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캠핑을 즐기려는 사람. 다짐을 공고히 하듯 장비도 하나둘 구입할 테다. 쌓여 가는 장비를 보니 그릴에 구운 삼겹살 먹은 것처럼 든든해진다. 하지만 덩달아 고민도 늘어난다. 캠핑에 한이라도 맺힌 것처럼 장비를 샀는데, 막상 짐 실을 공간이 녹록치 않아서다. 보통 준중형 SUV로 시작한다. 혼자라면 뭐가 문제랴. 다만 배우자와 자식까지 다 태우고 가려면 팍팍해진다. 캠핑을 개인에서 가족 레저로 확장시키려면 공간이 관건이다.
가족을 위한 오토캠핑용 자동차라면? 그냥 SUV로는 감당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다. 오토캠핑은 거의 거실과 부엌을 옮겨놓는 수준이다. 장비를 추리는 건 용납할 수 없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필요 없더라도 분위기를 위한다면 일단 넣고 보는 게 오토캠핑이다. 게다가 이동할 때 4명 정도 넉넉하게 앉을 공간까지 필요하다. 후보군이 우수수 탈락한다.
일단 ‘넉넉한’ 7인승 이상이라는 전제가 생긴다. 트렁크에 시트를 심은, ‘안 넉넉한’ 7인승은 탈락한다. 가령 쉐보레 올란도라든가. 이것저것 다 싣고 4인 가족이 타려면 트렁크가 확보된 7인승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명확하지만 꽤 넘기 힘든 조건인 건 맞다. 그럼에도 몇몇 자동차는 당당히 존재감을 뽐낸다.
두 부류가 있다. 덩치라면 어디 가서 안 빠지는 대형 SUV와 이름부터 다목적이라는 뜻으로 불리는 MPV(multi-purpose vehicle). 둘 다 배포 큰 트렁크와 너그러운 승차 인원이 강점이다. 물론 따져보면 공간 면에선 MPV가 대형 SUV보다 더 효율적이다. 반면 대형 SUV는 승합차로 보이는 MPV보다 스타일 면에서 우위를 점한다.
대형 SUV에는 포드의 익스플로러가 대표적이다. 포드의 살림을 책임질 정도로 충성 고객이 많다. 그 명성을 혼다 파일럿이 바싹 쫓는다. 둘은 거의 비슷한 포지션으로 서로 다툰다. 이름값을 따진다면 익스플로러, 실리를 따진다면 파일럿으로 기운다. 둘 다 좌석을 잘 접으면 서프보드도 턱, 들어갈 만큼 적재 능력이 발군이다.
MPV는 기아 카니발이 대표 모델로 군림한다. 쌍용 코란도 투리스모는 사륜구동을 내세워 점유율을 높인다. MPV는 아무래도 탑승 인원이 중요한 선택 요소로 작용한다. 국내 법규 때문에 국내 브랜드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한다. 버스전용차선의 달콤함에서 벗어나면 미국에서 담금질한 수입 브랜드의 모델도 빛난다. 토요타 시에나, 크라이슬러 그랜드보이저, 혼다 오딧세이가 선택을 기다린다.
대형 SUV든 MPV든 오토캠핑용 자동차로 과분한 공간과 탑승 능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사람 욕심은 끝이 없는 법. 이왕 본격적으로 오토캠핑에 전념하기로 했다면 사소한 편의사항이 선택을 가를 수도 있다. 이런 사람 마음을 국내 브랜드는 알아차렸다. 그 기대에 ‘아웃도어’라는 특별 에디션으로 화답했다. 기아 카니발과 쌍용 코란도 투리스모 둘 다 같은 이름이다.
두 에디션의 중요한 특징은 루프에 루프박스를 장착한 점이다. 더 많이 싣고자 하는 욕망을 자극한다. 루프박스는 효율성도 좋지만 디자인적 요소로도 작용한다. 보다 레저 지향적 디자인을 풍긴다. 루프박스라는 공통요소가 있지만 세부적으로 몇몇 차이는 있다.
코란도 투리스모 아웃도어는 루프박스 외에 사이드 스탭, 스키드 플레이트를 달았다. 약간의 편의성과 외관을 보완했달까. 물론 결정적일 때 믿음직한 사륜구동은 아웃도어 에디션에서도 유지했다. 아니, 더 빛을 발한다.
기아 카니발 아웃도어는 보다 캠핑에 유용한 요소를 적용했다. 그렇다고 싱크대를 설치하거나 침대를 놓는 수준은 아니다. 자동차 안에서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을 강조했달까. 다단 러기지 박스로 수납 효율성을 높이고, 냉온 컵홀더도 장착했다. 테일게이트에 설치된 LED 라이트도 빼놓을 수 없다. 트렁크를 열고 짐을 내리거나 실을 때 유용하다. 단지 잠깐 유용할지라도 느끼는 만족감은 크다. 원래 오토캠핑이 장비 보고 즐기는 그 자체의 재미도 있으니까.
지금까지 거론한 모델이라면 어지간한 오토캠핑은 충분히 즐길 만하다. 그 이상을 원한다면 개조된 캠핑카로 눈을 돌리는 게 속편하다. 그만큼 비용도 더 지출하겠지만. 아, 장비 가격까지 생각하면 바로 질러가는 게 이득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