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30811)
물음표/ 강병길
순례자들은 꼭 거쳐 가야 하는 곳에 자리 잡았던 말
손가락을 사용하여 문자를 기록하던 시절, 몰라서 누구에게나 물어보거나
상대가 아는지 되물어 볼 때도 사용하였다
강의실에 사람을 모아놓고 지식을 밀어 넣거나, 물건의 값어치를 계량하거나, 심지어 사람의 됨됨을 투표라는 제도로 알아볼 때도 쓰였다
오리 머리처럼 휘어진 기호는 태생적으로 무엇이든 파헤쳐 보려는 의구심을 본뜬 기호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물음을 낳았으므로 답변은 늘 궁색하였기에 직선을 갖지 못한 모양새였다
신성의 크기, 충성의 크기 등 무형의 크기를 궁굴리던 시절의 물음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마침표와 이어질 수 없으므로 물음표는 본성에 충실한 기호다
*2021 시집 (소리가 다른 책) 18쪽 인용
(시감상)
논리학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들은 이야기는 물음표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었다. 마침표나 쉼표가 아닌 물음표는 부정의 의미를 전제에 깔고 있다. 관성이나 타성에 젖은 생각에 전환점을 주는 것은 직선을 갖지 못한 모양새 (?)때문이다. 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물음표다. 때론 현상이나 他者에 대한 물음표도 필요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내가 나 자신에게 물음표를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본성에 충실한 기호이기 때문이다. 부정에서 시작해 긍정으로 가는 이정표, 그것이 물음표의 본질일 것이다. 강병길 시인의 시는 단호하다. 물음표에서 출발하였기에.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경기 이천, 2011 시집 (도배 일기) 2021 (소리가 다른 책)