막이라고 한다.
돈이 있다면 추모공원보다는 범죄재발이나 피해자 구제에 우선해야 하지 추모공원은 문제해결에 결코 좋은 방법은 아니다.
위 묘비표지에 "고이혜진지묘"라고 쓰여 있는데 한문으로 썼다면 "고이혜진지묘(故李惠珍之墓)"가 맞을지 몰라도 한글이라면 “고 이혜진 묘”, “고 이 혜진의 묘” 또는 “이혜진 이곳에 잠들다” 라고 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범인 정성현(가명)은 수감생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