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핼러윈(Halloween)은 매년 10월 31일, 그리스도교 축일인 만성절(萬聖節) 전날 미국 전역에서 다양한 복장을 갖춰 입고 벌이는 축제다. 본래 핼러윈은 켈트인의 전통 축제 ‘사윈’(Samhain)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켈트 족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음식을 마련해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림으로써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았다. 이때 악령들이 해를 끼칠까 두려워한 사람들이 자신을 같은 악령으로 착각하도록 기괴한 모습으로 꾸미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이 핼러윈 분장 문화의 원형이 됐다.
핼러윈미국의 대표적인 축제일인 핼러윈이 되면 남녀노소 다양한 분장을 하고 축제를 즐긴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의 핼러윈은 켈트 족의 풍습을 간직하고 있던 스코틀랜드 ·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치르는 소규모 지역 축제였다. 그러나 1840년대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1백만 명의 아일랜드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핼러윈이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지금은 미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핼러윈 데이가 되면 각 가정에서는 호박에 눈 · 코 · 입을 파서 잭오랜턴(Jack-O’-Lantern)이라는 등을 만들고, 검은 고양이나 거미 같이 핼러윈을 상징하는 여러 가지 장식물로 집을 꾸민다.
잭오랜턴 만들기아이들이 호박에 눈 · 코 · 입을 파서 잭오랜턴을 만들고 있다.
아이들은 괴물이나 마녀, 유령으로 분장한 채 이웃집을 찾아다니면서 사탕과 초콜릿 등을 얻는데, 이때 외치는 말이 ‘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 거야!’라는 의미의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이다. 핼러윈의 대표적인 놀이인 트릭 오어 트릿은 중세에 특별한 날이 되면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아이나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던 풍습에서 기원한 것이다. 이날 학교를 비롯한 곳곳에서 분장 파티가 열리며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들도 전통적인 주제나 유명인 혹은 영화 주인공으로 분장하고 축제를 즐긴다.
오늘날 핼러윈은 본래의 의미를 상실한 채 너무 상업적으로 변질됐다는 인식이 있으나, 켈트인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의 평온을 빌고 중세 사람들이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베풀었던 것처럼 나보다 남을 생각하며 핼러윈을 지내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가까운 이웃을 찾아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전 세계의 아이들을 위해 식품과 의료품을 지원하는 등 뜻깊은 하루를 보낸다.
또한 핼러윈은 단절된 채 지내던 이웃 사이에 다리를 놔주고 지역의 문화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지역 축제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방면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축제의 순기능을 보여주는 사례다. 무엇보다 핼러윈 데이에는 평소에 죽음이나 불운을 떠올리게 하는 유령, 박쥐와 검은 고양이마저 즐거움의 상징이 되며, 남녀노소 모두가 일상에서 벗어나 즐거운 축제를 만끽한다.
‘핼러윈’(Halloween)은 만성절 전야제를 뜻하는 ‘올 핼러우스 이브’(All Hallows’ Eve)가 줄어든 말이다. 그리스도교에서는 4세기 무렵부터 만성절, 즉 모든 성인의 날(All Saints’ Day)을 기념해왔다. 모든 성인의 날은 축일이 제정되지 않은 성인들을 특별히 기억하고 기리며 말 그대로 모든 성인을 위해 기도하는 날이다. 모든 성인의 날은 서기 800년경 그 날짜가 11월 1일로 고정됐다.
고대영어에서 성인(聖人, saint)을 가리키는 단어는 ‘핼러우’(hallow)로, 만성절에 올리는 미사를 모든 성인을 위한 미사라는 의미의 ‘올 핼러우스 마스’(All hallows’ mass), 그 전날 밤을 ‘올 핼러우스 윈’(All Hallows’ e'en)이라고 불렀다. ‘윈’(e'en)은 저녁, 밤 또는 전날을 뜻하는 ‘이브’(eve)의 축약형이다. 즉 모든 성인의 날 전야제를 뜻하는 ‘올 핼러우스 이브’(All Hallows’ Eve), ‘올 핼러우 윈’(All Hallow e’en)이 줄어 ‘핼러윈’(Halloween)이라는 명칭이 만들어졌다.
핼러윈은 고대 켈트 족이 한 해의 마지막 날 치른 사윈 축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전한다. 켈트인들은 일 년이 열 달로 이뤄진 달력을 사용했으며 한 해를 네 개의 기념일로 구분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한 해의 마지막과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10월 31일의 사윈 축제였다.
사윈 기간이 되면 켈트 족은 방목해 기르던 가축을 불러들이고 농작물을 거둬들이며 새해맞이 준비를 했다. 이날은 죽은 자들의 영혼이 내세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인간 세계를 찾는 날이기도 했는데, 사람들은 이때 열린 지하 세계의 문을 통해 악마와 마녀, 짓궂은 유령들도 함께 올라온다고 믿었다.
핼러윈의 상징핼러윈 데이에는 악마와 마녀, 검은 고양이 등 불길한 존재들마저 즐거움의 상징이 된다. 축제 기간을 앞두고 이를 소재로 한 장식품이나 상품도 많이 등장한다.
켈트 족은 음식을 차려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림으로써 죽은 이들의 영혼이 평온하기를 기원하고, 악한 존재가 심술을 부리거나 산 자들을 해치지 못하도록 빌었다. 커다란 모닥불을 피워 선량한 영혼들의 여행길을 밝히고 악령의 접근을 막기도 했다. 이때 사람들은 악령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음식물만 먹고 떠나도록 문 앞에 음식과 술을 놓아뒀다. 이와 더불어 악령이 사람들을 그들의 일부로 여기도록 기괴한 모습으로 분장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핼러윈 축제의 원형을 이뤘다.
켈트 족 달력에 따라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0월 31일에 행해지던 사윈 축제는 그리스도교가 이교도의 기념일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11월 1일 만성절 전날인 양력 10월 31일에 치러지게 됐다. 이후 사윈 축제의 풍습은 그리스도교 문화와 융합해 오늘날의 핼러윈 축제로 발전했다.
그리스도교가 전파되기 전, 켈트 족은 성직자 드루이드가 창시한 드루이드교를 따랐다. 토속 신앙을 없애고 그리스도교를 정착시키려는 입장에서 윤회와 전생을 믿고 죽음의 신을 세계의 주재자라 믿는 드루이드교는 확연히 이교도적이었다. 핼러윈의 원류가 된 사윈 축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톨릭은 켈트 족의 축제를 사악한 악령과 연결지었고 드루이드교가 악마와 사악한 힘을 숭배한다는 낙인을 찍었다.
서기 601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는 선교사들에게 민간의 믿음과 풍습을 없애려 하지 말고 그리스도교 교리로 변환시키라는 칙령을 내렸다. 만약 사람들이 나무를 숭배한다면 그 나무를 잘라버리지 말고 예수의 이름으로 축성한 뒤 계속 모시게 하라는 것이었다. 이 방식은 그리스도교가 퍼져나가는 데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했고, 이후 가톨릭 선교의 방침이 됐다. 토속 신앙에서 기념하던 축일들 역시 없애는 대신 그리스도교 축일로 대체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12월 25일에 지내는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의 기원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전해지나 서구의 여러 민족이 지내던 동지 축제를 그리스도교의 축일로 받아들인 것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한편 하지 축제는 성 요한의 날로 흡수됐다.
그러나 이러한 선교 정책은 토속 신앙의 색채를 감소시키기는 했지만 완전히 사라지게 하지는 못했다. 이승을 방문하는 죽은 영혼들의 평온을 빌고 악령을 물리친다는 사윈 축제의 상징성은 그 뿌리가 깊고 강력해 이를 흡수하고 대체할 다른 축일이 필요했다. 이전에 그리스도교는 만성절을 11월 1일 혹은 성령강림절 이후 첫 번째 일요일에 치러왔는데, 800년경 이것을 11월 1일로 고정시켰다. 사윈 축제는 자연스럽게 만성절 전날 치르는 행사가 됐으며 ‘핼러윈’이라는 이름도 ‘만성절 전야’라는 의미의 ‘올 핼러우스 이브’(All Hallows’ Eve)가 변형된 것이다.
만성절이 사윈 축제를 흡수한 뒤에도 10월 31일의 행사는 끈질기게 이어졌으며, 오랜 세월 사람들과 함께해온 고대 켈트의 문화는 현대의 옷을 입고 세계적인 축제 핼러윈으로 되살아났다.
① 핼러윈 축제 문화의 전파와 정착
미국에서는 매년 가을 추수 감사의 의미를 지닌 축제를 벌이는 것이 일상화돼 있었고, 19세기 중반까지 핼러윈은 유럽에서 이주해 온 이민자들이 특정 지역에서 지내는 소규모 행사였다. 18세기에는 미국으로 이주한 25만여 명의 스코틀랜드 ·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뉴 잉글랜드와 메릴랜드, 일부 남부 지역에서 핼러윈 축제를 치렀는데, 이 무렵의 핼러윈은 한 해의 수확을 무사히 마친 것을 축하하고 이웃과 함께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억하는 형식이었다. 사람들은 서로의 행운을 빌어주며 춤과 노래를 즐겼고, 여기에 유령 얘기나 짓궂은 장난이 일부 포함되는 정도였다.
그러나 1840년대 중반에서 1850년대 초에 걸쳐 아일랜드를 덮친 대기근으로 아일랜드 이민자 1백만 명이 미국으로 대거 유입됐고, 이들이 미국 사회에 정착하면서 핼러윈 축제가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생전에 악행을 많이 저질러 천국과 지옥 양쪽에서 거부당한 구두쇠 ‘잭’의 영혼이 들고 다녔다는 호박 등불 잭오랜턴(Jack-O’-Lantern)도 이때 함께 전파됐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는 원래 순무로 등불을 만드는 전통이 있었으나 미국에 건너와서는 순무보다 흔한 호박으로 대체됐다.
한편 오늘날 핼러윈의 대표적인 행사로, 아이들이 마녀나 요정, 유령, 인기 만화의 주인공 등으로 분장하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먹을거리를 얻는 놀이를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이라고 부른다.
트릭 오어 트릿여러 가지 모습으로 분장한 아이들이 과자를 얻어가는 ‘트릭 오어 트릿’은 핼러윈의 대표적인 행사다.
이 명칭은 아이들이 외치는 “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 거야”(trick or treat)라는 말에서 따온 것이며, 놀이 자체는 중세의 풍습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세에 그레이트브리튼 섬과 아일랜드 지방에는 만성절이나 위령의 날(All Souls’ Day, 가톨릭교회의 축일로 모든 사자를 위해 기도하는 날)이 되면 이웃에게 음식과 동전을 베푸는 ‘소울링’(souling)이라는 풍습이 있었다. 아이들 혹은 가난한 이들이 찾아와 노래를 부르고 망자를 위한 기도문을 읊으면 사람들은 그 답례로 소울 케이크(soul cake)라 불리는 작은 케이크를 줬다.
근대에 들어 나타난 ‘가이징’(guising) 역시 트릭 오어 트릿의 원형이 됐다. ‘가이징’이라는 이름은 ‘변장하다, 위장하다’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디스가이즈’(disguise)에서 가져온 것으로, 분장을 한 아이들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음식과 동전, 사과나 견과류 등을 받은 것을 가리킨다. 1895년 스코틀랜드에 이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 남아 있으며, 아이들은 집 주인이 자선을 거부할 경우 문 앞에 더러운 것을 놓아두거나 낙서를 하는 등 심술 섞인 장난을 쳤다고 한다. 지금도 과자를 주지 않으면 창문에 비누로 낙서를 하는 식의 관습이 남아 있다.
② 미국 핼러윈 축제의 발전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의 핼러윈은 일부 이민자들이 치르는 소규모 지역 축제였으며, 1900년대 이전에 핼러윈을 다룬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기록은 1911년의 것으로, 뉴욕 인근의 온타리오 주 킹스턴에서 발간한 신문에 ‘아이들이 저녁 6시부터 7시 사이에 가게와 이웃집을 다니면서 노래와 율동을 보여주고 견과류와 사탕을 얻었다’는 기사가 있다. 이와 유사한 기록으로 1915년 지역이 밝혀지지 않은 신문 기사와 1920년의 시카고 지역 신문에 실린 기사가 있다. 1919년 문화사가 루스 에드너 켈리(Ruth EdnaKelley)가 발간한 책에서도 핼러윈 축제를 다루고는 있으나 분장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다만 이 무렵부터 핼러윈을 기념하는 엽서가 발행된 것이 확인됐다.
아이들이 ‘트릭 오어 트릿’을 외치며 과자를 얻으러 다니는 현재와 같은 모습의 핼러윈은 1930년대 이후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1934년 기사에 ‘트릭 오어 트릿’이 처음 언급됐고, 1930년대 말에는 이 풍습이 더욱 널리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설탕을 배급제로 제한하면서 잠시 주춤했으나 전쟁이 끝난 뒤 어두운 사회 상황을 떨쳐내기 위해 축제에 열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핼러윈은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1947년 10월에 발행된 『잭 앤 질 앤드 칠드런스 액티비티스』(Jack & Jill and Children’s Activities)라는 아이들 잡지에 ‘트릭 오어 트릿’을 주제로 한 글이 실려 있다. 또 1946년에 방송된 라디오 프로그램 <베이비 스눅스 쇼>(The Baby Snooks Show)와 1948년 <잭 베니 쇼>(The Jack Benny Show), <오지와 헤리엇의 모험>(TheAdventures of Ozzie and Harriet)에서는 핼러윈 관련 에피소드로 ‘트릭 오어 트릿’ 이야기를 소개했다. 1952년, 월트 디즈니(Walt Disney)는 오지와 헤리엇을 주인공으로 삼아 ‘트릭 오어 트릿’을 에피소드로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같은 해에 유니세프(UNICEF)가 아이들을 위한 자선 기금 모금을 위해 만든 캠페인 영상에도 ‘트릭 오어 트릿’이 등장한다.
물론 이 풍습이 모두에게 순조롭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몰려다니면서 사탕을 달라며 조르고 장난을 치기도 하는 행위를 공공기물 파손과 비슷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다. 1930년대 중반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 신문들은 꾸준히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뉴욕에 근거를 둔 매디슨 스퀘어 보이스 클럽(Madison Square BoysClub)은 1948년 핼러윈에 ‘미국 소년들은 구걸하지 않는다’(American Boys Don’t Beg)고 적힌 깃발을 들고 행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1950년대 중반 이후 ‘트릭 오어 트릿’은 교외에 새롭게 조성된 주택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핼러윈을 대표하는 풍습으로 자리 잡았다.
1980년대까지 이어지던 핼러윈의 모습은 1990년대 이후 변화를 보였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인구가 늘어났고, 이러한 풍습에 익숙하지 않거나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과거에는 동네에서 아이들끼리 돌아다니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도시 환경이 달라지면서 범죄와 사고가 급증했고, 안전하게 ‘트릭 오어 트릿’을 하기 위해서는 어른이 동행해야 했다. 이에 따라 이웃집을 찾아가는 대신 쇼핑몰 등에서 준비한 핼러윈 행사를 통해 아이들이 사탕이나 쿠폰을 받게끔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렇게 상업화된 핼러윈 행사에는 일반적으로 어릿광대나 놀이 기구, 체험 프로그램 등이 포함된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이민자들의 영향으로 시작돼 미국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은 핼러윈 문화는 20세기 들어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남아메리카 등으로 파급됐다. 영국에는 고전적인 핼러윈 전통이 존재했음에도 미국식 핼러윈 문화가 더욱 널리 퍼져나갔고, 현재는 세계 여러 국가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고 있다.
핼러윈은 공식 휴일이 아니며 행사는 대부분 해가 진 뒤에 진행된다.
잭오랜턴은 핼러윈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커다란 주황색 호박의 속을 파내고 악마의 얼굴 모양으로 눈 · 코 · 입을 도려낸 뒤 속에 초를 고정시킨 것이다.
잭오랜턴호박으로 만드는 등불 잭오랜턴은 핼러윈에 인간 세상을 떠도는 영혼들의 길잡이이자 핼러윈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흔히 망령을 위해 길을 밝혀주는 등으로 여겨지는 잭오랜턴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오는데, 아일랜드의 민담인 구두쇠 잭 이야기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욕심 많은 구두쇠 영감 잭이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악마를 만났다. 악마가 자꾸만 뒤를 따라오자 잭 영감은 꾀를 내어 악마에게 사과를 먹어보라며 권했고, 악마가 사과나무에 올라간 사이 칼을 꺼내 나무에 십자가를 그렸다. 십자가를 무서워하는 악마는 나무에서 내려오지 못해 결국 잭 영감과 흥정을 하게 됐다. 잭 영감은 악마에게서 두 번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과 그가 죽은 뒤에 지옥에 데려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세월이 흐른 뒤 잭 영감은 핼러윈이 얼마 남지 않은 무렵 세상을 떠났다. 악행을 많이 저질러 천국에 갈 수 없었던 그는 지옥이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이리저리 떠돌다가 예전에 만났던 악마와 마주쳤다. 영감은 지옥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사정했지만 악마는 지옥문을 닫고 절대 열어주지 않았다. 결국 잭 영감이 캄캄한 곳에서 길이라도 찾게 해달라고 청하자 악마는 지옥에 있는 불덩어리를 하나 던져주었다. 이때부터 잭 영감은 불덩어리를 호박에 담아 들고서 쉴 곳을 찾아 오늘날까지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잭이 영리하고 좋은 사람이었다거나 신이 악마를 속일 수 있도록 잭을 도왔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여러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악마가 복수를 위해 잭이 죽은 뒤 지옥에 오는 것조차 거절했다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전설을 종합해볼 때 잭은 야경꾼이나 17세기 초반 밤마다 등을 들고 길을 안내하던 길잡이 혹은 도깨비불을 상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잭키 랜턴’(Jacky Lantern)이나 ‘잭 더 랜턴’(Jack the Lantern)이라는 말은 ‘도깨비불’(will-o'-the-wisp)과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검정과 주황은 핼러윈을 상징하는 색이다. 호박의 주황색은 가을과 관련이 깊고 검은색은 어둠과 악마를 상징한다. 또한 핼러윈은 죽음과 악마, 악령 등과 관련된 유래를 지닌 만큼 죽음을 상징하는 유령이나 해골을 비롯해 검은 고양이, 거미, 박쥐 같이 불운을 가져온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주제로 꾸며진다. 축제용 장식품과 복장도 악마, 마녀, 박쥐, 고블린(Goblin), 좀비 등 기이한 것들이 많다.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처럼 문학 작품이나 공포 영화의 주인공도 흔히 등장하며 최근에는 인기 있는 만화 주인공이나 유명인을 흉내 내 분장하는 경우도 많다.
10월 31일 저녁이 되면 유령이나 해골로 분장한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맛있는 것을 주지 않으면 장난을 치겠노라 으름장을 놓는다. 이때 외치는 말이 ‘트릭 오어 트릿’이다. 아이들을 맞이한 집에서는 이들의 요구대로 사탕이나 과자 등을 안겨준다.
과자를 기다리는 아이들이웃집을 방문한 아이들이 과자를 기다리고 있다. 집 앞에 밝혀둔 잭오랜턴은 핼러윈 장식이자 축제에 참여한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아무 집이나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문 앞에 잭오랜턴을 밝히는 등 핼러윈 축제에 참여한다는 표시를 한 가정을 방문한다. 축제에 참여하긴 하되 아이들에게 일일이 사탕을 나눠주지 않고 문 앞에 사탕이나 초콜릿을 가득 담은 바구니를 놓아두기도 한다. 먹을 것을 주지 않을 경우 아이들은 비누로 유리창에 낙서를 하거나 가벼운 장난을 치는데, 대부분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것을 즐거워하며 미리 준비해놓기 때문에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대도시의 상점에서는 여러 가지 게임과 과자류를 준비했다가 쇼핑 온 아이들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핼러윈이 다가오면 미국의 가정에서는 커다란 호박의 속을 파내 잭오랜턴을 만든다. 호박은 등불만이 아니라 축제를 위한 요리 재료로도 사용되는데, 흔히 호박 파이, 호박 빵을 만들어 먹고 구운 호박씨도 즐겨 먹는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사탕이나 쿠키, 초콜릿처럼 달콤한 간식을 준비한다.
사과 캐러멜, 시럽을 입힌 사과 사탕 등 사과로 만든 간식이 유명하며 눈알, 두개골, 거미, 박쥐, 지렁이 등 괴기스럽고 혐오스러운 모양의 사탕과 캐러맬, 젤리도 매우 흔하다. 견과류와 향신료를 첨가한 사이다도 핼러윈에 빠지지 않는 음료다. 또 중세에는 만성절과 위령의 날에 ‘소울 케이크’(Soul cake)라 불리는 작은 원형 케이크를 만들어 방황하는 영혼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풀던 전통에 따라 작은 케이크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동네를 돌면서 사탕과 초콜릿을 모은 아이들은 각자가 받은 간식을 모아 파티를 여는데, 이때 물을 채운 대야에 사과를 넣고 양손을 뒤로 묶은 채 입으로 사과를 건져내는 놀이를 한다. 사과는 핼러윈의 상징 가운데 하나로, 호박 등불 잭오랜턴의 기원이 된 구두쇠 잭 이야기에 등장한다.
사과 건지기 놀이집집마다 다니며 간식을 모은 아이들은 한자리에 모여 사과 건지기 놀이를 한다.
사과를 이용한 이 놀이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과일의 여신 포모나(Pomona)로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한때 지금의 영국을 지배했던 로마인들은 켈트 족의 사윈 기간이 되면 술을 마시며 잔치를 즐겼는데, 포모나는 이 축제가 벌어지던 10월을 관장하는 여신이었다. 포모나를 기리기 위해 포모나의 상징인 사과와 관련된 행사를 치렀던 것이 오늘날 사과 건지기 놀이의 원형이 됐다.
핼러윈이 되면 신기하고 기괴한 분장을 한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핼러윈에 분장을 하는 것은 고대 켈트 족이 한 해의 마지막인 10월 31일 밤, 인간 세상에 찾아오는 악령과 악마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기이한 모습으로 변장한 풍습에서 유래한 것이다.
미국에서 핼러윈 축제는 주로 아이들을 위한 축제로 발전했는데, 현재는 학교나 직장 혹은 아이가 없는 가정에서도 분장 파티를 여는 경우가 많다. 성인들은 흔히 전통적인 핼러윈 복장 외에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이나 대통령 같은 정치인, 인기인의 가면을 쓰고 옷을 차려 입고서 가장 무도회에 참석한다.
핼러윈 데이가 되면 미국 곳곳에서 핼러윈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의 뉴욕스 빌리지 핼러윈 퍼레이드(New York’s Village Halloween Parade)다. 1974년 인형 조종가이자 가면 제작자인 랠프 리(Ralph Lee)에 의해 창설된 이 퍼레이드에는 매년 6천 명 이상의 참가자와 2백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린다.
뉴욕스 빌리지 핼러윈 퍼레이드가장행렬과 더불어 각종 예술 행사가 펼쳐지는 대표적인 핼러윈 퍼레이드다.
퍼레이드에서는 여러 인종과 민족이 모여 있는 미국 사회의 특징을 보여주듯 다양한 배경을 가진 참가자들이 각자 모국의 전통적인 악령이나 귀신 캐릭터 분장을 선보인다. 이 밖에도 무용가, 예술가, 서커스단 등이 참여해 볼거리를 더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핼러윈 [Halloween] (세계의 축제 · 기념일 백과, 다빈치 출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